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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08.04.30 아주 간혹 소심하게 묻고 싶은, 결혼에 대한 어떤 것 by 스윙보이 (9)
  2. 2008.01.04 사랑은, '오렌지주스'에서 시작한다... by 스윙보이 (2)
  3. 2007.11.22 '재혼'보다는, 그냥 '결혼' by 스윙보이
  4. 2007.10.14 청첩장 이후, 두번째 시즌의 도래 by 스윙보이
  5. 2007.10.06 당신에게 'devil person'은 누구? by 스윙보이
  6. 2007.09.28 결혼 말고 사랑 by 스윙보이
  7. 2007.09.05 싱글, 네 멋대로 행복하라 by 스윙보이

이젠 시간이 좀 흘렀으니, 얘기해볼게.
최근 결혼식 2건을 달렸지. 부산과 영주를 오가면서. 물론 하객으로서.^^ 뭐, 몸이 좀 힘들긴 해도 충분히 축하해주고, 밥도 얌얌. 두 쌍 모두, 행복해 하더군. 암, 그래야지. 이 몸이 친히 갔는데, 행복해하지 않으면 되겠어? 어쨌든, 다녀와서 바로 얘기하긴 좀 미안하더라구. 두 쌍 다 허니문 다녀왔으니, 나도 썰이나 푸는게지. 결혼 못(안)한 싱글남의 푸념이랄까. 푸헐.

김혜리가 만난, 장한나가 재미난 얘기를 하더라.
작년 쯤 독일에서 있었던 일인데, 한 정치인이 결혼에 유효기간을 두자는 주장을 폈대. 그걸 국회에 제출까지 했나봐. 아마. 그 주장이란 게 뭔가하니, 결혼을 딱하면 유효기간을 5년으로 일단 두고, 그 기간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거지. 그러다 5년이 되면, 원하면 갱신을 하고 아니면 그냥 끝내는 거.
이혼 개념을 없애는 거지. 물론, 통과는 안 됐다네. 장한나는 재미있다고 하던데.

나도 재미있었어.
몇명 친구에게 얘길했더니, 그들도 동의 여부를 떠나 재밌어하더라. 어쩌면 그게 합리적이라는 등등. 결혼에 대한 재미난 상상 아냐? 옳고 그름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고. 5년 후의 결혼생활 지속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상상력, 그게 재밌지 않아? 사실 너도 알잖아. 결혼, 그 자체가 이후의 행복을 전적으로 보장해주는 건 아니라는 것. "그들은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는, 이야기를 그만 맺으려는 봉합이지. 이야기꾼으로서의 직무유기 혹은 결혼 신화의 무책임한 전파.

그러면서, 궁금하더라구.
5년, 그 시간은 어떻게 산출된 걸까. 뒤적이다보니, 이런 재미난 기사가 있네. ( ☞ "결혼생활의 고비, 7년 아니라 5년"<英紙> ) 다국적 과학자들이 궁금했대. 결혼생활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가. 그랬더니, 결혼한지 4년이 지나면 서로에게 싫증이 나기 시작해 결혼 5주년 기념일 직전에 이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군. 이 단계를 무사히 넘기면, 평생 해로할 가능성이 커진대. 흠, 독일 정치인의 주장은 이 연구와 관련이 있을까? 그래서 5년을 일단 변곡점으로 삼았을까? 에험, 그건 나도 몰러.^^;

요즘 그런 CF도 있잖아.
김태희랑 김강우가 나와서 러브러브모드 조성하는 카드CF. 은근 프로포즈 하는 건데, 봤지?
'강우'가 그래. "사랑도 할부가 되나?"
'태희'는 반문하지. "뭐?"
'강우'가 다시 말해. "만약에 할 수 있다면 100년 할부로 너랑 살고 싶어서..."
'태희'는 싫지 않은 눈치야. "근데... 너 그런 카드 있어?"
괜히 꼬아보자면, 결혼도 그렇게 할부하면 어때? 할부로 해 놓고 그 기간이 되면, 나머지 정산하거나 계속 할부 지속하는 거, 어때? 미친 소린가? ^^;

요즘 뜨고 있는 TV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뭐 딱히 삘이 꽂히질 않아서, 즐겨보진 않아. 셀리브리티들의 가상결혼. 특정 커플의 알콩달콩 가상 소꼽장난은 몇 번 접했는데, 엔터테인먼트로서 재미난 것도 있더라. 실제로 그들의 가상행각을 보고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 삐딱선을 타자면, 결혼과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국가시책 맞춤형 프로그램 같애. 뭐, 그랬든말든 상관은 없다만, 전반적으로 TV, 특히 지상파는 '보편성'을 명분으로 보수적인 가치에 포박된 매체가 아닌가 싶어. 물론 그렇지않은 프로그램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래.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성질'이라는 '보편성'의 뜻을 감안하면, 그 명분은 좀 아니긴 하지? 물론 좀더 엄밀하자면, 보수적인 가치라기보다는 '자본과 직결될 시청률'이 더 정확하지. 그래서 아쉽다면, 다양한 삶에 대한 지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 ( ☞‘무조건 결혼’ 외치는 텔레비전 )

그런 면에서 영화는, 좀더 자유롭긴해.
어쩔 수 없는 매체의 차이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개봉 예정인 두 편의 영화를 들자면, 우선 이건 어떤가. 다부일처.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의 재밌는 간략 소개를 인용하자면. "남편 둘을 거느린 호사스런(?) 여자 이야기다. 남편들은 원톱을 차지하겠다고 아옹다옹이나, 정작 감독 지휘봉을 든 아내는 투톱 시스템에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아니, 스리톱도 가능하다고 한술 더 뜬다. 결혼만 하면 인아(손예진)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첫 번째 남편 덕훈(김주혁). “사랑은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배로 불어나는 것”이라는 아내의 자유연애론 앞에서 쓰러지고, “그런 인아를 이해할 수 있다”며 세컨드를 자청한 재경(주상욱)의 갑작스런 등장에 코피 흘린다."☞ 다부일처는 안 되나요?

그리고, 하나 더 경순 감독의 <쇼킹 패밀리>.
역시 소개하자면, "가족 안에서 딸, 며느리, 엄마라는 역할만을 강요당한 채 상실되어가는 자아를 고민하고, 비로소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가는 20대 세영, 30대 경은, 40대 경순의 시선을 통해 우리사회의 ‘가족’과 ‘혈연중심 가족주의’의 속내를 파헤치는 ‘안티가족 다큐멘터리’". 가족문제를 파헤치는 영화라, 제작진 모두 크레딧에 패밀리 네임인 성을 쓰지 않기로 한 영화. '경순'감독의 인터뷰엔 이런 얘기도 나오네. "현재 자라나고 있는 남자 아이들의 성 관념이 너무 보수적이더라. 아직도 순결 마인드에 지배되고 있다. 일단 가족이라는 틀 안에 들어가면 상투적인 남녀의 역할이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결혼은 충분히 성숙된 뒤에 해야 할 것 같다. 평균수명도 길어졌으니 결혼 적정 연력은 60살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다." 빙고. 어르신, 특히 꼰대들이 들으면 대노할 얘기로세. 푸하하.

아, 오핸 말아줘.
내가 결혼 제도를 결사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평생 결혼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독신주의자'도 아녀. '안티결혼주의자'는 아니라구.^^; 뭐 하고 싶으면 하는 거구, 아님 마는 거지. 그저 나의 바람은 소박해. 사회가 다양한 삶의 가치와 선택을 인정해 줬으면 한다는 거. '결혼'이 만고불변의 가치이거나, 깨어져선 안되는 지고지순한 선택지가 돼선 안된다는 것. 결혼이 개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되면 밉지.^^ 그런 부박한 행동은 안해야지 않겠어? 하하.

이런 '되고송' 어때?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작게 웃으면 되고
싱글남 싱글녀 점점 늘어나면 서로 친구하고 연애하면 되고
혼자라는게 외로워질 때면 옛날 친구 얼굴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그래서 이 영화, 아싸~ 재미나고~~ 다시 꺼내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직 철부지.^^;
결혼에 대한 짧은 필름이지.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얘야, 동그라미를 그리려면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는 거야.”
소년은 아빠의 말대로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되돌아가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자 보름달처럼 둥근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아들이 나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사랑도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던 첫 마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사랑의 원을 그릴 수 있구나. 처음과 끝이 서로 같이 만나야 진정 사랑을 완성할 수 있구나.”
-정호승의 <스무살을 위한 사랑의 동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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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그 내음과 햇살이 익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 총선도 끝나고 윤달도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건? 그렇다. ‘웨딩시즌’의 본격 도래다. ‘결혼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청첩장’과 ‘축의금’과 같은 결혼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봄날의 풍경을 가꾼다. 그렇게 동그라미를, 사랑의 원을 그리려는 작자들(!)의 천연덕스런 닭 짓(?)이 활개친다(그렇다고 그들이 정치권의 누군가들처럼 닭대가리는 아니다).

그란데 마리다. 봄이 때론 가혹한 건 예정에 없던 지출을 수반한다는 거다. 그 넘의 청첩장은 고지서다. “돈 내 놓으슈”라는 반협박 반강제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결혼식도 한때라는 말도 있는데 아직 주변에 ‘솔로’가 풀풀 먼지처럼 날리는 걸 보면, 주구장창 결혼식 하객의 위치는 쭈욱~~~ 이어질 것 같다. 그래두 짤탱이 있나. 줄건 줘야지. 안그래? 그나마 결혼식에 가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 나는 그것에 만족하는 넉살좋은 소시민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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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그런데 경사스럽기 그지없을 닭 짓(!)에 감히 ‘미친 짓’이라는 도발적인 언사로 시비를 거는 이 영화, 대체 무슨 심보일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니. 대명천지 벌건 대낮에 이런 고약한(?) 얘기를 꺼낸 거냐. 어쨌든 눈길 끌만한 섹시(!)한 제목임은 분명하다. 사회 제도로의 편입이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라는 통념)이든, 자본주의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위이든, 결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사회적인 보편성(의 테두리에 있다고 여겨지는 대다수의 선택)을 획득하고 있다. 결 관련된 용어에는 은근히 사회적인 억압이 숨어있다. ‘결혼적령기’라는 어중간한 말로 사람을 규정하고, 총각·처녀앞에 ‘노(老)’자를 붙여 결혼하지 않은 데 대한 압력을 넣는다. 뒈길, 결혼 못한 인간들은 살 자격도 없냐?

여기 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 결혼 지상주의를 표방하듯 숱한 선을 통해 조건을 따지는 현실주의자인 그 여자, 연희(엄정화)와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믿으면서 욕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자의식강한 그 남자, 준영(감우성).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난다. 이런 전제조건에서라면 답은 뻔하다. 두 사람의 결혼은 ‘없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여기서 출발한다.

상투적이고 진부한 결혼제도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준영은 “한 사람만을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고 그런 욕망을 숨길 수 없다”고 일갈한다. 반면 연희에게 결혼은 부와 안정을 가지기 위한 조건에 다름 아닌 한편 연희는 마음이 원하는 사랑에도 충실할 수 있는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 연희는 결국 의사 집안의 배경을 지닌 남자와의 결혼에 배팅(!)한다. 그러나 그녀에게 결혼은 ‘일부종사(一夫從事)’의 구닥다리가 아닐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여정이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그들은 이른바 ‘불륜’이라는 너울을 뒤집어 쓸 여지가 다분한 ‘다른’ 형태의 주말부부(?)를 택한다.

그런데 어찌 ‘불륜’의 냄새가 짙지 않다.(그들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운 탓?) 제도권에 편입했으면서도 은근히 이를 조롱하는 듯한 연희의 ‘이중생활’이나 결혼에 대해 냉소적인 준영이 ‘선택적 대안’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모습이 ‘결혼의 신성함(이란 강압적인 이데올로기)’에 딴죽을 거는 듯하다. 아, 불륜과 로맨스는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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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한(!) 둘만의 공간에 균열이 가해지는 건, 현실의 요구와 ‘완전 범죄(?)는 없다’는 격언에 따른 것일까. 끈끈했던 연줄의 느슨해짐은 준영의 맘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현실과의 불화에서 비롯된다. 연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자라는 현실이 그에겐 부담으로 다가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좀 더 바쁘게 살고 있을 뿐”이라며 당당한 연희와 달리, 결혼제도에 발을 담그지 않은 준영이 오히려 발목이 묶이는 듯한 모습이 아이러니컬하다. 그녀의 작은 부탁들을 하나둘 다 들어주었던 가슴 넓고 자상한 남자였던 그도 현실과의 접점문제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었던 거겠지.

학벌, 재산, 직업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결혼정보업체의 속물성에 치를 떨면서도 결혼은 ‘현실’이라며 ‘조건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점을 빼놓지 않는 우리네 사람살이는 그렇듯 위태로운 외줄타기에 다름 아니다. 준영은 연희가 떠난 후 둘만의 여행길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사진 속에서만큼 우리는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라고 읊조린다. 회한이 묻어나는 그의 나레이션을 통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결혼이 아닌 ‘사랑’이란 다크호스에 한 방 먹은 것 같다.

플레이보이誌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의 작가들 단편을 엮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국내에선 '푸른 숲'에서 펴냄)란 소설을 보면, ‘결혼이란 감정을 죽이고 일상이 강해지는 그런 것을 느끼’고 ‘사랑이란 평균수명이 3주밖에 안 되는 대중의 망상에 불과하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단다. 두 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연희는 일찌감치 준영이 자신을 잡았다면 결혼했을 거라는 말을 던지지만 결혼과 셋방살이로 이어지는 ‘가지 않은 길’로 갔었다면 과연 행복했을지 의문이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에게 사실 묻고 싶은 게 있다. “사람들이 하필 그 전에 사랑한 사람이나 그 후에 사랑할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의 그 사람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단지 그 사람을 결혼 적령기에 만났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누구를 만나 사랑해도 상관없는데 다만 순서가 문제인 거지.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사람을 바로 결혼 적령기 때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라는 영화의 원작, 이만교의 소설속 문구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고.

짓궂지 않냐고? 그것이 섣불리 물어보지 못하는 이유다.
나는 밥도 먹을 겸해서 결혼식에 참석한 헐랭한 하객일 뿐이다... ^^;;;;;;

Posted by 스윙보이

연말연시, 곧 덕담이 난무하는 시즌.
누구에게든, 상투구든 뭐든, 좋은 말 한마디씩은 던지는 것, 익숙하지. 전화, 문자, 대면 등을 통해 주고 받은 새해인사를 담자면, 누구나 트럭 백만스물두개 정도는 될 터. "복 받아라"는 클리셰가 가장 흔할 테고, 내 경우, 다음으로 많은 것은, "결혼해야지" 정도가 되시겠다! 뭐, 결혼 안(못)한 종족들의 피할 수 없는 덕담? 악담?

"올해는 결혼하냐?"
"좋은 소식 좀 듣자"
"올핸 국수 먹게 해주는 거냐?"
"새해 장가도 좀 가고..."
"새해엔 결혼해서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사회적 어른!..."


뭐, 이런 말들이 우수수 쏟아지더군.
몇년째야, 대체.^^;; 이 말 건네는 사람들도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됐지 싶은데, 제일 만만한 덕담인가? 어쩌다, 결혼 못(안)한 처지가 안스럽다는 뉘앙스까지 은근 품은 말을 들을 땐, 아 그 측은지심에 눈물까지 킹왕짱 쏟아지려구 해. 또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라니.-.-; 그건 더 슬퍼. 꼭 부모를 위해 하는 결혼이라. 내 아무리 불효자라지만, 그건 너무해. ㅠ.ㅠ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당연 아니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고, 당연 날 위해 건네는 진심이란 것, 알아~ 그럼에도, 그 말이 때론, 폭력적인 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줬음 좋겠어. 생을 사는데 있어서, 단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끔찍한 일이야. 또 나는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소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더 좋지 않겠나 싶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꽂히면, 그 제도와 도킹하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결혼' '장가' '시집'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란 말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결혼해라"는 말 대신, "사랑해라" 혹은 "더 많이 사랑해라"는 그런 말. "연애해라"도 좋겠군.

며칠 전, 현재 결혼 상태의 한 친구가 툭 던진 이말.
"넌 혼자여두 씩씩한 것 같아... 난 혼자여두 외롭고, 둘이어도 더 외로워지라..."
쓸쓸함이 묻어난, 그 자조섞인 얘기에, 난 뭐라고 해야 좋을지 잠깐 고민.
"어, 왜 이래. 난 외로움도 못느끼는 외계인이냐?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거야. 친구처럼, 감기처럼 평생 옆에 달고 있어야 돼. 사람에게 숨길 수 없는 세가지가, 기침, 가난, 사랑이라는데, 난 거기다 외로움도 더 붙여야 한다고 생각해..."
뭐, 이런 시시껄렁한 말을 해줬다. 결혼도 못(안)한 '아해'의 망언?

사실, 나는 일찍 눈치챘다.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한다는 것, 순 말짱 거짓말이라는 걸. 단지 외로움을 떨치려고 하는 결혼이라면, 물론 나는 자격따윈 없지만, 그 결혼 반대닷. 그런 사람은 그 외로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의, 감정의, 빈 공간을, 한갖 제도로 편입함으로써, 메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오산인게지. 그럴 때 하는 결혼일수록,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이 될 것 같고.

나는, 그 친구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줬어.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구일지는, 온전히 그의 몫이지만, 나는 좀더 그가 '아름다운 개인'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봐. 경험상, 외로움은 떨치는 것이 아니더라구. 그리고 떨친다고 되디? 그것이. 그놈, 킹왕짱 질긴 놈이야. 아싸리, 친구가 되는게 상책이더라규. 뭐랄까. 외로움과 좀더 친해질 때, 사랑도 더 잘할 수 있는 법이고, 아름다운 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랑의 대상이, 스스로가 돼도 좋겠어. '싱글'은, 때론 결혼 혹은 연인 여부와는 무관한 레떼르일 수도 있는데,

그리하여,
'싱글'에게 고하노니, 올해 사랑하시라. 이것이 너에게 건네는, 나의 첫 새해덕담이노니.

그리고, 이건 내가 아는 한 사랑의 시작. 바로, <노팅힐>. 너에게 권해줄께.
우리 올해, 오렌지주스나 실컷 마시자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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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봐. 사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억 나? 어디를 사랑의 시작으로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저런. 하긴, 애매할거야. 누가 그랬잖아.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언제,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 사랑의 시작을 두부 자르듯, '이 순간이었어'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래도, 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사랑. 사랑은 때론, 그렇게 엉뚱해.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된 거지. 하하.

짜잔, '미국 할리우드의 대스타, 안나'(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하지. 
꺄아아~ 줄리아 로버츠, 소리치고 싶지? 재밌는 건, 극중 안나가 바로 줄리아 로버츠, 그 자체야. 할리우드 스타가 할리우드 스타 역할을 하는 시츄에이션. 그렇담 상대는? '영국 노팅힐의 구멍가게 책방주인, 윌리엄'(휴 그랜트)이야. 전혀 매칭이 안 된다구? 그렇지. 이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은 당연해. 더구나 로맨스라니! 그야말로 꿈같은 일에 지나지 않는 허구(로 밖에 생각될 뿐이)지. 

그런데, 이 이야기, 그런 선입견 버려도 좋아. 
제목이기도 한 작은 마을 '노팅힐'이 큰 역할을 하지. 뭐랄까.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엮어지는 장소로 최적이었어. 거대도시를 대변하는 안나는 화려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반면, 지리멸렬함과 팍팍함, 그리고 외로움을 품고 있어. 도시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의 환상마냥, 안나도 대도시를 떠나 작고 소박하지만 따스함이 살아 숨쉬는 안식처를 꿈꿔. 이미 길들여진 거대도시를 영원히 떠나 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반면, 여행관련 서적만을 다루는 책방주인, 
윌리엄은 '헐랭이'라는 별명답게 별 볼일 없는 남자야. 해리슨 포드와 닮은 건달과 도망간 아내와는 이혼했고, 사랑했던 여자는 친구와 결혼한데다, 서점은 파리만 들끓고. 점원마저 월급만 축 내는 빈대지. 나른한 시골 동네의 풍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 근데, 이거 진짜 게임이 될까. 

그런데 그 노팅힐엔 평범하고 소박한 삶의 풍경이 가득해. 
한마디로 포근하지. 시골 변두리의 다소 번잡한 시장과 잘 어울리는 주변 풍경은 절로 미소를 띄우게끔 유도하고. 가슴(감성)보다 머리(이성)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겐, 소박한 도시의 여유가 게으름으로, 관심은 간섭으로 치환되곤 하잖아. 가슴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가는 사람살이는 속도전과 무한경쟁이란 명목으로 마음의 감옥을 쌓고 말이야. 그런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 노팅힐. 모름지기,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소로 적절치 않겠어? 꽉 짜여진 메트로폴리탄의 일상에선 길어올리기 힘든, 사랑의 어떤 시작. 

해방과 자유를 꾀하는 안나가, 결국 일을 벌려. 
그건 바로 '탈출'. 시골마을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겠지. 윌리엄의 책방을 찾고, 다시 골목에서 그들이 부딪혔는데, 아뿔싸, 오렌지주스가 쏟아지네. 안나의 옷에 젖은 오렌지주스는 결국, 사랑에 젖게 만드는 촉매제! 이름하여, '오렌지주스 로맨스', 무척이나 맛있는 과즙음료를 넘기는 순간이야. 꿀꺽. 캬~

그리고, 두 사람의 낭만적인 사랑의 매개물은 윌리엄의 친구들이야. 
(신분상)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함께 있으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도, 이들의 살가운 주책과 한없는 간섭·푸념이 한몫하지. 삶에 대한 낙관과 곰살 맞은 속삭임이 일상사를 가꾸는 순간.

하긴 주변 친구들, 나름대로 사연, 많지~
윌리엄의 여동생은 빈둥대면서 시집 못 간 신세타령이나 하고, 윌리엄과 함께 사는 친구는 괴상한 옷을 입고 말썽이나 부리는 돌아이야. 불의를 사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자 불임까지 된 윌리엄의 옛사랑과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 또 투자를 제대로 못해 회사 퇴출을 겁내면서 무기력하게 살거나 파리만 날리는 음식점의 주인이 된 친구 등. 윌리엄의 주변은 낙오자들로 가득해.  

그러나 그들은 지지리궁상이 아니야. 
'누가 더 비관적인 인생인가'로 시합을 벌이는 오십보백보의 사람살이지만 그들의 회합은 언제나 웃음과 따스함이 앞선다고.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하게 깔린 그들의 우정과 사랑은 윌리엄의 혼란스러운 사랑이 방점을 찍게끔 모든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아. 이런 그들의 풍경에 녹아들지 않을 재간은 없지. 

<노팅힐>, 남자신데렐라나 바보온달의 출세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냐.
평범하게 꾸미는 인간적인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드러낸다구. 운명임을 강조하지도 않아. 자연스런 감정을 투영하면서 사랑의 장애물을 넘는 과정도 과장되지 않고.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그들의 로맨스는, 몇 번의 헤어짐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득실을 따지지 않는 감정에 충실하게끔 진행되더라. 

그렇다면, 그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사랑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던 윌리엄의 바뀐 마음을, 기자회견장에서 확인하는 안나. 그녀가 내뱉는 'indefinitely(정해져 있지 않은, 영원한)'란 대답은 관객 마음에 묘한 공명을 불러일으켜.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로맨틱코미디의 힘은 의외로 강하다구. 정형화된 경로의 나열과 인위성이나 우연의 반복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다양한 변주로 그것을 극복하기도 하지.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촉촉한 비처럼, 관객들 가슴에 달콤쌈싸름한 사랑의 감정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로맨틱코미디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이 영화, 어쩌면, 
'사랑이란…아주 소박한 꿈'같은 것임을 주지시켜줘. 배경인 영국의 작은 소도시인 '노팅힐'의 공기와 유머는 이와 '딱' 어울렸고. 

그래서, 
<노팅힐>은 꽤나 재치있고 상큼한 로맨틱코미디였어. 그리고 너무도 사랑스럽고 한번쯤 꿈꿔 왔음 직한 이야기를 재현했어. 환상 같은 사랑의 그림이 태연자약(!)하지만 굴곡 많게끔 흐르고. 굳이 현실성을 따지려 들 필요는 없어. 극중 안나가 윌리엄에게 말하는 "황당해도 즐거웠어요"라는 말이 영화를 대변하는 평인지도 모르지. 

함께 마실까? 이 맛있는 오렌지주스 로맨스!!!
오렌지주스 마시다보면, 안나처럼 환상의 여인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그 사랑의 끝은 묻지마. 나도 몰라. 사랑의 시작은 우리가 훔쳐볼 수 있었지만, 끝은 온전히 두 사람의 것이야. 직접 물어보거나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 

혹시, 오렌지주스가 성공적이었다면, 알려줘. 
나두, 앞으로 그 오렌지주스만 마실래. 혼자만 재미보고 입닫기 없기닷.

그건 그렇고, 'She~'(Elvis Costello) 너무 좋지 않아?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노팅힐의 영상이 눈 앞에서 줄줄줄 흘러내린다구. 영화도 그렇지. 씨봉, 첨 볼 때부터 그리 눈물과 웃음 범벅되게 하더니, 어찌 다시 되돌려 볼 때마다, 똑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다니. 아, 씨봉. 글고 줄리아 로버츠의 1538만달러짜리 미소, 나의 여신은 역시 죽지 않아. 늙지 않아. 언젠가 필름 속을 걷게 된다면, '노팅힐'에 꼭 가볼래. 어때, 같이 갈까? 오렌지주스나 실컷 마시고 오자구. 혹시 알아. 줄리아 로버츠 같은 연인과 멋진 사랑에 빠질지...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a smile reflected in a stream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eady years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Posted by 스윙보이

예기치 않은, 결혼식이었다.
와이프랑 애 낳고, 자알~ 살고 있던 녀석이었다.
물론, 결혼식 하지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별로 관심 없는 듯 했다.
그랬던 녀석이, 얼마전 전화를 통해 결혼식을 알렸다. 오랜다. 그러면서 조용히 오랜다.
허허, 올 가을, 모처럼 시즌2를 열었더니, 섭섭찮게 이렇게도 예외를 만들어주는군.
물론, 청첩장은 못 받았다. 녀석이 결혼 전 만남에서 깜빡했다며 가져오질 않았다.
2007/09/29 - [돼지털 싱글스토리] - 청첩장 이후, 두번째 시즌의 도래

녀석은, 이른바 세상에서 말하는 '재혼'이었다.
녀석은 그래서, 이번 결혼식이 쪽 팔린다고 해댔다.
처가집에서 식을 하자고 자꾸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이 날을 잡았다고 했다.
다른 녀석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해서, 식장에 초대받은 우리 친구들은, 나 포함 단3명이었다.
넘사시럽다고, 남 보기 민망하다고 식장에서도 자꾸 날 붙잡고 하소연을 해댔다. 켁. 어쩌라규!!!

뭐, 녀석을 꾸짖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직 결혼 못한, 더구나 그 녀석이 말한대로 '아직 결혼을 한번도 못해본' 어린 놈이, 뭘 알겠냐마는.
나는 종종, 먼저 그 '재혼'이라는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굳이, '다시' '또' 결혼을 한다고 그렇게 붙일 필요가 있냐 이거다.

그냥, 결혼이다.
'재혼'은, 내 편견이겠지만, 누군가를 공격하고, 뒷담화까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아 불편하다.
사랑이 그러하듯, 결혼도 언제나 '첫결혼'이 있을 뿐이다.
사랑에, 첫번째, 두번째... 이런 순위가 무의미하듯, 결혼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언제나 그 사람과 첫사랑이며, 결혼 역시 그 사람과 첫결혼이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녀석의 쪽팔림은, 결국 사회적 산물이라고 본다.
'또 결혼'을 곱지 않은 눈길로 쳐다보고, 수근거림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시선.
물론, '한번 결혼은 영원한 결혼'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부디 그 기준은 자신에게만 적용시키길.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척도로 쓰지말길.
하나 더 부탁하자면, 결혼 못(안)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ㅎㅎㅎ

그래서, 결혼식은 좋았냐규?
아주 오랜만이었다. 결혼식장에서 갈비탕 먹은 것.
언제부턴지, 내 주변 결혼식에 갈비탕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서빙하는 아줌씨 마인드가 영 아니래서 기분은 쪼매 나빴지만 갈비탕 맛나게 먹어서 퉁~

결혼식은 점심이었고,
그 결혼식을 마치고 회사로 들어가는 길,
내가 읽고 있는 책(<<필름 속을 걷다, 이동진>>)에서 이런 얘기들이 튀어 나왔다.

"...사랑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은 낭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삼킨 연민이다... 연인들이란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 세월 앞에서 무모하게도 감정을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허허,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결혼식장의 신랑신부를 만나고 온 내게,
너무 서늘한 말들의 풍경이 펼쳐진 건 아닌가. 나는 그냥, 쓴지 단지도 모를 웃음만 지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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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첩장이 밀려오던 때가 있었어.
특히 봄과 가을이면 그래. 시즌이 돼서 친구들이 만나면 서로 수다를 떨었지. 축의금 때문에 얇아질 지갑이 안스러워서. 이번 계절엔 몇번이나 가야한다는 둥, 우리는 축의금 서로 내지 말자는둥. 청첩장은 그렇게 시즌을 알리는 전주곡이었지. 지방까지 원정을 불사하는 우리는 용감한 하객이자 싱글이었다규.


물론 몇년 전부터 나는 그저 헐렁한 하객이었지.

결혼식장에 오는 여성 하객들을 눈여겨 보는 것도 뜸해졌다. 하객으로 와서 눈 맞아 결혼한 커플도 간간히 있었지만, 그건 그저 남 얘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하객 시절은 끝났어. 그날 밥이 잘 나오면 그것으로 충분해. 내 기준으로 결혼식의 성공 여부는 밥이나 피로연에 달려 있었던게지. ^^;


지난 봄만 해도 청첩장은 내 손에 쥐어졌다규.
결혼식은 이전보다 확실히 뜸해졌지만. 그러나 올 가을, 한통의 청첩장도 도달하지 않았다. 오호. 대신 주어진 것은 돌잔치 초대장. 그래, 확실해진거야. 이젠 한 시즌이 끝난 거야. 두번째 시즌이 확실히 도래한 것이다! 올 가을엔 돌잔치 초대장들이 청첩장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 이젠 결혼으로 인한 제2의 인생을 축복하는 것이 아닌 새 생명들의 탄생과 자라남을 축복해주는 시기야~


그런데 돌잔치를 가면, 마침내 듣고야 마는 얘기들.
'넌 언제 결혼해서 애 낳을래?' '언제 애 낳아서 학부형 될래' 등등. 가끔 곤혹스럽고, 종종 짜증나. 별걸 다 걱정해주는 오지랖들 덕분에. 물론 악의가 아니란 거, 충분히 알아. 해봄직한 얘기지. 그래서 별로 반박은 않아. 그저 얼렁뚱땅 휘리릭~ 뭐 소개도 잘 안해주면서 왜 이러시나. ^^;


그래,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얌.
한 생이 길어올려져서 거니는 궤적은 너무도 뻔한 공식같아. 때 되면 학교라는 곳엘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결혼하고, 애 낳고, 학부형 되고. 내가 사는 이 땅은 그런 관념들이 더 짙지 않은가도 싶어. 사회는 그런 틀, 공식을 갖고 굴러가게 마련이고,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니까. 어디나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지.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꾸리고. 간혹 삐져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대세나 주류가 아니지. 삐져나가 있다가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기도 하고. 자식으로서 살다가, 부모가 되기도 하고, 나중엔 노친네 소리까지 듣는 우리네 사람살이. 그 타이틀들 오매불망 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뭐, 나는 그걸 나쁘다거나, 싫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마.


뭐, 어쨌든 선택은 자유.
그것을 선택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그저 당연히 해야할 의무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을 온전하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 그게 중요하지 않아? 결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애가 있거나, 아니거나.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그런 거. 나이 차고, 세월 흐르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그런 사회적 굴레가 아니라, 여러 생각과 부류가 섞여, 훈육된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만나 사람살이를 즐기는 그런 것. 나는 그런 즐거움, 바래. 서로 다른 상황과 여건이라도, 죽이 어떡하다보니 맞아서 '샐러드'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 용광로(멜팅 팟)도 좀 위험해. 융합동화돼야 하잖아. 나는 하나로 몽땅 뭉쳐지는 용광로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될 수 있는 샐러드가 좋다규.

그래서, 그냥 인정해줬으면 해.
공연한 걱정거리인 마냥 오지랖 넓은 소리말고. 지나친 관심도 때론 해가 된다구. 그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것. 이른바 '사회적 공식'에서 벗어난다고 모자란 사람 취급말고. 커플과 싱글이 서로의 즐거움을 논하고,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서로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고, 애를 가진 부모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각자의 행복을 논하고. 이땅의 멍청한 교육문제 갖고 티격태격 말고. 애가 없어도 교육문제에 대해선 애 없는 사람들도 걱정한다규.

누군가 그러더군.
지금까지 맺은 많은 관계에는 늘 이유가 따라 붙어서 버겁다고. 혈연, 학연, 지연 등 삼연을 비롯, 회사 동료라서 등등. 이유가 붙는 관계들 사이에선 개인이 없어. 누구의 자식이나 조카, 누구의 선후배, 누구의 상사 혹은 부하, 어디의 구성원. 누군가의 무엇이나 구성원. 그래, 그저 하나의 부속품. 그런 관계나 만남에선 늘 내가 파묻히고 그 관계 속에서만 오가는 피곤한 행보. 왜 그렇게 똘똘 뭉친거야. 그 안에선 관심이나 걱정이 지나치기도 하고, 다른 바깥엔 관심도 가지질 않아. 담을 쌓아놓잖아. '우리가 남이가'식의 끈적끈적하고 배타적이고 경직된 울타리. 좀더 자유로울 수 없어?

이 사회라는 울타리, 참 징해.
그 울타리 벗어나버리면 바로 낙장불입일 것 같애. 나갈 기회도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고. 안에선 더욱 끈끈하고 밀착마크하고, 소속되지 않은 사회에선 담 쌓고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타인의 고통엔 그렇게 무관심할 수가 없지. 내가 속한 곳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좁거나 지나치게 멀다는 말, 맞는 말이야.

좀 재밌고 싶어.
서로 다 엇비슷한 굴레에서 뒹구는 건 심심해. 죽어 버릴 것 같아. 수학공식 같은 테두리를 쳐놓고 있잖아.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은 남에게 뒤쳐질 염려가 없기 때문에 불안하진 않대잖아.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것 같아 그런거야? 아니면 이 사회가 작동하는 메카니즘이라서? 예측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은 좋지만, 늘 같은 규격으로 재단해서 비슷한 옷 입혀서 한 버스 속에 태우는 건 재미없는 일이야. 예상 가능한 속도와 정해진 길로 달리고, 비슷한 정류장에서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 출근길과 똑같군. 줴길. 이럴 경우와 마찬가지지. 우리 울타리에선, 그래서 늘 예상 가능한 질문과 답만 준비해놓는다면, 문제가 없는게지. 모범답안이라고? 그래, 그 답안에 맞춰야, 출세도 하고, 명망도 높이고, 낙오되지 않는거지? 그런데 그러면 지독하게 재미는 없을 것 같아. 재미냐, 출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ㅋㅋ

이런이런,
청첩장과 돌잔치에서 시작한 넋두리가 괜히 엉뚱한 곳으로 파생되면서 길어졌군. 그냥 두번째 시즌이 왔음을 선포하는 것이었는데. 범주의 오류닷.ㅋㅋ 신경 쓰지마. 결혼 안(못)하는 자의 넋두리고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만큼의 농담일 뿐이니까. 쿨럭쿨럭.^^;; 물론 내 주변엔 아직 결혼을 원하는 싱글들이 남아있으니 청첩장이 아주 끊길 일은 아니지. 시즌이면 덮치던 밀물이 이젠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내 인생의 한 시즌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것 같단 얘기야. 아 내 청첩장? 글쎄, 당신에게 쥐어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물 흘러가는대로 놔둬. 괜히 오지랖 넓은 척 말규. 알았지?

그리고 언젠가,
이 두번째 시즌도 또 다른 시즌으로 넘어갈거야. 그땐, 아마 장례식이나 병원을 찾는 일이 더 잦아지는 그때 아니겠어. 부모세대 뿐 아니라, 내 또래의 지인들이 구름의 저편으로 숨어버리는 그때. 생로병사의 이 어쩔 수 없는 굴레. 아, 이 사람살이의 고단함이란.

그런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하나.
인류를 사랑하긴 어렵지 않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긴 너무 어려워. 아마 세계 10대 불가사의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누가 답을 알아? 알면 가르쳐줘~ 술 한잔 살께. 시즌2 도래를 축하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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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2004).
처음 제목과 마주 대했을 때 어떤 의미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말이 몇 개라고 묻다니. 일주일에 한번 있는 주말도 감지덕지, 부둥켜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마당에, 몇 개냐니, 몇 개냐니. 놀리냐, 놀리냐, 이렇게 되레 묻고 싶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의 주말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인다.

우연히 받은 선물이다.
선물 준 사람은 가벼운 책을 골랐단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건조함’을 좋아하는 나로선, 나쁘지 않다. 아니, 감지덕지. 아~싸 가오리~ 외쳐야 할 판이다. 더구나 처음 접하는 가오리의 에세이. 어떨까? 소설과 다른가? 그 건조함은 여전해? 에세이 주제가 결혼생활 행간이라. 그의 소설 속 결혼은 당최 환상이라곤 없었으니. 이른바 ‘정상성’이라는 그닥 동의하지 않는 통념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내가 접한) 가오리 소설 속 결혼이야기. 다른 사람의 결혼(사)생활엔 관심 없지만, 괜한 호기심이 일더라. 그의 결혼(이야기)는 뭔가 다르리라? 자신의 결혼생활은 소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은 아니. 별 차이 없다.
최소한 그가 내뱉은 결혼의 일상은 (내가 아는) 여느 결혼과 그닥 다르지 않더라. 다만 그는 명쾌하면서도, 답이 없다. 그가 말하는 결혼은 ‘옳다 그르다’도 아니고, ‘좋다 나쁘다’도 아냐. 그저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정을 덤덤하게, 혹은 건조한 문체 속에서도 애끓도록 묘사하더라. 왔다리 갔다리. 그는 수시로 변덕을 오간다. “결혼하고서 생활에 색이 입혀졌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결혼은 야만” 혹은 “결혼은 struggle”이라고 툭 내던진다. 그래, 그게 사람살이지. 그래서, 냉정과 열정사이.

이거 정신병 아냐?
그래, 그는 툭 내던진다. “애정이란 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애정이 있기에 모든 것이 골치 아파진다.” 역시 병이다. 그는 결혼이 아닌, 한 남자에 대한 애정(병)을 담는다. 물론 자기애를 기반으로 한. 그 애정이 일상과 뒤섞인 ‘결혼’이란 어떤 형태. 제도보다는 약간 친근한. 반짝반짝 빛나는. 그러면서도 울 준비는 되어 있다.

결혼을 않은(못한?) 나로선,
(결혼에 대한) 환상 또한 거의 없다고 내뱉곤 하는 나로선, 그의 결혼 감상기가 흥미롭다. ‘외간 여자’도, ‘외간 남자’도 아니다. ‘외간 결혼’을 만나본 셈이랄까. 하지만, 난 결혼도 안(못)했는 걸.^^; 그는 결혼에 대해,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뭐 당연하다. 그저 담담한 감상을 흩뿌린 에세이니까. 그러면서도 위험하다. 이 에세이는 심기도 하고, 깨기도 한다. 결혼에 대한 환상을. 한마디로, 외줄타기. 결혼은, 미친 짓일 수도 있고, 행복한 짓일 수도 있지. 어쩌면 광우병 위험 부위 같은 것이거나 유기농 음식 같은 것. 마음의 작용, 그리고 일상과의 접목. 일곱 빛깔 사랑.

나는 어쨌든, ‘풍경’이란 챕터의 이야기들이 인상 깊다.
다른 풍경이기에 더욱 좋다는. 십분 공감할만하지. 그건 사람살이에 대한 일종의 통찰이지.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나는 남편을 타인으로 의식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바로, 웨하스 의자.

부부가 ‘일심동체’라거나,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나는 믿지도 않거니와,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변치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 맹세도 탐탁찮고. 물론 한 순간만큼은 진심임을 믿지만. 한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나 서로의 세계를 넓히면 것으로 충분하지, 무슨. 이심이체, 빙고. 세계는 그런 이해와 오해의 과정 혹은 정반합을 거치면서 넓어진다. 나의 작은 새.

가을이다.
결혼하기 좋은 계절? 진짜? 난 몰라. 그건 당사자 입장에서 내뱉은 말일 테고. 하객은 축의금 뺏기는 계절. 그래도 당신이 즐겁다면 기꺼이 내 줄 순 있지. 대신 밥이나 잘 내주쇼. 그리고, 결혼식장과 피로연이 끝나고 나오면, 낙하하는 저녁.

알코올 중독자의 알코올처럼,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음식물을, ‘devil food’라고 알려주던 가오리는 결국 “남편은 아마도 나의 ‘devil person’이리라”고 전한다. 흠, 그것도 재밌네. 나쁜 걸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사람? 아니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악마의 유혹?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해!

에쿠니는, 나는, 묻는다.
당신에게 ‘devil person’은 누구지?
아니면, 당신의 ‘devil person’은 몇 명입니까?
완전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이지만, ‘devil person’은 프라다를 입을까?

그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Posted by 스윙보이
살다보니까, 그런 틀이 있더라. 어느 연령대에선 이래야 하고,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땅엔 '적령기'라는 이름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더군.

사실 몰랐어. 때가 돼서 학교는 당연히 가야하는 걸로 알았고, 대학에 안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고, 졸업하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직장을 구하면 결혼을 해야 하는 줄로 알았고, 결혼을 하면 애를 낳아야 하는 식으로. 그때 나는 별로 의심치 않았다. 아니 관성이었던 게지. 뭘 알았겠어. 이건 무슨 수학공식 같잖아. 정해진 틀에 맞춰서 답을 구해야하는.

명절을 앞두고 사실 이런 기사 나온 것도 우습고, 의심스러워. ☞ 배우자 없으면 자살 비중 높아
대체 이런 기사를 쓰는 건 대체 무슨 의도야. 명절이 미혼·비혼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만 하면서. 정부의 의도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배우자'는 꼭 결혼제도에 속한 사람이어야 가능한 타이틀이야? 결혼 안하고 배우자 있으면 안돼? 설혹 그렇다손 치자. 그렇담 혹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의도하건 그렇지않건, 이상하게 취급하고 따돌리면서 자살로 유도하는 풍토가 있는건 아닐까, 나는 의심스러워.

나는 궁금해. 사람들은, 사회는 왜왜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결혼하라"고 말을 할까. "결혼 언제 하냐"고 묻지 말고, "사랑 언제 하냐"고 물으면 안되겠니? 사회가 제시하는 어떤 공식 같은 획일적인 삶의 방식은 그래서 숨이 막혀. 엇비슷한 모습으로 지탱하는 삶은 비루하고 시시해 보이기도 해. 물론 그렇지 않은 생도 분명 있겠지만. 예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돼. 물론 그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틀이나 강요가 아닌, 자신의 템포로,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공식에 끼워 맞춰진 삶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으로.

얼마전 만난, 사회에서 말하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한 친구는 그러더군. "대한민국 남자들은 지구상에서 최악의 신랑감인데, 왜 결혼해야 해?" 뭐 딱히 반박할 말이 없더군. 다른 나라 남자들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땅의 수컷들이 펴낸 악행의 자서전을 펼쳐보자면 대충 맞는 말이지 않을까? 그 대한민국 남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일정부분 인정할 건 인정하지.ㅋ 그래, 결혼하지 않아도 좋단다. 네가 너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지. 그러다 혹시 최악의 수컷들 중에 예외적인 옥석을 찾아내서 행복해지고 그 필요성을 느낀다면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 남들이, 사회가 결혼하라고 강요해서 하는 건 내가 봐도 아냐.

오늘 학부형인 한 사람이 묻더라. 결혼여부를 묻길래, 아직 안(못) 했다고 했더니, 대뜸 하는 질문의 요지가 이래. "친구들은 이제 학부형 되고 이럴텐데, 넌 언제 학부형 될래?" 이거야. 쿨럭. 오지랖도 넓으셔라. "별 걱정을 다하시네. 당신 아이나 잘 키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찰랑찰랑~. 악의가 없단 건 알지만, 나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겠지만, 오버하는 거잖아. 남이사. 결혼을 하건 말건, 학부형이 되건 말건. 사실 그것도 그 사람도 그 수학공식처럼 짜여진 틀이 있다고 훈육된 결과지. 무슨 죄가 있겠어.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건, 가끔은 피곤해. 그 테두리가 절대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엇비슷한 공식을 갖고, 틀안에 갇힌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그닥 재밌지 않아. 생각이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철 없다고 단정 지으니. 나, 철 없어도 좋고, 무거워서 철 같은 건 들 수도 없으니 철 찾고 싶으면 포스코에나 가세요~

아, 싱글은 사실 약간은, 괴로워. 그러니 결혼하라고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해줘. 나 수학을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 정해진 수학공식 같은 거 별로 풀고 싶지 않거든. 그냥 나는 나만의 공식 만들래. 스윙보이의 공식. 여긴 물론 답 없어.ㅋㅋ

Posted by 스윙보이
엊그제 만난 친구 녀석. 녀석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이른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 범주에서 포함돼 있는 셈이다. 간혹 만나는 녀석이다보니, 녀석은 날 만나자마자 늘 같은 걸 묻는다(하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상투적으로 이 말을 던진다). "좋은 소식 있어?"

'좋은 소식'이라함은 물론 예상하는 대로다. 혹시 결혼이라도 하냐 이거지.
물론 늘 아니라고, 그만 물어보라구, 그런 거 있음 내가 먼저 말한다,라는 식으로 답변하지만,
좀 지겹기도 하고, 어쩌다 짜증나는 순간도 있고, 원하는 소식을 못 전해줘서 미안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뭐 그렇다고 지금 좋은 소식 안고갈 여지도 없지만.ㅋ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순이 있고, 틀이 있다. 녀석도 그 수순이 당연한 것이라고 살았을테니, 그리고 살고 있으니, 또 나도 녀석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니, 무리는 없다. 그냥 '퉁' 쳐버리는 거지. 나는 그 틀이 그닥 탐탁찮으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하니까.

얼마 전 읽은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에 뉴요커로서 살아가는 정명주씨의 말.
"한국에서는 대학 졸업하면 직장 구하고 다음에는 결혼하는 식으로, 어떤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있잖아요. 하지만 뉴욕에서는 그런 강요 없이 내가 원하는 틀은 내가 만들어요. 뉴욕은 사람을 자율적이게 만드는 도시죠. 뉴욕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어요."

하여튼 녀석과 블라블라 하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 이야기까지 전개됐다.

평소에 가진 생각 중의 하나지만,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녀석은 대뜸 "그럼 왜 결혼하려고 하는데?"라고 이상한 듯 묻는다.

그냥 구구절절 부연하기 싫어서,
둘이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 없는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하고 무력한 것인지' 설명한다. ^^; 아이가 결혼의 목적인양.
아직 상투도 못 튼, 어린 내가 그냥 받아들여야지. ^^; 
녀석의 궤적과 세계를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상책.

DNA는 역시 종족번식의 욕망 유전자를 갖고 있나보다.
하긴 어릴 때 받은 교육도 그랬다. 결혼은 2세를 보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행위라고.
우~ 종족번식을 위한 결혼이라니. 별로다. 개인의 욕망을 거세한 조직논리.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 흥미없다.

지난 주말, 모처럼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 역시 그랬다.
모처럼의 회동이어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여행을 뺏긴 것 같은 기분.
아이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것은 돌아간다.
시선과 화제는 아이에게 향하며, 아이는 한마디로 권력이다. 아이의 몸짓, 말짓 하나에 우리는 휩쓸린다. 우리네 이야기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들이 그닥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들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워야 할 권리가 있는데. 킁.

뭐, 그래서,

앞으로 철딱서니 없는 싱글의 넋두리가 시작되겠다.
싱글라이프. 대수로울 것도,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넋두리.

나에게 결혼하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결혼하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이들에게,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며 어차피 후회할 거 한번 해보라고 바람넣는 이들에게,
혹은,
결혼하지 말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경제적)능력만 되면 혼자 살면서 연애만 하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네 멋대로 살아보라고 등을 토닥거리는 이들에게,

그 모두에게.

'싱글이라서(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전개될지,
'결혼하지 않아서 후회된다'라고 한숨쉴지,
나도 모른다.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니까.
단지 '지금-현재' 결혼에 별다른 뜻이 없을 뿐.
내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는 발걸음을 딛고 싶을 뿐.

행복하자구. 어이~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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