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김현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1.29 뜨겁게 안녕, 좋거나 혹은 슬프거나 by 스윙보이
  2. 2009.12.31 올해의 인물, 김현진... 고맙습니다 ^.^ by 스윙보이 (2)

김현진.
건재하도다. 이 씩씩한 언니.
어디선가 사회적 약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언니.
 
나, 김현진 팬! 
새로 출간한 《뜨겁게 안녕》 독자만남.
응모했고 뽑혔다.
홍대의 커피하우스, 살롱드팩토리. 사실, 이곳의 커피는 내겐 별로지만.  

그녀, 여전히 멋있고, 아름답다. 
알코올 의존은 여전한 듯하며, 수줍고 여리고 참 약하면서도, 그래서 강한 여성.

뭣보다 김현진은 김현진이다. 다른 어떤 설명도, 사실 필요없다.
그녀는 그녀로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으로.
그래서 스스로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포장도 않는다. 거듭, 멋있다.

10여 년 전부터 기사나 글을 통해 보아온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산다. 온전하게.
당연, 인간적인 결함 있(을 것이)다. 변덕도 죽 끓으며, 우울도 달고 산다.
그래서 술은 그녀에게 좋은 친구다. 그게 뭐 어쨌다고!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녀를 향해 수근거린다.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현진, 상처 입었고, 상처 입는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녀는 '자기마음주의자'.
많은 우리는 남들이 하는 뒷담화나 수근거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사나.
그래서 끊임없이 포장하고 분장하고 변장하기 바쁘다. 마음도 성형을 하는 세상.

그녀는 자신의 본질을 숨기지 않는다. 가리지 않는다. 포장하지 않는다. 그냥 직구.
자신의 두 발로 또박또박 앞으로 나간다. 덤벼라, 세상아.

그녀(의 글)를 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온전하게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타인 아닌 내 인생을 누리고 있는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는 많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 '진짜' 삶을 살고 있니?"

물론, 그녀는 그런 것, 의도하지 않는다.
김현진은 그저 자신으로서 살아가고, 마음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니까.

아마도 그녀, 헤밍웨이의 이 말을 체화하고 있다. 
"내가 아닌 것으로 사랑받느니, 나 자신으로 미움받겠다."
우리는 얼마나 내가 아닌 것으로 사랑받고자 원하는가 말이다. 미친 듯이.

우산도 없이 빗속에 뛰어드는 마냥, '진짜' 삶으로 뛰어드는 그녀, 김현진 스타일.
쩐다! 간디작살. 아름다운 '김꽃두레'양 표현을 빌자면, 마~돈나 섹시해. 

소설을 쓰고 싶은 그녀, 언제고 소설을 낼 것이고, 꼭 그러길 바란다.
그 소설, 대중을 자극하든 아니든, 나는 그것이 한 인간의 기록임을 기억할 것이다.
'한 인간'을 벗어나 대중이 된, 지금의 인간에게 그녀는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왜? 김현진이니까!

김갑수 선생님이 피아니스트 리히터(리흐테르)를 경배하며 하신 말씀 인용하자면, "대중의 사랑과 선망으로 높낮이가 구분되는 '인기'와는 다른 영역"에 김현진은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녀는 '비주류'가 아니라, 대중 아닌 '한 인간'으로 존재한다.

다시 김갑수 선생님의 표현을 빌자면, '인간의 깊이, 인간의 크기'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녀의 애정, 서울과 술. 그것과 함께 영원하길.

2009년 내가 그녀에게 했던 말, 여전히 유효하다.


코시 판 투테(cosi fan tutte, 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이 자리가 더 좋았던 이유.
내 이십대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남긴 고종석 선생님이 오셨고,
(고샘은 김현진의 아버지다. 문화적 DNA를 물려준 아버지. 부럽다!)
내 사랑하는 <씨네21>의 초대편집장이자 소설가 조선희 선생님도 오셨다.(씨네21에 싸인을 받았다. 소설이 완성됐다고 들었다. 기대한다고 말씀드렸다.^^)

이 훈훈한 공기하곤.
나는, 남의 시선에 포박당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오늘,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고종석 선생님도, 조선희 선생님도 그래서 좋아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니 다행이다.

언젠가는, '뜨겁게 안녕'할지라도!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존경을 보내도다.


슬픔
그 어느 해의 마지막 날.
나는 한 커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그들은 이별을 택하기로 했고, 12월31일을 거사일로 택했다.

헌데, 그들은 증언자(?)로 나를 택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내게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그날부로 헤어지기로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 애인이 한국 아닌 먼 곳에 있던 나.
함께하자는 제안에 고맙다며 굽신굽신, 종각에서 폭죽을 함께 즐기고 쏘다녔다.
뉴이어는 그렇게 밝아왔건만.

그리고 그들, 헤어졌다. 
내 대학시절 참 좋은 파트너였던 녀석은 다음날에야 그것을 실토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글쎄, 정확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단 하나의 이유도 아닐 것이다.
다만, 내 어설픈 기억으로 당시 녀석의 집안형편이 큰 걸림돌이 됐다.
그렇게 죽자사자 붙어다니던 그들이었다. 나는 그것이 늘 보기 좋았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놈, 그렇게 허술한 것일까? 아니, 사랑이 아니었던 걸까? 

녀석은 상처가 깊었다.
녀석은 오랫동안 그녈 잊지 못했고, 그 사이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그런 한편으로 녀석의 여자에 대한 불신도 깊었다.
일반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녀석의 상처는 오래 갔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는 서툴기만 했다.

그런 녀석이 한 달 뒤 결혼(식)날짜를 잡았다고 연락을 했다.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어어어~ 하다가 얼렁뚱땅 결혼하게 됐다고.

글쎄, 지금 여자와 녀석의 관계. 잘은 모른다.
다만 녀석의 말이 슬펐다.
"형, 결혼한 친구들 말 들어보니, 다 그렇게 어어~하다가 결혼하는 거라더라. 다 그리 한다 하더라. 뭐, 나도 그리 됐네. 하하."

내가 알던 녀석은 자신만의 생각과 삶을 살았던, '비주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녀석은 '주류'가 됐다. 
축복해야 하는데, 축하를 하면서도 나는 한켠으로 슬펐다. 녀석이 아팠다.
결혼이 아프고 슬픈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에 자신을 대입시킨 녀석이 슬프고 아팠다.

그래, 오해겠지만,
녀석은, 아직 그 상처에 휘둘리는 것 같아서, 그것이 나는 슬프다.
부디, 잘 살아라. SJ야. 그래도 나는 늘 네가 고마우니까.
너와 함께 꿈꾸던 그 시절을 나는 잊지 못하니까. 그건 내게 아직 유효한 꿈이니까.

그래, 뜨겁게 안녕.
너와 나,
우리의 뜨거웠던 청춘 1막은 그렇게 접혔구나...

코닥의 파산이 '필름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면,
너의 결혼은 '꿈의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래서, 뜨겁게 뜨거운 안녕...

Posted by 스윙보이
김현진. 2009 올해의 인물!
역시 내 꼴리는대로, 지극히 편협하고 사소한 취향의 끌림에 따라 선정된, 나만의 연말 행사. 작년엔, 예기치 않은 배신 등으로 올해의 인물을 뽑지 않고 지나갔지만, 올해 다시 재개한다는 말씀.

그리하여, 두그두그두그둥 두둥.
올해의 대상 ........................................ 아니 인물은 김.현.진. 
빵빠라라라라~ 축하합니다~

올해도 많은 사람, 만났다.
단순한 스쳐 지나감도 꽤 있었지만,
이런저런 제반 여건상, 기존에 만나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모든 만남은 우연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우연을 기우는 작업이 인연이다. 우연이 우연을 불러 인연은 만들어진다. 인연은 곧,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다. 내가 아닌 다른 세계 혹은 우주. 이 넓은 세상 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다는 것, 그것 우연 아니겠는가. 운명이라고 굳이 게워내지 않는 건, 우연이 불러올 파장과 파동이 더 좋기 때문이다. 우연이라는 씨줄과 운명이라는 날줄을 제대로 엮으면 세계는 확실히 더 넓어진다.

김현진은 사소해서 더 가치 있고 거대한 깨달음을 줬다.
어느 가을날, 내 사랑 노떼 자얀츠의 가을야큐 진출로 붕붕 떠 있던 그때. 김현진을 책을 냈고, 인터뷰할 우연이 다가왔다. 김현진 그 이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한겨레를 통해 처음 만났던 이름. 제도교육을 박차고 나온 것만으로도 나에겐 선망이었다. 나이의 많고적음에 상관 없이 나는 그 용기가, 마냥 부러웠다. 이후 그녀는 종종 칼럼을 쓰고, 책을 냈으며, 처음 그 느낌처럼 용감무쌍한 하루하루, 세상과 맞장을 뜨고 있는 듯 했다. 물론 그 안에선 어떤 파동과 소용돌이도 존재했겠지만.

어쨌든, 그 이름을 만난 것은 내겐 감동이었다.
기륭전자, 용산, 쌍용차... 그녀는 늘 현장에 있었다. 본 투 비 약자편. 약자였기에, 특별히 다른 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존재를 배반하지 않는 의식, 그리고 실천. 무엇보다 그녀는 내게 '현금연대'라는 중요한 가치를 알려줬다. 그 자신이 실천했고. 무엇보다 이 엄혹한 세월을 견디고 버텨줬구나, 하는 안도감. 그녀가 고마웠다.

누군들 상처가 없으랴만은.
겉으로 씩씩하고 발랄했던 그녀는, 그 세월만큼의 상처도 있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알 순 없지만, 그녀의 행간에 아로새겨진 상흔들이 툭툭 보였다. 그토록 용감해 보이던 그녀도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부리며 펑펑 울고만 싶었으리라. 누군가 그녈 달래주길 바라며. 올해 어떤 사건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리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나는 세간의 풍문들보다 내가 보고 만난 그녀를 믿는다. 
 
나는 소심한 모범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심한 모범생이란 그런 존재다.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틀에 끼워 맞춰져 자란 프라모델 같은 존재. 그들에게 다른 세상은 없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른 말 잘 듣고, 괜찮은 학벌 갖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해서, 결혼을 한다. 애들 열심히 키우고 교회도 성실하게 다닌다. 그야말로 무난하다. 그네들의 울타리에서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험난하고 거친 삶을 사는 사람과는 거리도 둔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인생에,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다. 그럼에도 그네들은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세계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소심한 모범생들은 알 턱이 없다.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만나면서 달라지긴 했지만, 나도 한때는 그렇게 살았고. 물론,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적당히 많다. 건널 수 없는 갭 때문에 결국 마음을 나눌 순 없지만. 김현진은 그런 이들과 다르다.

김현진에겐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다.
그녀는 인정하지 못할지 몰라도. 그 아우라는 독특하다. 가난했고, 스스로 도시빈민이라고 부르고, 세간의 오해도 받지만, <아이다호> <엘리펀트>의 감독 구스 반 산트가 데뷔작 <말라노체>를 찍을 때 그랬듯, 환경이며 조건이 열악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어떤 스타일이 된. 그녀의 글쓰기에서도 그것은 명확히 드러난다.

아마도 김현진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버티고 견디는 것이다. 그녀를 지금 20대를 대표하는 논객이나 칼럼니스트 혹은 에세이스트로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한 시대나 세대를 대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모르긴 몰라도, 그녀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어쩔 거냐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샤넬에 대해 이렇게 일컬었단다.
"샤넬은 언제나 '시대정신의 노른자위(yolk of the zeitgeist)'였다."
김현진을 그 반열에 올리자는 것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김현진은 언제나 '불온함의 노른자위'였다"고. 그 불온이야,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때론 변덕도 심하지만, 반짝이는 생각과 약자에 천착하는 그녀는 다시 없을 독특한 여자임에는 분명하다. 

김현진씨, 고맙습니다. ^.^
역시나 '올해의 인물' 수상자에게 줄 수 있는 건 뭐, 그냥 내 고마운 마음.^^;
더불어 커피 한 잔 정도는!  아, 돼지국밥!

 =========================


10여 년 전, 한 신문기사. 제도권 교육의 철조망을 훌쩍 뛰어넘은 소녀의 도움닫기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음, 뭐랄까. 그렇게 하고 싶다는 어줍잖은 생각만 피우다가, 실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그저 못난 졸업장만 받아들었던 찌질청년의 부러움이랄까. 궤도를 벗어난 자발적 탈주자에 대해 ‘불량’이라는 딱지를 붙이길 서슴지 않는 사회는, 그에게도 ‘불량소녀’라는 타이틀을 붙여줬지만, 소녀는 아랑곳 않는 듯 보였다. 뎀벼라, 세상아.

그 도움닫기의 일환이었던 책, 『네 멋대로 해라』. 이 (장 뤽)고다르스러운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포스. 그래, 틀은 가라. 기성의 권위에 싫증나고, 토할 것 같은 자들의 외침 같은 뉘앙스. 이 용감무쌍하고 씩씩한 소녀의 탈주에 나는, 마음으로 작은 응원을 보냈다. 마침, IMF 등을 들먹이며 정글자본주의가 더 깊숙하게 파고든 이 땅에서 살아남기를. 그 이름, 김.현.진.

이후로도 미디어 등을 통해 접했던 소녀는, 아니,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성인이 된 그는, 기대와 응원에 어긋나지 않게 씩씩했고, 불온했다. 휴. 그래, 버티고 견디고 있구나. 때로는 동시대를 함께 껴안으면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따뜻함을 느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허물을 과감히 벗어던진 소녀는 어느덧 나비가 되어, 힘찬 날개짓으로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특히, 그는 소외되고 음지에서 싸우는,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열혈 DNA를 품고 있었다. 기륭전자 노조원들의 단식투쟁에, 쌍용차 파업현장에, 용산참사의 현장에, 그는 있었고, 썼다.

김현진, 그가 살아가는 방식

여기서 잠깐, 그의 이력을 보자. 무릎팍도사의 건방진 도사가 읊조리면 좋겠으나, 개그맨 유세윤이 바쁜 관계로. 숨 막히는 고등학교를 용감히 박차고 나왔다. 불량소녀로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동 대학원 서사창작과에서 고학생 겸 직장인으로 빡세게 살았다. 지금은 실직 상태다. 도시빈민으로 살고 있지만, 기는 죽지 않은 씩씩한 여성. 세상과 맞장 뜨며 이십 대의 막바지를 치열하게 불태우고 있다. 항상 지는 편에 붙는 ‘내 감정주의자’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우후훗~

세상을 향해 불온하고 정당한 분노를 주로 터트리던 그가 이번에 건드린 주제는, ‘연애’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김현진 지음/레드박스 펴냄). 책 소개를 살짝 하자면, “A급 연애는 못하고 늘 B급 연애만 하는, 늘 지는 연애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이십 대 여성 동지들의 영혼에 바치는 위로와 동감의 노래”이다. 책 제목은 <더 컬러 퍼플>의 작가 앨리스 워커의 동명 시에서 땄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버림받은 자가 되어라/네 삶의 모순을 숄처럼 몸에 두르고/날아오는 돌을 피해라/네 몸을 따뜻하게 하여라…”


무엇보다, 나는 그가 이 땅에 서 있는 방식 때문에라도, 공감했다. 나는 일상을 버티고 견딘다. ‘잘 살고 있냐?’는 물음 앞에 내가, 늘 대답하는 방식이고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는 방법이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듯, 내게 삶은 버티고 견뎌야만 취득할 수 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사는 건 그냥 사는 게 아니고 버티고 견뎌내는 게 사는 거라고, 길고 장중한 대서사시 같은 게 아니라 이를 악물고 살아낸 오늘, 더러워서 못살겠다고 불평하면서 버텨낸 오늘, 그 구질구질한 시간들이 지겹게 쌓여가는, 그따위 것이 인생이라고. 지겹다고 못해 먹겠다고 안 살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거라고.”(p.116) 빙고.

그는 그 버티고 견디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연애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는 이런 사람. “나는 살려고 번번이 사랑에 빠졌다. 살기 위해 사랑하는 것처럼 절박한 게 어디 있나. 적어도 결혼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보다는 정직한 일이다. 조건이고 얼굴이고 뭐고 본 적 없이 언제나 아무 대책 없이 사랑에 빠졌다.”(pp.116~117) 연애란 그렇지 않나.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드라마 <연애시대> 중에서)

연애는, 사랑은, 또한 그 자체로 불온하다. 그것은 한 세계를 통째로 바꾸기 때문이다. 아니 두 세계인 셈인가. 그것은 도저하게 견고한 세계라도 일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포스를 가졌다. 한 우주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힘. 연애를 해본 당신은, 분명 동의하리라. 사랑은 종종 지독한 서정이기도 하다. 세로토닌의 분비로 인한 환희와 그 이면에 폭풍처럼 달려드는 괴물 같은 고통의 뒤범벅. 맞다. 환희와 고통은 같은 감각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배운다. 

나는 트루먼 카포티의 이 속삭임을 믿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이 속삭임의 실상은, 그렇지 않은 우리네 사람살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일 수도 있겠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는 까닭.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연애도, 살기 위한 연애도 좋다. 모름지기 연애는 그런 것. 김어준 딴지 총수가 그러지 않았나. “두근대는 기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장, 사랑받고 있단 포만, 뜻대로 안 될 때의 탄식, 섹스하는 격동. 그 모든 걸 오감으로 누리는 거다. 그 외는 다 잡소리.”

ⓒ 문홍진


김현진은 이 책을 통해 B급 연애에 대한 무한 애정과 연대를 보낸다. 당신의 연애기상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난, 하는 연애마다 왜 이럴까, 내가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라치면, 김현진을 불러라. 아니, 책을 읽어도 좋겠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연애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김현진. 그 김현진을 지난달 24일 용산참사를 위무하는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한 인디커피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힘들었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빚이자, 아픔이자 슬픔이니까. 그럼에도, 김현진은 씩씩했고, 강단 있었다.

그런 느낌 있잖나. 소녀든 소년이든, 이 세계의 흉포함에도 간혹 굴하고 쓰려져도, 이를 버티고 견디면서 훌쩍 잘 자란 성인이 된 것을 보고 무척 반가운. 10여 년의 세월을 잘 견뎌준 것 같아서 고마운. 나도 그 시간을 어떻게든 함께 관통했다는 안도감. 그렇게 나눈 우리의 이야기. 당신도 함께 동참하시라. 특히나, 늘 지는 연애의 허우적대는 당신이라면. “먹고 살기 힘든 이 시대에 우리가 기댈 것은 연애밖에 없다. 사랑밖에 없다. 행복밖에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pp.14~15)

그리하여, 당신의 용기를 위해, 좋은 연애를 위해. 사실 천기누설, 무릎팍도사를 뫼시고 진행했어야 했건만, 그분이 바쁘셔서. 그러니, 그냥 무릎팍도사가 왔다고 생각하고 봐주시라.

아, 참고로, 이 인터뷰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약간의 취기를 가져도 좋겠다. 칼바도스와 예거마이스터를 조금씩 마시면서 글을 쓴, 김현진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테니까. 아, 나도 한 잔 하고 썼냐고? 비밀이다. 꺼억~

“모두들 장사라도 하듯 내 ‘스펙’(이것은 내가 ‘명품’, ‘럭셔리’ 등등과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으로 건질 수 있는 최상의 남자를 잡아서 인생을 재테크(경우에 따라서 이 단어도 몹시 싫어한다.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몹시 천박하게 쓰이니까)하라는 메시지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누군가가 ‘삽질’에 병신 노릇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 똑같이 한심한 연애를 하거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상처를 입은 아가씨에게 한 치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후안무치하겠다.”(p.13) 그래, 후안무치해서 더욱 매력적인 그의 네(사)가지 없음에, 불온함에도 건배를~

(※ 인터뷰를 토대로 맥락은 지장 없이 약간 각색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린다.)

김현진이 시대의 환멸을 견디는 법

- 요즘 고민이 뭔가.

청년실업의 장기화다. 일하고 싶다. (주. 마침 김현진이 앉은 자리의 뒤에는 ‘일하고 싶다’는 절규(!)가 붙어 있었다.) 그것도 그렇고, 당장 나만 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라 전체에 분노의 에너지가 있는데, 이런 게 끓어올라서 다다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2PM의 재범이도 가고. 하하. 나는 2PM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 뭔가 분노하고 싶은데, 그걸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니까, (재범이는) 손을 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희생양이 된 것도 같고. 인터넷 강국이 돼서 강인해 지는 건 SKT, SK브로드밴드, KT 뿐인가. 하하. 사회 전체가 불을 켜고 있는데, 의미 없이 벌겋게 만 돼있고, 연애만 해도 치킨게임만 한다. 그런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뭘 해도 재미없는 그런...

- 세간의 이미지가 말하자면, ‘세다’. 물론, 알고 있겠지? 예스24 스탭들도 인터뷰를 세게 하라더라. 뭘 어쨌길래. 스스로 만든 것, 아닌가.

싸가지도 없어 보이고, 착하지는 않아서 그런가. 하하. 시사적인 글은 못돼 처먹었고, 숨기지 않아서 그런가. 내 스스로를 까발리는 것 같고. 글을 좀 세게 써서 그런가. 성격은 소심한데... 하하.


누군가에 대한 세간의 평은 왜곡될 때가 종종 있지 않나? 그래서 세간의 평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편은 아니다. 내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 평에 대해선 주석을 달기도 한다. 가령, 네(사)가지가 없다는 것은, ‘줏대가 있다’로, 불온하다는 것은, ‘제 정신이다’로, 발칙하다는 것은 ‘발랄하다’로. 사실, 개성이 넘친다지만, 파고 들어가면 몰개성의 시대다.

그러니까, 지금 시대의 불온함이란, 지배세력과 기성세대가 해석 불가능한, 자신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것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김현진에 대한 오해는 그런 거다. 물론 그는 세간의 평가가 어떨지 고민하지도 않는 것 같다. 멋있는 걸 일부러 택하지도 않는다. 진심을 속일 생각도 않는다. 버리고 택한 길인데, 더 잃을 게 뭐가 있다고. 그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손가락질도 개의치 않을 거다.


- 책 출간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 늦어진 것의 반은, MB와 일당들 때문이라고 했다. MB와 그 일당이 무엇이길래. 

길게는 1년 정도 늦은 것 같다. 작년 가을께 원고를 다 넘겼다. 그런데 출판계가 건국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더라. 환율 때문에 종이값도 오르고. 불황 탓도 있고. 아, 그런 일도 있었다. 작년 기륭전자 노조의 투쟁현장에 가는 바람에 원고를 못 넘기고 있었는데, 편집장이 전화가 왔다. 정규직은 노동자도 아니냐. 앗, 그렇구나. 비정규직만 노동자냐. 하여튼 데모질 하다가 글도 일찍 못 쓰고. 하하. 또 80년대에 그랬듯이, 시국이 어느 때인데, 연애는 무슨 연애야. 그러다, 이 시국이니까 연애지 싶기도 하고.

- 시국에, 확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던 건가.

논개 같은 미모만 있었다면, 아마 일당들이 어떤 물이 있는 부근에서 놀고 있었다면, 자살폭탄테러라도 했을 거다. 푸하하. 아니면 위장취업이라도 해서, 어떻게든 했겠지.

- 하하. 논개의 미모를 본 적이 없어서리...^^; ‘내 감정주의자’라고 했다. 감정이, 마음이 내키는 대로라는 거지? 이 엄혹한 시대를, 시대의 환멸을 견디는 법이 뭔가.

뒤지지만 않는다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버티고 견디는 것. 그래, 난 숨이 안 떨어졌다고. 오케이 오케이. 살아 있는 거지. 그러면, 분명 (이 땅에서) 지분이 있는 거다. (임종인 전 의원 지지선언도 했는데, 선거활동이라도 할 건가) 선거활동을 할 건 아니고. (10월 무소속으로 보궐선거에 나서는) 임종인 전 의원이 그런 약속을 했다.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 사태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체력단련을 거듭해 최소한 혼자 10명은 막겠다고. 덩치 크고 잘 생긴 이 양반이, 고민을 하시더니 10명은 해 보겠다는 거다. 그것도 정말 진지하게. 어, 귀여운 맛이라도 있네. 그 아저씨가 그 아저씨지만, 최연희 얼굴 보는 것보다 낫겠더라.


그러니까, 그는 알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임을. “남 목 잘린 것보다 내 손가락 베인 게 더 아픈 거긴 하지만, 나의 요까짓 고통보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거대한 고통이 많다는 걸 아는 건 당장은 쓰라린 배움이지만 꼭 알아야 할 공부더구나. 내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어른의 시작이더구나. 씁쓸하더라도, 그 배움이 아파도, 알고 싶지 않더라도, 인간이란 그렇게 해서 자라야 하는 거더구나.” (p.173)

아마도 그의 속에는 세상의 아픔을 감식하는 무엇이 있으리라. 특히나 그 감식한 것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 뭘, 이라며 지나칠 수 없는 DNA도 있나보다. 아니, 본능적으로 내가 외면하면 그 전에 아무런 악의도 없는 누군가에게, 시스템에 의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내가 외면하면 나 역시 외면 받게 되어 있는 것, 이라는 프로그래밍이 돼 있는 것?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불평만 해선 되는 게 없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김현진, 연애와 여자․남자를 말하다

ⓒ 문홍진


- B급 연애 탈출기라고 부제가 돼 있다. 본인도 진짜 B급 연애 탈출했나?
출판사에서 정한 거다. 하하. 나는 그냥 ‘B급 연애’로만 하자고, 끝까지 개겼는데. 나는 탈출하지 못했다. 하하. 출판사에서 그러더라. 팔릴 만한 제목으로 하자. 희망을 줘야지. B급 연애라고만 하면 어떻게 되냐. B급 연애 이 짓 좀 하지 말자고 해야 사보지 않겠냐.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사랑을 해보고 상처받는 것이 낫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행복한 거야. 여자는 참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단순한 동물이란다. 근데 남자들은 참 그걸 모르지. 여자는 그냥 허영심으로 한평생 사는 거야. 그토록 사랑받았던 기억. 그거 하나만 있다면 고통스러운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낼 수 있는 동물이지.”(pp.173~174)

- 뭐냐. 본인도 탈출 못하면서. 그래도 함께 탈출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하하. ‘된장녀’ 얘기도 했다. 사실 좀 웃기는, 부박한 시선이다. 꼭 연애도 못 하는 것들이 그런 얘기 하지 않나? 그런 놈들은 ‘막장남’일 가능성이 더 크지. 커피보다 수 백 배 더 비싼 양주를 폭탄주로 제조해서 들이키면서 주지육림으로 니나노 하는. 막장남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오빠들 그러지 좀 마. 오빠들 힘든 건, 알겠는데. 그래봤자 오빠들이 욕하는 그런 여자들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거. 걔들은 정작 (그렇게 불리는 것에) 신경도 안 써. 그러거나 말거나. 엄한 용기를 왜 그런 데 쓰니. 팔굽혀 펴기나 한 번 더 하시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얼마나 속상하면 그럴까 싶어서. 아무도 자주지 않는 자들의 비애랄까. 하하. 


자판기 커피 한 잔 300원. 그렇게 익숙하게 지냈던 사회라서일까. 스타벅스를, 원두커피를 문제 삼는 건 그런 거다. 특히 어떤 몰지각한 남자들. 자판기 막장남자라고 하자. 그들은 5000원 밥을 사먹으면서 술집 가서는 수 십 수 백 만원을 펑펑 써댄다. 그것도 아가씨들 옆에 끼고. 김현진의 말마따나, 아무도 자신들과 자 주지 않다보니, 욕구불만 때문에?

- “슬프게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여자들이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최선’ 혹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적어도’ 혹은 ‘그나마’일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렇게 힘드나.

쓰레기통을 엎은 다음, 도둑고양이는 새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이거라도 어디냐,며 킁킁 거린다. 아직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는 거지. 다행이다. 지탱하겠구나. 또 하루 지탱했구나. 남자들은 꽤 금방 무언가를 얻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쉽질 않다. 여자들의 섹스 첫 경험은 강간일 경우도 많은데, 데이트 강간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가 싫다고 했어야 했는데, 주변에서도 니가 몸을 소중히 했어야지라며 2차 강간을 하기도 한다. (남자 선택을 위해) 처음에 품었던 목표가 10이라면, 6.5 정도나 되면서 제대로 성취도 못했는데, 그냥 포기해 버리고.

여자들을 위한 연애지침서도 많은데, 남자를 고를 때, 니가 멍청하다, 똑바로 정신차리라고 윽박지르고 협박을 한다. 잘못하면 안산이나 동탄 재개발 지역에 살 수도 있다며,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33평 이상 아파트에 사는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될 것 아니겠냐고. 그런데 정작 그 남이 없다. 실체가 없는데, 열등감만 키우고. 이상하게 여자들은 돈도 뜯기고, 애도 떼고, 자기 돈으로 남자 먹여 살리고. 이게 아닐 거 같은데.

- 사랑밖에 난 몰라. 페닐에틸아민 정키의 고백이 애틋하더라. 살기 위해 사랑하는 것. 완전 동감했다.

생존 투쟁이다. 사는 게 투쟁이지. 생활고 때문에 힘들었는데, 학교 다닐 때가 되게 심했다. 등록금도 비싸고. 그러면서 알바도 하기 싫은데, 해야 하고. 그럴 때는, 내일과 모레 누구랑 만난다는 약속을 잡았다. 만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밀고 연애했다. 상처도 받고 주고, 미안하기도 하고. 하하.


그는 그렇게 살기 위해 사랑했다. 마음과 함께 몸으로 사랑을 배운 거다. “누가 뭐래도 그 사람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여자건만 사랑밖엔 난 모른다고 흥얼대며 가슴이 절절해지는 나는, 나의 사회적 자아를 철저히 배반한다. 그렇다. 사랑밖에 난 몰라, 라고 말하는 나는 정키다. 이름하야 페닐에틸아민 정키. PEA(phenylethylamine junky) 사랑에 빠졌을 때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노릇을 하여 이성으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 미친 듯한 페닐에틸아민이 나를 간신히 삶에 붙들어놓았다. 그 사람 만나려면 살아야 하고 그 사람 만나서 같이 놀려면 돈이 드니 당연 돈 벌어야 하고, 그 사람한테 예쁘게 보이려면 술도 먹지 말고 좀 예뻐져야겠고 어쨌든 여러 가지로 돈이 드니까 계속 돈 벌려면 나에게 일 시켜주는 사람들한테 잘 해야 하고, 페닐에틸아민이 나를 그나마 사회인으로 만들었다.”(pp.115~117)

- 두 번에 걸쳐 언급됐다.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는 말. “그 수많은 연애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은, 공부하는 놈이 이긴다는 것이다.”(p.169)

최근 친구랑 술 먹다가 결국 맥이 풀렸던 게, 자기가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람에 대해 집착하고 좋은 사람은 다 보냈던 거다. 많은 연애지침서들이 말하는 게, 자신을 막 꾸미지 말고 몸값을 높이라고 하는데, 대체 그 몸값은 누가 정하는 건가? 다우존스?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을 하고 잘 나가는 놈을 꼬셔야 한다는 건가? 들쑤시지 말란 말이야. 사실 어느 거지 같은 연애도 안 하느니보다 낫겠지 생각했다. 박살이 나기도, 박살도 내기도 했고. 사람에 대해 아직까지 내가 이해할 경우가 남았나, 이런 거만한 생각도 했다. 연애도 공부를 해야 한다. 얼마나 더 많은 길을 가야하나 싶기도 한데, 하하. 착취만 당하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 고양이와 남자에게 매번 속는다며? 지금은 어쩌면, 그것을 즐기는 경지 아닌가?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부둥켜안지 않는다. 팔에 상처를 입어서. 하하. 사실 개를 더 좋아한다. 먹고 살려다 보니, 얘기하자면, 굉장히 저질스럽게 써야 할 글도 있다. 그럼 되게 쓰기 싫잖나. 그런데, 헤어진 걔가 혹시 봤는데, 그걸 보면 얼마나 무시할까 싶어서, 하다못해 수정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시선도 의식한다. 살아남고자 하는 거지.

-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는, 곧 끊임없이 사랑하라는 말로도 들린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말라는 건, 모두의 연인이 되자는 얘기인데, 다 같이 붙어먹자는 얘기는 아니고. 하하. 뭐랄까. 서로한테 너무 연민이 없다. 예뻐 해주고, 다독여주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서로 더 엄격하고 굴고. 그게 뭔가. 서로 예뻐 해주고, 서로의 연인이 되어주지 않으련. 그런 거다. 너무 서로를 잡지만 않는다면.

- 김현진이 생각하는, ‘코스 판 투테(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는?

어쨌든 넌(남자는) 알 수 없을 거야. 열 받지 짜증나지? 이것이 여자라는 거야. 미안하다. 니들(남자들)이 똑같이 했잖아.

김현진, 착실하게 제대로 나이를 먹는 사람

ⓒ 문홍진


- 이 책,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 슬픔도 있고. 한나 아렌트도 그랬잖나.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사례 조사도 많이 했겠던데.

이전까지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아무도 안 써서 내가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들은 그렇게 안 사는데, 내가 남이 돼주지, 다들 니 생각 같은 건 아니거든 하면서 썼다. 사실은 조사라고 특별히 할 것도 없다. 주변 애들한테 술만 조금 먹이면, 반포강남이 아닌 애들은, 조금만 건드리면 가을밤나무 치듯 후두둑 떨어진다. 아무도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 착실하게 나이를 먹고 있다고 했다. 나이듦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지금-여기엔 나이듦이 질병처럼 인식되는, 이상한 동안 열풍이 있는데, 별로다. 김현진 만의 나이를 먹는 기술이 있다면.

마음은 다 늙었다. 하하. 아무리 어려 보이려고 해봤자, 원더걸스처럼 어려질 수도 없는데, 자원들을 낭비하는 셈이랄까. 이제 글쓰기가 10년 됐는데, 그땐 앙팡테리블 분위기였는데, 이젠 나도 한물갔다. 좀 살살했으면 좋겠다. 너무 애쓰는 것 같다. 친구가 논어, 공자 말씀을 쭉 훑어 봤는데, 결론이 그거라더라. ‘너무 애쓰지 마라. 다들 너무 애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도 아니고.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다. 너무 열심히 살면서 국가경쟁력이니 브랜드가 어쩌니저쩌니. 살살 해라. 용산참사에서 희생당한 분들이 어디 열심히 안 살고 농땡이 치다가 그랬나. 열심히 살다가 이렇게 희생당하신 거다. (국가에선) 되게 열심히 애를 낳아라, 왜 출산율이 낮냐, 이러는데 못하겠다. 그 판에서 빠지고 싶다. 애들도 괜히 속으로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겉으로 약아진다. 니 거주면, 나도 줄게. 쪼잔한 치킨게임 하면서 얼른 발 빼고. 이기는 편이 아무도 없다. 좀 살살해야지, 원.

- TK출신에 목회자 부친을 뒀다. 말하자면, ‘돌연변이’인 셈인데, 어떻게 반골이 될 수 있었지?

아니, 나도 뼈 속 깊이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이지는 않다. 살면서 남들이 파격적이라고 얘기할 때마다, 이 정도 갖고 파격적이라니 이 놈의 나라는... 하하. 파격이 발에 채이는 정도가 돼야 빙하는 녹고 지구는 멸망하는 거다. 난 그저 상식적으로 살고 싶은 거다.

어릴 때, 보수적인 환경이었는데, 이건 아니지 않냐 싶었다. 어릴 때부터 매를 버는 상이었다. 하하. 난 상식적으로 얘기를 하지, 반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본능적으로 지는 편을 든다. 약자 입장에 안 처해봤으면 모르지만, 여성, 지방출신, 자퇴, 비정규직, 청년실업 그 밖에 여러 가지를 겪었잖아. 없는 편에서 그렇게 일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의 DNA에는 소수자․약자를 향한 나침반이 있는 게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풍족하게, 가진 것이 많은 인물이었다면, 그는 오지라퍼(오지랖이 넓은 사람)가 되지 않았을 거다. 그가 십대 때부터 선택해서 돌파한 삶이, 그에겐 덕지덕지 묻어있다. 온 몸으로 체화한 삶의 현장이. 거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길어 올리면서 연애도, 사랑도 함께 했다. 최근에만 해도 촛불, 기륭전자, 강남성모병원, 용산참사, 쌍용차 공장까지. 사랑은 현실과 유리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줏대 있고, 상식적이고, 발랄한 그는 인세와 원고료 일부를 기륭전자 비정규직 분회에 기부한다.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도시빈민’임에도 그는 연대를 위한 실천에 나서고 있는 거다. 아마, 당신이 책을 사서 읽는다면, 당신도 그와 함께 세상을 덜 슬프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게다.

참, 김현진이 권하는 아가씨들을 위한 연애의 법칙. “첫째, 평범한 남자에게 목숨 걸지 마라. 둘째, 모든 남자는 다 평범하다.”(p.180) 책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평범함에서 한참 모자라는 남자니까.^^; “험한 세상에서 마음 약한 아가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내가 나를 무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아주 대놓고 밟는다는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내가 싫어 죽겠어. 너무나 한심해’ 이런 생각만은 해서는 안 된다. 초고속으로 남자의 밥이 되는 방법은 스스로를 싫어하는 것이다.”(p.113) 멍~ 때리지도 말 것.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멍한 태도가 아닌, 교활해질 필요도 있다. 세상은 무섭고 사람들은 추하니까.

아울러 사랑을,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어떤 눈동자에 대한 소고.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사랑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뢰에 찬 눈동자는 의외로 사람을 강하게 지탱해줍니다.”(p.178)

연애를 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고? 비겁한 변명이다. 돈 없어도 가능한 것이 때론 연애다. “자본주의는 굶주림과 열패감과 열등감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성장하거든요. 돈이 없으면 재미있게 못 놀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돈이 없으면 한없이 불행할 것처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 순응하지 말고 이겨냈으면 좋겠네요.… 제일 좋은 건, 돈 없이 노는 법을 익히는 거예요. 돈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건 지갑만 빵빵하면 개나 소나 할 수 있지만 돈없이 재미있게 도는 건 정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에요. 머리가 좋고 매력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이 연습은, 비단 연애뿐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인생에도 힘이 됩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손쉽게 재미를 누리는 거지만, 돈 없이 재미있는 건 힘센 추억이 돼요.”(p.187)

그리고 책을 보며 울컥 했던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 골방에서 농성에 돌입했다가, 강제 진압 혹은 투항하면서 소리 높여 울었다는. 엄마가 토닥여주길 바랐고, 안아주길 바랐던 한 소녀의 모습. 그것을 꿈이라고 했다. “때려도 좋으니까, 얼마든지 밀쳐내도 좋으니까, 울고 있으면 딱 한 번만 달래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누구누구, 울지 말라고.”(p.151) 사랑하고 싶다면, 그래, 달래주고, 꼭 껴안아주라.

그저 모든 걸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연애, 사랑, 실패한다고 죽지 않는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에서 꼬꾸라진다손 죽진 않는다. 그저 삶의 낙이 뺏길 뿐. 가을이 없어질 뿐. 김현진과 싱크로율 120%, 야구였다. 더욱이 같은 팀을 응원하는 즐거움. 역시, 말도 안 되지만, 야구 좋아하는 여자는, 다 예쁘다.^^; 나는 그렇게 늘, 씩씩한 언니들을 응원한다.  

김현진의 일갈로 마무리한다. 베이비. “괜찮아, 베이비, 우린 살아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야.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살아 있는 것만으로 대단한 거야. 계속 살아 있자. 그래도 삶은 계속되니까. 그거 견디고 살아남으면, 베이비, 마음의 키는 더 자랄 거니까. 안 죽어. 안 죽는다고, 세 투트.(Cest tout, 이거 다예요) 울어도 괜찮아. 그러니, 얼마든지 사랑하고 얼마든지 실패하자. 안 죽는다. 코시 판 투테.(cosi fan tutte, 이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p.14)
[예스24 기고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55)
함께 살자(공유와 공동체) (51)
식품 정의(페어 푸드) (8)
또 다른 미디어 (22)
이야기가 있는 풍경 (10)
미디어 소믈리에 (13)
놀아라, 직딩아~ (31)
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236)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49)
저자와의 만남(기고) (2)
돼지털 싱글스토리 (82)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45)
프로이트와는무관한불친절한.. (5)

달력

«   201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get rsstistory!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