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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노동. 엄청나다.
모든 지성과 땀이 총력을 다해 이룬 결과이리라. 
그것은 저자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 특히나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기록으로 남을 수도 없는 사람들의 노고(노동) 역시 담겨 있다. 책은 단순하게, 지성만을 담은 결과물이 아니다.

그러니, 한 권의 책을 '까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안의 노동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노동 자체의 신성함과 별개로 노동의 결과물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과 그 결과물은 별개의 것이다. 영화가 그렇듯 책도 마찬가지다. 

사실, 좋은 것만 말해도 부족할 판국이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책이 많은가 말이다.
나쁜 책 혹은 쓰레기라고 불려도 시원찮을 책까지 시간과 공을 들여 말하는 건, 피곤한 일일 수 있겠다. 

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
그래도 말해야겠다.
저자가 나름 책을 위해 쏟은 시간과 노력, 노동은 분명 존재하고 인정하겠지만,
그 결과로 나온 이 책, 설익다못해 썩었다.
자신의 주장을 펴려고 조사하고 알아봤다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 조악하고 비약투성이다.

특히, 이 책, 완전 위험하다.
불온해서 위험하다면야, 이 불한당 같은 체제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인가 해서 반가워하겠지만, 
이 위험은, 이런 경우다.

고기가 썩었는데, 어떻게든 팔려고,
나쁜 걸 감추려고 소스 등으로 간을 듬뿍쳤다. 
그러니 마음의 복통을 일으키고,
삶을 혼선에 빠트릴 위험이 잔뜩이다.  
고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도축업자가 아니라,
어설프게 칼만 들 줄 아는 정육점 종업원이 칼놀림을 하는 경우라고나 할까.   

그래, 왜 이런 비유를 했는지 나도, 근거를 들어야겠다.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그토록 강조하고자 했던 인문고전. 
요즘 이른바 '대세'의 일환으로 자리잡은 장르인데, 백번 양보해서 강조하는 것,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방법론이라는 것이 어처구니 없다. 더 나아가, 알맹이도 없다. 

이 책, 지겹도록 '천재'를 들먹인다. 강박관념처럼 천재에 집착한다. 
우리가 그토록 천재를 열망했던가, 착각할 정도로, 이 책은 '천재 나팔수' 노릇을 한다. 
평범한 아이가 어떻게 천재가 됐고, 천재가 세상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데, 그 천재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거의 오롯이 인문고전. 다른 이유,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이 힘들게 찾아낸 결정적인 무엇도 아니요, 무조건 인문고전을 많이 읽었단다. 그것이 다다.

책의 너스레는 한마디로 호들갑의 극치다. 한 구절을 보자.

"...1만 엔권 지폐의 주인공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국민들로부터 메이지 유신의 아버지, 일본 근대화의 선구자, 게이오 대학을 창립한 위대한 교육가로 칭송받고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이 되도록 전형적인 시골 촌놈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스물 다섯에 에도(동경)에 게이오 대학의 기원이 되는 학당을 열 정도로 진보한 지식인으로 변신했다. 약 10년 사이에 바보에서 천재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는데, 비결은 다름 아닌 지독한 인문고전 독서였다." (p.48)

하급무사의 아들. 전형적인 시골 촌놈의 삶. 이것들이 어떻게 '바보'로 단정지어질 수 있는지, 모른다. 저자만 알려나?

그리고 게이오 대학의 기원 학당을 연 진보한 지식인. 그것을 천재로 단순 설명한다. 그가 말한 천재가 당최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책은 이렇듯 엉뚱한 논리와 결론으로 늘 치닫는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들먹인다. 초중고 12년 교육을 받고도 지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가 되기는커녕 바보가 되어 사회에 나오는 문제.
배우면 배울수록 무능한 사람이 되고, 시키는 일만 하는 바보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둔 잘못을 지적하면서, 책이 내린 결론은 고작 이렇다. 

"학교는 다녀야 한다. 그것도 될 수 있으면 최고의 학교를 다녀야 한다."

시스템을 거론하는가 했더니, 그 결론이라는 것이 최고의 학교를 다니라는 충고다.
돈과 권력이 있어야면 이른바 '명문'도 다닐 수 있는 현실을 모르는 건지, 한심한 충고다.
책은 아예 맛이 가기로 결정한 양, 한 방 더 날린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는 없다!"

빈민들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클레멘트 코스의 사례를 들면서 책은 아래와 같은 억지주장을 편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맹을 천재로 만든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지능이 낮은 아이를 천재로 변화시킨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평범한 학생들을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보다 뛰어난 인재로 만든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둔재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다. 

나는 이 책이 말하는 '천재'라는 단어가 무엇을 가르키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내가 둔재고 지능이 낮아서 그런가 본데, 책에 의하면, 나는 인문고전 독서가 부족한 탓일 게다.

그러면서, 책이 내놓은 확신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만일 철학고전 독서교육이 제대로 정착하면 우리나라는 유대 민족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은 물론이고 천재들을 지속적으로 길러내게 될 것이라고."(p.84)

철학고전 독서교육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정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것이 천재, 노벨상 수상자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은 그저 우격다짐이다. 

아울러, "인간은 본래 천재로 태어난다는 것이 교육학의 정설"(p.92)라고 주장하는데,
교육학 전공한 분들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진짜 그런지, 나는 궁금하다.

이 얼치기 인문고전 동기부여 책은 천재 타령을 부자 타령으로 옮기며 자폭한다. 

돈, 지금 시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책은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인문고전 독서와 돈을 결부시킨다.
저자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본주의니 부자니 투자니 하는 말을 싫어함을 전제로 하고 이 말을 꺼낸다.  

"세상에는 인문고전 독서에서 얻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돈'과 관련된 쪽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이 세계 경제학계와 금융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을."(p.113) 

인문고전을 통해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르고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돈과 관련된 쪽으로 그것을 활용하는 것, 다른 문제다. 그런 사람들이 경제학계와 금융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 그게 인문고전의 사고력과 통찰력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인문고전이 그저 '클렌징 폼'이거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포장'일 수도 있다.

인문고전이 돈을 벌게 해 준다는 식의 주장은, 인문고전의 힘을 강조하거나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인문고전의 힘을 개무시하고 되레 좁게 만드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도 비약한다.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인문고전 독서광이자 저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문고전 독서로 다져진 사람들의 두뇌에서 나왔다. 이는 인문고전 독서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향을 알 수 없고, 부를 쌓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p.114)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지금 그 부작용이 '미친놈 널뛰기'하듯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고,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면서 새로운 시작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책은 오히려 그런 움직임에서 역행한다.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의 본질조차 모르는 '무식쟁이'임을 스스로 토로한 셈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자세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우리가 맞닥뜨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책은, IMF가 이런 시절부터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던 천재 경제학자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단다.
그래서, 그 경제학자 이상으로 인문고전 독서에 미친 경제학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IMF위기 때 우리나라가 그리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거란다.
기똥차다. 이런 논리의 비약, 인문고전 독서가 알려준 혜안인가?

물론, 커밍아웃이 없는 건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맹렬한 신도임을 고해성사한다.
신자유주의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 대한 반쪽 평가('현대의 지성을 대표하는 철인적 지도자')만 언급하고선, "신자유주의의 역사는 곧 인문고전 독서가들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책은,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외치겠다고 부득불 우긴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들, 왜 케인스나 하이에크보다 더 위대해지거나 동등해지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서구 경제학자들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섬기는 데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느냐고.
서구 경제학보다 우월하거나 동등한 한국만의 경제학을 만들지 못하면 영원히 금융 종속인 상태로 살아갈 거라고.

"한국 경제학계의 을지문덕이나 강감찬 또는 이순신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아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 영웅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주제넘은 이야기들을 했다. 혹시라도 반감을 가진 독자들은 내 치우친 열정을 용서하기 바란다."(p.125)

그건 열정이 아니다. 과도한 비약이다.  
또라이도 불온하면 좋은데, 이건 불온이 아니라 체제순응적 깔때기 짓이다.  

나는 의심까지 한다. 재벌가에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은 설마 아니겠지? (실제로 저자는 강연에서 재벌그룹 일환에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이병철, 정주영을 제대로 섬긴다. 이병철이 '인재경영'이란다. 『논어』에서 비롯됐단다.
정주영은 '의지경영'으로 추켜세운다. 『채근담』과『대학』 등의 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단다.
그리고 경영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이병철, 정주영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은 인문고전을 읽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상한 주장은 곳곳에서 등장한다. '천재'만큼은 아니겠지만, 인문고전 쫌 읽었다는 양반이, "수신修身은 내팽개친 채 우리나라 자본주의는 바뀌어야 한다는 식의 어려운 주장을 내세우는"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는 젬병이다. 그래놓고선 천재의 뇌구조를 들여다봐서 얻은 결론이, 고작 부자 되세요?  

그래, 책의 말마따나,
나는 '돈 있는 사람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부자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빈자는 갈수록 더 빈자가 되는 우리나라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다.
책은 떨리는 목소리로 감히 묻고 싶다고 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그래, 말해주마. "《리딩으로 리드하라》 읽었다. 토 나올 뻔 했다."

더 나쁜 건, 첩첩산중인건, 종교적 근본주의자 면모까지 덧붙인다는 거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고 천재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 중 불행한 삶을 산 이들은 『성경』을 부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p.103)

책은 그 예로, 감옥을 들락날락하고 여자를 사귀지 못하는 성격장애로 고생했다는 등의 윌리엄 제임스 사이디스를 든다. 더불어, 『성경』을 부정했기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시대의 천재들도 많다고 덧붙인다.

대체, 어떤 조사를 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나는 책이 담은 멘탈을 심히 의심한다.
하긴, 책은 진짜 자신의 생각 따윈 없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주장을 자신의 것인양 내세워 그것이 옳다는 것만 내세우고 싶은 거다.

인문고전을 읽는 것만으로 천재가 되고, 화폐를 긁어모으고, 리드할 수 있게 되는 사회?
조까라 마이싱. 인문감수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면서 있는 척 위장하는 게 더 나쁘다.  

인문고전의 진짜 힘은 그런데 있는 것이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인문고전은 살아가는, 자신을 자신답게, 타인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게 하는 힘이다.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다.

뭣도 모르면서 찌껄이는 건 나도 매 한가지겠지만, 책의 주장은 한 없이 위험하다.
보아 하니, 꼴통 신자들 이미 양산해 놓고 있는 모양새다.
아마도 책이 말한 주장대로 따르자면,
이들이 이지성을 멘토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천재들이 될 터인데, 심히 관심 끊을란다.
늬들끼리 리드 잘 해보시고, 나는 빼주시라.

마성의 김꽃두레(tvn 코미디 빅 리그 <아메리카노>의 안영미 캐릭터)가 말한다.
"이런, 리딩으로 초딩 되는, 허~접 같은 경우를 봤나~" (꼭, 꽃두레 톤으로!)
부릉부릉, 할리라예~

이 책,
별 한 개도 아까우나, 백만 스물 두 번 양보하여, 인문고전 독서를 권장했다는 점에서, 에라~ 선심 썼다! 별 한 개 정도는 주겠다. 읽지 말라는 얘기다. 쉬레기다.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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