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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털 싱글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82건

  1. 2013.09.15 최동원이라는 커피 by 스윙보이
  2. 2013.03.30 진짜 봄이 왔다, 야구가 왔으니까~ by 스윙보이
  3. 2012.10.22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by 스윙보이
  4. 2012.10.12 눈물 난다,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승리 : 나는 부산 갈매기다! by 스윙보이
  5. 2011.04.30 익숙해지지 않는 죽음, 살아있으니 가능한 프러포즈 by 스윙보이
  6. 2011.04.17 색깔 빠진 노떼의 무력함 by 스윙보이
  7. 2010.10.16 야구, 사람을 살게 하는 한 가지 방법 by 스윙보이
  8. 2010.10.08 의지의 낙관을 뿌리치는 감정적 허탈 by 스윙보이
  9. 2010.10.05 짧은 가을의 끝, 긴 겨울의 시작 by 스윙보이
  10. 2010.10.01 언젠가 세상은, 야구가 될 것이다! by 스윙보이

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지만, 

또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도 않지만,

(이건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의 영향이다!)


어쩌다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멋지게 춤 추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엔 꼭 댄서다.

(이건 <댄싱 9>의 몸이 빚어 내는 아름다움에 매혹됐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것이 단 한 번만이라도, 끝내기 안타를 칠 수 있는 야구선수이고 싶다.

진짜 수컷이었던, 더할 나위 없이 진짜 사내였던, 

한 부산 싸나이 때문이다. 최.동.원. http://swingboy.net/528

(9월 14일, (최)동원이 형님의 2주기여서 그렇다!) 



그리고, 봉준호의 단념을 나는 지지하고 동의한다. 

꼬리칸에서 엔진으로 간들, 지배세력만 바뀔 뿐 시스템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게이트, 세상으로 가는 다른 문을 여는 것이 되레 현실적이다.  

선악 코스프레로 쳇바퀴 굴리는 세상에 대한 단념과 포기이 필요한 이유다. 

세상을 바꾼다는 말 따위, 그 뜨거운 열정을 폄하하고 싶진 않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이유다. 도대체, 이 풍진 세상에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진짜 제대로 단념할 줄 아는 것에서 우리는 현실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설국열차>에서 내가 꼽은 열쇠 말은 음식, 담배, 노동, 혁명, 그리고 단념이었다. 오늘의 커피는, 그래서 최동원이다. 진짜 수컷의 향으로 가득 채운 묵직하고 찐한 테스토스테론의 향기. 그 어느 해 9월 14일, 내게 '최동원'이라는 커피를 주문해주시라. 당신만을 위해 건넬 것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꽃도 샘해서가 아닌,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피운다'(화투연花妬姸)는 꽃샘추위의 철이지만,


그래도 봄이다. 진짜 봄이 왔도다. 

봄비가 살짝 흩날리긴 해도, 오늘부터 봄이 왔다는 사실, 결코 숨길 순 없다. 


왜냐고?

야구가 시작됐으니까. 2013년의 야구가 문을 열었으니까. 

조진웅(배우)이 시구를 하면서 그것을 알렸다. 프프~프로니까! 



졸전이었지만, 

우리의 자이언츠가 봄을 알린 첫 경기에서 이겼다. 봄의 시작, 좋다! 


그리고 오랜만에 봰 윤구병 선생님. 선생님은 내게 이리 말씀하셨다.


있을 것만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세상 빚는데 힘 보태세요. 

좋은 인연입니다. 



아무렴. 

나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는, 좋은 세상. 그런 세상을 향한 봄의 시작.

수운잡방에서 커피로, 먹을거리로 할 수 있는 일. 세상을 향한 우리의 울림.

내가 아는, 수운잡방이 아는 좋은 세상은,

인간끼리의 관계를 넘어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품은 좋은 삶이 있는 세상. 


Posted by 스윙보이

가을이 끝났다. 겨울이 시작됐다. 


오늘, 비 온 뒤 온도가 '뚝' 떨어져서가 아니다.  


2012년의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계절은 그렇게 바뀌었다.  


눈물 난다.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20년 만의 우승은 산산조각났다. 


준플레이오프 승리로 충분하다고 설레발 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노떼가 지는 야구, 겨울이 뜨는 신호. 


이젠 야구 없는 계절, 겨울.


겨울을 맞으라. 


야구 없는 계절, 아다치 미쓰루의 <터치>를 꺼내든다.


노떼 자얀츠, 너 없이 살겠지만.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챔피언이었고 여전히 챔피언이다. 


물론, 노떼 자얀츠 아닌 노떼 자얀츠 팬들 말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눈물 난다.  




이런 가을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고 진심 담긴 뻥 치고 싶다). 



13년 만이다.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드디어'라는 말, 이럴 때 쓰라고 있었구나. 

이것이 바로 가을의 '드라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내 30대를 슬픔 속에 소진한 뒤 끝물에 이렇게 달궈주시다니. 

노떼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의 승리에 미친 듯 좋아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부산 남자다. 부산 갈매기다. 

사직야구장에서 '부산 갈매기' 미친 듯이 부르고 싶어 죽것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만, 

그래도 남은 바람이라면, 

1992년,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20대와 30대의 암흑기를 한방에 날려버릴 우승. 


씨바, 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Posted by 스윙보이

최근, 잇따라 접한 '아버지의 죽음'. 
약간 지나서 알았는데, 마음으로 늘 응원하는 사람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마음이 덜거덕거려서 바로 메일을 보냈다. 글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 씩씩하게 여전히 일상을 버티고 있겠지만, 어느 불꺼진 공간에서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쩌면 안간힘 같은 것으로 이전과 이후가 명백하게 균열을 보이고 있을 아버지의 죽음을 견디고 있을 그 사람. 이런저런 성향이 달라 마찰도 빚었지만, 그 사람은 그렇게 훌쩍 떠난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제(27일) 고등학교 동창놈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불쑥 일상으로 틈입한 비보. 녀석에게도 그랬겠지만, 내게도 그랬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라고 했다. 당일 내려갈 수 없는 상황(하긴, 그런 상황이라는 것도 죽음앞에선 우습다! 비겁한 변명이다.)이어서 어제 내려갔다. 아버님 영정을 보는 순간, 좀 멍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20여 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뵀던 생전의 아버님이었다. 그 아버님이 영정속에 계신다는 사실이 금세 믿기질 않았다. 그리고 그 아버님과 똑같은, 아마도 아버님의 젊은 시절이었을 동창녀석이 서 있었다. 오늘 발인을 했고, 녀석은 지금쯤 before와 after가 다른 시간 속에 있으리라. 2011년 4월27일, 녀석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그렇게 접한 '아버지의 죽음' 앞, 나는 두 세계의 명멸을 생각했다. 
아버님 각각 이름으로 구축됐을 세계. 살아계셨던 시간만큼 이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았을 두 세계가 불을 껐다. 두 세계의 죽음 앞세, 하물며 이별 앞에서도 멈춰야 할 세계는 조의를 표했을까.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두 분은 산산이 흩어졌다. 남은 세계가 그 세계의 뒤를 잇는다.   

신문을 편다.
꼭 살펴 보는 면이 있다. 궂긴 소식, 즉 부고란. <클로저>의 댄(주드 로)은 부고담당기자다. 부고'전문'이 아니라, 부고'담당'이다. 한 세계의 소멸을 다루는데, 어떻게 '전문'이라고 붙일 수 있겠나. 부고를 전담한다해도 '전문'이 되는 것은 불가하다. 나도 기자 시절, '부고담당기자'가 되고 싶었다. 다른 어떤 사건·사고보다 더 중요하고 넓고 깊을 한 세계를 다루고 싶었다. 물론 온전하고 완벽하게 그 세계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게라도 '잘 비워낸 한 생애'에 대한 예의와 경이를 담아 가시는 길에 놓아드리고 싶었다. 허투루 그 삶을, 세계를 다루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그 이름을 보면서 나는 어설프게,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그 이름에서 풍기는 생을 멋대로 상상하기도 한다.

허나, 부고란을 보면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신문 부고란에 나오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신문사에 그것을 알리는 경우인데, 알리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신문에 이름이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특히 직업적으로(혹은 회사가) 화폐 혹은 권력에 밀접하거나 했던 장본인이거나 자제를 둔 경우가 많다. 삐딱하게 시부렁거리자면, 잘난 사람들의 (초상)잔치다. 이런 사람이 상을 당했으니, 어여 가 보시오, 하는 신호랄까. 부고란을 보면서, 나는 꼭 직업과 회사명을 적어야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또 하나 불만인 것은 또 다른 신문에는 누구누구의 모친, 부친으로 먼저 명명이 되는데, 그 이름 자체의 생과 죽음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물론, 부고란에 이름 올라간 것이 죄는 아니고,
외려 거기에 올라가지 못한 이름을 나는 상상한다. 역시 누군가의 죽음이 될 터인데, 신문에 이름을 올리진 못하지만, 그 죽음이 신문에 올라간 죽음보다 중요하지 않게 취급될 이유는 없다. 죽기 전의 생도 마찬가지고. 문득, 그 사람이 보고 싶어졌다. 어느 신문에도 이름이 오르지 못했지만, 아직 살아숨쉬는 그 사람.

이에 맞물렸던 오늘 이 장면에 나는 울컥했다.
요즘 나를 가장 열광시켰던 키타무라 코우(《크로스 게임》) 는 이런 말로 나를 감동시켰다. "사람이 정말로 죽는 건, 그 사람을 떠올리는 사람이 없어졌을 때야." 그래, 역시 넌 감동이었어! 지하철에서 나는 가슴 벅찬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마 지하철에서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떨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면, 그건 나였다.^^;;)

몇 차례 말한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시즌3이다.
시즌1이 친구를 비롯한 선후배, 지인의 결혼식. 시즌2가 그 사람들의 아이 돌잔치. 그리고 몇 년전부터 지금 보내고 있는 시즌3, 친구, 선후배, 지인들의 부모님 장례. 물론 시즌1이나 시즌2가 간혹 중간에 끼기도 하지만, 시즌3가 지배적인 지금, 나는 여전히 세계의 소멸에 익숙해지질 않는다. (남들) 결혼이나 돌잔치는 이제 시큰둥해서 다소 기계적으로 반응하게 되지만, 시즌3의 기제는 그렇지 않다.   

살다보면,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몇 개 있다.  
나한텐 그 중 하나가 한 세계의 소멸, 즉 죽음이다. 각기 다른 색깔과 이야기를 품은 세계가 종말을 구하는데, 나는 어찌 그것에 익숙해질 수 있겠나. 그것은 익숙해지지 않아도 할 수 없다. 평생 나는 얼마나 많은 죽음 앞에서 낯설어 할 것인가. 궁금하면서도 내 죽음의 순간도 떠올려본다. 날 떠올려주는 사람들에게 난 어떤 말을 해줄까. 익숙해지지 않는 어떤 슬픔, 내가 할 수 있는 건 명복을 빌어주는 일밖에 없다. 기쁨보다 슬픔과 아픔이 더 많은 사람의 생. 그 생을 마무리했으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으로 가시길...

아참, 익숙해지지 않는 것 또 하나.
프러포즈. 오늘 한겨레를 보다가 오오~ 단 세줄의 카피. 지혜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추정되는 사진. '선영아, 사랑해'부터 바이럴 마케팅에 워낙 익숙해져 있는 터에다, 다른 면도 아니고 5면의 통광고여서, 짝퉁에도 혐의를 두다가 품새를 보아하니,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짝퉁 아닌 '진품'이었다.  "지혜야, 나랑 결혼하자" 신문광고의 사연은…

한때 다녔던 미디어오늘에서 아니나다를까, 광고의 궁금증을 풀어줬는데, 내가 현재 다니고 있었다면, 내가 궁금해서라도 취재에 들어갔을 것 같다. 그래, 아버지는 돌아가셔도 살아남은 자는 생일을 맞고, 결혼도 하게 될 일이다. 아무렴, 삶은 그렇게 지속된다. 살아있으니 가능한 프러포즈. 그것만큼은 부러울세, 이 친구.


오지랖 넓게 두 마디 덧붙이자면, 한겨레니까, 가능한 광고(여기엔 몇 가지 함의가 있다!ㅋ). 지혜라는 이 여성의 사진, 아마 몰래한 프러포즈니 초상권 허락받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름 진정성이 느껴지긴 하나, 이 여성은 감동했을까, 전국 만방에 이름과 얼굴이 팔렸으니, 당황하면서 화를 냈을까. 커피 만드는 노총각은 괜히 그런 것이 궁금해지는군. 쯧. 하나 더. 7월2일 그들은 결혼할까? ㅋㅋ 미디어오늘이나 한겨레는 그날, 기사 써야겠지? ㅋㅋㅋ (헌데,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 신문을 펼쳐 본 사람들은 스튜어디스 얼굴 한 번 더 보게 되겠군. 저 하늘 위에서 축하받는 기분, 어떨까?)

내 작은 바람이라면, 지혜씨를 향한 서 아무개씨의 공약, '영원히'. 저 단어가 지켜졌으면 좋겠다. 내 유부남 고딩 동창들과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떠들면서 생각한 어떤 사랑들의 속살 때문에! (어쨌든 두 사람, Soul 36.6에 오면 카푸치노와 더불어 생초콜릿 제공, 약속하겠소~)

더불어, 서 아무개씨는 가르쳐주지 말고 그냥 실천하면 더 좋겠고! 감 놔라 배 놔라, 노총각이 미쳤군. 코우는 와카바의 꿈을 이뤘고, 아오바와도 손을 잡았다. 거짓말해도 괜찮다면, 야구 소년과 야구 소녀의 맞잡은 손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아다치 미츠루는 물론 그것까진 말해주진 않아! ㅠ.ㅜ 세계는 그렇게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괜히 묻고 싶어졌다.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

Posted by 스윙보이

그러니까, 덕분에 재미가 없어졌다.

초반 몇 게임 가지고 왈가왈부하긴 이른 감도 있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억지로 하는 인상이다.

그래, 인상 비평에 불과하다만,
리더가 새삼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절감하고 있다.

예견했던 바임에도, 혹시나 했다.
양승호 감독, 로이스터 감독에 비할 양반은 아닌 듯하다.
물론,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서, 섣부른 오판일 수도 있다.

나도 내 느낌이 오판이길 진정 바란다.
과거와 비교하는 것, 좋지 않다.

솔직히 져도 좋다.
문제는, 개막후 지금까지 십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재밌게 해주질 않는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그렇지 않았다.
져도 방망이 화끈하게 돌렸고, 팬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

허나 양승호 체제는 나사가 빠졌다.
재미도 없고, 경기 내용도 없다. 감동? 있을 턱이 있나.

생각보다 경기가 안 풀리니, 이것저것 찔러보면서 무리수만 둔다.
그래놓고선, 뭐어? 판단 미스? 판다안 미스으?

솔직히 그 말을 뱉어내는 감독 앞에,
당신을 감독에 앉힌 게 판단 미스요! 하고 외치고선 도망가고 싶다.ㅋ

봄날이 이리 무력해서야.
노떼 때문이다. 제길, 봄날이 이래서야 되겠어!

부디, 오늘 이 말을 내뱉은 내가 후회하는 날이 오길. ㅠ.ㅠ
로이스터 감독이 문득 그리워지는 봄밤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최근, 아는 사람이 영화 보러 가잔다.
답했다. "아임 쏘리. ㅠ.ㅠ 오늘, 야구 봐야 해."

그랬더니, 야구에 흥미 없는 그 사람, 그런다.
"좋겠다. 야구에 미쳐서. 그렇게 미칠 수 있는 걸 가진 니가 부럽다."

아, 내가 야구에 미쳐 있었던가. 흠. 쫌 그럴 수도.^^;;
오두방정 간혹 떤다. 봄은 야구와 함께 오고, 가을은 야구와 함께 접힌다고 호들갑 떨지.
 
단언컨대, 야구! 사람을 살게 하는 것 중의 하나요!  
오죽하면, 《두산베어스 때문에 산다》는 책도 나오겠냐!
나는 아마 쓴다면, '노떼자얀츠에 살고, 노떼자얀츠에 죽는다'고 쓰겠지? :)

비록, 노떼가 가을야큐에 올라갔다 이내 미끄러지고,
노떼 야구를 지난 3년 간 확 바꾼 우리 교주님,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않아서,
제리교 신자인 나는 무척 화가 난 가운데서도,
한국시리즈를 즐기고, 다시 돌아올 야구 시즌을 아기다리고기다리!!! 

야구장, 다 좋은데, 하나 아쉬움이라면, 
'키스 타임'에 카메라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 
(야구장의 빅재미, '키스 타임'은, 정확하진 않으나,
1970년대 관중 격감으로 고민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관중 동원 아이디어로 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팀과 시기를 정확히 알게 되면 수정하겠다!)  
 
가장 큰 이유는 뻔하다.
거의 서울에서만 경기를 보러 가니, 홈팀 응원석에 앉을 까닭이 없어서다.
원정 응원석은 '키스 타임'이 없다. 홈팀의 '키스질'을 전광판을 통해 관음(!)할 뿐.

그렇다고, 
어떻게든 키스질 하겠다고 홈팀 응원석에 암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ㅠ.ㅠ
아, 사직(야구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아니면, (LG)트윈스나 (두산)베어스 혹은 (넥센)히어로즈 팬인 뇨자를 사겨? ㅋ


뭐, 진부하고, 식상한 이런 얘기들. 
"야구는 인생이다." "인생은 야구다." "야구와 인생은 닮았다."
물론 그 이유도 타당하고 의미 있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무엇을 대입해도 인생은 속속 아귀가 맞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나는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나는 야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본다. 
나는 야구가 주는 빅재미에 살아있음도 느낀다.

천하무적 야구단(천무)을 만났다. 
더 정확하게는 천무의 이경필 코치와 이야길 나눴다.
촬영 중인줄 모르고, 필 코치에게 뭔가 말하러 갔는데,
촬영 스태프들이 엄청 쫑크를 주더라. 된장, 누가 알았냐! 

백지영씨, 와~ 예쁘더라. :)
김창렬씨, 장난꾸러기 이미지 그대로다. 

아래는, 필 코치와 야부리 나눈 기록.

그나저나, 자자 내년 2011시즌, 야구장 가서 함 놀아보자!
홈 구장은 원정 응원석에도 '키스 타임'을 누릴 기회를 달라! 키스 미, 달링~
아울러 (노떼)자이언츠로 개종 대환영! 커피 무료 제공! 간혹 야구장 데려 감!  

야구, 사람을 살게 하는 한 가지 방법
『필 코치의 필 꽂히는 야구 코칭』 이경필


바야흐로, 야구 시즌의 정점. 봄부터 씨앗을 뿌린 야구가 결실을 볼 시점이다. 그러니, 가을야구라는 일컬음에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농축돼 있겠나. 약간 과장해보자. 야구 없이 가을을 이야기하는 건, 가을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뻥’을 튀겨서,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말을 변용하여, ‘올 가을 세상은 야구가 될 것’이라며 오두방정도 떨었다. 물론 가을야구에 탈락하거나 가을야구 도중 미끄러진 팀의 팬에겐 가을이 소멸할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는가.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세상은 ‘야구 맛’에 빠져 있다.

감히 말하건대, 야구는 명백하게 국민스포츠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은 29시즌 가운데 가장 많은 592만8626명이었다. 그전부터 인기야 있었지만, WBC, 베이징올림픽 등을 통해 더욱 불꽃이 튀었다. 그깟 야구가 뭐냐고, 툴툴 거리던 사람까지 휘어잡은 야구의 매력. 더구나, 그간 남성의 스포츠로 알려졌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여성들이 야구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야구 아는 여자, 님 짱 드셈! 와우~ 야구는 좋겠다. 여성 팬이 많아서.

일찍이, 미국의 언론인이었던 레너드 코페트. 명저 『야구란 무엇인가(원제. 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선수와 감독이 일궈 가는 작품, 야구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확실한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당사자의 의지나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내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아, 야구에 대한 가장 적절한 설명중의 하나가 아닐까. 예술로서의 야구, 통합으로서의 야구에 대한 매혹 때문일까. 국회의원들이 사회인 야구팀 ‘이구동성(異口同聲)’을 만들었다. 이런 취지를 덧붙여. “대한민국 국회가 너무 소통이 안 돼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데,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여야가 팀플레이하는 방법을 배우겠다.” 연예인들 야구팀이야 익히 알려진 바지만, 최근 가장 주가가 오르고 있는 연예인 야구팀이 있다. 맞다. 천하무적 야구단(이하 천무).

천무, 그저 예능으로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천무를 보자면, 야구는 그들에게 삶의 자세처럼 다가온다. 야구를 통해 드러나는 생의 한 자락을 본다. 그들의 야구를 통해 나는 또 하나의 야구를 본다. 생을 감식한다. 야구의 ‘ㅇ’자도 모르던 어떤 이들이 어느덧 공을 잡고 친다. 달린다.

그들이 변모한 배경에 코치 이경필이 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전 투수.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해야 했던 비운의 야구선수, 라고 생각했었다. 경기력 높은 프로야구를 하다가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사회인 야구로 와서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편견도 가졌다.

그런데 어라? 만나보니 달랐다. 그는 되레 사회인 야구를 통해 ‘레알’ 야구의 재미와 기쁨, 의미까지 깨닫고 있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사랑은 더 커졌다. 책까지 펴냈다. 『필 코치의 필 꽂히는 야구 코칭』(이경필 지음|아우름 펴냄). 그야말로 역전타! 지난 7일,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리는 날, 내게는 대참사(?)가 있었던 그날! 천무의 야구 시합이 펼쳐지기 전, 청주 야구장에서 필 코치와 함께 야구의 맛을 함께 씹었다.  

한 번 묻자. 당신은 어떻게 야구를 즐기는가? 야구장 티켓 끊고, 유니폼과 독특한 문구의 피켓을 준비해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곁에 두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의 몸짓에 따라 목청껏 응원을 하는 직관(직접 관람)? 아니면 집에서 채널 사수나 지인들과 단관(단체 관람)?
필 코치는 그것도 좋지만, 사회인 야구에도 직접 뛰어볼 것을 권한다.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의 야구가, 일상에 지친 당신을 살게 할지도 모른다.

구기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들어와야만 점수가 매겨지는 종목, 야구.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가 야구가 아닐까, 오랜 시간 야구를 즐겨온 팬으로서 감히 단언한다.

언젠가 끝내기 결승타를 때리고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는 것이 바람 중의 하나인 나는, 그런데 걱정이 있다. 야구가 아스러지면서 가을은 막을 내릴 것이고, 봄과 함께 야구 씨앗이 뿌려질 때까지 기다림 모드로 버텨야 한다. 『H2』와 같은 야구 만화도 다시 들춰보고, <날 미치게 하는 남자(Fever Pitch)>와 같은 야구 영화도 다시 끄집어내겠지만, 아, 내일은 뭐 입지...




필 코치, 야구 책을 내다


첫 책을 낸다는 것, 기분이 어떤가.

내 이름을 달고 나와서 기분도 좋고, 영광이다. 야구선수 하면서 이렇게 이름 달고 책 나오기가 쉽지 않고, 팬들이 많이 사랑해줄까 우려도 있었는데, 호응이 좋아서 많이 고맙다.

야구 코치하랴, 방송하랴, 쉽지 않았겠다. 책을 쓴 계기는 뭐였으며, 책 쓰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야구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이 많은데, 내 성향 상 그런 딱딱한 건 싫었다. 콘셉트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고, 천무처럼 부드러운 걸 넣어서 쓰게 됐다. 27년간 야구를 해서 그까짓 거 어렵겠냐 했는데,(웃음) 막상 써보니 너무 힘든 거라. 함께 쓴 작가랑 고민 많이 했다. 야구에 대해서라면 무엇이 좋고 나쁜 건 충분히 아는데, 직접 보여줄 순 없고, 글로 풀자니 애로사항이 참 많았다.

책을 보지 않은 분을 위해, 저자로서 어떤 책인지 소개해 달라.

이 책은 굉장히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중급 이상은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년 차 되시는 분들도 깊게 들어가면 모르는 것도 있거든. 그런 분들도 책을 보고는 이런 기본도 있구나, 하는 말씀을 하신다. 중간 중간에 천무 얘기가 있어서 여성분도 재밌고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고, 초급도 중급으로 빠르고 경쾌하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의 책이다. 특히 한발 더 야구장에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책이고, 야구를 잘 모르는 여자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야구장에 가서도 싸우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웃음)

“직접 야구를 하는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위한 책이지만 누구나 아는 내용을 길게 풀어 헤치고 비슷한 경우를 반복하는 야구 이론서나 야구 교본, 야구 교과서는 아니다. 게다가 관중석에서 야구를 관람하기만 하는 에세이나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보지는 더더욱 아니다.”(p.5)

많은 사람들에게 ‘천하무적 야구단’의 코치로 인식돼 있다. 책에 살짝 언급이 돼 있긴 한데,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야구를 그만두고, 창렬이 형(‘DJ DOC’의 김창렬)에게 연예인 야구팀 감독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창렬이 형이 야구가 아닌 방송의 길로도 가보라는 얘기를 내게 했고, 결과적으로 천무는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됐다. 천무의 코치가 됐고, 지금처럼 잘 된 거지.(웃음)

(김창렬 씨와는 선수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나?) 그건 아니고, 2007년 겨울에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창렬이 형을 만났더니, 형도 마침 야구를 무척 좋아하고, 방송을 통해 윈-윈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승엽 선수에게 빈볼을 던져야 할 때, 던지지 않고 넘어간 에피소드, 박찬호 선수가 너무 무서운 선배여서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점 등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더라. 혹시 넣고 싶었는데, 책에서 빠진 에피소드도 있나.

비하인드 스토리야 무척 많지. 그런데 다 실을 수는 없었다. 그런 얘기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야구 얘기나 정말 전하고자 싶은 얘기를 못 실을 것 같아서, 그런 얘기는 양념처럼만 넣었다. 사실 예전에 선수 생활할 때는, 야구를 그렇게 재밌게 하지 않았다. 매 맞는 얘기, 술 먹고 생긴 에피소드 같은 얘기가 많은데, 그런 얘기를 마구 넣을 순 없잖나. (웃음)

필 코치, 야구야~ 사랑해!

“나는 야구 선수다”의 의미를 사회인 야구를 접하면서 더 크게 깨달았다고 했다. 그 말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은 때나 계기는 뭐였나.

야구를 그만 두고, 야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힘든 시기였다. 정말 사랑했던 야구인데, 아픔으로 다가와서... 그런데 내 가슴 깊이 야구공이 있는 것을 사회인 야구 감독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 사회인 야구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것으로 행복을 줄 수 있고 도움이 된다면 나한테도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 싶더라.

“나는 야구 선수다. 단순한 이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야구 선수였던 나도 미처 몰랐다. 오히려 사회인 야구 선수로 활동하는 분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셨다.”(p.5)

사회인 야구가 정말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선수를 적극적으로 키우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예전에는 (야구 하다가) 유리창도 깨고 그런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다. 성인들이 자신의 마음 깊숙이 갖고 있던 야구를 끄집어내게도 하고 싶었다. 어린이 야구교실도 운영하는데,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이 아닌 실전 게임을 하면서 어른이 돼서도 사회인 야구 선수나 야구팬이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책도 그런 뜻을 펼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 거다.

올해 아쉽게 못 미치긴 했지만, 곧 프로 야구 600만 관중 시대도 열릴 테고, 야구는 이제 국민 스포츠다. 야구인으로서 이런 야구 열기, 어떤가.

무척 좋다. 이로 인해, 야구를 그만둔 분들도 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이런 열기를 앞으로 어떻게 이끄느냐가 더 중요하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더 많은 신경을 써서 질적인 향상으로 연결돼야 한다.

사실 요즘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수준이 꽤 높아졌다. 간혹 만나는 마니아들을 보면, (지식이나 정보가) 굉장하다.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웬만한 팬들이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 질문 정도를 보면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런 야구 열기는 고스란히 사회인 야구로 옮겨가고 있다. 팀도 엄청 많아지고. 사회인 야구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떤가.

굉장히 뜨겁다. 회사 다니면서도 새벽부터 오전, 오후, 야간까지 빼놓지 않고 오는 분도 있다. 다만 가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운동장에 와서,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야구장을 건설해보려 준비해봤는데, 현실적으로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지 않으면 힘들다. 지자체가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회인 야구가 훌륭한 야구장을 원하는 것도 아니잖나. 빈 공간만 잘 활용할 수 있게끔 해줘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사회인 야구팀이 약 1만 여개가 있다. 한편에서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해체되기도 하는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7~8천 개의 야구팀이 있으며, 한 팀에 소속된 인원을 20~25명 정도로만 생각해도 2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선수들이 우리 야구를 지키고 있다.”(p.5)

사회인 야구 리그가 전국적으로 약 150개, 지역별 관공서 리그까지 합하면 200여개라고 했다. 엄청 많은 거 아닌가?

엄청 많다. 리그에 못 들어가는 팀도 있다. 겨울시즌에 리그에 가입을 못하면 시즌 중반에 못 들어가니까. 리그에 들어가도 1년에 12게임 밖에 못하는 실정인데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인 협회가 없다는 거다.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선수 출신을 가리는 문제도 있고. 사회인 야구도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긴 하다. 우리 프로야구도 성장통을 겪다가 자리를 잡았듯, 사회인 야구도 성장통을 격고 올라가다보면 자리가 잡힐 것으로 본다.
   

프로 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처음 사회인 야구에 몸담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프로 야구는 직업이라, 사실 즐기면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면, 야구에 대한 애착을 잃는 경우도 있다.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거지. 나도 그랬다. 힘들게 훈련하고 목표를 위해 달리다보니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거지.

사회인 야구에 참여하고 일반인들이 뛰는 것을 보면서, 나의 열정은 어디 있었나 생각하게 됐다. 그 분들이 나를 불타게 만들었다. 나의 야구공을 꺼내줬다. 엉성하지만 열심히 뛰는 자세가, 아파도 집에 가서 동영상을 찾아보는 등 열정이 대단하더라. 그것 때문에라도 열심히 가르쳤다. 천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방송이라고 대충 했으면, 나도 그리 열심히 안 했을 텐데, 정말 열심히 했다.

실력도 정말 좋아져서 천무는 지금 3부 리그 상위팀 수준이다. 정말 보람을 느낀다. 흐뭇하다. (웃음) 다른 사회인 야구팀들도 천무팀과 경기 전에는 우습게 생각하다가 1회를 지나면 놀란다. 요즘은 물론, 경기를 하는 사회인 야구팀들도 긴장을 하더라. 최근 3연승할 때, 정말 깜짝 놀랐다.

필 코치, 야구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천무를 봐도 그렇지만, 사회인 야구에서 득점은 공격을 잘해서라기보다 상대 팀이 수비를 못해서 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회인 야구의 수비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대개 사회인 선수들은 배팅을 하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기 때문에. 경기를 끝내고 집에 가도 부인이나 아이가 몇 개 잡았냐고 안 물어보잖나. 몇 개나 쳤느냐, 고는 물어봐도. 그만큼 방망이에 치중하는 거지. 따지고 보면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인데, 수비 잘 하는 팀이 이긴다. 100점을 내도 101점을 주면 지는 게 야구다. 그만큼 디펜스(수비)가 중요하다. 펑고를 많이 받고, 수비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이 사회인 야구에서 강팀이 되는 지름길이다.

“나는 야구 초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훈련이 바로 수비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타격은 개인적으로 연습해도 되지만, 수비는 호흡을 맞춰야 한다. 어느 한 명이 뛰어나다 해도 소용없다.”(p.138)

기본기를 많이 강조했다. 사회인 야구에서 가장 간과하는 기본기가 있다면.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기본기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 양준혁 선배의 타격폼이 다소 웃기긴 하지만, 몇 십년동안 스스로 갈고 닦은 폼이잖나. 각자 체형에 따라 맞는 스윙이 있다. 체형에 맞게 바꾸는 건 좋은데, 기본을 모르고 따라한다면 문제가 있다. 기본이 없으면 집도 그렇듯 쉽게 무너진다. 사회인 야구에서도 후보가 되면 속된 말로 쪽팔리잖나. 사회인 야구에서는 수비를 잘하면, 감독이 기용을 한다. 수비를 잘하면 경기에 잘 나갈 수 있다.

“사회인 야구 선수의 대부분은 초급과 중급 훈련을 동시에 연습한다. 너무나도 강한 의욕의 결과인 것이다. 하루빨리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본기 없는 업그레이드는 허공에 짓는 가상의 집과 같다.”(p.163)

책은 야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일단 야구장으로 향하라고 말한다. 야구장 가는 즐거움, 어떤가.

대개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힘들고 지친다. 그런 와중에 야구장은 일상의 탈출구이자 좋은 기분을 만들 수 있다. 기대심리도 있고, 설렘도 있다. 야구장에 가면서 오늘은 어떻게 플레이를 할까, 상대팀 어떨까, 상상을 하는 거지. 더구나 경기를 잘하면 치맥(치킨과 맥주)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일상을 맞을 수도 있고.

요즘은 ‘보는’ 스포츠보다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잖나. 특히 야구는 몸소 하면, 프로야구를 욕하는 빈도도 준다. (웃음) 직접 한번 해보면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말로는 누구나 10할 타자지.

“그러나 처음엔 조금 힘들어도 막상 야구장에 나오면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더욱 좋다는 사실은 야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최소한 제 발로 야구장에 걸어들어 올 중독의 증세를 보일 때까지는 이를 악물고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p.93)

야구는 멘탈 게임이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왜 멘탈이 중요한지.

야구는 항상 ‘넥스트 플레이(Next play)’를 생각해야 한다.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자신 앞에 타구가 와도 제대로 이를 처리할 수가 없다. 항상 넥스트 플레이를 생각해야 ‘본헤드 플레이’가 안 나온다.

또 한 번 못해서 질책이 나오면, 마음이 헝클어져서 플레이를 잘 못할 때도 있는데, 훌훌 털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내가 못할 때도 있지만 잘할 때도 있음을 인식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야구야말로, 긍정의 힘이 중요한 스포츠다.

“투구든 타격이든 마음을 비워야 할 때는 비워야 한다. 괜히 야구를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p.109)

“사회인 야구에서는 작전이 제한적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드물어서 괜히 작전을 걸었다가 실책으로 이어져 경기 흐름을 불리하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알아야하는 이유는, 작전은 곧 규칙의 응용이며 ‘생각하는 야구’를 실현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p.201)

‘즐겨라’. 사회인 야구의 모토가 아닐까 싶다. 일부 리그에서는 ‘엔조이 야구’가 아닌 ‘전쟁 야구’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길 수 있을까.

음, 즐기는 게 쉽지만은 않다. 코치를 하면서도, 오늘은 (경기를) 즐겨야지 하는데, 집중하다보면 빠져 든다. (웃음) 스포츠를 즐긴다는 건, 룰루랄라가 아니라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싶다. 물론 최선을 다하다가 지는 건 어쩔 수 지만. 허허실실 놀이동산에 간 것처럼 즐기는 게 아니고, 너무 심각하게 경기에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슬라이딩을 깊게 들어가 상대팀 선수를 다치게 하거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화내고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 같은 팀 선수가 공을 놓치거나 실수를 해도 잘 해줘라. 사회인 야구에서 때로 안타까운 건, 선수 간에 질책을 하는 거다. 사회인 야구 3~4년차 정도가 되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래서 못해도 질책하지 말고 끝나고 나서 차분하게 설명해주면 된다. 뭣보다 선수 간 질책은 안 된다. 

“…점수와 상관없이 야구 자체를 즐기다보면 오히려 흐름이 좋아질 수 있음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승부의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죠.… 그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게 사회인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p.216)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협동입니다. 사회인 야구는 직업이 아니라 일종의 레크레이션입니다. 승부를 너무 강조하면서 잘하는 선수만 내보내는 용병술은 좋지 못합니다.”(p.216)

야구는 부상이 많은 운동이다. 특히 사회인 야구에서 부상은 생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인 야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부상이 아닌가 싶은데.

맞다. 부상에 대한 문제가 정말 크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은 야구는 즐기러 온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 아니잖나. 생업에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 그래서 누누이 스트레칭을 꼭 하라고 얘기한다. 경기 시작 10분 전에 헐레벌떡 와서 플레이볼하면, 마음은 홈런인데, 허리는 삐끗하고. (웃음) 최소한 30분 전에 와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찬바람 부는 때에는 워밍업을 안 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트레칭은 기본이다. 또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게 하드볼의 위험성이다. 야구공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즐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므로 부상 방지에 철저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즐거운 야구를 계속 하고 싶다면 말이다.”(p.228)

돌아가신 임수혁 선수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사회인 야구에서도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 아닌가?

사실 거의 없다. 그렇다고 앰뷸런스를 세워놓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최소한 비상약품 정도는 주최 쪽에서 상비해놔야 한다. 산소호흡기 등 비상용 물품을 최대한 갖다 놓고 할 수 있다면 나을 거다.

(호흡법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프로 선수들도 각인은 돼 있다. 호흡법도 잘 아는데, 막상 닥치면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장에서 그런 것을 갖춰 놓고 있어야 하는데, 수혁이 형은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하신 거다. 많이 안타깝지만,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좀 더 안전하게 야구를 할 수 있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게 된 점도 있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인 야구에서 구급차는 물론이고 심폐소생술이나 긴급 의술을 수행할 인력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p.235)

천하무적 야구단이 ‘꿈의 구장’ 건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첫 삽을 뜬 기공식에 나서는 등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꿈의 구장,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해준다면.

꿈의 구장은 말 그대로,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위한 꿈의 구장이다. 가족이 와서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선수들도 가족에 대한 부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장이 꿈의 구장의 모토인데, 전국적으로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축구장도 부족하지만, 야구장은 턱 없이 부족하니까. 꿈의 구장을 발판으로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 코치, 야구 때문에 산다!

이경필에게 천무단은 어떤 존재인가? 

천무단은 지금 내 전부라고 생각한다. (웃음) 처음에 못했던 팀이지만, 지금 잘 할 수 있는 건, 내가 프로야구 출신이고 경력이 오래돼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가르침을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뭣보다 4부 리그 루키에서 3부 리그 중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좋은 본보기다. 천무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해. (웃음)

처음엔 타구도 제대로 못 잡고 어설펐는데, 정말 놀랍게 발전했다. 명장은 선수들은 만드는 것이다. 펑고씩 100개씩 치라면 치겠지만, 선수들이 따라와 줘야한다. 코치, 감독이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하진 않았나.

처음에는 애매했다. 스포츠인지, 예능인지 애매한 면이 있었다. 내가 출신이 스포츠맨이다 보니 스포츠맨답게 다가갔는데, 잘 받아주더라. 진실성이 없었으면 천무도 없었을 거다. 딱 보면 알지. 시청자의 눈을 속일 수 없잖나. 그래서 리얼하게 갔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천무단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컸겠다.

보람은, 천무 선수들이고 팀 성적이다. 밖에서도 시청자나 팬들은 그것으로 판단한다. 뿌듯하고 흐뭇하다. (웃음) 

<베이스볼 터치>에서 나비넥타이가 인상적이다. 스스로 만든 콘셉트인가?

나름대로 고민을 좀 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딱딱한 거 말고, 변화무쌍하게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과감하게 해 봤다. 나도 무척 좋다. 연예인 야구 대회하면서 처음해봤는데, 느낌이 좋더라. 귀엽고. 그래서 <베이스볼 터치>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한때 고교무대를 풍미했다. 배명고를 전국대회 3관왕에 올려놓기도 하고, 국가대표 선수생활도 했다. 프로에 와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하다가 부상으로 결국 은퇴했다. 아쉬움도 있을 텐데...

아쉬움... 있지. 부상만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이 다 그렇잖나. 그때 내가 저기로 갔으면 하는 후회도 해 보지만, 지금은 없다. 하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프로야구는 응원할 뿐이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뛰고 싶지 않느냐고. 그런데 프로 선수 때보다 코치를 하면서 야구하는 기쁨을 더 크게 느낀다. 뛰는 기쁨이 아닌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야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선수생활을 27년이나 하면서 왜 그러고 있느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 (웃음) 안 해본 사람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잖나. 나는 지금 이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

집필 계획이 또 있나. 아니면 다시 야구와 관련된 책을 집필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의 책을 내고 싶나.

기회 되면 또 해보고 싶다. 지금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고, 교실이든 어디든, 사회인 야구를 알릴 수 있는 걸 많이 할 계획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다시 책을 쓰게 된다면 방향은 그때 가서 정하겠지만, 교과서적인 것은 많으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걸로 하고 싶다. 쉬운 게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27년 선수생활을 하고도 아직 야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담으면서 대중성에 포커스를 둘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이경필에게 ‘야구’란?

음, 선수생활을 하면서는 그런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야구는 내게 활력소이자 존재감이다. 이경필이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선수 때는 이렇게까지 느끼지 못했다.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국제주의 입장에서 애국주의를 비판했던,
≪장 크리스토프≫ 작가이자 사상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은,
이탈리아 공산주의 혁명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석방운동을 전개하면서,
다짐이면서 위로인 이 말을 남겼다.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에서 동생 카를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 말을 인용,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적이다
(I'm a pessimistist because of intelligence,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

라고 적어보냈다.

이에 그람시의 영향도 받은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을 던졌다.

맥락은 전혀 다른 말이다만,
나는 이성적 비관을 의지로 낙관하며 버텼으나,
저녁이 오고 밤이 깊으니, 감정적으론 거참 쉽지 않으이.

물론 가을 야큐 얘기다.^^;;
대구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1차전이 귀를 간질이고, 눈을 아프게 한다.
저 곳엔 분명 노떼 자얀츠가 있어야 했는데...

감정적으로 참으로 애달프다.
 허무하고 섭섭하고 허탈하며 아쉽고 맥이 빠지는 이 감정.

아, 나의 가을이여...

Posted by 스윙보이

나의 가을이 끝났다.
9월29일부터 시작된다고 온 동네방네 오두방정 떨었던 나의 가을. 님의 부드런 고운 미소 가득한 가을이 오면? 개뿔. 지랄 옆차기. 10월5일, 나의 가을은 외마디 비명만 남기고 끝났다.

짧은 가을의 끝.
노떼 자얀츠는 끝내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했던 2연승. 마취제이자, 모르핀이었다. 그만 흠뻑 취했다. 나의 가을이 충분히 길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 18년, 내 묵은 한(恨)을 풀어줄 절호의 가을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긴 겨울의 시작.

10월5일, 올 가을이 끝난 이날, 승리와 함께 축배를 들고 싶었다. 
딱 3년 전, 강남역 실내포장마차에서 내 커피가 시작된 날이었다. 나는 커피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친구와 결의를 했다. 그때, '착한커피'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친구는 나가 떨어졌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나는 커피와 함께 생을 버티고 견디고 있다. 삶의 미각에 묻은 커피향이, 생의 한 자락에 위치한 떨떠름함에 압도당하지 않고 있다. 어설픈 먹물로 생을 도배질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하튼, 오늘은 그런 날이었단 말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을 만난 것도 행운이 될 거라고 착각했다.

그래, 울었다.
이미 기울어진 승부, 포기했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것을 확인했을 때, 나는 마지막 가을의 밤하늘 한 번 쳐다보면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르 떨어트렸다. 아는 형의 슬픈 예감이 맞았다. 비련의 주인공. 그래, 깨끗이 인정한다. 뚱산, 아니 두산은 강했고,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집중력이 돋보였다. 준플레이오프다운 다섯 차례의 승부. 내 사랑, 노떼를 즈려밟고 올라갔지만, 나는 두산이 올 가을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노떼도 올 한해 고마웠다. 당신들 때문에 웃고 환호작약했으며 광란했다. 또한 애닳고 똥줄 탔으며 광분했다. 고맙다.

아 쒸, 신발!
이 가을 애가(哀歌)는 어쩔 수가 없다. 겨울이는 좀 더 버티다가 와야했다. 가을 애가가 아닌, 가을 찬가(燦歌)를 부른 뒤, 겨울 방가(芳歌)로 매끄럽게 이어져야 했다.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 가 아니다. Cry Baby, 다. 어제(10월4일) 40주기를 맞이한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다. 
 분노․저항․자유의 이름, 재니스 조플린 (Janis Joplin)
 



굿바이, 나의 가을아...
마침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는구나. 거참, 겨울하곤...

이제, 이 긴 겨울과 어깨동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내 몸과 마음을 감싸줄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바로 당신...

Posted by 스윙보이

세상에서 가장 알흠다운 밤.
세상에서 가장 알흠다운 야구공.

10회초 연장돌입.
원아웃, 주자는 1·2루, 원 스트라이크 원 볼. 3구 낮은 볼.
나는 주저함 없이 함성을 질렀다. 공이 내게로 날아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알흠다운 야구공에 대한 민훈기 기자의 해설은 이랬다.  

둥근 공과 둥근 방망이가 만나는 7mm 지점의 찰나의 접촉.
그리고 순간 180도 방향을 선회한 무게 148g의 하얀 공은 잠실벌 밤하늘을 100여 미터를 날아가 좌측 관중석에 꽂혔습니다.


의심스러웠다. 정녕 저 공이 나를 향해?
그렇다. 나는 좌측 관중석(3루 외야)에 앉아 있었고,
우리 돼호(이대호)가 걷어올린 공이 회전을 먹으며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 저거 넘을까 아닐까,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바라보고 있던 백구는,
살짝 펜스를 넘겼다. 내 눈 앞에서 불과 10~15m 앞 지점에 툭 떨어졌다.
모든 것은 믿을 수 없게 일어났다.


어제의 명승부, 오늘은 팽팽한 투수전.
이렇게 멋진 게임을 보여주다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눈물이 났다. 폭풍 야구란 이런 것이다.
이렇게 알흠다운 밤이라니. 이렇게 알흠다운 야구라니.
이렇게 알흠다운 야구공이라니. 이렇게 알흠다운 이대호라니.

내 생애,
그렇게 공을 뚫어져라 쳐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절박하게 백구가 펜스를 넘어가길 바란 적이 있었을까.

'레알' 야구가 가을을 깊게 만든다.
그것은 오르가슴으로 충만한 섹스 같다.
누군가를 절박하게 사랑하는 것, 완전 연소하는 것과 같다.


어제도 말했지만, 한 팀을 응원하는 건 그런 거다.
김어준 총수의 연애론 일부를 빌어 약간 변용하자면,
두근대는 기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장, 사랑하고 사랑 받고 있단 포만, 뜻대로 안 될 때의 탄식, 똥줄과 감탄을 오가는 시소, 격하게 응원하고 소리치는 격동. 그 모든 것을 오감으로 누리는 거다. 그 외는 다 잡소리.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떼자얀츠 빠돌이 준수는 "올 가을 세상은 야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 당신은 "세상은 OO가 될 것이다"에, 어떤 말을 넣고 싶은가. 
 
P.S.
잠실 옆 신천은 어제 노떼 세상이었다. 광란의 밤은 짧고, 숙취의 낮은 길다. 하악하악. 힘들어. 이게 다, 노떼 때문이다. 베어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젠 3차전에서 끝내자. 서로 힘 빼지 말고.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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