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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를 낳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나는 (주류) 언론에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다.

'내집 마련'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낳고, 
부동산 불패는물론, 재테크로서의 집에 집착하게 만든 공.

집은 왜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야 했을까.

한때,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나도 집에 대한 과도한 탐욕을 부추긴 것은 아녔을까, 반성한다.

하우스 푸어 현상을 파헤친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지난달 있었던 강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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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의 해답?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하는 것에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 하는데 가난한 사람)’라더니, 이젠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있는데 가난한 사람)’란다. 푸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푸어 시리즈냐, 고 물을만하다. 또 어떤 푸어가 나올지 사실, 겁난다. 또 다른 푸어 아닌, ‘푸우’(곰돌이)가 나왔으면 좋겠다만, 아니다. 눈을 씻고 봐도, 푸어다. ‘푸어(Poor) 낳는 사회’.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어쨌든, 하우스 푸어. 그토록 열망하는, 혹은 이 사회가 요구한 ‘내집’을 가졌으나, 그 집에 짓눌려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니. 내집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랬다.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집 한 채. 더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지상의 방들은 왜 죄다 남의 것일까, 한탄하던 사람들을 꼬드겼다. 건설업자들이 그랬고, 국가(권력)이 그랬으며, 은행(금융권)도 가세했다. 하다못해 언론들까지 이 삼각편대에 ‘꼽사리’를 껴서 (노름판의) 판돈을 키웠다. 소곤소곤도 아니요, 대놓고 나불댔다.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더 크고 넓은 집, 분양만 받으면 당신의 인생은 역전될 것이오. 그러니 지르시오. 지름신이 당신을 ‘리치(Rich)’로 만들 것이니라.

대박이니 로또니, 아주 가관이었다. 하다못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미친(!) 광고까지 날 뛰었다. 힘 있는 지들끼리 패 돌려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정작 폭탄은, 그들에게 판돈을 건 힘없는 사람들이 맞았다. 패보고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I 믿 You(나, 당신을 믿어요)’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 독촉에 월급 자동 차압이라니. 당했다! 신발!!       

국무총리로 후보지명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부강한 나라를 부르짖을 것이 아녔다. 모두가 부자인 나라를 말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굶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였다. 설혹 레토릭에 불과할지라도, 그 정도 인식은 보여줬어야 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지만, 한 사람이라도 푸어가 아닌 나라. 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던 ‘집’은 변심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혹했다. 학교에서, 어른을 통해 배웠던 ‘거주를 위한 집’은, 어느새 ‘투기를 위한 집’으로 재구성됐다. 하긴 따지고 보면 집이 변심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미친 거다. 집을 미친 짓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말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이렇게 내 인생을 허비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존재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p.9)

지난 9월10일, 이 말을 되씹을 기회가 생겼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그날의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김광수 경제연구소, 예스24, 더팩트가 주최한 『하우스 푸어』(김재영 지음|더팩트 펴냄)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의 타이틀은, “아빠는 하우스 푸어! 아들은 88만원 세대!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린 부동산 시장의 진실을 말한다!”.

저자(김재영 MBC PD)가 다큐 촬영차 남극에 가 있는 관계로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의 사회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보자.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혹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자.

그러니까, 이 책을 둘러보고. “무엇보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책은 하우스 푸어의 세계가 혹 나의 세계는 아닌지 바라보라고 한다.”(p.7)

그리고 집을 생각한다. 집은, 사는(Buy) 것보다 사는(Live)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꼭 사야만(Buy) 내집이겠는가. 내 사는(Live) 곳이 내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세를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전한 중산층인 박준명 씨(가명)의 바람직한 예. “지금은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박 씨는 고점 대비 20% 이상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을 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 하나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p.195) 집 소유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 그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하우스 푸어는 무엇이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가.

(선대인, 이하 선) 나는 언론에서 말하듯, 폭락론자가 아니다. (웃음) 부동산 시장이 지금 양상으로 가면 폭락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김광수 경제연구소)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하우스 푸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일까. 2005~2006년 수도권에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중산층은 소득 여력이 안 되는데도, 고점 시점에 주택 시장에 들어갔다. 폭등기 이후 2006년 말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거래도 끊어진다.
 
부동산 버블기에 많은 분들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고 실거래가가 하락하는데 버티고 있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 2008년 말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6~7개월 반등했는데, 다시 하락하고 있다. 큰 흐름으로는 2007년 이후 가라앉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 동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불패는 이제 종말을 구하는 것 아닌가. 빚을 내 집을 산 분들이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단면을 김재영 PD가 4부작으로 심층 취재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개념인 ‘하우스 푸어’ 문제에 천착했고, 김 PD가 책을 쓸 때, 추정하는 작업을 도왔다.

넓은 범위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산 분들이 수도권에만 98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직 초기이고 물가상승분이라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1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보면, 하우스 푸어는 아직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버블 시대에 한국경제에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화두가 될지 모르겠다.

(우석훈, 이하 우) 사람들이 저를 ‘공포 경제학자’라고 말한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의 차이라면, 한국은 아직 증시는 문제없는데, 부동산이 먼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일본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이 거품을 빼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GDP가 1만3000~1만5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거다.

하우스 푸어만 문제 되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될 거다. 워킹 푸어가 2~3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 하우스 푸어가 진행 중이다. 아직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크레디트 푸어’가 나오고, 나중에는 병원에 가기 어려울 정도의 ‘헬스 푸어’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지금 정부가 돈을 부어서 저소득층이 집을 사게 하자고 하는데, 뒷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제가 만나본 많은 하우스 푸어들은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올라서 집을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렵다. 

DTI규제 완화 등 정부의 8.29 대책을 어떻게 보나.

(선) 꺼져 가는 주택시장을 확 꺼지게 하는 확인사살일 수 있다고 본다. 생각했던 정도의 반등도 안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약간 랠리라도 보일까 싶었는데, 그런 모습도 안 보인다. 어제 기사를 보니, 금융기관 고위관계자가 이렇게 했는데도 살아나지 않으면 주택시장 폭락세를 앞당길 수 있다는 코멘트를 했더라.

이렇게까지 정부가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든다. 가계부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도록 시그널이 들어가야 하는데, 되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받쳐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가득이나 빚이 넘쳐나는데,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다. 바람직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한겨레에 의미 있는 기사가 났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80% 이상이 이자만 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택대출한 분들은 이자만 내면서 (원금상환을) 미루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012년 하반기가 되면 주택상환 만기액이 두 배 가량 커진다.

생각해보라. 집값이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기준금리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거품을 빼는 것과 억지로 버티다가 그때 와장창 깨지는 것 중에 어느 게 충격이 더 크겠나. 미루면 미룰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꾸 미루면 거품이 커지고 하우스 푸어가 되는 가계가 많아진다. 지금부터 분할해서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 거품 빼기를 미루는 정부나 언론들이 외려 폭락론자다. 그들이 더 큰 충격을 유도하는 집단이다.


(우) 나는 붕괴론자에 가깝다. (웃음) 3년 전, 한국경제가 언제 뻗을까 따져봤다. 내년 여름으로 예상했는데, 요번에 부동산 대책 나오면서 내년 4월로 당겨졌다. 2011년 4월 위기설을 정부가 스스로 만들었다. 그때 투매가 이뤄질 거라고 보는 자금상의 이유가 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2009년 상반기 예산을 앞당겨 썼다. 2009년 상반기 예산은 하반기에서 끌어오고. 계속 그렇게 하면서 정부가 막고 있던 건데, 더 이상 끌어올 돈이 없게 됐다. 올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내년도 돈을 당겨쓰면서 내년 예산을 줄이고 있다.

4대강 포함한 건설사 (부실을) 막아준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 초에는 어려울 거다. 지금 미국에선 ‘더블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하우스 푸어에 해당되는 정상적인 모기지도 아직 터지지 않았다. 미국은 올 연말-내년 초에 어려울 것이다. 내우외환 상태라 한국이 주택시장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 정부 차원의 금융위기는 없다, 가 유일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없다.

올해 사교육 지출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해다. 진짜 돈이 없다는 거다. 요번 DTI규제는, 투기꾼들은 정부가 보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거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나쁜 거다. 철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도 나쁜 거다. 

8.31 대책이 효과도 없으면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건데, 부동산업체들도 하락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문제 심각해질 때까지 경고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관료, 학자, 언론 모두 쉬쉬하면서.

(선) 뜻있는 사람들은 계속 경고를 했다. 주류언론을 타고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문제가 생겼을 때, 상책은 문제 발생 조짐이 보인 초기에 막는 거고, 하책은 문제가 커졌을 때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것이다. 최하책은 파탄을 맞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지금 한국경제에선 하책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책이라도 잘 써서 급격한 대폭락은 막아야하지 않나. 『위기경제학』에 따르면, 모든 경제위기에는 위기경보시스템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자산 가격이 경제력보다 크게 부풀어 오르고 레버리지가 있은 뒤 급격하게 붕괴됐다. 예외 없이 버블 형성과 꺼지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런 패턴을 인식하고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미국발 경제위기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4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기조를 잘 잡아서 실행만 제대로 됐다면, 지금처럼 위태한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다. 그 외 다른 정책도 그랬지만, 지금 정권의 국공채 발행액이 200조 원(주. 국내총생산의 20% 규모)이다. 엄청나게 돈을 때려 부었다. 부동산 부양에만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됐다. 이번 DTI규제는, 그전까지 공공부채로 틀어막다가 이젠 가계부채로 틀어막기를 하는 거다.

“필요한 제도적 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pp.78~79)

생각해보라.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지탱되기는 힘들다. 가계부채도 한계에 도달했고, 공공부채로 하던 기존사업도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몰리던 민간의 돈도 위축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겠나.

위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건설 오적이 있다. 정부, 정치권, 건설업체, 기득권언론, 부동산정보업체나 상당수 부동산학자 등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덫에 걸린 거다. 경고를 거듭했음에도 이 조직적인 구조, 강력한 이해관계가 한국경제의 거품을 이렇게 키우고 위기로 몰아간 거다.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투자 정보를 빙자한 광고성기사와 이와 연계된 광고를 통해 꾸며지는 부동산 특집 면은 신문사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2010년 들어 건설 관련 광고는 34.1% 감소했다. 5대 분야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금 상당수 언론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은 부동산 광고주인 건설업체들의 민원 해결용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p.95)

(우) 경고가 왜 없었냐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면 돈이 안 되고, 올라갈 거라 말하면 돈이 생기니까. (웃음) 3~4년 전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이 후퇴했을 때 <100분 토론>에 나가는 학자들이 많았다. 요즘 보면 학자들이 거의 없다. 부동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도 학자들이 안 나온다. 지금 판은 업자들이 나온다. 경제학자들도 논쟁이 많았는데, 지금은 떨어질 거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올라간다면 왕따 시킨다. (웃음)

우리(2.1연구소,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정부나 기업에 돈을 받지 않으니 자유로운 거다. 삼성(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로 부동산(땅)을 산 것이 없다. 현대도 없고. 롯데는 지금 판다. 적어도 부동산에 관해서라면 증권사 얘기를 듣지 마라. 지금은 어떻게든 빚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친절하지 않다. 6개월 정도 시간 있는데, 어떻게든 채무조정을 안 하면 내년에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를 ‘만성불안사회’로 만든 것은 이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었다. 각 가계가 끊임없이 부동산 재테크에 매달리게 했던 것은 바로 이들 권력자들이었다.”(p.69)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면, 거품을 빼는 방식,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 소장에겐 성장잠재력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쭙고 싶다.

(선) 풍선이 부풀어 있는데, 바늘로 찔러 터트리면 아수라장 된다. 그래서 구멍을 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말은 뺀다고 하는데, 빠질만하면 바람을 다시 집어넣는다. 정부는 거품이 꺼졌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재정력이나 정책수단을 소진한 상태다.


많은 분들이 충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길 바란다. 여기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 가계부채를 740조원 쌓아놓고 공공부채를 200조원 이상 써 버렸고, 집값은 이렇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거품을 빼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다.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자는 거다. 가계부채를 늘리게 하고 만기상환을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계속 상환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집값 거품을 빼야 한다. 투기를 부추긴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선분양제가 대표적이다. 3년 거치 대출 원리금 상환 구조도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건설업체의 시장 퇴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빨리 서둘러야 한다. 살려둘수록 물밑에서 부실이 커진다. 

“선분양제가 하우스 푸어들을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p.78)

마지막으로 빚내서 집을 산 가계에 드리고 싶은 말은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는 거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부동산 덫에 걸려서 인질처럼 잡혀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전 재산이 걸려 있어서 옭아 매인다. 몽롱한 환각제 놓아서 매트릭스 구조에 빠뜨리는 세력이 인질범인데,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한 방이 있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p.103)

(우) 80년대에 ‘스텔라 인생관’이라고 있었다. 20대엔 20평-엑셀, 30대엔 30평-프레스토, 40대엔 40평-스텔라를 사면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지금은 50대가 우리나라 전체의 땅 50%, 부도 50% 이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세대고 40대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지금 20대는 하우스 푸어도 아니고, 그냥 ‘푸어’다. (웃음) 인간적으로 착함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할 때 하우스 푸어의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굉장히 어려울 텐데, 연대를 통해 혹은 지역경제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하튼 내년에는 빚 2억 이상 있는 분 힘들 것이다. 정말 잘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웃음)

그냥 푸어인 사람들,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나.

(우) 프랑스는 집값이 뛰니까, 20대들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우리나라의 20대는 지금 집값이 올라가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은 어떤 방이 좋니, 라고 물어봐야 반응을 한다. ‘소셜 하우징’이 필요하다.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부동산 거품 때문일까?

(우) 그걸 좀 연구해보려고 했는데, 섹스 횟수는 도저히 못 찾았고,(웃음) 이런 건 있다. 요즘 사회학 하는 분들이 ‘취집’(주. 취직의 일환으로 시집가는 것을 빗댄 말로 취직+시집의 줄임말) 등을 연구한다. 직장 대신에 시집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 4~5년 동안 결혼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많다. 남자 쪽에서는 작년부터였나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자를 만나서 돈 내느니 아예 안 만난다. 그래서 성욕 자체가 사라지는 남성이 등장했다. 출산율이 세계 기록을 깰 거다. 2%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데…


지금 하우스 푸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을 말해 달라.

(선) 어려운 문제다. 이미 하우스 푸어 현상이 생겨났는데, 정책적으로 구제해줘야 할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면 필요한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게 볼 때 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책임 하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고 측은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말이야 쉽지만, 바람직하고 쉽냐는 별개의 문제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푸어인 사람도 있고, 아예 푸어인 사람도 있는데, 푸어 지원은 외면하면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해주는 건 넌센스다.

(우) 지금 문제를 끌고 온 것은 아파트 주상복합인데, 지금 안 팔면 큰일 난다. 절반 값이라도 팔아야 한다. 내년 주상복합은 사람이 빌 거다. 강남 일부도 슬럼이 될 거다. 애들이 과외를 하면 끊고, 아빠가 룸살롱 가는 것도 끊어야 한다.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좋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타지 말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지구를 위해 사는 것도 해볼 만하다. 그러니 내년에는 생태적 삶을. (웃음)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우) 시장에 대해 불신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무섭다고 느껴보긴 처음이다. 시장은 가만 두면 굉장히 무섭다. 지금 그 무서운 시장이 조정을 보고 있다. 경제는 과학이다. 과학에 의해 작동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못 막는다. 건전한 상식과 과학이 앞으로 시장을 움직여 나가야 하고, 몇 년 후 한국이 좋아지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선) 88만원 세대를 ‘삼무(三無)세대’라고도 하는데, 나는 2개를 더 보태 ‘오무(五無)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젊은 세대는 일자리 없고, 돈 없고, 집을 살 수도 없는데다 결혼도 못하고, 애도 없다. 그래서 오무 세대다. 이게 일부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적어도 안정적으로 성관계를 갖기 힘든 여건이다. 일단 보금자리가 없다. 초혼연령이 19년 만에 4살이 올랐다. 전쟁도 안 터진 나라에서 초혼연령이 이렇게 올라간 나라가 없다. 부동산 거품 빨리 빼서 충격 흡수하는 것, 그게 첫 걸음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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