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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감탄한다...'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09/12/31 올해의 인물, 김현진... 고맙습니다 ^.^ (2)
  2. 2009/12/07 촘스키옹, 81세 생신 축하드리옵니다~
  3. 2009/08/30 'F4'를 만나 오르가슴을 느낀 날
  4. 2009/06/05 수컷들에게,
  5. 2009/03/08 남자는 맞아야 한다!
  6. 2009/02/23 [한뼘] 이토록 멋진 수컷, 클린트 이스트우드!
  7. 2008/12/12 최혜원 선생님 (2)
  8. 2008/12/05 [올해의 책]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필독서, 《똥꽃》 (2)
  9. 2008/10/26 고종석 선생님을 만난 날,
  10. 2008/10/25 8월 은임누나
김현진. 2009 올해의 인물!
역시 내 꼴리는대로, 지극히 편협하고 사소한 취향의 끌림에 따라 선정된, 나만의 연말 행사. 작년엔, 예기치 않은 배신 등으로 올해의 인물을 뽑지 않고 지나갔지만, 올해 다시 재개한다는 말씀.

그리하여, 두그두그두그둥 두둥.
올해의 대상 ........................................ 아니 인물은 김.현.진. 
빵빠라라라라~ 축하합니다~

올해도 많은 사람, 만났다.
단순한 스쳐 지나감도 꽤 있었지만,
이런저런 제반 여건상, 기존에 만나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모든 만남은 우연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우연을 기우는 작업이 인연이다. 우연이 우연을 불러 인연은 만들어진다. 인연은 곧,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다. 내가 아닌 다른 세계 혹은 우주. 이 넓은 세상 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다는 것, 그것 우연 아니겠는가. 운명이라고 굳이 게워내지 않는 건, 우연이 불러올 파장과 파동이 더 좋기 때문이다. 우연이라는 씨줄과 운명이라는 날줄을 제대로 엮으면 세계는 확실히 더 넓어진다.

김현진은 사소해서 더 가치 있고 거대한 깨달음을 줬다.
어느 가을날, 내 사랑 노떼 자얀츠의 가을야큐 진출로 붕붕 떠 있던 그때. 김현진을 책을 냈고, 인터뷰할 우연이 다가왔다. 김현진 그 이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한겨레를 통해 처음 만났던 이름. 제도교육을 박차고 나온 것만으로도 나에겐 선망이었다. 나이의 많고적음에 상관 없이 나는 그 용기가, 마냥 부러웠다. 이후 그녀는 종종 칼럼을 쓰고, 책을 냈으며, 처음 그 느낌처럼 용감무쌍한 하루하루, 세상과 맞장을 뜨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 안에선 어떤 파동과 소용돌이도 존재했겠지만.

어쨌든, 그 이름을 만난 것은 내겐 감동이었다.
기륭전자, 용산, 쌍용차... 그녀는 늘 현장에 있었다. 본 투 비 약자편. 약자였기에, 특별히 다른 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의식, 그리고 실천. 무엇보다 그녀는 내게 '현금연대'라는 중요한 가치를 알려줬다. 그 자신이 실천했고. 무엇보다 이 엄혹한 세월을 견디고 버텨줬구나, 하는 안도감. 그녀가 고마웠다.

누군들 상처가 없으랴만은.
겉으로 씩씩하고 발랄했던 그녀는, 그 세월만큼의 상처도 있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알 순 없지만, 그녀의 행간에 아로새겨진 상흔들이 툭툭 보였다. 그토록 용감해 보이던 그녀도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부리며 펑펑 울고만 싶었으리라. 누군가 그녈 달래주길 바라며. 올해 어떤 사건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리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나는 세간의 풍문들보다 내가 보고 만난 그녀를 믿는다. 
 
나는 소심한 모범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심한 모범생이란 그런 존재다.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틀에 끼워 맞춰져 자란 프라모델 같은 존재. 그들에게 다른 세상은 없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른 말 잘 듣고, 괜찮은 학벌 갖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해서, 결혼을 한다. 애들 열심히 키우고 교회도 성실하게 다닌다. 그야말로 무난하다. 그네들의 울타리에서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험난하고 거친 삶을 사는 사람과는 거리도 둔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인생에,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다. 그럼에도 그네들은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소심한 모범생들은 알 턱이 없다.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만나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나도 한때는 그렇게 살았고. 물론,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적당히 많다. 건널 수 없는 갭 때문에 결국 마음을 나눌 순 없지만. 김현진은 그런 이들과 다르다.

김현진에겐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녀는 인정하지 못할지 몰라도. 그 아우라는 독특하다. 가난했고, 스스로 도시빈민이라고 부르고, 세간의 오해도 받지만, <아이다호> <엘리펀트>의 감독 구스 반 산트가 데뷔작 <말라노체>를 찍을 때 그랬듯, 환경이며 조건이 열악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어떤 스타일이 된. 그녀의 글쓰기에서도 그것은 명확히 드러난다.

아마도 김현진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버티고 견디는 것이다. 그녀를 지금 20대를 대표하는 논객이나 칼럼니스트 혹은 에세이스트로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한 시대나 세대를 대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모르긴 몰라도, 그녀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어쩔 거냐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샤넬에 대해 이렇게 일컬었단다.
"샤넬은 언제나 '시대정신의 노른자위(yolk of the zeitgeist)'였다."
김현진을 그 반열에 올리자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김현진은 언제나 '불온함의 노른자위'였다"고. 그 불온이야,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때론 변덕도 심하지만, 반짝이는 생각과 약자에 천착하는 그녀는 다시 없을 독특한 여자임에는 분명하다. 

김현진씨, 고맙습니다. ^.^
역시나 '올해의 인물' 수상자에게 줄 수 있는 건 뭐, 그냥 내 고마운 마음.^^;
더불어 커피 한 잔 정도는!  아,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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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가 묻는다, “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신가”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저자 김현진

10여 년 전, 한 신문기사. 제도권 교육의 철조망을 훌쩍 뛰어넘은 소녀의 도움닫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음, 뭐랄까. 그렇게 하고 싶다는 어줍잖은 생각만 피우다가,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그저 못난 졸업장만 받아들었던 찌질청년의 부러움이랄까. 궤도를 벗어난 자발적 탈주자에 대해 ‘불량’이라는 딱지를 붙이길 서슴지 않는 사회는, 그에게도 ‘불량소녀’라는 타이틀을 붙여줬지만, 소녀는 아랑곳 않는 듯 보였다. 뎀벼라, 세상아.

그 도움닫기의 일환이었던 책, 『네 멋대로 해라』. 이 (장 뤽)고다르스러운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포스. 그래, 틀은 가라. 기성의 권위에 싫증나고, 토할 것 같은 자들의 외침 같은 뉘앙스. 이 용감무쌍하고 씩씩한 소녀의 탈주에 나는, 마음으로 작은 응원을 보냈다. 마침, IMF 등을 들먹이며 정글자본주의가 더 깊숙하게 파고든 이 땅에서 살아남기를. 그 이름, 김.현.진.

이후로도 미디어 등을 통해 접했던 소녀는, 아니,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성인이 된 그는, 기대와 응원에 어긋나지 않게 씩씩했고, 불온했다. 휴. 그래, 버티고 견디고 있구나. 때로는 동시대를 함께 껴안으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따뜻함을 느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허물을 과감히 벗어던진 소녀는 어느덧 나비가 되어, 힘찬 날개짓으로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특히, 그는 소외되고 음지에서 싸우는,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열혈 DNA를 품고 있었다.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단식투쟁에, 쌍용차 파업현장에, 용산참사의 현장에, 그는 있었고, 썼다.

김현진, 그가 살아가는 방식

여기서 잠깐, 그의 이력을 보자. 무릎팍도사의 건방진 도사가 읊조리면 좋겠으나, 개그맨 유세윤이 바쁜 관계로.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왔다.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동 대학원 서사창작과에서 고학생 겸 직장인으로 빡세게 살았다. 지금은 실직 상태다. 도시빈민으로 살고 있지만, 기는 죽지 않은 씩씩한 여성. 세상과 맞장 뜨며 이십 대의 막바지를 치열하게 불태우고 있다. 항상 지는 편에 붙는 ‘내 감정주의자’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우후훗~

세상을 향해 불온하고 정당한 분노를 주로 터트리던 그가 이번에 건드린 주제는, ‘연애’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김현진 지음/레드박스 펴냄). 책 소개를 살짝 하자면, “A급 연애는 못하고 늘 B급 연애만 하는, 늘 지는 연애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이십 대 여성 동지들의 영혼에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이다. 책 제목은 <더 컬러 퍼플>의 작가 앨리스 워커의 동명 시에서 땄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버림받은 자가 되어라/네 삶의 모순을 숄처럼 몸에 두르고/날아오는 돌을 피해라/네 몸을 따뜻하게 하여라…”


무엇보다, 나는 그가 이 땅에 서 있는 방식 때문에라도, 공감했다. 나는 일상을 버티고 견딘다. ‘잘 살고 있냐?’는 물음 앞에 내가, 늘 대답하는 방식이고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는 방법이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듯, 내게 삶은 버티고 견뎌야만 취득할 수 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사는 건 그냥 사는 게 아니고 버티고 견뎌내는 게 사는 거라고, 길고 장중한 대서사시 같은 게 아니라 이를 악물고 살아낸 오늘, 더러워서 못살겠다고 불평하면서 버텨낸 오늘, 그 구질구질한 시간들이 지겹게 쌓여가는, 그따위 것이 인생이라고. 지겹다고 못해 먹겠다고 안 살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거라고.”(p.116) 빙고.

그는 그 버티고 견디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연애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는 이런 사람. “나는 살려고 번번이 사랑에 빠졌다. 살기 위해 사랑하는 것처럼 절박한 게 어디 있나. 적어도 결혼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보다는 정직한 일이다. 조건이고 얼굴이고 뭐고 본 적 없이 언제나 아무 대책 없이 사랑에 빠졌다.”(pp.116~117) 연애란 그렇지 않나.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드라마 <연애시대> 중에서)

연애는, 사랑은, 또한 그 자체로 불온하다. 그것은 한 세계를 통째로 바꾸기 때문이다. 아니 두 세계인 셈인가. 그것은 도저하게 견고한 세계라도 일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포스를 가졌다. 한 우주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힘. 연애를 해본 당신은, 분명 동의하리라. 사랑은 종종 지독한 서정이기도 하다. 세로토닌의 분비로 인한 환희와 그 이면에 폭풍처럼 달려드는 괴물 같은 고통의 뒤범벅. 맞다. 환희와 고통은 같은 감각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배운다. 

나는 트루먼 카포티의 이 속삭임을 믿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이 속삭임의 실상은, 그렇지 않은 우리네 사람살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는 까닭.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연애도, 살기 위한 연애도 좋다. 모름지기 연애는 그런 것. 김어준 딴지 총수가 그러지 않았나. “두근대는 기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장, 사랑받고 있단 포만, 뜻대로 안 될 때의 탄식, 섹스하는 격동. 그 모든 걸 오감으로 누리는 거다. 그 외는 다 잡소리.”

ⓒ 문홍진


김현진은 이 책을 통해 B급 연애에 대한 무한 애정과 연대를 보낸다. 당신의 연애기상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난, 하는 연애마다 왜 이럴까,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라치면, 김현진을 불러라. 아니, 책을 읽어도 좋겠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연애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김현진. 그 김현진을 지난달 24일 용산참사를 위무하는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한 인디커피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빚이자, 아픔이자 슬픔이니까. 그럼에도, 김현진은 씩씩했고, 강단 있었다.

그런 느낌 있잖나. 소녀든 소년이든, 이 세계의 흉포함에도 간혹 굴하고 쓰려져도, 이를 버티고 견디면서 훌쩍 잘 자란 성인이 된 것을 보고 무척 반가운. 10여 년의 세월을 잘 견뎌준 것 같아서 고마운. 나도 그 시간을 어떻게든 함께 관통했다는 안도감. 그렇게 나눈 우리의 이야기. 당신도 함께 동참하시라. 특히나, 늘 지는 연애의 허우적대는 당신이라면. “먹고 살기 힘든 이 시대에 우리가 기댈 것은 연애밖에 없다. 사랑밖에 없다. 행복밖에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pp.14~15)

그리하여, 당신의 용기를 위해, 좋은 연애를 위해. 사실 천기누설, 무릎팍도사를 뫼시고 진행했어야 했건만, 그분이 바쁘셔서. 그러니, 그냥 무릎팍도사가 왔다고 생각하고 봐주시라.

아, 참고로, 이 인터뷰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약간의 취기를 가져도 좋겠다. 칼바도스와 예거마이스터를 조금씩 마시면서 글을 쓴, 김현진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테니까. 아, 나도 한 잔 하고 썼냐고? 비밀이다. 꺼억~

“모두들 장사라도 하듯 내 ‘스펙’(이것은 내가 ‘명품’, ‘럭셔리’ 등등과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으로 건질 수 있는 최상의 남자를 잡아서 인생을 재테크(경우에 따라서 이 단어도 몹시 싫어한다.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몹시 천박하게 쓰이니까)하라는 메시지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누군가가 ‘삽질’에 병신 노릇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 똑같이 한심한 연애를 하거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상처를 입은 아가씨에게 한 치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후안무치하겠다.”(p.13) 그래, 후안무치해서 더욱 매력적인 그의 네(사)가지 없음에, 불온함에도 건배를~

(※ 인터뷰를 토대로 맥락은 지장 없이 약간 각색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린다.)

김현진이 시대의 환멸을 견디는 법

- 요즘 고민이 뭔가.

청년실업의 장기화다. 일하고 싶다. (주. 마침 김현진이 앉은 자리의 뒤에는 ‘일하고 싶다’는 절규(!)가 붙어 있었다.) 그것도 그렇고, 당장 나만 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라 전체에 분노의 에너지가 있는데, 이런 게 끓어올라서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2PM의 재범이도 가고. 하하. 나는 2PM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 뭔가 분노하고 싶은데, 그걸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니까, (재범이는) 손을 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희생양이 된 것도 같고. 인터넷 강국이 돼서 강인해 지는 건 SKT, SK브로드밴드, KT 뿐인가. 하하. 사회 전체가 불을 켜고 있는데, 의미 없이 벌겋게 만 돼있고, 연애만 해도 치킨게임만 한다. 그런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뭘 해도 재미없는 그런...

- 세간의 이미지가 말하자면, ‘세다’. 물론, 알고 있겠지? 예스24 스탭들도 인터뷰를 세게 하라더라. 뭘 어쨌길래. 스스로 만든 것, 아닌가.

싸가지도 없어 보이고, 착하지는 않아서 그런가. 하하. 시사적인 글은 못돼 처먹었고, 숨기지 않아서 그런가. 내 스스로를 까발리는 것 같고. 글을 좀 세게 써서 그런가. 성격은 소심한데... 하하.


누군가에 대한 세간의 평은 왜곡될 때가 종종 있지 않나? 그래서 세간의 평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편은 아니다. 내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 평에 대해선 주석을 달기도 한다. 가령, 네(사)가지가 없다는 것은, ‘줏대가 있다’로, 불온하다는 것은, ‘제 정신이다’로, 발칙하다는 것은 ‘발랄하다’로. 사실, 개성이 넘친다지만, 파고 들어가면 몰개성의 시대다.

그러니까, 지금 시대의 불온함이란, 지배세력과 기성세대가 해석 불가능한, 자신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김현진에 대한 오해는 그런 거다. 물론 그는 세간의 평가가 어떨지 고민하지도 않는 것 같다. 멋있는 걸 일부러 택하지도 않는다. 진심을 속일 생각도 않는다. 버리고 택한 길인데, 더 잃을 게 뭐가 있다고. 그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손가락질도 개의치 않을 거다.


- 책 출간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 늦어진 것의 반은, MB와 일당들 때문이라고 했다. MB와 그 일당이 무엇이길래. 

길게는 1년 정도 늦은 것 같다. 작년 가을께 원고를 다 넘겼다. 그런데 출판계가 건국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더라. 환율 때문에 종이값도 오르고. 불황 탓도 있고. 아, 그런 일도 있었다. 작년 기륭전자 노조의 투쟁현장에 가는 바람에 원고를 못 넘기고 있었는데, 편집장이 전화가 왔다. 정규직은 노동자도 아니냐. 앗, 그렇구나. 비정규직만 노동자냐. 하여튼 데모질 하다가 글도 일찍 못 쓰고. 하하. 또 80년대에 그랬듯이, 시국이 어느 때인데, 연애는 무슨 연애야. 그러다, 이 시국이니까 연애지 싶기도 하고.

- 시국에, 확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던 건가.

논개 같은 미모만 있었다면, 아마 일당들이 어떤 물이 있는 부근에서 놀고 있었다면, 자살폭탄테러라도 했을 거다. 푸하하. 아니면 위장취업이라도 해서, 어떻게든 했겠지.

- 하하. 논개의 미모를 본 적이 없어서리...^^; ‘내 감정주의자’라고 했다. 감정이, 마음이 내키는 대로라는 거지? 이 엄혹한 시대를, 시대의 환멸을 견디는 법이 뭔가.

뒤지지만 않는다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버티고 견디는 것. 그래, 난 숨이 안 떨어졌다고. 오케이 오케이. 살아 있는 거지. 그러면, 분명 (이 땅에서) 지분이 있는 거다. (임종인 전 의원 지지선언도 했는데, 선거활동이라도 할 건가) 선거활동을 할 건 아니고. (10월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나서는) 임종인 전 의원이 그런 약속을 했다.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사태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체력단련을 거듭해 최소한 혼자 10명은 막겠다고. 덩치 크고 잘 생긴 이 양반이, 고민을 하시더니 10명은 해 보겠다는 거다. 그것도 정말 진지하게. 어, 귀여운 맛이라도 있네. 그 아저씨가 그 아저씨지만, 최연희 얼굴 보는 것보다 낫겠더라.


그러니까, 그는 알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임을. “남 목 잘린 것보다 내 손가락 베인 게 더 아픈 거긴 하지만, 나의 요까짓 고통보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거대한 고통이 많다는 걸 아는 건 당장은 쓰라린 배움이지만 꼭 알아야 할 공부더구나. 내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어른의 시작이더구나. 씁쓸하더라도, 그 배움이 아파도, 알고 싶지 않더라도, 인간이란 그렇게 해서 자라야 하는 거더구나.” (p.173)

아마도 그의 속에는 세상의 아픔을 감식하는 무엇이 있으리라. 특히나 그 감식한 것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 뭘, 이라며 지나칠 수 없는 DNA도 있나보다. 아니, 본능적으로 내가 외면하면 그 전에 아무런 악의도 없는 누군가에게, 시스템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내가 외면하면 나 역시 외면 받게 되어 있는 것, 이라는 프로그래밍이 돼 있는 것?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불평만 해선 되는 게 없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김현진, 연애와 여자․남자를 말하다

ⓒ 문홍진


- B급 연애 탈출기라고 부제가 돼 있다. 본인도 진짜 B급 연애 탈출했나?
출판사에서 정한 거다. 하하. 나는 그냥 ‘B급 연애’로만 하자고, 끝까지 개겼는데. 나는 탈출하지 못했다. 하하. 출판사에서 그러더라. 팔릴 만한 제목으로 하자. 희망을 줘야지. B급 연애라고만 하면 어떻게 되냐. B급 연애 이 짓 좀 하지 말자고 해야 사보지 않겠냐.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사랑을 해보고 상처받는 것이 낫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한 거야. 여자는 참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단순한 동물이란다. 근데 남자들은 참 그걸 모르지. 여자는 그냥 허영심으로 한평생 사는 거야. 그토록 사랑받았던 기억. 그거 하나만 있다면 고통스러운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낼 수 있는 동물이지.”(pp.173~174)

- 뭐냐. 본인도 탈출 못하면서. 그래도 함께 탈출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하하. ‘된장녀’ 얘기도 했다. 사실 좀 웃기는, 부박한 시선이다. 꼭 연애도 못 하는 것들이 그런 얘기 하지 않나? 그런 놈들은 ‘막장남’일 가능성이 더 크지. 커피보다 수 백 배 더 비싼 양주를 폭탄주로 제조해서 들이키면서 주지육림으로 니나노 하는. 막장남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오빠들 그러지 좀 마. 오빠들 힘든 건, 알겠는데. 그래봤자 오빠들이 욕하는 그런 여자들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거. 걔들은 정작 (그렇게 불리는 것에) 신경도 안 써. 그러거나 말거나. 엄한 용기를 왜 그런 데 쓰니. 팔굽혀 펴기나 한 번 더 하시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얼마나 속상하면 그럴까 싶어서. 아무도 자주지 않는 자들의 비애랄까. 하하. 


자판기 커피 한 잔 300원. 그렇게 익숙하게 지냈던 사회라서일까. 스타벅스를, 원두커피를 문제 삼는 건 그런 거다. 특히 어떤 몰지각한 남자들. 자판기 막장남자라고 하자. 그들은 5000원 밥을 사먹으면서 술집 가서는 수 십 수 백 만원을 펑펑 써댄다. 그것도 아가씨들 옆에 끼고. 김현진의 말마따나, 아무도 자신들과 자 주지 않다보니, 욕구불만 때문에?

- “슬프게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여자들이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최선’ 혹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적어도’ 혹은 ‘그나마’일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렇게 힘드나.

쓰레기통을 엎은 다음, 도둑고양이는 새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이거라도 어디냐,며 킁킁 거린다. 아직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는 거지. 다행이다. 지탱하겠구나. 또 하루 지탱했구나. 남자들은 꽤 금방 무언가를 얻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쉽질 않다. 여자들의 섹스 첫 경험은 강간일 경우도 많은데, 데이트 강간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가 싫다고 했어야 했는데, 주변에서도 니가 몸을 소중히 했어야지라며 2차 강간을 하기도 한다. (남자 선택을 위해) 처음에 품었던 목표가 10이라면, 6.5 정도나 되면서 제대로 성취도 못했는데, 그냥 포기해 버리고.

여자들을 위한 연애지침서도 많은데, 남자를 고를 때, 니가 멍청하다, 똑바로 정신차리라고 윽박지르고 협박을 한다. 잘못하면 안산이나 동탄 재개발 지역에 살 수도 있다며,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33평 이상 아파트에 사는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될 것 아니겠냐고. 그런데 정작 그 남이 없다. 실체가 없는데, 열등감만 키우고. 이상하게 여자들은 돈도 뜯기고, 애도 떼고, 자기 돈으로 남자 먹여 살리고. 이게 아닐 거 같은데.

- 사랑밖에 난 몰라. 페닐에틸아민 정키의 고백이 애틋하더라. 살기 위해 사랑하는 것. 완전 동감했다.

생존 투쟁이다. 사는 게 투쟁이지. 생활고 때문에 힘들었는데, 학교 다닐 때가 되게 심했다. 등록금도 비싸고. 그러면서 알바도 하기 싫은데, 해야 하고. 그럴 때는, 내일과 모레 누구랑 만난다는 약속을 잡았다. 만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밀고 연애했다. 상처도 받고 주고, 미안하기도 하고. 하하.


그는 그렇게 살기 위해 사랑했다. 마음과 함께 몸으로 사랑을 배운 거다. “누가 뭐래도 그 사람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여자건만 사랑밖엔 난 모른다고 흥얼대며 가슴이 절절해지는 나는, 나의 사회적 자아를 철저히 배반한다. 그렇다. 사랑밖에 난 몰라, 라고 말하는 나는 정키다. 이름하야 페닐에틸아민 정키. PEA(phenylethylamine junky) 사랑에 빠졌을 때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노릇을 하여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 미친 듯한 페닐에틸아민이 나를 간신히 삶에 붙들어놓았다. 그 사람 만나려면 살아야 하고 그 사람 만나서 같이 놀려면 돈이 드니 당연 돈 벌어야 하고, 그 사람한테 예쁘게 보이려면 술도 먹지 말고 좀 예뻐져야겠고 어쨌든 여러 가지로 돈이 드니까 계속 돈 벌려면 나에게 일 시켜주는 사람들한테 잘 해야 하고, 페닐에틸아민이 나를 그나마 사회인으로 만들었다.”(pp.115~117)

- 두 번에 걸쳐 언급됐다.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는 말. “그 수많은 연애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공부하는 놈이 이긴다는 것이다.”(p.169)

최근 친구랑 술 먹다가 결국 맥이 풀렸던 게, 자기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집착하고 좋은 사람은 다 보냈던 거다. 많은 연애지침서들이 말하는 게, 자신을 막 꾸미지 말고 몸값을 높이라고 하는데, 대체 그 몸값은 누가 정하는 건가? 다우존스?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을 하고 잘 나가는 놈을 꼬셔야 한다는 건가? 들쑤시지 말란 말이야. 사실 어느 거지 같은 연애도 안 하느니보다 낫겠지 생각했다. 박살이 나기도, 박살도 내기도 했고. 사람에 대해 아직까지 내가 이해할 경우가 남았나, 이런 거만한 생각도 했다. 연애도 공부를 해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길을 가야하나 싶기도 한데, 하하. 착취만 당하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 고양이와 남자에게 매번 속는다며? 지금은 어쩌면, 그것을 즐기는 경지 아닌가?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부둥켜안지 않는다. 팔에 상처를 입어서. 하하. 사실 개를 더 좋아한다. 먹고 살려다 보니, 얘기하자면, 굉장히 저질스럽게 써야 할 글도 있다. 그럼 되게 쓰기 싫잖나. 그런데, 헤어진 걔가 혹시 봤는데, 그걸 보면 얼마나 무시할까 싶어서, 하다못해 수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시선도 의식한다. 살아남고자 하는 거지.

-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는, 곧 끊임없이 사랑하라는 말로도 들린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말라는 건, 모두의 연인이 되자는 얘기인데, 다 같이 붙어먹자는 얘기는 아니고. 하하. 뭐랄까. 서로한테 너무 연민이 없다. 예뻐 해주고, 다독여주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서로 더 엄격하고 굴고. 그게 뭔가. 서로 예뻐 해주고, 서로의 연인이 되어주지 않으련. 그런 거다. 너무 서로를 잡지만 않는다면.

- 김현진이 생각하는, ‘코스 판 투테(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는?

어쨌든 넌(남자는) 알 수 없을 거야. 열 받지 짜증나지? 이것이 여자라는 거야. 미안하다. 니들(남자들)이 똑같이 했잖아.

김현진, 착실하게 제대로 나이를 먹는 사람

ⓒ 문홍진


- 이 책,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 슬픔도 있고. 한나 아렌트도 그랬잖나.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사례 조사도 많이 했겠던데.

이전까지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아무도 안 써서 내가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들은 그렇게 안 사는데, 내가 남이 돼주지, 다들 니 생각 같은 건 아니거든 하면서 썼다. 사실은 조사라고 특별히 할 것도 없다. 주변 애들한테 술만 조금 먹이면, 반포강남이 아닌 애들은, 조금만 건드리면 가을밤나무 치듯 후두둑 떨어진다. 아무도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 착실하게 나이를 먹고 있다고 했다. 나이듦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지금-여기엔 나이듦이 질병처럼 인식되는, 이상한 동안 열풍이 있는데, 별로다. 김현진 만의 나이를 먹는 기술이 있다면.

마음은 다 늙었다. 하하. 아무리 어려 보이려고 해봤자, 원더걸스처럼 어려질 수도 없는데, 자원들을 낭비하는 셈이랄까. 이제 글쓰기가 10년 됐는데, 그땐 앙팡테리블 분위기였는데, 이젠 나도 한물갔다. 좀 살살했으면 좋겠다. 너무 애쓰는 것 같다. 친구가 논어, 공자 말씀을 쭉 훑어 봤는데, 결론이 그거라더라. ‘너무 애쓰지 마라. 다들 너무 애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도 아니고.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다. 너무 열심히 살면서 국가경쟁력이니 브랜드가 어쩌니저쩌니. 살살 해라. 용산참사에서 희생당한 분들이 어디 열심히 안 살고 농땡이 치다가 그랬나. 열심히 살다가 이렇게 희생당하신 거다. (국가에선) 되게 열심히 애를 낳아라, 왜 출산율이 낮냐, 이러는데 못하겠다. 그 판에서 빠지고 싶다. 애들도 괜히 속으로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겉으로 약아진다. 니 거주면, 나도 줄게. 쪼잔한 치킨게임 하면서 얼른 발 빼고. 이기는 편이 아무도 없다. 좀 살살해야지, 원.

- TK출신에 목회자 부친을 뒀다. 말하자면, ‘돌연변이’인 셈인데, 어떻게 반골이 될 수 있었지?

아니, 나도 뼈 속 깊이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이지는 않다. 살면서 남들이 파격적이라고 얘기할 때마다, 이 정도 갖고 파격적이라니 이 놈의 나라는... 하하. 파격이 발에 채이는 정도가 돼야 빙하는 녹고 지구는 멸망하는 거다. 난 그저 상식적으로 살고 싶은 거다.

어릴 때, 보수적인 환경이었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 싶었다. 어릴 때부터 매를 버는 상이었다. 하하. 난 상식적으로 얘기를 하지, 반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본능적으로 지는 편을 든다. 약자 입장에 안 처해봤으면 모르지만, 여성, 지방출신, 자퇴, 비정규직, 청년실업 그 밖에 여러 가지를 겪었잖아. 없는 편에서 그렇게 일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의 DNA에는 소수자․약자를 향한 나침반이 있는 게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풍족하게, 가진 것이 많은 인물이었다면, 그는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가 십대 때부터 선택해서 돌파한 삶이, 그에겐 덕지덕지 묻어있다. 온 몸으로 체화한 삶의 현장이. 거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길어 올리면서 연애도, 사랑도 함께 했다. 최근에만 해도 촛불, 기륭전자, 강남성모병원, 용산참사, 쌍용차 공장까지. 사랑은 현실과 유리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줏대 있고, 상식적이고, 발랄한 그는 인세와 원고료 일부를 기륭전자 비정규직 분회에 기부한다.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도시빈민’임에도 그는 연대를 위한 실천에 나서고 있는 거다. 아마, 당신이 책을 사서 읽는다면, 당신도 그와 함께 세상을 덜 슬프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게다.

참, 김현진이 권하는 아가씨들을 위한 연애의 법칙. “첫째, 평범한 남자에게 목숨 걸지 마라. 둘째, 모든 남자는 다 평범하다.”(p.180) 책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평범함에서 한참 모자라는 남자니까.^^; “험한 세상에서 마음 약한 아가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나를 무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주 대놓고 밟는다는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내가 싫어 죽겠어. 너무나 한심해’ 이런 생각만은 해서는 안 된다. 초고속으로 남자의 밥이 되는 방법은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이다.”(p.113) 멍~ 때리지도 말 것.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멍한 태도가 아닌, 교활해질 필요도 있다. 세상은 무섭고 사람들은 추하니까.

아울러 사랑을,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어떤 눈동자에 대한 소고.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사랑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뢰에 찬 눈동자는 의외로 사람을 강하게 지탱해줍니다.”(p.178)

연애를 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고? 비겁한 변명이다. 돈 없어도 가능한 것이 때론 연애다. “자본주의는 굶주림과 열패감과 열등감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성장하거든요. 돈이 없으면 재미있게 못 놀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돈이 없으면 한없이 불행할 것처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 순응하지 말고 이겨냈으면 좋겠네요.… 제일 좋은 건, 돈 없이 노는 법을 익히는 거예요. 돈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건 지갑만 빵빵하면 개나 소나 할 수 있지만 돈없이 재미있게 도는 건 정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에요. 머리가 좋고 매력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이 연습은, 비단 연애뿐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인생에도 힘이 됩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손쉽게 재미를 누리는 거지만, 돈 없이 재미있는 건 힘센 추억이 돼요.”(p.187)

그리고 책을 보며 울컥 했던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 골방에서 농성에 돌입했다가, 강제 진압 혹은 투항하면서 소리 높여 울었다는. 엄마가 토닥여주길 바랐고, 안아주길 바랐던 한 소녀의 모습. 그것을 꿈이라고 했다. “때려도 좋으니까, 얼마든지 밀쳐내도 좋으니까, 울고 있으면 딱 한 번만 달래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누구누구, 울지 말라고.”(p.151) 사랑하고 싶다면, 그래, 달래주고, 꼭 껴안아주라.

그저 모든 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연애, 사랑, 실패한다고 죽지 않는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에서 꼬꾸라진다손 죽진 않는다. 그저 삶의 낙이 뺏길 뿐. 가을이 없어질 뿐. 김현진과 싱크로율 120%, 야구였다. 더욱이 같은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 역시, 말도 안 되지만, 야구 좋아하는 여자는, 다 예쁘다.^^; 나는 그렇게 늘, 씩씩한 언니들을 응원한다.  

김현진의 일갈로 마무리한다. 베이비. “괜찮아, 베이비, 우린 살아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야.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살아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계속 살아 있자. 그래도 삶은 계속되니까. 그거 견디고 살아남으면, 베이비, 마음의 키는 더 자랄 거니까. 안 죽어. 안 죽는다고, 세 투트.(Cest tout, 이거 다예요)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 얼마든지 사랑하고 얼마든지 실패하자. 안 죽는다. 코시 판 투테.(cosi fan tutte, 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p.14)
[예스24 기고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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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진중권 교수 얘기하면서 잠깐 언급했지만,
생전에 꼭 알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분,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

81세 생신 축하를 받곤 쑥스러워 하시는 촘스키옹...ㅎㅎㅎ

알고보닛 오늘, 생신이시닷! 와와와~
1928년, 이 지구별에 왕림하셨으니 올해 81, 여든 하나. 산수(傘壽)도 훌쩍 넘어서신. 

지금 거주하고 계신 미국 메사추세츠주(MIT 언어학 석좌교수)는,
시차로 인해 8일이 약간 아니 됐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한국 땅은 8일이니까, 감축드려도 무방.
나 말고도, 많은 이들, 숱한 지성들의 축하 인사도 받으시겠지만, 이 머나먼 땅에서도 한자락 축하를 보태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 촘스키 할아부지!
생신 ㅊㅋㅊㅋ용~ ^.~

수잔 손택도 없는 이 지구별에서, (아, 글고보니 오는 28일 손택 할머니의 5주기로군요..ㅠ)
부디 좀 더 오래 버텨주세요. 내 이십대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그려준 촘스키 할아버지.
멀리서나마, 준수가 축하 인사 한마디 보냅니다. ^.^

"나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나를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염려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해주면 고맙겠습니다."

그 염려 덕분에, 저는 이 세계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CHOMSKY.INFO


2009/03/06 - 타인의 고통에 삼투압한 세계의 지성, 수잔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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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3년 8월28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세기의 명연설(물론, 표절 의혹이 있긴 하나)을 한 날이야.

그리고 46년이 지난 2009년 8월28일,
나는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F4'를 만났어.
워워, 구준표, 윤지후, 소이정, 송우빈 '따위', 아니지.
내 가슴을 팔딱팔딱 뛰게 만들고 뇌 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린,
지금-여기의 판타지도 아닌, 망상도 아닌, 손발 오그라들게 만드는 F4.

20대 내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새긴 분 중의 한 분인,
김규항 샘을 비롯한, 
우석훈, 진중권, 홍기빈 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짜사회학》출간기념 대담회 “괴짜 학자들, 한국사회를 뒤집어 보다”

이날 F4를 만난 가슴 뛴 기록은, 

조만간 이곳에 다시 긁적이겠으나,
아, 정말이지 오르가슴을 잔뜩 느낀 날이었다오.
질질 쌌지, 쌌어.


4시간을 넘어서 진행된 이 오르가슴은,
뻥 튀겨서 세기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일이 아닐까나, 혼자 생각했쥐.

다른 무엇보다,
킹 목사의 명연설이 있던 날,
46주년이 되는 이날, 나는 F4를 통해 또 하나의 용기와 위안을 얻었어.

이날을 관통하는 어떤 포인트.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새로운 삶에 대한 선택이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니가 알다시피, 난 찌질한 장삼이사다보니, 
작은 산들바람에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휘휘 나풀거리잖아.
그것이 당연하다고, 인간적이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윤활유가 필요하고,
남루한 꿈이라도 토닥거려줬음 좋겠거든.

이날의 감동폭발은 이것.
끝나고 사인을 받으러 갔더니,
김규항 샘이 어흑, 우리 본 적 있지 않냐며,
어렴풋 기억을 해 주시는 거 있지. 완전 초감동!ㅜ.ㅜ
한 5년 전 일산에서 김규항 샘과 커피 한 잔을 나눴고, 
《예수전》 출간기념 강연회에서도 뵌 적이 있었지.
이 불초소생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려주시다니,
아, 듁어도 조아조아효~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나는 벅찬 가슴을 안고 혼자 중얼거렸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히히. 8월28일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책이 바로, 《괴짜사회학》!


이 녀석도 좋은 가벼ㅎㅎ


이렇게 F4의 흔적을 담았기 때문이라지...^.^


우석훈 샘은 이렇게 말해줬어.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 난 어느새 '우리'가 돼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지 말자규! 버티고 견디자규!!



홍기빈 샘은 이렇게. "좋은 생각, 좋은 인연!" 아무렴, 우리는 그렇게 연결된 인연인 걸~ 좋은 생각을 갖고!


참, 내 인생의 현재 진짜 F4는,
고종석, 김갑수, 김규항, 조병준 샘이야.^.^

나는 운 좋게도,
네 분을 직접 눈 앞에서 알현했더랬지. 흐흐.
 ☞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
고종석 선생님을 만난 날,
커피 한 잔, 이야기 한 자락을 버무렸던 풍경, 보실래요?

언젠가, 이 F4를 모시고,
나의 커퓌하우스에서 이 분들을 알현할 기회가 온다면,
나는 또 질질질 흥건하게 싸고 말테오!

덧붙여,
진쑤기(왕지혜)도 함께 있으면 나는 죽어도 좋으련만!
줄 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아깝지 않을,
바로 그 사람 오직 한 사람!
아, 오늘이 마지막회인데,
가슴이 아포 아포..ㅠ.ㅠ

참, 넌 니 인생의, 지금 F4는 누구니?
갑자기 궁금해져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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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 완전 공감플러스요.
나, 대한문과 봉하마을 분향소 가보고 몸으로 직접 느꼈소.

남녀 공학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윤은진 교사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얘기를 해 보면 성별 차이가 조금 있다”며 “남학생들은 ‘정치는 뻔하다’며 자신을 더 경쟁력있게 만들려는 면이 강한 데 반해, 여학생들은 비판의식을 더 발전시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결식 뒤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나온 이윤경(18·고3)양은 “남자애들은 노무현 대통령 얘기를 해도 반응이 없다. 스포츠나 게임 얘기를 더 좋아한다. 여학생들은 점심시간 때 텔레비전을 켜 놓고 영결식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 10대 여학생, 정치에 눈뜨다

우리 수컷들은 목소리만 크고, 남과 비교해
우쭐댈 줄만 알지.
타인과 공감하고 타인의 고통·슬픔에 조응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듯 하오.

난 수컷화 되고 있는 남자 쉑히들보다,
우리 세계를 고민하고 짊어질 여성 청소년들에게 우리 미래를 믿고 싶소.

(출처 : 한겨레 21)

음, 본의 아니게,
여성 청소년들을 추앙(!)하는 '롤리타신드롬 변태 아자씨'가 돼버렸지만,
정말 그대들에게 커피 한 잔씩 돌리고 싶소.

아울러, 그대들에게 부탁 하나 하자면,
부디 찌질한 수컷들에게 기대지 마시고!

모쪼록 부디, 수컷이 아닌 분들은 이 청소년들을 부탁하오!

도정일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하는 질문.

그리하여,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그들의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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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101주년.

글쎄, 사실은 축하할 날인지는 모르겠다.
여성의 권리와 지위가 충분히 보장되고 향상됐다면,
진즉에 없어졌어야 할 날이 아닌가 싶어서.
그만큼 이 세계의 여성들은 여전히 억압받고 불익을 받고 있다는 것 아니겠나.

멀리 볼 것도 없다.
지금-여기의 현실만 봐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악'소리가 난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1%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다.
지난 1월 남성 취업자는 1만9000명 줄었으나,
여성 취업자는 8만4000명이 줄었다.(통계청)
(☞ "일하는 아줌마·할머니 '악' 소리 낼 힘도 없어요"
[3·8 여성의날] 구조 조정·임금 삭감 1순위…여성 노동자의 비애
)

지금의 공황이 빌미다.
사정없이 칼날을 내치는 수컷들의 비겁함은, 아무래도 역사적 전통인가.
마초노가다 출신 '박쥐(주. 거꾸로 읽을 것)'는 한결 더한 놈이다.
여성 인권이나 사회 참여는 여느 부문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마냥,
한참을 돌려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뒤떨어진 부분인데 더욱 매몰차다.
약자를 긍휼히 여기고 돌보는 것이 진정한 보수주의적 색채이거늘,
이 텐버드들은 무슨 '보수보수' 따라지 합창만 늘어놓지, 꼴통수구수컷들이다.
뇌 구조를 전면'보수(補修. 고쳐 수리함)'해야만 하는 보수주의자들이긴 허지.

어쩌다가, '본투비마초'가 세상을 움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재했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한마디로 '놀랐다'.
그 여성들이 지닌 힘과 능력부터,
그것을 억눌렀던 시대나 사회(정확하게는 남자)의 흉포함까지.
나는 수컷들이 얼기설기 짜놓은 이 세상이,
얼마나 허구인지, 부시 같은지, 박쥐 같은지, 좀더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

이 연재를 통해 나는, 빈말이 아니라,
가능하면 여성(여성의 탈만 쓴 '바끄네' 같은 여자수컷마초들 말고)들이 세상에 좀더 큰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확신하게 됐다.
이 모든 전쟁과 분쟁, 피는 온통 수컷들에게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할리우드 배우에서 지금은 사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아 패로'의 이말.

"딸들에게는 확신을 가지고 삶을 살라고 말하고 싶다. 원하는 삶을 살고 사회적으로 환원하도록 가르치고 싶다. 나는 여성들이 이 사회의 의사결정과 정책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는 분쟁이 생겼을 때 평화적인 해결을 하도록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구상에 일어나는 분쟁들의 원인은 남성이 제공한 바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수컷이라면, 공감해야 할 이말.

남자는 맞아야 한다.
부제는, 성차별과 편견에 대한 수컷 반성기

아는 분이 낸 책이다.
양성평등 카툰모음집.
많이 사 주시라.
아, 그런데 맞아도 정신 차릴까.
맞아서 정신이라도 차리는 수컷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으니,
여성들이여, 거둬주시라.

그리고 이 엄혹한 시대.
여성노동자가 일궈논 '여성의 날'.
여성들이 다시 들고 일어설 때,
나는 당신들 편에 서서 돌을 던지겠다고 약속한다.
 

2008/03/08 - [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 '여성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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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내가 아는 가장 멋지고 바람직한 '보수주의자'.

현실에서나(물론 그것이 보도된 기사 이상의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서나 그는 늘 자신의 가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웅숭 깊은 주름과 성성한 백발을 부러워했고,
언젠가 나도 저런 주름을 가진 '늙은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오늘, <그랜 토리노> 시사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속으로 울고, 겉으로도 울었다.
가슴을 사정 없이 흔들고,
먹먹하게 만들어버린 영화.

함께 본, 업무로 뺑이 치고 와서 지칠 대로 지친 친구녀석도,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며, 
정말 좋은 영화라며 추켜세울 정도였으니!
영화제가 아니라면 접하기 힘든 박수가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면서 터져나왔다.

영화 속 그는,
여전히 보수주의자였고,
영화는 그런 그의 모습을 간직한 채 마무리된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 것!
차마 '보수'라고 레떼르를 붙여선 아니되는 이 땅의 꼴통과는 격이 다르고,
범주가 다르니까. 비교대상이 아니란 게지.


영화에 대해서는 곧, 다시 씨부렁거리겠지만,
나는 오늘 영화가 끝난 오후 10시 , 마침내, 드디어, 기어코,
양조위,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를 밀어내고, 
내 남자 영화배우 만신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올려놓고야 말았다. 
올해 아직 많은 영화들을 보겠지만,
(난 아직 <체> <밀크> <슬럼독 밀리어네어> <더 레슬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등등 주옥 같은 영화를 아직 만나지 못한 상태다!)
감히 이 영화를 미리 내 '올해의 영화'로 찜 해놓고야 말았다.
(물론 당연히, 바뀔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놓친다면, 혹은 외면한다면,
당신은 올해 꼭 해야할 한가지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존경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선생님.
그까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안 타면 어떻슴까.
오늘 제가 대신 저만의 상을 드립니다. '존경할만한 노장상'!

그래! 수컷이라면 이 정돈 돼야지!
이토록 멋진 수컷, 클린트 이스트우드.
(80 먹은 노인네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군.^^;;;)

P.S... 현지시각 22일 8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보수주의자는 아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름을 닮지 않을까 기대되는 숀 펜(<밀크>)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6수 끝에 오스카를 거머 쥔 케이트 윈슬렛(<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완전 축하! 짝짝짝.

그리하여, 무엇보다 세상엔 없지만 역시나 기대와 예상을 저버리지 않고, 남우조연상을 탄 히스 레저에게도, 구름의 저편을 향해 더할나위 없는 축하와 축복을. 그의 딸이 괜히 눈에 밟혀, 킁. 8개 부문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게도 얼쑤~  나~안, 다시, 인도가 가고 싶을 뿐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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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파, 눈물 난다.
아침부터 너무 울어서 이제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최혜원 선생님을 대신해,
내가 눈물 난다, 눈물 나.
 
“졸업식때 아이들 일일이 안아주고 싶었는데… ”
“시대의 배신에 가슴 아릴 뿐, 후회는 안합니다...”

엉뚱하게, 그 아이들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최혜원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둬서.

아이들아,
가슴 아픈 만큼 꼭 기억해라.
따뜻한 포옹으로 너희들을 가슴속에 새긴 선생님이,
부당한 사회의 폭력으로 너희들에게서 멀어져야 했음을.
무엇보다 너희들에겐 좋은 선생님이 있었음을.

그리고,
공정택. 앞에 '불'자 붙여라.
공정, 택도 아닌 소리다.
똥.덩.어.리.

무엇보다,
나는 최혜원 선생님을 지지합니다.
당신은 그 아이들은 물론 내게도, 영원히 선생님입니다.
나는 당신을, 감탄합니다.
절대로 지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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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해가 저물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지만,
'아듀 2008~'을 외치기 전까지 몇권의 책을 더 읽겠지만,
이변이 없는 한, 《똥꽃》(전희식·김정임 지음/그물코 펴냄)은,
(내가 꼽은)'올해의 책'!

책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고,
그물코라는 출판사 이름도 신선했으며,
출판사 주소도, 익히 보아오던 서울의 어느 동에 자리한 곳이 아니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란다.
멋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그 내용이 압권이다.
김정임 여사님과 그의 아들, 전희식 선생님이 함께한 전원생활!
당신에게도 권한다. 《똥꽃》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필독서, 《똥꽃》
전희식․김정임의 《똥꽃》을 읽고

책과 함께 하는 동안,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따끔거렸다. 그건 내 부끄러움 때문이었고, 내 위선 때문이었다. 나는 가급적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똥꽃》은 그것이 단지 착각이었음을 알려줬다. 그랬다. 이 책은 정작 내 노부모에 대한 예의를 제대로 지키고 있었던가, 하는 뼈아픈 자문을 하게끔 유도했다. 아프고 또 아팠다. 특히나 어머니.


나는 어머니를 다시 생각했다. 2년여 전 위암 수술로 체중이 많이 줄고 아직 수술 전의 입맛을 되찾지 못하신 내 어머니. 그전에도 불효자였던 나는 어머니를 ‘환자’로만 대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움직이는 것이 불안했고, 어머니가 그 전처럼 집안일을 하고자 하시는 것이 불만이었다. 책은 그런 나를 일깨웠다. 어머니를 ‘환자’ 역할에만 머무르게끔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어머니는 어머니 그 자체의 존재였건만, 나는 선을 넘어섰던 것이다. 어머니를 환자의 역할로만 규정해 버린 나의 폭력. 전희식 선생은 치매 어머니를 역할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고 있었다. “소박한 효심만으로 늙은 어머니를 모실 수 없을 것이다.”(p.30) 그렇다. 존재에 대한 예의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돌보는 것만으로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닌데 나는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늙고 더구나 병을 겪은 어머니에게 심신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알려고 하지 않고, 그저 내 멋대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전 선생이 어머니를 서울이 아닌 장수군의 시골집에 모신 것은 그런 이유였다.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가두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도 나는 어머니를 ‘환자’의 틀에 가둬 어쩌면 사육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존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각자에겐 고유한 삶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있다. 늙고 병들었던 어머니이라손 자유의지로 행동과 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것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 하물며 전 선생은 그 의지가 자유롭지 못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그렇게 대했건만,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가족의 간섭과 제재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설혹 그것이 애정일지라도. 가족 사이에 선이 없다는 자체로 그건 폭력이다. 그것이 선의였다고 해도 역할이 아닌 존재를 질식하게 했다면, 그건 비윤리적인 것이다. 전 선생의 어머니에 대한 태도와 자세는 내게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어머니의 존재감을 북돋우고 있었다. 어떤 가치판단 없이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존댓말을 쓰고, 오갈 때마다 인사와 큰절을 올리고, 하는 일마다 꼬박 알리고 허락을 받았다. 치매 어머니를 세상 밖에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혼자가 아닌 존재로 여기는 그 태도가 나는 참으로 인상 깊었다. “치매 걸리면 다 그렇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수롭지 않은 거라고 말은 하면서도 치매 노인의 비난과 의심이 정작 자기를 겨냥하면 열불을 내면서 반박하고 무시하는 것을 나는 많이 봐 왔다.”(p.98)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치매에 대한 편견을 하나 거둬줬다는 것이다. 치매를 단순 병으로 치부하고 치매 이전의 삶과는 단절된, 치료할 수 없는 무엇으로 간주하던 나였다. 그런 면에서 그의 시각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머니 굴절된 삶의 현재적 표현이 지금의 치매다. 오늘의 어머니를 인정하려면 고른 삶뿐 아니라 굴절된 삶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치매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머니 인생은 일찍 사라졌을 수도 있다.…치매는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한 필요한 현상이고 치유의 과정이다.”(p.99) 한마디로 그의 해석 말마따나, ‘포기한 삶의 틈새로 끼어든 이물질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노인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 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나는 정작 알지 못한 채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책이 말하듯,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생각하는 돌봄’이 필요한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식이 없는 삶은 가능하지만 부모가 없는 삶은 없다”(p.250)는 김광화 선생의 언급마냥, 문득 내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밤이 기억났다. 잠자리 들기 전, 나는 갑자기 울음꼭지를 켰다. 아들의 갑작스런 울음소리에 놀라 방으로 온 어머니에게 나는 “엄마가 죽는 게 싫다”고 징징거렸다. 죽음을 처음 인지하던 시기에 어머니의 죽음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날 안아주면서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우리 아들을 두고 먼저 안 죽어”라고 말했다. 그건 물론 거짓말임을 안다. 어린 아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그때를 떠올렸다. 아들을 두고 안 죽는다고 했던 어머니의 그 마음. 나는 그런 어머니를 얼마나 이해하려고 했던가. ‘어머님의 건강과 존엄을 생각하는 기도잔치’를 통해 전 선생이 건넸던 이 말은 못난 아들인 나의 마음을 콕콕 찔러댔다. “내 어머니를 간절히 떠올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없이 베풀고 끝없이 용서하는 어머니 마음을 갖는 것, 세상의 어머니로 살아가리라 다짐하는 것, 어머니를 모심으로써 스스로 세상어머니가 되는 것.”(pp.157~158)

그렇게 어머니와 함께 노인들을 다시 생각했다. 고령화 사회, 실버복지 등을 떠벌리지만, 시류는 그렇지 않다. 노인들을 백안시하면서 ‘어리게 혹은 젊게 보임(동안)’에 대한 과도한 경배수준의 찬사를 읊어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풍경이다. 이건, 늙음 혹은 나이듦에 대한 차별이 명백하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떤 경고다. 누구나 늙고 죽어갈 것을 알면서도 젊음 혹은 동안이라는 이름의 분별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를 향한. 결국 그 분별없는 열정이 훗날 날카로운 부메랑이 돼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리라는 것을. 

무엇보다 나는 책의 노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지 못한, 품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童話)는 있는데 왜 노화(老話)는 없는지, 노인헌장과 노인생활헌장이 정작 얼마나 노인들(의 존엄)을 배제하고 있는지. “노인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p.161)는 그의 말은 명백한 사실이다. ‘육아’(育兒)에는 그토록 애를 쏟고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시노’(侍老)에 무관심한 것은 결국 자신과 사회의 존엄을 깎아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큰 행사나 공공기관은 방문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되고 놀이교사를 배치하기도 하지만 어디에도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갈 수 있는 행사나 공공기관은 없다.”(p.161)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는 것. 그것에 대해 우리는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을 위해서라도, 노인들의 마음에 한 발짝이라도 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전 선생은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사랑은 죽은 세포도 살리고 정성은 통증을 경감시킨다는 체험적 결과를. 노인은 외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같은 하늘아래 숨을 쉬는 존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분들이다. 노인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 얘기에 장단을 맞춰주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일이, 우리네 삶의 품격과 존엄을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도 만들었지만, 내 어머니, 노인, 치매에 대한 새로운 경지를 열어줬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동안을 경배하는 사회보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기 위한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대화를 격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우리 자신의 존엄을 지켜야한다.

충분히 밥값 하고 계시는 내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내게도 닥칠 노년을 위해,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좀더 귀 기울이고 어머니의 존엄을 지키는 아들이고 싶다. 이젠 내가 어머니 등을 두들겨 드리면서, 나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인간과 존엄 그리고 돌봄을 좀더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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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한때 '고종석주의자'를 자처했던 나는,
지금은 다소 그 물이 빠졌지만,
여전히 고종석은, 내게 선생님이고, 보고 싶은 사람이다.

더 어린 시절, 내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새긴 글쟁이라면,
그건 단연코 고종석이다.
(두 명 더 있는데, 한 명은 작년에 언급했고,
나머지 한 명은, 언젠가 언급할 일이 있겠지.)


그런 고샘이, 지난 20일 번개를 쳤다.
앞선 일을 처리하고, 좀 늦었지만, 좋다고 달려갔다.

두번째 만남.
와우~ 대체 몇 년 만인가.
그동안 몇번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
고샘이 갑자기 바쁘시거나,
내 일정이 맞질 않아 포기해야 했던 터.
그러기에 더욱 반가운 시간.
고샘도, 역시 세월을 빗겨갈 순 없는 법.
이전보다 확연히 늙으신 풍모가 됐지만,
그건 내게 일종의 안도를 불러왔다.
고샘도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


본인은 부인하시겠지만,
그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꼰대'가 되지 않은 고샘을 나는 존경한다.
나도 그 세월 속에서,
고샘처럼 꼰대가 되지 않길,
아니 꼰대가 되지 않을 순 없고,
꼰대가 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면 좋겠단 바람, 정도는 갖고 있다.

아울러,
고샘의 희끗한 머리카락과 주름이,
고샘이, 어쩌면 제대로 세월을 머금고 있는 노장임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나는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아는, 고샘은 '쾌락주의자(hedonist)'다.
쾌락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
내가 고샘을 좋아하고 감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역시나 오랜만에 만난 나와 동류의 사람들도 반가웠고.
그렇다. 나는 자랑스런, '고종석 팬클럽(말들의 풍경)'의 회원이다. 하하.


나는 여전히, 아직도, 지금까지도, 고종석을 감탄한다.^^

아래는, 2005년 고종석팬카페, <말들의 풍경>에 가입하면서 적었던,
가입인사.

때는 199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인분을 떠먹게 만드는 만행은 없었지만...
강요와 억압을 품은 공기가 유령처럼 배회하면서 온몸을 휘감고 있던 군대 시절...
그 엿같기 그지없던 '짬밥'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숙성으로 책을 보는데 있어서도 약간의 숨통을 틔이게 했다...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열혈방장의 청년도...
기실 그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젖어 푹푹 매너리즘에 빠져들 찰나...
SK그룹에서 발행되던 사외보를 다시 만나게 됐다...
것도 짬밥의 숙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거기에 연재되고 있던 고종석 선생님의 '유럽통신'을 만났다...
그것은, 막막한 군생활의 숨통을 틔워주는 산소호흡기였고...
조금 뻥을 보태자면 구원 그 자체였다...
이후 나는 그의 팬을 자처했다. 유럽통신 전도사가 됐고...

친구들에게 무작정 권했다... 당근 단행본도 샀고...
그 인연도 이제 10여년에 다다랐다...

나는 그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읽었으며...
아직도 그렇게 배우고 있다...

그의 글, 혹은 그를 보는 일은...
그때 그 시절마냥...
너절너절하고 구질구질한 사람살이에 하나의 청량제이자 자극이 되고 ...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있다...

어쩌면...
다.행.이.다...


이건, 몇년 전, 고종석 선생님을 처음 뵀던 첫 정모 모임의 풍경에 대해,
카페에 올렸던 단상. 제목하야, <고종석, 미안하다 사랑한다>

10년의 기다림... 그리고 해후...
그건 <냉정과 열정 사이>에나 있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더구나 그들은 미덥잖지만 '약속'이라두 있지 않았나 말이다...

어떤 기약도, 약속도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느냐,와 같은 일방적인 관계...

"어떤 이에겐 대수롭지 않은 가을바람이 다른 이에겐 절절하게 와 닿는다.
어떤 이에게 대수롭지 않은 노래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절절히 와 닿은 노래였다..."고 신현림 시인이 읊어댔듯...  

어떤 이에겐 대수롭지 않은 어떤 만남이...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설렘이고 기다림이었다는 사실...
누구에게 그저 흔하디 흔한,
길가다 발길에 채일 사람 중의 한명이 고종석일지 몰라도...
나에게 그는 내 젊은 어둠의 한 구석에 촛불 같이 존재로 빛을 건네준 존재였다...
그 어느해 대한민국의 축소판, 군대에서 뺑이 치면서,
세상에 빡빡 외마디 신음만 지르던 내게 그가 왔다.
파블로 네루다에게 시가 그랬던 것처럼...

퇴로를 확보하지 못한채 쫓기던 군바리에게,
그는 적진 돌파의 실마리를 안겨준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를 품고 산지 10년...
이번엔 내가 그에게 갔다...

고종석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
의당 그러하듯, 그런 설렘과 기다림의 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법...
질질질~ 바지 끄댕이를 잡고 늘어지는 일상의 포악함(?)은 그저 애교다...
마냥 걷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일성 싶은,
이 서울의 길은 헤매임을 또한 강요한다...
물어물어 밟은 길이 때론 '이 길이 아닌가벼 -.-'와 같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론을 도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의 기다림을 건너 뛴 설렘을 누가 막을소냐...
커튼 사이로 힐끔 삐져나온 '화실'의 불빛이 심장에 펌프질을 해댄다...
"그래 저기다...저기..."
몸을 날려버릴 듯 새차게 휘몰아치는 눈발을 뚫고,
베이스캠프에 도달한 탐험가의 심정이 그러했을까....
.
.
.
조심스레 발을 디딘 화실의 바닥은 내 설렘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듯 삐걱거린다...
그리고 어떤 섬광, 10년.
그 10년동안 미이라처럼 박제돼 있던 한 실체가 내 눈 앞에서 꿈틀거린다...

이런 이런...
내 이십대 청춘에 숱한 얼룩을 남긴,
그리고 삼십대에도 아직 그 멍울의 흔적을 간직케 만드는...
'그'가 눈 앞에 있다...

그리고 자유 혹은 개인 바이러스를 흩뿌린 교주(?)가 지상에 내려와 있다...
놀랍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신도들...
허허... 예상보다 많은 신도들에 순간 흠칫했다...^^;;;
어쩌면 태산 같았던 그의 존재감은,
혹자는 그가 생각보다 키가 크다는 것에 놀랐다지만,
내 경우엔 움츠러든 그의 어깨에, 환상이 산산조각났다...

잘된 일이다.
그의 글에 대한 중독성으로 본의 아니게 만신전에 올려놓았던 고종석을,
현실의 자리로 내려놓을 수 있는 첫번째 계기...

내용물을 토해놓는 와인병이 쌓이는 숫자만큼 술자리는 익어가고...  
그의 풀어져버린 마음과 육체를 보며...
나는 또 한번 므흣~해 했다... 그 역시 나 같음을...^^
그것이 너무 기뻤다...
내 멋대로 얼토당토 않게 높은 곳에 놓았던 그를,
현실의 자리에 붙여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토컨대 나는 그가 뿌린 씨앗을 힐긋힐긋 줏어먹고 자란 '고종석주의자'다...
나는 어떤 '주의'라는 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유주의자가 됐건, 개인주의자가 됐건...
내게 있어 주의 혹은 이즘은,
어쩌면 자신을 속박할 수 있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그런 것을 배격한다...  

그런 한편으로 내 생각과 행동, 사고체계와 인식이 어디까지 고유한 내 것이고,
어디부터 주입되고 흉내낸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다만 일정 부분, 구획지어질 수는 없지만,
고종석의 영향이 지대했을 것이란 관측만 뚜렷하다...

그런 면에서 내가 진정 '고종석주의자'인지, '고종석 유사주의자'인지는 모르겠다..
구럼에도 나는 여전히, 적잖이 그 때문에,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는다...

그날...
고종석선생님은 우상 파괴 공작을 스스로 자행(?)했는지 모르겠으나...ㅎㅎ
나는 그래도...아무리 고샘이 수작(?)을 부려도...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고종석! 미안하다, 사랑한다..."

숱한 고종석주의자, 고종석 유사주의자들과의 회동은 그래서 즐거웠다...
아뒤를 일일이 열거하지 못함을 용서하시라...
고종석이 있기에 그대들을 만났으므로...
또한 나의 목적은 어떤 진중하고 사색적인 대화들보다,
오로지 '고종석 만나기'에 온 신경계를 세우고 있었으므로...

그래서 나의 이번 회동에 대한 단상은...
고종석주의자들을 위하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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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그리고 은임누나.
 4번째 맞은 은임누나 기일.

누나~ 잘 계신거죠?
우리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러진 않죠?
아직도, 여전히, 늘, 감탄하게 되는 은임누나.

내년엔 누나를 위해 작은 추모문집을 만들기로 했다.
누나에게 보내는 우리들의 편지.
하늘로 날리게 될 편지.
To Heaven...



역시나,
누나와 함께 했던 날의 풍경.
가슴에서 함께 했던 누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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