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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기억으론 세 번째 만남이었다. 김남훈.
그는 현직 프로레슬러이면서 UFC 격투기 해설가이기도 하고, 작가이자 인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스위트 롤'의 경영진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거뉴스를 만지작거릴 때였다. 
그는 블로거 기자로 찾아왔다. 유쾌하고 호방한 사내였다. 겉모습은 프로레슬러다웠으나, 그의 글이나 결은 프로레슬러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던 기억. 아마, 그의 첫 글은 김 일 선생님에 애절한 사모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름대로 같은 또래고 죽이 맞아 큰 웃음을 터트리며 서로를 나누기도 했다.  

아주 열심히 그는 활동했고, 에너지가 넘쳤다. 
내가 그곳을 그만두면서, 더 이상 연락은 되질 않았는데, 그는 에너지 넘치는 그의 글과 활동만큼이나 더 반경을 뻗어나갔다. UFC 격투기 해설가가 됐고, 지난 연말에는 책을 냈다. 중간에 하반신 마비가 되는 큰 사고가 있었지만, 그는 식상한 단어지만, 불굴의 의지로 이를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연말, 그가 경영진으로 있다는 스위트 롤의 홍대점에서 다시 만났다.
참 오랜만. 그는 여전했고, 좀 더 깊어진 듯싶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인식하라"는 말은, 어쩌면 프로레슬러(에 대한 편견)답지 않은 말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것이 김남훈이라는 프로레슬러의 진면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렴,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청춘을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는 낭만 레슬러거든, 불굴의 레슬러거든. KBS2 <세 번의 만남>(매일 싸우는 남자, 낭만레슬러 김남훈)을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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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아, 너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청춘 매뉴얼 제작소』 김남훈


김남훈. 프로레슬러 혹은 UFC 격투기 해설가로 알려진, 그가 자신을 포함한 청춘을 위해 ‘탄자니아 백드롭(Tanzania Backdrop)’을 날렸다. 탄자니아 백드롭은 그의 필살기로서, 레슬링 경기장이 아닌 종이 위에 그것을 펼쳤다. 맞다, 책이다. 『청춘매뉴얼 제작소』(김남훈 지음|해냄 펴냄)

청춘들이 관심을 쏟는다. 김남훈을 호명했다. 레슬링 무대가 아닌, 차 한 잔 나누자고. 이에 지난해 12월21일, 서울 홍대부근의 스위트롤, 김남훈이 화답했다. 청춘아, 오라. 파이터끼리 한 번 붙자. 세밑을 앞둔 그날, 이 자리에 모인 청춘들이 청춘을 말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꿈을 생각하게 해 주다

김남훈이 먼저 물었다. 책을 읽어보니 어떤가. 독자들 반응이 궁금한 것은 저자로서 당연지사. 한 독자가 냉큼 답한다. “제목이 와 닿았다.” 취업에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꿈과 현실이 별개인 상황, “꿈을 생각하게 해 줘서 고마웠다.”

아, 이만한 상찬이 있을라고. 꿈이 사라진 시대에 꿈을 다시 불러내다니. 김남훈은 ‘꿈 부르미’? 사실, 처음엔 제목을 ‘청춘매뉴얼’로 하려고 했단다. 좀 더 다양한 범주에서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제작소’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제작소’가 먹혔나 보다. “그 말이 와 닿았다.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줬다.”

책이 독자에게 불어넣은 기운도 있다. 지금 시대, 직장만 가지면 행복 시작, 불행 끝처럼 말한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잇따른 경쟁도 있고, 갈수록 힘이 든다. “책을 보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에서 받은 기운을 계속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도 동의한다. 우리나라에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공부도 수능을 위한 것만 한다. 그러니,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있을 수가 없다. 저자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프로레슬링, 일본어 등을 통해서 자아각성이 됐다. 일본의 모터바이크 잡지를 읽고 싶어서 일본어를 공부한 것이, 처음으로 하고 싶어서 한 공부였다. 내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시간을 들이면 더 긍정적으로 나온다. 그걸 이십대 중반에야 알았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탑건>에서 탐 크루즈가 탄 오토바이 있는데, 거기에 꽂혀서 아르바이트해서 똑같은 중고 오토바이를 사기도 했다. (웃음) 그 오토바이 기사를 읽고 싶었는데, 일본어를 공부한 뒤 펼쳐보니까,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

그러니까, 그에게 학교는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사람들이 협동하고 의지하며 믿으면서, 엄격하고 자애로운 선생님을 만나 공통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것. 그걸 학교 다닐 때 해야 하지 않나.”

김남훈, 나 이런 사람이야

자신과 가진 고민과 비슷해서,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온 독자도 있다. 김남훈,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이야?


“이렇게 생긴 작가, 처음이지? (웃음) 많은 사람들이 가진 작가 이미지라면, 얇은 바디라인, 창백한 얼굴, 개화기 인텔리 청년처럼 각혈하고. (웃음) 작가 치곤 너무 크지? 여기 있는 독자들도 궁금하다. (한 사람을 찍으며) 직장생활은 얼마나?”

영화나 영상 분야에서 일하고 싶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은 한 독자는, 돈(현실)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도움이나 조언을 받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

김남훈,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 채용(?)을 권한다. 키아노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제목이 아니다. 즉,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 추기경을 임명할 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트집 잡고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 추기경이 되기 위해선 이를 논리적으로 논박해야 한다. 저자의 추가 설명.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속으로 악마의 변호사를 채용해보면 좋다. 가상의 캐릭터가 자신을 공격하면서 자문자답하면서 답을 뽑아내도록.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스스로 데블스 애드버킷을 고용해, 심장이 진짜 뛰는 일인지 물어야 한다.”

그도 그랬다. 프로레슬러가 좋아서 스물여덟에 데뷔했다. 당시 회사원. 그라고 고민이 없었을까. 많았다. 허나, 그는 택했다.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게 아니다. 꿈을 이루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고통과 어려움이 있다. 그렇게 인생은 플러스-마이너스. 스스로는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 무엇이 내겐 중요한 것인가. 집의 평수, 자동차 배기량이 중요한가, 아니면 내 안의 자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가.

“난 지금도 레슬링이 정말로 재미있다. 남을 때리고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TV를 통해서 그걸 알려주고픈 욕망이 있다. 충분히 고민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선. 1장짜리 기획서를 써보란다. 상세내역 예산과 일정 등. 물론 대략이다, 그야말로 아주 대략. 그것을 통해 1년 뒤 내가 얼마만큼 내 꿈을 위해 썼는지 확인해보란다. 물론, 그가 하고 있는 방식이다.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할 때는 되도록 문서화하는 것이 좋다. 머리로만 고민하는 것은 휘발성이라서, 결과는 물론 결론까지 가는 고민의 과정이 저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현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해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것이 좋다.”(p.238)

그렇다면 프로레슬러 10년, 그는 완전 만족할까. 마냥 그렇진 않다. 꿈이 이뤄졌다는 느낌과 함께 한계도 느낀다. 레슬러는 됐지만, 표도르, 크로캅처럼 되지는 못할 거라는. 달콤하면서 씁쓸한, 복합적인 느낌. 허나, 데뷔 때의 장면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2001년 9월28일, 2만 명의 관중, 그 함성과 무대. 죽을 때까지 갖고 갈 무엇. 당신은 어떤 가슴 벅찬 설렘을 갖고 있는가. 물론, 나는 그것이 사랑이고, 앞으로도 사랑이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할 나이가 됐다는 독자. 사업에도 약간 발을 디딘 상태나, 두려움과 걱정도 있다. 망하면 어쩌나. 김남훈 왈. “내 경험상, 두 번은 망해도 괜찮다. (웃음)” 다만, 그 고민과 결정을 꼭 기록해 놓으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방법은 일기다. 메모가 똑같은 문제의 추가 발생을 저지한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2005년경, 링에서 떨어져 6개월 동안 누워있었던 때였다. 한 달을 자포자기 상태로 있었다. 앞으로 천장만 보고 살아야 하는 건가 싶고. 그런 그를 일으킨 것은, 종일 그의 손을 잡고 계신 부모도 있었지만, 또 하나 햄버거였다. 그것도 따듯한, 매장에서 먹는 햄버거. 그것을 위해 계획을 짜고 그림을 그렸다.

“화장실에 가고 쇠문까지 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굴러서 가고, 이어 벽에 손 짚고 가고, 몇 달 그렇게 해서 엘리베이터까지 갔다. 그렇게 5~6개월이 지났다.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가서 햄버거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 왜 첫 차였느냐면, 다리에 힘이 없어서다. 다른 사람이 툭 치면 넘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강남역에 아침 7시경 도착했다. 가게가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쟁반을 들려니 힘이 없는 거다. 일하는 사람에게 몸이 약해서 못 들겠다고 부탁했다. (웃음) 처음엔 나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더니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인지하고 갖다 주더라. 손의 따뜻한 감촉과 햄버거의 식감이 좋아서 눈물이 줄줄 났다. 그 눈물 이후 다시 걷게 됐다. 소중한 사람이 있으니 걸어야겠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 걸어야겠다. 단계별로 그렇게 목표를 세웠다. 그때가 힘들었고, 내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때였다.”

역시나 기획이다. 저자는 우선 화장실부터, 기어서, 그리고 서서 간다, 엘리베이터, 지상 1층, 지하철역, 그런 식으로 하나씩 목표를 세운 거다. 그 결과,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거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의 인생도 사랑하라. 그래야 공평하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인 청춘을 시작부터 좀비로 걷는다는 것은 너무 찌질하지 않은가.”(p.146)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인식하라


혹시 묻는다. 책에 쓰지 못한 이야기가 있나? 말하자면, 비하인드 스토리. 함께 하고 있던 편집자, “정치적인 발언이 많았다. 거의 걷어냈고, 지금도 약간 남아 있다.” 김남훈의 추가 설명이다. “정치적이라기보다 누구나 정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잖나. 다만 시대가 흉흉해서. (웃음) 정치적인 색깔을 갖고 나온 책도 아니고, 톤다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빼고 바꿨다. 2011년에는 ‘30대 청춘연장전’이라는 책도 써 볼까?”

아니면 이런 콘텐츠도 생각한단다. 남자의 실체를 드러내는 폭로서. “남자의 공적이 되면, 여자의 품으로. 받아줘, 아잉~” 독자들과의 만남이 즐거운 건 사실이다.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시간과 돈을 들인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작가로서는 고맙고 행복하다.

이번 책, 약간의 ‘삑살이’도 있었다. 20대 남자가 메인 타깃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가장 없다. 20대 여자들 반응이 제일 좋고. 나름 분석 들어간다. “20대 남자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군대 가고, 갔다 오면 게임 외에는 문화생활을 안 하고. 반면 여자는 사회적인 핸디캡에 민감하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차별도 받고 그러다보니, 좀 더 도전적으로 책을 읽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독한 년이 되라. 나쁜 년이 되라.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나는 일은 전사의 심장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당신들은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것은 수컷들이 아니라 바로 여자들이다.”(p.76)

한편으로 책을 읽는다는 건, 불안감의 해소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단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것. “좋은 것 같진 않으나,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청춘에게, 자신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는 말을, 저자는 건넨다. 우선, 계속적인 대조확인 작업. 토마호크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중에도 계속 타깃을 체크하듯, 삶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구하려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는 것.

또 하나, 억눌리지 마라. 지금 20대가 패기 없고 의지 없어 보인다고? No. 그건 어쩌면 사회적응을 잘 했다는 뜻. 그만큼 똑똑하고 착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 상황에서 젖어든다면 40~50대에서 재료로만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할 것. “삶에 대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 두 손에 짱돌도 들고 영어사전을 들어야 한다. 짱돌만 들면, 실적 없는 30~40대를 맞이할 수 있고, 영어사전만 들면 재미없는 삶이 이어질 수 있다. 두 개 다 들라는 건 굉장히 힘들지만, 반면 2개를 다 들면 가장 강력한 세대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라는 얘기다.”

“심장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사람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감은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판단하는 일에서 가장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논리적, 감성적 근거를 제시한다.”(p.189)

“기성세대는, 아니 기득권은 잉여 인간을 원한다.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지만 현실에만 안주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속으론 얼마나 기뻐할까?… 그래서 젊은이들이 한쪽 손에 짱돌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p.63)

이것은, 사회 비판 의식과도 연결된다. 눈앞의 현실을 넘기도 힘든데, 그런 의식까지 갖기 힘들지 않느냐고? 아니. 김남훈의 ‘사회 비판 의식’에 대한 해석.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인식. 20대 때 이를 갖추지 않으면, 30대 때라고 갖출 수 있을 리 없단다.

그래, 두리반. 홍대 부근에 있는 철거 위기의 음식점, 두리반. 못 들어봤다고? 그럼, 지금부터라도 자초지종을 찾아보라. “법에 의하면 (철거비용으로) 300만원만 주면 된다는데, 나도 자영업 해서 안다. 그 돈으로 뭘 하라는 거냐. 웃긴 건, 대기업과 건설사의 권리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세입자 권리는 시의회 조례로 돼 있다. 붙으면 뭐가 이기겠나. 그런 시스템에 의문을 갖는 게 비판적인 시각이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마음이다.” 

“스펙 경쟁에 매몰되어 정치, 사회에는 완전히 관심을 놓은 채 눈뜬장님처럼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답일지 고민해야 한다. 무관심과 무관심이 주는 안도감에 취하면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언젠가 손쉽게 교환 가능한 ‘인재(人材)’가 될 뿐이다. 기업들이 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 재료, 즉 ‘인재(人材)’말이다.”(p.128)

약자의 심정에 대한 이해. 그것은 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강자의 심정에는 본능적으로 따라간다. “‘슈퍼스타 K’(슈스케)를 생각해보라. 응시자들의 심정에서 봤나, 아니면 심사위원의 독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고 힘에 대한 동경을 갖지 않았는지. 슈스케는 잘 만들고 사악한 프로그램이다. (웃음) 은근히 그런 부분이 있다. 큰 존재와 강한 존재에 대해서는 이해가 필요 없다. 그러나 연약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 예쁜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간단하고 쉽다. 진짜 멋있는 사람은 성별, 지위 고하, 연령 불문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의 인격에 호감을 표한다.”(p.69)

생각해보라, 다른 세상도 가능하다


이에 한 독자가 묻는다. “누구나 강자가 될 순 없는데, 어떤 것이 강자인가.” 저자의 화답. “강약의 구조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회시스템에 어디서는 약자, 어디서는 강자가 될 수 있다. 강자 약자 구분을 떠나, 사람은 사람답게 살면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약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건 노력이 필요하고, 강자도 다른 곳에선 약자가 되기도 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사람을 타락시키진 않지만, 돈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는 사람을 타락시킨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한 행복을 든다. ‘옷가게에 가서 옷을 사고 친구에게도 사주는 것’. 즉, 베풀 수 있는 것. 그는 돈을 배척하지 않는다. 열심히 돈 버는 것, 좋아한다. 지금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준다. 면세점에서 16만원을 주고 샀는데, 다음으로 오메가를 사는 게 목표란다. 그 다음은 롤렉스. 명품에 매달리자는 게 아니다. 그만큼 자신이 열심히 벌고, 그에 어울리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카드빚으로 사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강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어려운 점도 있음도 인정한다. 워낙 겁박당하는 사회, 불안증폭의 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때 가장 큰 자괴감을 느낀다. 분노는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원초적이면서도 폭발력이 강한 감정 표현이다.”(p.73)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눈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도 있다. 현재의 사악한 시스템이 아닌. 김남훈도 고개를 끄덕끄덕. “20대의 많은 선택이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라는 게 참... 보수 언론 등에선, 우리나라에 왜 스티브 잡스 없냐고 하는데, 하루 10시간 근무시키고, 밤 12시까지 자율학습 시키면서 무슨... 배부르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창의력도 나오지.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 태어났으면 PC방 주인하지 않았을까. PC방주인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책을 자기 계발서가 아닌 용기를 북돋는 내용으로 간 이유다. 그는 많은 자기개발서는 공포를 파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포를 팔기 싫었다. 용기와 위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장정일 작가가 그랬다.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가난하게 살아도, 자신의 시간을 더 가지라고. 통용이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정답일 수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들이 최대한 돈을 적게 쓰려고 잔머릴 쓰면서 10~20대를 쪽쪽 빨아먹고 있다. 고 이윤기 선생은 인생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뛰어내린 것을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나는 덧붙이자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뛰어내리는 건 확신이 있어 하는 거다. 떨어지는 건, 못 버텨서일 수도 있다. 떨어지는 것도 어쨌든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소설가 이윤기 선생은 학교라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뛰어내린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이라는 발주처에서 주문을 받아 대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부속품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시스템, 그저 어딘가의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리라. 그런데 컨베이어벨트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지지 않는 인생도 훌륭한 인생이다.”(pp.98~99)


청춘을 향한, 청춘과 나눈 김남훈의 연말연시 덕담의 테마는 이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청춘매뉴얼, 남이 제작해주지 않는다.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므로 자신감을 가지되, 자신보다 약한 존재와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세상을 찰지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자발적 죄수나 노예가 아닌 주체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 호기심, 흥분, 활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충만한 느낌을 따라가라. 그리고 기왕이면 누군가를 돕는 길을 택하라. 그러면 나만의 길이 나온다. 조금 에둘러가고 느릿하게 가는 듯해도 나쁘지 않다.”(p.46)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새로 알게 된 이름,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프레임 전쟁》)의 저자.
책 제목과 내용은 들은 바 있으나, 읽질 않았으니 몰랐다.

그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촘스키의 제자였으나,
학문적 견해 등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 지금은? 몰라!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인지언어학적 연구에 몰두한 양반인데,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활동하고 있나 보다.

진보와 보수, 넌 어느 쪽이냐고? 
알잖아. 난 어느 쪽도 아닌, 회색분자, 회색인임을...
 

진보와 보수를 가늠하는 언어적 사용이 있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 옮긴이 손대오

진보와 보수. 많은 이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코드이자, 준거점이다. 또한 어떤 행위를 가늠하는 잣대다. 그것은 정치이기도 하면서, 일상이다. 혹은 세계관이다.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세계를 다르게 본다. 그것이 두 세계관의 충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분열이 일어난다.

“정치적 분열은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그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도덕적 분열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올바른 행동은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연관된다.… 정치적 분열은 개인적인 분열이기 때문에, 그것은 당신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와 관련이 깊다.”(pp.5~6)

진보와 보수의 균열이 궁극적으로 가정에서부터 도덕과 종교,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엄격함과 자애로움 사이의 분열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있다.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그가 쓴 책, 『도덕, 정치를 말하다』(원제 『Moral Politics』, 조지 레이코프 지음/손대오옮김|김영사 펴냄)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뤘다. 그리고 엄격함과 자애로움 사이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훨씬 더 좋은 선택이 될 것인지를 말했다.

지난 11월5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 이벤트홀에서 『도덕, 정치를 말하다』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옮긴이인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이 ‘대한민국의 도덕과 정치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펼친 강연. 가정에서 국가를 해석하는 시선부터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접근과 어떤 정치가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됐다. 그 현장을 중계한다.

이를 통해 다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선,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세상, 어떤 시대를 살고 싶은가. 그리고 내가 살기 바라고 살고 싶은 세상과 시대를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덕과 정의가 소멸된, 그러나 이를 다시 되살리고픈 시대를 관통하기 위한 방법.

가정에서 국가를 해석한다


옮긴이는 어떻게 이 책을 번역하게 됐을까. “원전의 제목은 『Moral Politics』인데, 부제가, ‘보수주의자는 알고 있는데, 진보에서는 모르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돼 있어서 관심이 더 갔다. 옮긴이 말에도 언급했지만, 한국 전국단위 일간지에 있다가 워싱턴으로 거처를 옮겨 미국에 있는 언론사에 일하게 됐는데,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미국 정치문화와 관련,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든 이슈마다 다른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대결을 하고, 국민을 상대로 ‘우리가 옳다’고 설득하더라.”

책에도 미국의 그 같은 상황이 잘 나와 있다. ‘하드이슈’라고 표현된 그것. 4장 「격렬한 논쟁들」에는, 미국 사회,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경쟁하고 대립하면서 국민을 향해 다가가는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조세문제, 낙태 등 여러 차별 시정조치,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결코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도 크게는 진보와 보수의 두 정치진영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물론, 진짜 진보와 보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한국에는 많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확실한 무게중심을 갖지 않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최근의 감세 정책을 둘러싼 공방에 대한 이야기.

“지금 현장에 가보면, 부자들은 세금도 줄여주고, 부자만 편드는 정권이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미국도 똑같다. 공화당은 늘 그런 정책(부자 감세)을 내세운다. 최근 오바마 정권의 중간선거 결과가 집권할 때와 다르게 나왔다. 오바마는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하층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불운한 측면도 있다. 전임인 부시가 전쟁 등을 일으켜 월가에 금융위기가 오게 됐는데, 따지고 보면 오바마는 별 수 없었다. 공적자금을 집어넣어서 금융위기를 수습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보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짓이란 거지. 혈세로 나쁜 짓 한 놈들을 국민의 돈으로 지켜줘야 하는가. 그래서 ‘티파티 무브먼트’라는 풀뿌리 운동을 펼친 거다. 노력하지 않고 혜택을 보는 건, 죄라는 거다. 보수주의자들은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펼치면 안 된다는 철학이 있다. 보수가 강해지면 인정머리 없어지는 잔인한 보수가 된다.”

그래서 선거 때, 보수는 변신한다. ‘따뜻한 보수’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퓰리즘과 반대에 있는 것이 원래 보수다. 표를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많으니 당근을 줘야 하니까, 보수도 레토릭을 그렇게 바꾼다. 한국도 그런 면에서 비슷한 소리를 한다. 한나라당 쪽도 그래선 안 된다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선거를 거치면서 보니 다음에 큰일 났다, 이거지. 옛날 그리스의 플루타크가 한 얘기 중에 이런 게 있다. 민중을 따라가면 민중과 함께 망하고, 민중을 거스르면 망한다. 그러니 포퓰리즘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보수든 진보든 국가경영에는 중요한 문제다.”

저자가 붙인 ‘Moral Politics’라고 제목. 우리말로 ‘도덕정치론’쯤 되는 이 말을 붙인 저자의 이력을 잠시 살펴보자. 그는 정치사상가가 아니다. 언어학을 전공했다.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학자로서 미국의 양심이라고도 불리는 노엄 촘스키에게 사사를 받았다. 그러나 대학원 시절, 촘스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한다. 촘스키가 합리론을 내세웠다면 레이코프는 경험론을 내세웠다. “내재적으로 인간에게 들어있는 게 아니고, 경험을 통해 언어로 표현될 때 말이 되고 언어가 된다. 일종의 경험론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논쟁이 붙었는데, 현재로선 촘스키의 이론이 유효하다고 인정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말을 안 섞는 처지라는 것이 옮긴이의 설명이다. 다만 차이는 있다. 촘스키는 언어학 이론을 저술 속에 적용하지 않는데 반해,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지은이는, 인지언어학(인지과학)이라는 전공을 통해 현실,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철학 등을 논했다. 

참고로, 인지언어학은 특정 언어권이나 문화권에 상식으로 통하는 개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언어로 표출되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로, 레이코프는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을 연구하고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한다. 레이코프는 20여권의 저술을 펴냈는데, 이 책이 그것들을 집대성한 원전과 같은 텍스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등의 책이 있다.

“인지과학은 비전과 기억, 일상생활의 논리에 대한 집중, 그리고 언어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포괄적인 학문이다. 세계관, 즉 일상적인 개념 논리, 그리고 언어와 가장 관계되는 종속분야는 인지언어학이다.”(p.13)

그것이 번역하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 동인이었다. “정치하면, 어느 나라든, 진보와 보수가 대종이다. 저자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개념을 갖고 비유의 언어로 풀어나갔다. 국가는 뭐냐, 생각해보라. 국민이 있고, 주권, 국토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걸 국가라고 한다면 뭔가 추상적이다. 저자는 ‘네이션 이즈 패밀리’, 즉 가정으로서의 국가, 가정을 은유로 국가를 이해한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체적이냐. 정부권력이 진보와 보수가 갈려져 경쟁한다. 이것도 가정에서부터 답이 나온다, 고 풀어나간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이 이 부분이다.”

진보와 보수, 어떻게 다른가

옮긴이는 놀랐다. 서양의 언어학자가 정치사상과 도덕을 다루면서 ‘가정으로서의 국가’라는 창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대결을 풀어나간 것에 대해. 물론 그도 이 책을 한꺼번에 읽진 못했다고 한다. “이 책은 자기 관점으로 풀어나간다. 주석은 많지 않은데, 논리적으로 풀어 가는데, 이 책만큼 진보와 보수를 근원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한 책이 없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를 가정에 대입해 설명하는 부분을 보자. 부모와 자식이 있다. 어떤 가정은 엄격한 도덕성으로 자식은 엄격하게 교육하고 길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가정은 매는 언감생심, 베풀고 사랑해주고 자애롭게 자식을 길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

“저자는 가정이 이렇게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국가의 경우, 정부가 부모고, 국민이 자식이라고 상정한다. 엄격한 부모 역할로 국민을 다스리겠다는 보수 정부, 정당으로는 보수 정당이 있고, 자애로운 부모가 이른바 진보주의라는 거다. 이것은 통계를 잡아서 말하는 게 아니다. 인지언어학 입장에서 언어의 개념화를 통해 국가를 가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개념을 분석해 들어가니 이렇다는 거다.”

실제로도 그렇다. 보수주의 입장이 되면, 엄한 아버지 도덕의 잣대로 가정을 다스리고, 정부는 국민을 다스린다. 자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절제와 책임이다. 그리고는 자립하되,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강조한다. 도덕적인 원칙이 있다면, 보상과 징벌의 도덕. 부모에게 순종하면 보상을, 잘못하면 징벌을 내린다. “자제력 있고, 자립적인 사람이 자기 이익을 추구해나가는 것, 이른바 기업가 정신과도 통한다. 좋은 사람은, 기업하면서 돈 잘 버는 사람이라는 거지.”

보수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언어는 이런 것이란다. 기질, 규율, 미덕, 역경극복, 강인, 사랑의 매, 개인의 책임, 의지, 경쟁. 즉, 험한 세상에 나가 자신을 절제하고 자립하고 극기하고 경쟁해서 이기라고 하는 것. 피나는 노력, 재산권, 징벌, 피신, 절제, 할당량 등이 보수의 개념이자 언어.

그렇다면 진보의 관점은 어떤가.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교육하면서, 적극적인 감정이입을 한다. 즉, 공감. 상대방의 입장에 들어가, 이를 체험적으로 느끼거나 남을 배려하고, 공정성을 장려하는 것. 이것이 자애로운 부모의 입장이라는 지은이는 본다. 엄한 아버지 도덕과는 다르다.

아울러, 진보는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 즉 약자를 돕고 보호하는 입장에 선다. 이는 보수에서는 거의 무시하는 태도다. “인생에서 충만한 것을 장려한다는 원칙이 있다. 도덕적으로 행복하냐를 따지고, 자신을 개발하면서 내적인 충만함을 따르려고 하며,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서 행동을 그쪽으로 가려고 한다. 이 같은 덕목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힘이 없으면 또 안 된다. 자신을 양육하고 강화하는 것도 진보에서 하는 일이라 본다. 보수와는 이런 대조되는 부분이 있다.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충실한 나라는 진보-보수 양당 계열이 대결을 하고 경쟁한다.”

옮긴이는 ‘사회’라는 단어를 통한 진보와 보수의 차이도 설명한다. 보수는, 개인의 흥망에 사회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즉, “사회가 어떠어떠해서 내가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건 네가 약해서 그래. 노력도 않고 절제하지 않아서 뒤쳐진 거지. 사회 탓 하지 마라. 이것이 보수의 입장이다.”

반면, 진보는 사회라는 말을 많이 개입한다. 사회적 공권력, 사회적 원인, 사회적 요인, 사회적 책임을 언급한다. 표현의 자유, 인간의 권리, 배려, 관심, 연대, 도움, 역량, 다양성, 인간의 존엄성, 기업 복지, 생태계, 생명의 다양성 등이 진보의 개념화된 언어다.

“보수는 개인의 책임과 노력을 강조하는데 비해 진보는 사회의 책임과 원인을 많이 언급한다. 국가가 보수 일색이 되면 문제가 있다. 또 진보적인 가치로만 가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한쪽에만 서서, 국가가 보수 일색이나 진보 일색으로만 가선 안 된다. 나는 그리 생각한다.”

도덕적인 철학이 중요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핵심 가치에 대한 강연의 결론. “지은이는 육아론의 입장에서 자애로운 부모의 입장에 있어야, 아이가 제대로 된다고 주장했다. 그것을 근거로 진보주의가 앞으로 가야할 정치방향이라고 내세운다. 번역한 입장이지만, 그 부분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라 전체가 진보가치로만 가야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더라.” 

가정이 곧 국가, 가정으로서의 국가는 동양에선 익숙한 개념이다. 군주를, 왕을 아버지로 봤던 시대가 동양에서는 있었다. “서양, 특히 인지언어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보수-진보의 정치 논리를 밝혀낸 것을 보고, 가정이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나는 느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가르침도 있다. 왜냐. 동양에서는 나라, 국가(國家)라는 말에 ‘집 가(家)’자가 들어있다. ‘네이션 이즈 패밀리’와 같은 말이다.”

즉, 저자는 국가에도 부모 역할을 하는 중심이 있으며, 그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라고 주장했다. 익숙한 개념이다. 우리는 또한 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엄부자모(嚴父慈母). 저자의 주장을 통해 동서양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엄부자모를 봐라. 정당도 한쪽이 엄부라면, 한쪽은 자모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인들은 노상 정쟁(政爭)이나 하고, 돈과 표를 계산하면서 싸우기만 한다. 철학이 없다. 가화를 위해 국민을 중심에 놓고 돌봐야하는데, 이러면 대한민국이 정치선진국이 될 텐데, 정부, 국회의원을 봐도 존경할만한 사람이 안 보인다. 정말로 엄부자모하고 가화만사성하는 정치풍토가 나와야 한다. 한국은 이게 절실하다. 미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서 합의하는 것 보면, 우리보다 낫다. 우리도 감동의 정치가 나와야 한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지금은 권력의 정치, 이데올로기 정치 시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데올로기는 집단 이기주의를 대의명분을 앞세워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 도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들 수준이 높아졌다. 이익을 따져 투표하는 사람도 아직 많지만, 그런 것은 점차 옅어진다. 무엇이 옳고 선하고 바른가, 이것에 따라 표가 간다. 옳고 바른, 도덕적인 철학을 가진 쪽으로 가려는 추세가 우리 앞에 오고 있다. 앞으로 정치 풍토가 바뀔 것이다.”

도덕이, 정치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도덕 정치의 시대.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시대. 공정이 사회에 퍼져있는 시대. 우리가 원하는 정치,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이런 것이 아녔을까. 도덕 없이, ‘경제를 살리겠다’는 허풍으로 최고 통치자에 오른 이를 통해 우리는 깨닫고 있다. 도덕 없는 지도자를 둔 국민의 비애를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되겠다고. 

Q&A


‘도덕’이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종교와 관련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도덕은 철학적 도덕인지, 종교적 도덕도 포함된 것인지, 도덕, 정치, 종교를 어떻게 조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에서 말한 보수와 진보에는 기독교 입장이 깊이 반영돼 있다. 기독교가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기독교 모델」). 미국 보수 쪽은 신학적인 근거까지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도덕에 종교적인 가르침에 근거한 이야기는 없다. 무의식, 경험에서부터 도덕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재밌는 게, ‘도덕 회계’라는 말을 쓴다(「도덕 회계 장부」). 장부 쓰는 회계를 말하는데, 도덕 장부가 있다는 거지. 꼭 읽어봐라. 재미있다. 보상, 상환 등 회계학에 쓰는 말과 도덕과 관계시켜서 하는 말을 연관짓는다. 재밌는 말이, 도덕적 회계결산을 정의라고 얘기한다. 도덕적으로 회계장부를 결산하는 것을 도덕이라고 한다. 종교와 결부한 도덕 이야기는 없지만, 한편으로 체험과 본성에서 말하는 도덕의식을 말하기도 한다.

“도덕적 영향이 있는 행동은, 도덕적 상호작용을 마치 회계장부의 대차평균을 맞추어야만 하는 재정적 거래에 비추어 개념화된다. 실제 회계 결산이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것처럼 도덕의 회계장부도 사회 기능에 필수적이다.”(p.71)

시중에 국회의원과 시민이 한강에 빠지면 국회의원부터 건진단다. 왜냐, 오염되니까. (웃음) 그만큼 국회의원들이 도덕적으로 문제 많다는 건데, 도덕이 정치에 좀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실효성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가 대개 정치를 보면, 부패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으키고도 얼굴 두껍게 특권 등을 무기로 지나가는 일이 많다. 그런 걸 보면, 도덕이라는 잣대로 청소하고픈 마음도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국민들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우선, 정치라고 하면 뭐가 생각나나. 투표가 생각날 거다. 어떤 정보도 없이 정당만 보고 찍는 사람도 많다. 물론 돈도 받는 행위도 있지만. 나는 먼저 투표에서부터 바꿔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이 뽑을 때 잘 뽑는 수준이 돼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유권자 겁을 내고,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동시에 정치는 기본적으로 도덕이다. ‘도덕 정치’가 돼야 한다. 정치인들 말 한마디가 국민 앞에 하는 도덕적 담화고 도덕 교육이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 단위의 시장, 군수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부모 언행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나. 정치인이 그만큼 중한 자리다. 참된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해야 진짜 정치인이고, 정치 지도자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종교가 나와서 정치를 하겠다면, 국민들이 오해 안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종교와 결부 안 되고도 국민의 도덕적 잣대와 철학이 굳건하게 있으면 국회의원 뽑을 때도 잘 할 수 있다. 언론인, 지식인 등도 도덕이나 양심을 갖고 임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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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온통 아름다운 '~밤'이로다.

고래동무가 되고 싶었고, 고래삼촌이 됐다.
'고래(가 그랬어)'는, 아이들이 다르게 사는 법을 익히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게끔 만드는, 그런 책이(라고 믿는)다. 김규항 선생님이니까! 즉, 고래는 적절히 제기된 물음이다. 노예는 묻지 않으나, 주인은 묻고 찾는다.

그렇다. 오늘, 고래동무 후원의 밤이다.
그런데, 왜 고래행사 때마다 내겐, 다른 일이 겹칠까. ㅠ.ㅠ
물론, 나 없어도 고래행사는 잘 진행되고 흥겹겠지만, 나도 낑끼고 싶었다.ㅠ

바라건대, 고래 응원해 달라.
최선의 응원은 <고래가 그랬어>를 구독하거나, 고래동무가 되는 것이다!
고래동무 후원하기


대신 나의 12월3일 밤은,
다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다.
실무단의 일원으로, 많은 도움이 안돼 미안하지만,
든든한 동지들이 있어, 아마 무사히 치르게 될 것이다.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서로 지켜주면서,
사회와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갚고 건강하게 사회에 썩어들어가면 좋겠다.

오늘 행사 후원을 위해 열심히 커피콩을 볶았다. :)
내가 볶은 커피가,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


역시 후원하고 있는, 김동원 감독님의 푸른영상에서도 오늘,
<12월 다큐보기와 정일건, 김재영 감독 환송회>가 펼쳐지는데,
참석하지 못하여, 안타깝다. ㅠ.ㅠ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은 말했다.
"나는 영화가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는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현실에서 카메라로 움직이는 영화라고 이름 붙여진 현실이다."

푸른영상을, 응원한다!

12월, 우리의 모든 밤이 세상과 접점을 이루면서, 
다르게 사는 법, 다르게 사는 세상도 생각할 수 있는 밤이 되길 바란다.

참, 인디언 체로키족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불렀다. :)


Posted by 스윙보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과 공포가, 마치 사실인양 유포되던,
에이즈 공포정치의 시대. 여전히 그 위세가 카랑카랑했던 1990년대.        어떤 영화는, 편견과 공포의 울타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준다. 말랑말한 시절이어서, 가능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그것마저 없었다면 나는 공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생각조차 못했을 게다.

 

물론, 내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적, 없다.
관념이 현실앞에서 어떻게 발현할지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

 

꼭, 그날이라고 깝죽댈 건 아니겠다. 일상속에서 체화하면서, 언제든 어떻게든 내 자신도 노출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다듬고 노력하는 수밖에. 

 

아울러, 음악의 힘, 그것이 가세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과잉이라고 일컫기도 했으나,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무덤덤하지 않고 다만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음악에서도 증폭됐다. 마리아 칼라스가 내게 처음 다가온 순간. La Mamma Motar(어머니는 돌아가시고).  

 

12월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 영화는 <필라델피아>.

 에이즈 편견에 금을 가게 한 기록, <필라델피아>

되씹는다. "에이즈는 의학적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위기다."

 

 

Posted by 스윙보이

성공회대 사회적기업가학교 수료생으로서, 
좀 더 알싸한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갑작스레 사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의 '나를 연애하게 하라'는,
그런 내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노래 가사 일부를 약간 옮겨왔다.

동지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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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가 학교
사회적기업가의 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우리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사회적기업. 그 단어 하나에 모이고 뭉친 우리들입니다.

애당초 우리를 움직인 것은 거대하고 폼나며 번쩍번쩍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작고 사소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만들고 바꿀 수 있는 세상이 있다고, 우리는 사회적기업가학교를 통해 배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 만든 작고 사소한 균열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우리가 바로 마음의 동지를 한데 모으고 싶습니다. 사회적기업가의 밤 행사를 통해 우리는 우리를 만납니다.

기초과정, 조직디자인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적기업가인, 사회적기업가일 우리를 서로 안아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동지이며, 인디입니다.

메이저를 향한 페달을 밟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서로 지켜주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달팽이의 속도로 꾸준히 가면서, 사회와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갚고 사회에 건강하게 썩어들어간다면 좋겠습니다.

자, 우리는 그렇게 사회적기업가입니다.

우리, 함께 연애하고 사랑하며 뜨겁게 타오르면서 사회적기업가임을 확인합시다.

그것을 위한 우리의 만남을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누구보다 크게 울 줄 알고,
누구보다 견디고 버틸 줄 알며,
누구보다 정당하게 분노할 줄 아는데다,
누구보다 싸울 줄 아는 한편,
누구보다 용서할 줄 아는,

그런 우리는 이 사회에 굳건히 뿌리내리는 사회적기업가입니다.

우리 그냥 사랑합시다!

일시 : 2010년 12월4일(토) 17:00~

장소 : 성공회대학교
등록비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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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7일.
러시아력 때문에 '10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데, '볼셰비키 혁명'의 93주년. 볼셰비키 혁명 혹은 10월 혁명일

부러 의도한 바는 아녔으나,
이날 수유+너머를 처음으로 찾았다. (찾기 쉽지 않았다!)

혁명일에 맞춘 수유+너머 방문이라. 고미숙 샘의 강연 덕분이었지만,
수유+너머는 이미 혁명이 달팽이속도로 이뤄지고 있구나.  

도시 한가운데서, 꿈틀대는 혁명적 기운의 현장.
호모 코뮤니타스의 일상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었고,
사진에서만 봤던 수유+너머의 카페, 문벅스도 엿봤다.  

소월길 단풍이 흐드러졌고,
2046잔의 커피가 생각났다.
낙엽 떨어지는 풍경, 나는 일요일에 서 있었고 누군가와 이야길 나눴다.
손수 내린 커피를 따라주고 이 풍경 속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Elvis Costello의 'Gloomy Sunday'라니! 몰랐다.
그의 대표곡 'She'와는 판이하게 다른 음색이다. 정말 블루시하구나.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는 건, 참 글루미한 일이다. ㅠ.ㅠ
일요일 종결자, 그레이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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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언제부터인가, 내 눈에 밟히는 것은, 내 마음에 찡하게 와 닿는 것은,
노동(의 맨얼굴)이었다.

내가 늘 노동자였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의 서울 시내 한 복판이었다.
 지금은 저 하늘색 옷을 벗었지만, 나는 저 노동 앞에 뭉클했다.
하늘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
어떤 담대한 안간힘 같은 걸 느꼈고,
노동의 신성함을 다시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한국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중국 내몽골의 어느 거리 시장통이었다.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장통을 사뿐 즈려밟던 나는,
한 청년의 노동 앞에서 갑자기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청년이 힘을 줘서 힘껏 돌리고 있는 것은,
바로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가 아닐까.


일본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무언가를 배달하느라 자전거를 끄는 아저씨나,
오픈하는 가게문을 촘촘하게 닦아대는 직원에게서,
 
나는 시큼하고 뭉클한 감정을 느껴야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노동의 현장이 주는 어떤 진정성.

물론, 나는 그렇게도 생각한다.
노동의 가치와 그 결과물로 나온 상품(용역)의 가치는 별개의 것이다.

노동이 어떻게 세계와 관계를 맺고,
어떤 세계를 위해 노동해야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 전에 우리는 살아야 하고, 버티고 견뎌야 한다.
 
뭣보다, 내 사는 지구는,
노동하는 무수한 점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시기의 개개인이 행하는 노동에 의해 돌아간다.

오늘, 책 축전 행사장에서 커피를 뽑아줬던 나의 노동도,
지구를 돌아가게 만든 작은 몸짓이었으리라. 

광화문이었다. 서울광장.
전태일 40주기 추모행사 '2010 전태일의 꿈'.


 우리는 아직도 화염 속에 있는 전태일을 본다.
고 조영래 변호사는 30여년 전에도 물었었다.

"오늘 전태일은 어디서 불타고 있는가?
전태일은 이 시각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기억속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전태일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막장으로 치닫는 노동현실 때문이다.

그래, 당신이나 나나, 전태일이다.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의 노동을 지지한다.
당신의 노동 앞에 늘 감동할 수밖에 없는 나의 소심한 연대적 행위.

어쩌면 지금 이 시대도 어떤 거대한 서사를 만들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에 의해서 말이다.

노동하는 우리는 그저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가진,
평범한 일상속에서 때론 이기적이고 때론 이타적이기도 하면서,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by.김훈)' 사람이다.
대한민국 사회, 삶의 조건이자 현실을 조망하는 서사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시월의 마지막 주, 공정무역이 풍기는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오는 29~30일 이틀동안, 서울 안국동·삼청동 일대에서 '워킹 페어트레이드' 행사가 열려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이번 행사는 공정무역을 체험하고 즐기도록 마련됐습니다.

행사 취지는 이래요.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증진하고 안국동과 삼청동이 갖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에 '윤리'와 '공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감으로써 향후 한국 최초의 '공정무역거리'로 조성해 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행사 내용을 보자면, 양일 간 '공정무역 설탕으로 달고나 만들기' 등의 거리행사를 비롯, 공정무역가게 '그루'의 오픈하우스(샘플 세일)가 펼쳐집니다.

이 밖에 세미나와 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어요. 29일에는 '카페 모란'에서 '공정무역 핫 이슈' '인증제와 시장'을 주제로 공정무역 단체들이 공정무역 인증제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19:00~21:30)가 열립니다. 밴드 '요술당나귀', '유자살롱',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미니 콘서트(16:00~17:30)를 펼쳐지고요.

이어 30일에는 '공정무역 커피이야기'를 주제로 '카페 모란'에서 세미나(19:00~21:30)가 열리고, '복태와 우쯋쮸'는 카페 콘서트를, '시와'와 '요술당나귀'는 축하공연을 진행한답니다. 오후 4시30분부터 열리는 페어트레이드 패션쇼에선 공정무역 의류 등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행사 기간,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카페나 공정무역가게를 방문하는 사람에겐 공정무역 상품과 기념품이 담긴 꾸러미가 제공됩니다.

그러니, 당신도 공정무역 향이 솔솔 풍기는 북촌의 거리로 오세효~ 당신의 작은 발걸음이 한국형 공정무역마을 조성을 위한 디딤돌이 될 거에요. 공정무역 커피향 맡으며 시월의 마지막을 만끽하는 것에서, 우리는 작고 사소하지만 공정한 세계를 만드는 한걸음을 내디디게 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Posted by 스윙보이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를 낳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나는 (주류) 언론에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다.

'내집 마련'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낳고, 
부동산 불패는물론, 재테크로서의 집에 집착하게 만든 공.

집은 왜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야 했을까.

한때,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나도 집에 대한 과도한 탐욕을 부추긴 것은 아녔을까, 반성한다.

하우스 푸어 현상을 파헤친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지난달 있었던 강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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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의 해답?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하는 것에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 하는데 가난한 사람)’라더니, 이젠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있는데 가난한 사람)’란다. 푸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푸어 시리즈냐, 고 물을만하다. 또 어떤 푸어가 나올지 사실, 겁난다. 또 다른 푸어 아닌, ‘푸우’(곰돌이)가 나왔으면 좋겠다만, 아니다. 눈을 씻고 봐도, 푸어다. ‘푸어(Poor) 낳는 사회’.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어쨌든, 하우스 푸어. 그토록 열망하는, 혹은 이 사회가 요구한 ‘내집’을 가졌으나, 그 집에 짓눌려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니. 내집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랬다.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집 한 채. 더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지상의 방들은 왜 죄다 남의 것일까, 한탄하던 사람들을 꼬드겼다. 건설업자들이 그랬고, 국가(권력)이 그랬으며, 은행(금융권)도 가세했다. 하다못해 언론들까지 이 삼각편대에 ‘꼽사리’를 껴서 (노름판의) 판돈을 키웠다. 소곤소곤도 아니요, 대놓고 나불댔다.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더 크고 넓은 집, 분양만 받으면 당신의 인생은 역전될 것이오. 그러니 지르시오. 지름신이 당신을 ‘리치(Rich)’로 만들 것이니라.

대박이니 로또니, 아주 가관이었다. 하다못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미친(!) 광고까지 날 뛰었다. 힘 있는 지들끼리 패 돌려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정작 폭탄은, 그들에게 판돈을 건 힘없는 사람들이 맞았다. 패보고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I 믿 You(나, 당신을 믿어요)’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 독촉에 월급 자동 차압이라니. 당했다! 신발!!       

국무총리로 후보지명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부강한 나라를 부르짖을 것이 아녔다. 모두가 부자인 나라를 말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굶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였다. 설혹 레토릭에 불과할지라도, 그 정도 인식은 보여줬어야 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지만, 한 사람이라도 푸어가 아닌 나라. 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던 ‘집’은 변심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혹했다. 학교에서, 어른을 통해 배웠던 ‘거주를 위한 집’은, 어느새 ‘투기를 위한 집’으로 재구성됐다. 하긴 따지고 보면 집이 변심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미친 거다. 집을 미친 짓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말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이렇게 내 인생을 허비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존재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p.9)

지난 9월10일, 이 말을 되씹을 기회가 생겼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그날의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김광수 경제연구소, 예스24, 더팩트가 주최한 『하우스 푸어』(김재영 지음|더팩트 펴냄)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의 타이틀은, “아빠는 하우스 푸어! 아들은 88만원 세대!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린 부동산 시장의 진실을 말한다!”.

저자(김재영 MBC PD)가 다큐 촬영차 남극에 가 있는 관계로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의 사회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보자.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혹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자.

그러니까, 이 책을 둘러보고. “무엇보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책은 하우스 푸어의 세계가 혹 나의 세계는 아닌지 바라보라고 한다.”(p.7)

그리고 집을 생각한다. 집은, 사는(Buy) 것보다 사는(Live)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꼭 사야만(Buy) 내집이겠는가. 내 사는(Live) 곳이 내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세를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전한 중산층인 박준명 씨(가명)의 바람직한 예. “지금은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박 씨는 고점 대비 20% 이상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을 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 하나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p.195) 집 소유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 그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하우스 푸어는 무엇이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가.

(선대인, 이하 선) 나는 언론에서 말하듯, 폭락론자가 아니다. (웃음) 부동산 시장이 지금 양상으로 가면 폭락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김광수 경제연구소)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하우스 푸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일까. 2005~2006년 수도권에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중산층은 소득 여력이 안 되는데도, 고점 시점에 주택 시장에 들어갔다. 폭등기 이후 2006년 말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거래도 끊어진다.
 
부동산 버블기에 많은 분들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고 실거래가가 하락하는데 버티고 있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 2008년 말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6~7개월 반등했는데, 다시 하락하고 있다. 큰 흐름으로는 2007년 이후 가라앉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 동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불패는 이제 종말을 구하는 것 아닌가. 빚을 내 집을 산 분들이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단면을 김재영 PD가 4부작으로 심층 취재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개념인 ‘하우스 푸어’ 문제에 천착했고, 김 PD가 책을 쓸 때, 추정하는 작업을 도왔다.

넓은 범위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산 분들이 수도권에만 98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직 초기이고 물가상승분이라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1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보면, 하우스 푸어는 아직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버블 시대에 한국경제에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화두가 될지 모르겠다.

(우석훈, 이하 우) 사람들이 저를 ‘공포 경제학자’라고 말한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의 차이라면, 한국은 아직 증시는 문제없는데, 부동산이 먼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일본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이 거품을 빼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GDP가 1만3000~1만5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거다.

하우스 푸어만 문제 되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될 거다. 워킹 푸어가 2~3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 하우스 푸어가 진행 중이다. 아직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크레디트 푸어’가 나오고, 나중에는 병원에 가기 어려울 정도의 ‘헬스 푸어’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지금 정부가 돈을 부어서 저소득층이 집을 사게 하자고 하는데, 뒷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제가 만나본 많은 하우스 푸어들은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올라서 집을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렵다. 

DTI규제 완화 등 정부의 8.29 대책을 어떻게 보나.

(선) 꺼져 가는 주택시장을 확 꺼지게 하는 확인사살일 수 있다고 본다. 생각했던 정도의 반등도 안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약간 랠리라도 보일까 싶었는데, 그런 모습도 안 보인다. 어제 기사를 보니, 금융기관 고위관계자가 이렇게 했는데도 살아나지 않으면 주택시장 폭락세를 앞당길 수 있다는 코멘트를 했더라.

이렇게까지 정부가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든다. 가계부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도록 시그널이 들어가야 하는데, 되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받쳐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가득이나 빚이 넘쳐나는데,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다. 바람직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한겨레에 의미 있는 기사가 났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80% 이상이 이자만 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택대출한 분들은 이자만 내면서 (원금상환을) 미루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012년 하반기가 되면 주택상환 만기액이 두 배 가량 커진다.

생각해보라. 집값이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기준금리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거품을 빼는 것과 억지로 버티다가 그때 와장창 깨지는 것 중에 어느 게 충격이 더 크겠나. 미루면 미룰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꾸 미루면 거품이 커지고 하우스 푸어가 되는 가계가 많아진다. 지금부터 분할해서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 거품 빼기를 미루는 정부나 언론들이 외려 폭락론자다. 그들이 더 큰 충격을 유도하는 집단이다.


(우) 나는 붕괴론자에 가깝다. (웃음) 3년 전, 한국경제가 언제 뻗을까 따져봤다. 내년 여름으로 예상했는데, 요번에 부동산 대책 나오면서 내년 4월로 당겨졌다. 2011년 4월 위기설을 정부가 스스로 만들었다. 그때 투매가 이뤄질 거라고 보는 자금상의 이유가 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2009년 상반기 예산을 앞당겨 썼다. 2009년 상반기 예산은 하반기에서 끌어오고. 계속 그렇게 하면서 정부가 막고 있던 건데, 더 이상 끌어올 돈이 없게 됐다. 올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내년도 돈을 당겨쓰면서 내년 예산을 줄이고 있다.

4대강 포함한 건설사 (부실을) 막아준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 초에는 어려울 거다. 지금 미국에선 ‘더블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하우스 푸어에 해당되는 정상적인 모기지도 아직 터지지 않았다. 미국은 올 연말-내년 초에 어려울 것이다. 내우외환 상태라 한국이 주택시장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 정부 차원의 금융위기는 없다, 가 유일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없다.

올해 사교육 지출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해다. 진짜 돈이 없다는 거다. 요번 DTI규제는, 투기꾼들은 정부가 보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거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나쁜 거다. 철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도 나쁜 거다. 

8.31 대책이 효과도 없으면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건데, 부동산업체들도 하락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문제 심각해질 때까지 경고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관료, 학자, 언론 모두 쉬쉬하면서.

(선) 뜻있는 사람들은 계속 경고를 했다. 주류언론을 타고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문제가 생겼을 때, 상책은 문제 발생 조짐이 보인 초기에 막는 거고, 하책은 문제가 커졌을 때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것이다. 최하책은 파탄을 맞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지금 한국경제에선 하책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책이라도 잘 써서 급격한 대폭락은 막아야하지 않나. 『위기경제학』에 따르면, 모든 경제위기에는 위기경보시스템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자산 가격이 경제력보다 크게 부풀어 오르고 레버리지가 있은 뒤 급격하게 붕괴됐다. 예외 없이 버블 형성과 꺼지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런 패턴을 인식하고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미국발 경제위기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4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기조를 잘 잡아서 실행만 제대로 됐다면, 지금처럼 위태한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다. 그 외 다른 정책도 그랬지만, 지금 정권의 국공채 발행액이 200조 원(주. 국내총생산의 20% 규모)이다. 엄청나게 돈을 때려 부었다. 부동산 부양에만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됐다. 이번 DTI규제는, 그전까지 공공부채로 틀어막다가 이젠 가계부채로 틀어막기를 하는 거다.

“필요한 제도적 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pp.78~79)

생각해보라.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지탱되기는 힘들다. 가계부채도 한계에 도달했고, 공공부채로 하던 기존사업도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몰리던 민간의 돈도 위축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겠나.

위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건설 오적이 있다. 정부, 정치권, 건설업체, 기득권언론, 부동산정보업체나 상당수 부동산학자 등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덫에 걸린 거다. 경고를 거듭했음에도 이 조직적인 구조, 강력한 이해관계가 한국경제의 거품을 이렇게 키우고 위기로 몰아간 거다.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투자 정보를 빙자한 광고성기사와 이와 연계된 광고를 통해 꾸며지는 부동산 특집 면은 신문사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2010년 들어 건설 관련 광고는 34.1% 감소했다. 5대 분야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금 상당수 언론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은 부동산 광고주인 건설업체들의 민원 해결용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p.95)

(우) 경고가 왜 없었냐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면 돈이 안 되고, 올라갈 거라 말하면 돈이 생기니까. (웃음) 3~4년 전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이 후퇴했을 때 <100분 토론>에 나가는 학자들이 많았다. 요즘 보면 학자들이 거의 없다. 부동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도 학자들이 안 나온다. 지금 판은 업자들이 나온다. 경제학자들도 논쟁이 많았는데, 지금은 떨어질 거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올라간다면 왕따 시킨다. (웃음)

우리(2.1연구소,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정부나 기업에 돈을 받지 않으니 자유로운 거다. 삼성(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로 부동산(땅)을 산 것이 없다. 현대도 없고. 롯데는 지금 판다. 적어도 부동산에 관해서라면 증권사 얘기를 듣지 마라. 지금은 어떻게든 빚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친절하지 않다. 6개월 정도 시간 있는데, 어떻게든 채무조정을 안 하면 내년에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를 ‘만성불안사회’로 만든 것은 이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었다. 각 가계가 끊임없이 부동산 재테크에 매달리게 했던 것은 바로 이들 권력자들이었다.”(p.69)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면, 거품을 빼는 방식,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 소장에겐 성장잠재력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쭙고 싶다.

(선) 풍선이 부풀어 있는데, 바늘로 찔러 터트리면 아수라장 된다. 그래서 구멍을 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말은 뺀다고 하는데, 빠질만하면 바람을 다시 집어넣는다. 정부는 거품이 꺼졌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재정력이나 정책수단을 소진한 상태다.


많은 분들이 충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길 바란다. 여기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 가계부채를 740조원 쌓아놓고 공공부채를 200조원 이상 써 버렸고, 집값은 이렇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거품을 빼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다.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자는 거다. 가계부채를 늘리게 하고 만기상환을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계속 상환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집값 거품을 빼야 한다. 투기를 부추긴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선분양제가 대표적이다. 3년 거치 대출 원리금 상환 구조도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건설업체의 시장 퇴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빨리 서둘러야 한다. 살려둘수록 물밑에서 부실이 커진다. 

“선분양제가 하우스 푸어들을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p.78)

마지막으로 빚내서 집을 산 가계에 드리고 싶은 말은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는 거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부동산 덫에 걸려서 인질처럼 잡혀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전 재산이 걸려 있어서 옭아 매인다. 몽롱한 환각제 놓아서 매트릭스 구조에 빠뜨리는 세력이 인질범인데,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한 방이 있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p.103)

(우) 80년대에 ‘스텔라 인생관’이라고 있었다. 20대엔 20평-엑셀, 30대엔 30평-프레스토, 40대엔 40평-스텔라를 사면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지금은 50대가 우리나라 전체의 땅 50%, 부도 50% 이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세대고 40대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지금 20대는 하우스 푸어도 아니고, 그냥 ‘푸어’다. (웃음) 인간적으로 착함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할 때 하우스 푸어의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굉장히 어려울 텐데, 연대를 통해 혹은 지역경제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하튼 내년에는 빚 2억 이상 있는 분 힘들 것이다. 정말 잘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웃음)

그냥 푸어인 사람들,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나.

(우) 프랑스는 집값이 뛰니까, 20대들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우리나라의 20대는 지금 집값이 올라가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은 어떤 방이 좋니, 라고 물어봐야 반응을 한다. ‘소셜 하우징’이 필요하다.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부동산 거품 때문일까?

(우) 그걸 좀 연구해보려고 했는데, 섹스 횟수는 도저히 못 찾았고,(웃음) 이런 건 있다. 요즘 사회학 하는 분들이 ‘취집’(주. 취직의 일환으로 시집가는 것을 빗댄 말로 취직+시집의 줄임말) 등을 연구한다. 직장 대신에 시집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 4~5년 동안 결혼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많다. 남자 쪽에서는 작년부터였나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자를 만나서 돈 내느니 아예 안 만난다. 그래서 성욕 자체가 사라지는 남성이 등장했다. 출산율이 세계 기록을 깰 거다. 2%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데…


지금 하우스 푸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을 말해 달라.

(선) 어려운 문제다. 이미 하우스 푸어 현상이 생겨났는데, 정책적으로 구제해줘야 할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면 필요한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게 볼 때 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책임 하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고 측은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말이야 쉽지만, 바람직하고 쉽냐는 별개의 문제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푸어인 사람도 있고, 아예 푸어인 사람도 있는데, 푸어 지원은 외면하면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해주는 건 넌센스다.

(우) 지금 문제를 끌고 온 것은 아파트 주상복합인데, 지금 안 팔면 큰일 난다. 절반 값이라도 팔아야 한다. 내년 주상복합은 사람이 빌 거다. 강남 일부도 슬럼이 될 거다. 애들이 과외를 하면 끊고, 아빠가 룸살롱 가는 것도 끊어야 한다.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좋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타지 말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지구를 위해 사는 것도 해볼 만하다. 그러니 내년에는 생태적 삶을. (웃음)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우) 시장에 대해 불신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무섭다고 느껴보긴 처음이다. 시장은 가만 두면 굉장히 무섭다. 지금 그 무서운 시장이 조정을 보고 있다. 경제는 과학이다. 과학에 의해 작동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못 막는다. 건전한 상식과 과학이 앞으로 시장을 움직여 나가야 하고, 몇 년 후 한국이 좋아지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선) 88만원 세대를 ‘삼무(三無)세대’라고도 하는데, 나는 2개를 더 보태 ‘오무(五無)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젊은 세대는 일자리 없고, 돈 없고, 집을 살 수도 없는데다 결혼도 못하고, 애도 없다. 그래서 오무 세대다. 이게 일부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적어도 안정적으로 성관계를 갖기 힘든 여건이다. 일단 보금자리가 없다. 초혼연령이 19년 만에 4살이 올랐다. 전쟁도 안 터진 나라에서 초혼연령이 이렇게 올라간 나라가 없다. 부동산 거품 빨리 빼서 충격 흡수하는 것, 그게 첫 걸음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세간의 널리 퍼진 오해 혹은 오류 중의 하나는,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 있다는, 분리돼야 한다는 거다.

경제를 논하고 문제를 풀 때, 정치를 대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무식'에 가깝다.
거의 모든 경제현상이나 경제적 사건은 정치와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선 언급한 장하준 교수도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정치를 언급했다.
사회적 개선을 위해 우리는 (정치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블로그든 선거든, 어떤 형태든, 각자가 의사를 표시하고,
작은 힘이라도 하나둘 모여야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장의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1월, 김광수 소장의 강연에 다녀온 기록이다.
부디, 정치와 경제를 캐분리해서 생각하지 말자.
그건 경제 쥐뿔도 모르는, 무식한 MB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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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문제는 정치야. 바꿔라!
[현장취재] 『경제학 3.0』 저자 김광수


과문하지만, 내가 아는 경제학은 이렇다.


“의식주 생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삶과 연관된 기본에 대한 이야기.” (김수행 마르크스경제학자)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먼저 쓰러져가는 빈민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앨프리드 마셜 영국 경제학자)
“경제학의 목표가 많은 사람을 좀 더 잘 살게 하는 것이라면, 먼저 가난한 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 교수)

물론, 학교에선 그렇게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현실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경제학을 입에 올리는 시대가 되고 있지만, 보통 사람의 일상에 경제학이 파고들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경제학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 이상으로 생각지 않는다. 그것을 보통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국가 최고통치자의 자리에 오른 자는, 어째 부자들의 자산증식과 토건에만 공을 들이니, 어떻게 보통사람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소수 특권층이나 기득권층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p.78)

경제학을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나 화폐로 계산되는 수치에 매몰됨을 뜻하지 않는다. 경제가 다른 정치나 교육문제 등과 분리해서 작동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경제학자가 때론 교육정책이나 사회정책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월권행위가 아니다. 경제는 그만큼 모든 것과 잇닿아 있고, 특히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나, 경제(학)를 모르오’라고 커밍아웃하는 거나 다름없다.

『경제학 3.0』(김광수 지음|더난출판 펴냄)은, 경제 혼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경제적 현상을 어떻게 보고, 우리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에 지난달 27일, 롯데시네마 영등포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 ‘아름다운 책 人터뷰’에 김광수 소장이 독자들을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치솟는 집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젊은 세대에 가슴 아파한다는 그는,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와 대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여기의 우리가, 경제학을 어떻게 현실과 연결시켜야할지 단초가 있을 것이다.

교육과 일자리,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김 소장은 우선 교육문제부터 꺼냈다.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만신창이다. ‘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교육문제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서 한숨 돌려야 할 때임에도 지난 20여 년 동안 네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교육문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자리는 더욱 심각하게 안 좋아지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는, 진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볼 문제임을 강조한다. “주택(집)문제, 의료, 노후 등 전반적인 문제 모두, IMF를 겪으면서 휘청하고 그 후로 10년이 지났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고 악화되고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해결해줄 수 있느냐, 기존 정치권이 해결해줄 수 있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가 자식 세대에게 물려준 것이라곤 부동산 투기와 엄청난 가계 부채뿐이다.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생산적인 경제를 만들어주기는커녕 거품 경제로 그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일관성 있게 추진된 것은 부동산 투기 조장 정책뿐이었다.”(p.234)

정치인과 관료에 의해 넝마가 된 여러 문제들. 우리는 선거 등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진짜 그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그런 것 상관없이 이념적 잣대로만 그들을 호명한 것일까.

“일자리도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채워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이정도 온 것은, 40년에 걸쳐온 결과다. 그래서 지금 일자리가 있는 것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단지 임기만 채우면 어떻게 되겠나. 그럼 말할 필요도 없다. 엉망진창이 될 거다. 그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되지 않았나 싶다. 교육은 지속돼야 할 문제다.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정권과 상관없이 전문가들을 모아 합의를 이루고 정책을 시행해야 조금씩 풀려나갈 것이다.”


그는 지금의 교육문제 해결방안도 어이없음을 부연한다. 자율화란 명목으로 중요한 교육문제를 각 자치단체 단위로 풀어놓고, 사학에 교육이 사적재산임을 공공연히 인정하는. 그는 되묻는다.

“교육이 사적 재산인가? 아니지 않은가. 교육문제로 전국민이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데, 다른 나라 같았으면 국가가 특단의 조치를 했을 거다. 국가의 장래가 흔들릴 정도지 않나. 사학이 마냥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말도 안 되는 정치이념이 들어오고. 사학들은 ‘내 재산,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시비고 간섭이냐’ 이거 아니냐. 시간이 갈수록 폐해가 명백하게 드러날 거다. 백년대계라는 말은, 교육제도를 잘 만들면 효과가 100년이 가지만, 잘못 만들면 부작용도 100년이 간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명백하게 악화되고 있다. “개인의 생각으로 손을 대면 그 다음 정권을 잡은 이도 같은 생각으로 손을 댄다. 그러면 개똥철학이 넘쳐나고 여러분이 힘들어진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런 문제 해결에 대해 불가하다고 결론을 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을 경영해온 기존 정치권은 실패했다. 10년에 걸쳐 두 번씩 기회를 줬는데 결과를 못 냈다.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은 실패하면 망하고 잘리는데,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고, 국가가 부도가 나든 말든,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 대가는 여러분이 뒤집어쓰고 있지 않나. 이런 사람들이 더 이상 경영해선 안 된다. 그럼 누가? 여러분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정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도,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도 모두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것이다. 어떤 정당 또는 대통령이 어떤 교육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p.237)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 

김 소장이 가진 국가 운영론은 이렇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올바로 이해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즉, 전문적인 능력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거다. “지난 20년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20~40대에는 보석 같은 인재가 많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런 인재들에게 기회를 줘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들을 통해 새판을 짤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 20~40대의 어리석음도 꼬집는다. “유권자 분포를 보면 전체의 75%가 20~40대다. 그럼에도 50대 이상 15% 정도의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교육, 일자리, 집, 결혼 등을 50대 이상에게 해결해달라는 거지. 자신들의 문제를 갖고 그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거다. 그런 사람들을 뽑아놓고선 죽네 사네 얘기하고 있다. 시켜놓고 못하면 갈아 치워야한다.”

그렇게들 입에 올리는 경제위기의 근원은 이렇게 설명될 수 있겠다. “사람뿐인 경제에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은 오직 사람과 지식과 시간뿐입니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사람은 아파트보다도 못한 똥값으로 떨어졌고, 지식은 기술 벤처를 통해 발전할 수 없으며, 시간은 헛되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위기이며, 이를 조장하고 선동한 무능하고 무지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그리고 여야 정치권이 위기의 근원인 것입니다.”(p.17)

백마 타고 온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김 소장은 우리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금의 정치권은) 안 된다는 것이 입증돼 있다. 분명한 것은, 엉터리 같은 사람을 또 시켜선 안 된다는 거다. 자식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숨 쉬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여러분들에겐 기회가 없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문제해결을) 시도할만한 돈이 없다. 이미 국가가 빚 투성이다. 2007년 국가 예산이 235조였는데, 현 정부 출범이후 3년 동안 예산이 150조나 늘어났다. 공식적인 수치만으로. 비공식적인 것도 있을 거다. 150조가 어느 정도냐면, IMF때 투입된 공적자금이 160조였다. 그런 돈을 집권 3년 만에 쏟아 부은 거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다. “일반인들이야 무식해도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이 집단으로 무식하면 나라를 말아먹는다. 무식한 데는 약도 없다.”(p.59)

그의 일갈은 계속 된다. “민자 사업도 실은 다 빚이다. 4대강 사업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는데, 다 보이지 않는 빚이다. 아무리 잘 하자고 해도, 지금 질러놓은 빚 갚느라 정신없을 거다. 못 갚는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여유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나만 어떻게 돈 좀 벌 수 없을까, 어떻게 취직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취직한다손 몇 년을 근무할 것 같나.”

책에서도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민주주의가 덜 발달한 정치 후진국일수록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비이성적인 도박식 정책 남발로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한국 정부도 구조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차근차근 모색하기보다는 ‘4대강 사업’이라는 한탕주의 정책에 목을 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통해 국제 경쟁력 저하와 실업난, 양극화와 같은 경제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p.27)

문제는 정치다! 바꾸자!!

구조적으로 메스를 들이대는 일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올바르게 경제시스템이 운영되려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즉, 올바른 경제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운영과 경영을 맡겨야 한다. “올바른 경제 정책이란 경제 구조 변화에 선제적이며,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순응적인 정책을 말합니다. 반대로 나쁜 경제 정책이란 경제 구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관습과 경험에만 의존하여 현상 유지에 급급하고, 경제 환경 변화에도 역행하여 거꾸로 가는 정책을 말합니다.”(p.5)

김 소장은 성장잠재력에 대한 강조도 덧붙인다. “경제가 지속가능하도록 성장잠재력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대통령, 국회의원, 관료의 책무다. 사실 성장률을 올리는 건 간단하다. 돈을 쏟으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은 지표상 올라간다. 물론 그것은 임시방편의 땜질이지, 일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지진 않는다. 그건 국가정책이 아니고, 국가운영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힘들더라도 참을 것을 참으면서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도 안정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내 재산이냐 아니냐, 물려줘야 한다 아니다, 가 왜 중요하나. 공정한 룰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

“GDP 성장률은 분기 내지는 1년 단위의 경제 활동에 관한 단기적 개념일 뿐이다. 오히려 장기적 경제 발전의 개념에 가까운 것은 GDP 성장률이 아니라 잠재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다.”(p.44)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는다. 기업이 잘 돼야 노동자들이 먹고 산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 “기업한테 다 쏟아줬더니 경제위기 전후가 어떠냐.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했지만, 일자리는 어딨냐. 지금, 가동률은 역대 최고고, 지표상으로 최호황 상태다. 실업률도 통계지표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일자리 때문에 왜 난리냐.”

김 소장은 ‘바꿔. 바꿔!’를 외쳤다. “더 이상 이런 것을 놔 둘 거냐. 다음에도 그 사람들 시킬 거냐. 바꿔야 한다. 바꾸면 금방 변할 수 있다. 우리 20~40대에 똑똑한 사람이 많다. 늙은 양반들 왜 죽을 때까지 난장판 치게 놔 두냐. 넓은 의미에서 우리 20~40대가 자신이 주인이 돼서 국가를 경영한다면 확실히 바뀔 것이다.”


자식을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교육(이라고 쓰고, 사육이라고 읽는)을 강요하고, 일자리 창출이랍시고, 삽을 쥐어주는 국가의 미래? 단언건대, 없다. 김광수 소장의 이날 강연 핵심은 ‘깨어있으라, 그리하여 바꾸라’가 아닐까. 문제는, 정치다. ‘경제가 정치와 무관하다’는 인식은, 정치권력을 계속 잡기 위해 노회한 자들이 주입한 수사다. 경제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며, 엉터리가 판을 치는 사기극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 자신이 곧 정치의 주인공이자 최종적 투표권을 지닌 진정한 권력자인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정치는 일반 서민이 주인공인 생활 정치라고 생각한다.… 생활 정치에의 자유로운 참여는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일반 서민들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p.239)

그리하여, 경제학의 임무와 고민의 핵심에는 이것이 있다고 하겠다. 당신의 생각과 실천이 우리에게, 후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21세기 지식정보화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가 정치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pp.257~258)

참고로, 김광수 소장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면,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인터넷카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통하면 되겠다.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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