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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8.01.04 사랑은, '오렌지주스'에서 시작한다... by 스윙보이 (2)
  2. 2007.10.24 싱글의 좋은 점? by 스윙보이
  3. 2007.10.16 [한뼘]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by 스윙보이
  4. 2007.10.14 청첩장 이후, 두번째 시즌의 도래 by 스윙보이
  5. 2007.10.10 오래된 목욕탕을 가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다... by 스윙보이
  6. 2007.09.28 결혼 말고 사랑 by 스윙보이
  7. 2007.09.05 [한뼘] 싱글스타일 by 스윙보이
  8. 2007.09.05 싱글, 네 멋대로 행복하라 by 스윙보이

연말연시, 곧 덕담이 난무하는 시즌.
누구에게든, 상투구든 뭐든, 좋은 말 한마디씩은 던지는 것, 익숙하지. 전화, 문자, 대면 등을 통해 주고 받은 새해인사를 담자면, 누구나 트럭 백만스물두개 정도는 될 터. "복 받아라"는 클리셰가 가장 흔할 테고, 내 경우, 다음으로 많은 것은, "결혼해야지" 정도가 되시겠다! 뭐, 결혼 안(못)한 종족들의 피할 수 없는 덕담? 악담?

"올해는 결혼하냐?"
"좋은 소식 좀 듣자"
"올핸 국수 먹게 해주는 거냐?"
"새해 장가도 좀 가고..."
"새해엔 결혼해서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사회적 어른!..."


뭐, 이런 말들이 우수수 쏟아지더군.
몇년째야, 대체.^^;; 이 말 건네는 사람들도 슬슬 지겨워질 때가 됐지 싶은데, 제일 만만한 덕담인가? 어쩌다, 결혼 못(안)한 처지가 안스럽다는 뉘앙스까지 은근 품은 말을 들을 땐, 아 그 측은지심에 눈물까지 킹왕짱 쏟아지려구 해. 또 부모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라니.-.-; 그건 더 슬퍼. 꼭 부모를 위해 하는 결혼이라. 내 아무리 불효자라지만, 그건 너무해. ㅠ.ㅠ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당연 아니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고, 당연 날 위해 건네는 진심이란 것, 알아~ 그럼에도, 그 말이 때론, 폭력적인 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줬음 좋겠어. 생을 사는데 있어서, 단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끔찍한 일이야. 또 나는 아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소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더 좋지 않겠나 싶어서. 나도 누군가에게 꽂히면, 그 제도와 도킹하는 날도 있겠지. 그래도, '결혼' '장가' '시집'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란 말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결혼해라"는 말 대신, "사랑해라" 혹은 "더 많이 사랑해라"는 그런 말. "연애해라"도 좋겠군.

며칠 전, 현재 결혼 상태의 한 친구가 툭 던진 이말.
"넌 혼자여두 씩씩한 것 같아... 난 혼자여두 외롭고, 둘이어도 더 외로워지라..."
쓸쓸함이 묻어난, 그 자조섞인 얘기에, 난 뭐라고 해야 좋을지 잠깐 고민.
"어, 왜 이래. 난 외로움도 못느끼는 외계인이냐?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거야. 친구처럼, 감기처럼 평생 옆에 달고 있어야 돼. 사람에게 숨길 수 없는 세가지가, 기침, 가난, 사랑이라는데, 난 거기다 외로움도 더 붙여야 한다고 생각해..."
뭐, 이런 시시껄렁한 말을 해줬다. 결혼도 못(안)한 '아해'의 망언?

사실, 나는 일찍 눈치챘다.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한다는 것, 순 말짱 거짓말이라는 걸. 단지 외로움을 떨치려고 하는 결혼이라면, 물론 나는 자격따윈 없지만, 그 결혼 반대닷. 그런 사람은 그 외로움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의, 감정의, 빈 공간을, 한갖 제도로 편입함으로써, 메울 수 있으리란 생각은 오산인게지. 그럴 때 하는 결혼일수록,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이 될 것 같고.

나는, 그 친구에게 "사랑해라"고 말해줬어.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구일지는, 온전히 그의 몫이지만, 나는 좀더 그가 '아름다운 개인'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봐. 경험상, 외로움은 떨치는 것이 아니더라구. 그리고 떨친다고 되디? 그것이. 그놈, 킹왕짱 질긴 놈이야. 아싸리, 친구가 되는게 상책이더라규. 뭐랄까. 외로움과 좀더 친해질 때, 사랑도 더 잘할 수 있는 법이고, 아름다운 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사랑의 대상이, 스스로가 돼도 좋겠어. '싱글'은, 때론 결혼 혹은 연인 여부와는 무관한 레떼르일 수도 있는데,

그리하여,
'싱글'에게 고하노니, 올해 사랑하시라. 이것이 너에게 건네는, 나의 첫 새해덕담이노니.

그리고, 이건 내가 아는 한 사랑의 시작. 바로, <노팅힐>. 너에게 권해줄께.
우리 올해, 오렌지주스나 실컷 마시자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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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봐. 사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억 나? 어디를 사랑의 시작으로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저런. 하긴, 애매할거야. 누가 그랬잖아.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언제,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누가 알았겠어. 사랑의 시작을 두부 자르듯, '이 순간이었어'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래도, 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사랑. 사랑은 때론, 그렇게 엉뚱해.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된 거지. 하하.

짜잔, '미국 할리우드의 대스타, 안나'(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하지. 
꺄아아~ 줄리아 로버츠, 소리치고 싶지? 재밌는 건, 극중 안나가 바로 줄리아 로버츠, 그 자체야. 할리우드 스타가 할리우드 스타 역할을 하는 시츄에이션. 그렇담 상대는? '영국 노팅힐의 구멍가게 책방주인, 윌리엄'(휴 그랜트)이야. 전혀 매칭이 안 된다구? 그렇지. 이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은 당연해. 더구나 로맨스라니! 그야말로 꿈같은 일에 지나지 않는 허구(로 밖에 생각될 뿐이)지. 

그런데, 이 이야기, 그런 선입견 버려도 좋아. 
제목이기도 한 작은 마을 '노팅힐'이 큰 역할을 하지. 뭐랄까.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엮어지는 장소로 최적이었어. 거대도시를 대변하는 안나는 화려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반면, 지리멸렬함과 팍팍함, 그리고 외로움을 품고 있어. 도시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의 환상마냥, 안나도 대도시를 떠나 작고 소박하지만 따스함이 살아 숨쉬는 안식처를 꿈꿔. 이미 길들여진 거대도시를 영원히 떠나 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반면, 여행관련 서적만을 다루는 책방주인, 
윌리엄은 '헐랭이'라는 별명답게 별 볼일 없는 남자야. 해리슨 포드와 닮은 건달과 도망간 아내와는 이혼했고, 사랑했던 여자는 친구와 결혼한데다, 서점은 파리만 들끓고. 점원마저 월급만 축 내는 빈대지. 나른한 시골 동네의 풍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 근데, 이거 진짜 게임이 될까. 

그런데 그 노팅힐엔 평범하고 소박한 삶의 풍경이 가득해. 
한마디로 포근하지. 시골 변두리의 다소 번잡한 시장과 잘 어울리는 주변 풍경은 절로 미소를 띄우게끔 유도하고. 가슴(감성)보다 머리(이성)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겐, 소박한 도시의 여유가 게으름으로, 관심은 간섭으로 치환되곤 하잖아. 가슴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가는 사람살이는 속도전과 무한경쟁이란 명목으로 마음의 감옥을 쌓고 말이야. 그런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곳, 노팅힐. 모름지기,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소로 적절치 않겠어? 꽉 짜여진 메트로폴리탄의 일상에선 길어올리기 힘든, 사랑의 어떤 시작. 

해방과 자유를 꾀하는 안나가, 결국 일을 벌려. 
그건 바로 '탈출'. 시골마을의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겠지. 윌리엄의 책방을 찾고, 다시 골목에서 그들이 부딪혔는데, 아뿔싸, 오렌지주스가 쏟아지네. 안나의 옷에 젖은 오렌지주스는 결국, 사랑에 젖게 만드는 촉매제! 이름하여, '오렌지주스 로맨스', 무척이나 맛있는 과즙음료를 넘기는 순간이야. 꿀꺽. 캬~

그리고, 두 사람의 낭만적인 사랑의 매개물은 윌리엄의 친구들이야. 
(신분상)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함께 있으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것도, 이들의 살가운 주책과 한없는 간섭·푸념이 한몫하지. 삶에 대한 낙관과 곰살 맞은 속삭임이 일상사를 가꾸는 순간.

하긴 주변 친구들, 나름대로 사연, 많지~
윌리엄의 여동생은 빈둥대면서 시집 못 간 신세타령이나 하고, 윌리엄과 함께 사는 친구는 괴상한 옷을 입고 말썽이나 부리는 돌아이야. 불의를 사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자 불임까지 된 윌리엄의 옛사랑과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 또 투자를 제대로 못해 회사 퇴출을 겁내면서 무기력하게 살거나 파리만 날리는 음식점의 주인이 된 친구 등. 윌리엄의 주변은 낙오자들로 가득해.  

그러나 그들은 지지리궁상이 아니야. 
'누가 더 비관적인 인생인가'로 시합을 벌이는 오십보백보의 사람살이지만 그들의 회합은 언제나 웃음과 따스함이 앞선다고.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하게 깔린 그들의 우정과 사랑은 윌리엄의 혼란스러운 사랑이 방점을 찍게끔 모든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아. 이런 그들의 풍경에 녹아들지 않을 재간은 없지. 

<노팅힐>, 남자신데렐라나 바보온달의 출세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냐.
평범하게 꾸미는 인간적인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드러낸다구. 운명임을 강조하지도 않아. 자연스런 감정을 투영하면서 사랑의 장애물을 넘는 과정도 과장되지 않고.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그들의 로맨스는, 몇 번의 헤어짐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득실을 따지지 않는 감정에 충실하게끔 진행되더라. 

그렇다면, 그 오렌지주스에서 시작된 사랑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던 윌리엄의 바뀐 마음을, 기자회견장에서 확인하는 안나. 그녀가 내뱉는 'indefinitely(정해져 있지 않은, 영원한)'란 대답은 관객 마음에 묘한 공명을 불러일으켜.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로맨틱코미디의 힘은 의외로 강하다구. 정형화된 경로의 나열과 인위성이나 우연의 반복 등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다양한 변주로 그것을 극복하기도 하지.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촉촉한 비처럼, 관객들 가슴에 달콤쌈싸름한 사랑의 감정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로맨틱코미디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이 영화, 어쩌면, 
'사랑이란…아주 소박한 꿈'같은 것임을 주지시켜줘. 배경인 영국의 작은 소도시인 '노팅힐'의 공기와 유머는 이와 '딱' 어울렸고. 

그래서, 
<노팅힐>은 꽤나 재치있고 상큼한 로맨틱코미디였어. 그리고 너무도 사랑스럽고 한번쯤 꿈꿔 왔음 직한 이야기를 재현했어. 환상 같은 사랑의 그림이 태연자약(!)하지만 굴곡 많게끔 흐르고. 굳이 현실성을 따지려 들 필요는 없어. 극중 안나가 윌리엄에게 말하는 "황당해도 즐거웠어요"라는 말이 영화를 대변하는 평인지도 모르지. 

함께 마실까? 이 맛있는 오렌지주스 로맨스!!!
오렌지주스 마시다보면, 안나처럼 환상의 여인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어쨌든, 그 사랑의 끝은 묻지마. 나도 몰라. 사랑의 시작은 우리가 훔쳐볼 수 있었지만, 끝은 온전히 두 사람의 것이야. 직접 물어보거나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 

혹시, 오렌지주스가 성공적이었다면, 알려줘. 
나두, 앞으로 그 오렌지주스만 마실래. 혼자만 재미보고 입닫기 없기닷.

그건 그렇고, 'She~'(Elvis Costello) 너무 좋지 않아? 이 노래, 들을 때마다 노팅힐의 영상이 눈 앞에서 줄줄줄 흘러내린다구. 영화도 그렇지. 씨봉, 첨 볼 때부터 그리 눈물과 웃음 범벅되게 하더니, 어찌 다시 되돌려 볼 때마다, 똑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다니. 아, 씨봉. 글고 줄리아 로버츠의 1538만달러짜리 미소, 나의 여신은 역시 죽지 않아. 늙지 않아. 언젠가 필름 속을 걷게 된다면, '노팅힐'에 꼭 가볼래. 어때, 같이 갈까? 오렌지주스나 실컷 마시고 오자구. 혹시 알아. 줄리아 로버츠 같은 연인과 멋진 사랑에 빠질지...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a smile reflected in a stream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eady years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Posted by 스윙보이
올 가을엔,
결혼식 갈 일 없다 했더니.
이런 킁, 역시 그냥 넘어가진 않더라니. 줸장.

친하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놈의 결혼식장엘 끌려갔다.

그 자리를 찾은 친구들이 불렀다. 끝나고 술한잔 하자는 차가운 유혹. 이런 시베리아들.-.+ 마침 식장 근처에 있었던 탓에, 저녁도 때우고 술도 얻어먹을 요량으로 결혼식장엘 갔었지. 친구 어머니도 오시고, '넌 결혼 언제하냐'는 식상한 질문이 역시나, 훌쩍 넘어온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뭐? 그저 웃으면서 '어머니가 소개해주세요~ '라는 애교성 멘트. ^^;

결혼식은 성대하더군.
화환은 넘치고, 화환에 적힌 명단 역시 기름기가 좔좔. 뭐 나야 밥만 잘 먹으면 되니까, 신경쓸거 없고. 결혼한 녀석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친구놈은 스토리를 좔좔좔. 그 녀석 어머님의 엄청 까다롭고 무척 깐깐한 며느리 선택지에 대해. 이른바 '조건'이라는 이름의 저울. 그 얘길 들으면서, 저울에 올라가 간택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여성을 상상해봤다. 뭐, 어차피 난 믿지 않아. '조건없는 결혼'. 하다못해, '그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사랑만 있으면'도 조건이지 뭐야. 흠, 말이 또 샜군. 그 결혼에 악담하자는 건 절대 아니고.^^; 어쨌든, 고르고 골랐단다. 그 많은 조건 중 한가지 결함이 있었지만, 그 하나는 넘어가줬다는군. 어지간한 집안인가,보다 했더니, 역시나. 신부도 이른바 재원. 브라보~ 그러나, 그 녀석이 결혼을, 신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어머니의 선택이었던 셈.

술 한잔 하자,
는 말이 나와서 코스 끝나자마자 훌쩍. 밥은 훌륭했다. 아니 스테이크. 와인까지 곁들여서. 그런 결혼식이라면 언제든 축하 가능해. 열번이라도!!^^; 장소를 옮겼고, 오랜만에 만난지라, 여타저타 궁시렁이 쏟아진다. 같이 한 두 친구는 유부남들. 한 친구는 아이가 있고, 다른 하나는 없다. 아내와의 결혼생활, 다섯쌀 딸아이에 대한 거침없는(!) 사랑을 얘기하던 이들도 한번 으례적으로 묻는다. "쉐이야, 니는 결혼 안하냐?" 이럴 땐 방법이 있다. 소개해달라고 땡깡쓴다. 그러면 놈들은 항상 이런 식의 결말이다. "니는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뿌라. 연애나 하면서."

물론, 예전엔 그렇지 않았지.
퇴적물이 쌓이면 지층이 변한다규. 거부할 수 없는 세월에 동화되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것이 사람. 그건 당연한 거야. 그들 역시 일상을 묵묵히 견디고 버티고 있다규! 어디 부동산을 사면 돈이 될 것인지, 음식점을 하면 돈이 왕창 벌 수 있을지, 그들은 한참 핏대를 올리더군. 나야, 묵묵히 듣는거지. 추임새나 넣으면서. 얼쑤~

문득, 생각이 나더군.
넘들이 방자한 혈기와 기력으로 기성세대의 세계와 유리된 채 살아갈 것만 같던 시기.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들을 지탱하는건, 한편으론 가족이고 한편으론 돈이지.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들이 이전과 달라보이는 건,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못한다는 거야. 삶의 1순위는 내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이 돼버렸는걸. 다른 누구보다 우선순위를 둬야한다는 끈적한 기대 혹은 고정관념. 자신을 돌아보기엔, 이 정글이 너무 엄혹해. 그러다가, 가족이 나락에 빠질 수 있거든. 그래도 나는 저놈들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혼자만의 자위. 적어도 내 삶의 1순위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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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1급수만 먹고 사는 내 펭귄 생수통 ^^;


싱글은 좀더 그렇다.

외로운 것이 무엇인지, 고독과 어떻게하면 친구를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좀더 집중하고 잘 들여다볼 수 있지. 그러면서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고, 물론 실패할 수도 있어. 실패를 해도, 어쩌면 지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품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런 과정이 괴로울 수도 있지만, 이 엄혹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수도. 그렇다고 오해는 마. 난 싱글이 좋다고 무조건 예찬만 하는 게 아니라규. 싱글이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거야. ^.^

나는 한편으로,
'싱글'은 어쩌면, 결혼이나 연인 유무에 따른 레떼르가 아니고, 엄혹한 정글에서 단독자로서 자신을 지키고 생을 꾸려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자신의 존재증명을 하는 것. 즉,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그것들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타인들에게 증명하는 것. 그런 자들에게 붙여줄 수 있지. 당신은 멋진 싱글~ 당신 삶의 1순위에게 축배를~~ 타이틀 딱 나오네. 정글에서 싱글로 살아남기!!!
Posted by 스윙보이
...“생각하고 느끼고 숨쉬는 그 어떤 인간도 총을 손에 쥐어서는 안 된다. 분노와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인에게 총은 거대한 일부분이다. 그러나 폭력은 분명 우리를 좀먹는다. 에리카의 변신 역시 종말을 고할 것이다.” “난 정말이지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총을 들어 누군가를 쏘는 것은 용감한 게 아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용감한 행동이다.” 포스트 9·11 시대 미국인의 히스테리를 기이한 방식으로 옹호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영화 <브레이브 원>에 대한 포스터의 입장이다...  - <씨네21> 중에서 -

...두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9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포스터는 아이의 아버지는 물론 임신 경위에 대해서도 밝힌 바 없다.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오랜 의혹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언급을 삼간 끝에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되었다. 유명세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미디어 노출증이 만연하고, 출산과 입양을 적극적인 이미지 메이킹의 도구로 삼는 오늘날의 셀레브리티 문화는 영원히 포스터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 <씨네21> 중에서 -

...그의 꿈은 “더 많은 영화를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그 영화들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모두에게 증명하는 것”...  - <씨네21> 중에서 -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조디 포스터.
☞ [조디 포스터] 무엇에도 지지 않을 용기있는 배우

장담컨대,
그는 '베스트 원'은 아닐지언정,
'온리 원'은 분명하다.
그리고 '브레이브 원'이고.

역시,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P.S... 그리고, 묻지마. 그가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결혼이건, 출산이건, 이혼이건.
온갖 미디어들의 등쌀과 흉포함에 시달리고 있을, 상처받고 있을, 박철-옥소리. 그들이 너무 안됐다.


2007/09/29 - [돼지털 싱글스토리] - 청첩장 이후, 두번째 시즌의 도래
2007/10/10 - [돼지털 싱글스토리] - 오래된 목욕탕을 가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다...
2007/10/06 - [돼지털 싱글스토리] - 당신에게 'devil person'은 누구지?

Posted by 스윙보이

청첩장이 밀려오던 때가 있었어.
특히 봄과 가을이면 그래. 시즌이 돼서 친구들이 만나면 서로 수다를 떨었지. 축의금 때문에 얇아질 지갑이 안스러워서. 이번 계절엔 몇번이나 가야한다는 둥, 우리는 축의금 서로 내지 말자는둥. 청첩장은 그렇게 시즌을 알리는 전주곡이었지. 지방까지 원정을 불사하는 우리는 용감한 하객이자 싱글이었다규.


물론 몇년 전부터 나는 그저 헐렁한 하객이었지.

결혼식장에 오는 여성 하객들을 눈여겨 보는 것도 뜸해졌다. 하객으로 와서 눈 맞아 결혼한 커플도 간간히 있었지만, 그건 그저 남 얘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하객 시절은 끝났어. 그날 밥이 잘 나오면 그것으로 충분해. 내 기준으로 결혼식의 성공 여부는 밥이나 피로연에 달려 있었던게지. ^^;


지난 봄만 해도 청첩장은 내 손에 쥐어졌다규.
결혼식은 이전보다 확실히 뜸해졌지만. 그러나 올 가을, 한통의 청첩장도 도달하지 않았다. 오호. 대신 주어진 것은 돌잔치 초대장. 그래, 확실해진거야. 이젠 한 시즌이 끝난 거야. 두번째 시즌이 확실히 도래한 것이다! 올 가을엔 돌잔치 초대장들이 청첩장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 이젠 결혼으로 인한 제2의 인생을 축복하는 것이 아닌 새 생명들의 탄생과 자라남을 축복해주는 시기야~


그런데 돌잔치를 가면, 마침내 듣고야 마는 얘기들.
'넌 언제 결혼해서 애 낳을래?' '언제 애 낳아서 학부형 될래' 등등. 가끔 곤혹스럽고, 종종 짜증나. 별걸 다 걱정해주는 오지랖들 덕분에. 물론 악의가 아니란 거, 충분히 알아. 해봄직한 얘기지. 그래서 별로 반박은 않아. 그저 얼렁뚱땅 휘리릭~ 뭐 소개도 잘 안해주면서 왜 이러시나. ^^;


그래, 사람 사는 거, 별거 아니얌.
한 생이 길어올려져서 거니는 궤적은 너무도 뻔한 공식같아. 때 되면 학교라는 곳엘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결혼하고, 애 낳고, 학부형 되고. 내가 사는 이 땅은 그런 관념들이 더 짙지 않은가도 싶어. 사회는 그런 틀, 공식을 갖고 굴러가게 마련이고,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니까. 어디나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지.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꾸리고. 간혹 삐져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대세나 주류가 아니지. 삐져나가 있다가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기도 하고. 자식으로서 살다가, 부모가 되기도 하고, 나중엔 노친네 소리까지 듣는 우리네 사람살이. 그 타이틀들 오매불망 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뭐, 나는 그걸 나쁘다거나, 싫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마.


뭐, 어쨌든 선택은 자유.
그것을 선택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그저 당연히 해야할 의무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을 온전하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 그게 중요하지 않아? 결혼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애가 있거나, 아니거나. 자연스레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그런 거. 나이 차고, 세월 흐르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그런 사회적 굴레가 아니라, 여러 생각과 부류가 섞여, 훈육된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만나 사람살이를 즐기는 그런 것. 나는 그런 즐거움, 바래. 서로 다른 상황과 여건이라도, 죽이 어떡하다보니 맞아서 '샐러드'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 용광로(멜팅 팟)도 좀 위험해. 융합동화돼야 하잖아. 나는 하나로 몽땅 뭉쳐지는 용광로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될 수 있는 샐러드가 좋다규.

그래서, 그냥 인정해줬으면 해.
공연한 걱정거리인 마냥 오지랖 넓은 소리말고. 지나친 관심도 때론 해가 된다구. 그저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것. 이른바 '사회적 공식'에서 벗어난다고 모자란 사람 취급말고. 커플과 싱글이 서로의 즐거움을 논하고,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서로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고, 애를 가진 부모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각자의 행복을 논하고. 이땅의 멍청한 교육문제 갖고 티격태격 말고. 애가 없어도 교육문제에 대해선 애 없는 사람들도 걱정한다규.

누군가 그러더군.
지금까지 맺은 많은 관계에는 늘 이유가 따라 붙어서 버겁다고. 혈연, 학연, 지연 등 삼연을 비롯, 회사 동료라서 등등. 이유가 붙는 관계들 사이에선 개인이 없어. 누구의 자식이나 조카, 누구의 선후배, 누구의 상사 혹은 부하, 어디의 구성원. 누군가의 무엇이나 구성원. 그래, 그저 하나의 부속품. 그런 관계나 만남에선 늘 내가 파묻히고 그 관계 속에서만 오가는 피곤한 행보. 왜 그렇게 똘똘 뭉친거야. 그 안에선 관심이나 걱정이 지나치기도 하고, 다른 바깥엔 관심도 가지질 않아. 담을 쌓아놓잖아. '우리가 남이가'식의 끈적끈적하고 배타적이고 경직된 울타리. 좀더 자유로울 수 없어?

이 사회라는 울타리, 참 징해.
그 울타리 벗어나버리면 바로 낙장불입일 것 같애. 나갈 기회도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고. 안에선 더욱 끈끈하고 밀착마크하고, 소속되지 않은 사회에선 담 쌓고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타인의 고통엔 그렇게 무관심할 수가 없지. 내가 속한 곳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좁거나 지나치게 멀다는 말, 맞는 말이야.

좀 재밌고 싶어.
서로 다 엇비슷한 굴레에서 뒹구는 건 심심해. 죽어 버릴 것 같아. 수학공식 같은 테두리를 쳐놓고 있잖아.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속도로 달리는 것은 남에게 뒤쳐질 염려가 없기 때문에 불안하진 않대잖아.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것 같아 그런거야? 아니면 이 사회가 작동하는 메카니즘이라서? 예측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은 좋지만, 늘 같은 규격으로 재단해서 비슷한 옷 입혀서 한 버스 속에 태우는 건 재미없는 일이야. 예상 가능한 속도와 정해진 길로 달리고, 비슷한 정류장에서 내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 출근길과 똑같군. 줴길. 이럴 경우와 마찬가지지. 우리 울타리에선, 그래서 늘 예상 가능한 질문과 답만 준비해놓는다면, 문제가 없는게지. 모범답안이라고? 그래, 그 답안에 맞춰야, 출세도 하고, 명망도 높이고, 낙오되지 않는거지? 그런데 그러면 지독하게 재미는 없을 것 같아. 재미냐, 출세냐, 그것이 문제로다. ㅋㅋ

이런이런,
청첩장과 돌잔치에서 시작한 넋두리가 괜히 엉뚱한 곳으로 파생되면서 길어졌군. 그냥 두번째 시즌이 왔음을 선포하는 것이었는데. 범주의 오류닷.ㅋㅋ 신경 쓰지마. 결혼 안(못)하는 자의 넋두리고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만큼의 농담일 뿐이니까. 쿨럭쿨럭.^^;; 물론 내 주변엔 아직 결혼을 원하는 싱글들이 남아있으니 청첩장이 아주 끊길 일은 아니지. 시즌이면 덮치던 밀물이 이젠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내 인생의 한 시즌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것 같단 얘기야. 아 내 청첩장? 글쎄, 당신에게 쥐어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물 흘러가는대로 놔둬. 괜히 오지랖 넓은 척 말규. 알았지?

그리고 언젠가,
이 두번째 시즌도 또 다른 시즌으로 넘어갈거야. 그땐, 아마 장례식이나 병원을 찾는 일이 더 잦아지는 그때 아니겠어. 부모세대 뿐 아니라, 내 또래의 지인들이 구름의 저편으로 숨어버리는 그때. 생로병사의 이 어쩔 수 없는 굴레. 아, 이 사람살이의 고단함이란.

그런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하나.
인류를 사랑하긴 어렵지 않지만, 한 사람을 사랑하긴 너무 어려워. 아마 세계 10대 불가사의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누가 답을 알아? 알면 가르쳐줘~ 술 한잔 살께. 시즌2 도래를 축하하면서. ^.^

2007/10/10 - [돼지털 싱글스토리] - 오래된 목욕탕을 가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다...
2007/10/06 - [돼지털 싱글스토리] - 당신에게 'devil person'은 누구지?
2007/09/28 - [돼지털 싱글스토리] - 결혼 말고 사랑
2007/09/05 - [돼지털 싱글스토리] - [한뼘] 싱글스타일
2007/09/05 - [돼지털 싱글스토리] - 싱글, 네 멋대로 행복하라


Posted by 스윙보이
영화를 핑계로 고향을 찾았다. 뭐 영화 때문에 고향을 찾은 거라고 봐야 더 정확한 것이겠지만. 이젠 거의 이방인처럼 간혹 낯설게도 느껴지는 고향. 부모님도 그곳을 떠나신 마당이니, 내 고향은 그저 추억으로만 충전해놓고 방전시킬 뿐이었다. 그럼에도 친구들은 여전했고, 영화는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10월의 부산만큼은 '달콤한 나의 도시' 아니겠는가.

그러다 우연찮게, 내 살던 동네에 발을 디뎠다. 예기치 않았던 방문.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던 차였다. 무엇이 날 이끌었을까. 전날의 과음 때문이었을까. 전날 목욕을 못해 찌뿌둥한 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쉬고 싶어서? 목욕탕이 떠올랐다. 그 오래전 목욕탕은 그대로일까, 아니면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을까. 궁금했다. 아니, 그 목욕탕이 아직 그 자리에...

그 오래된 목욕탕이 아직 같은 이름으로 숨쉬고 있었다. 주변 서식 환경은 온통 바뀌었는데, 홀로 독야청청이 아니던가. 호기심이 일었다. 내부는 좀 바뀌었을까. 저런. 구조는 똑같았다. 근 20년 이상된 목욕탕이었다. 그곳을 드나들었던 첫 시기가. 그리고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드나들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평일이라서 사람은 그닥 없었다.

탈의를 하고 욕탕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멈칫했다. 아버지가 내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그래, 아버지... 아버지가 거기 계셨다. 이제는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도 좋을만큼 훌쩍 연세를 드신 아버지가, 갈퀴를 휘날리며 초원을 누비던 그 모습으로 있었다. 어린 나와 동생의 때를 밀어주고 있는 아버지...

그래, 아버지는 그때 젊.었.다. 용.맹.했.다. 아버지의 등은 크기만 했다. 밀어도 밀어도 때는 계속 나올 것만 같았고, 고사리손을 한 나는 아버지의 등이 미웠다. 늘 그건 내 몫이었다. 동생은 나보다 더 작았다. 주말마다 아버지는 우리 두 아들을 목욕탕에 함께 데리고 다녔다. 아버지는 간혹 목욕이 끝나고 나면 맛난 음식을 사주시거나, 신발이나 옷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래 목욕탕에 가는 건 좋았지만, 아버지의 등을 밀어야한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물론 고사리손이었을 때까지만.

그 목욕탕에서 우리들의 순서는 늘 정해져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순서를 따라갔다. 동선도 따랐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지만, 그 목욕탕만은 시간이 멈춘 것일까. 모든 것은 떠나게 되어 있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이미 다른 시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지 않던가. 한때 우리 곁에 머물렀던 그 무엇들은 하나둘 우리를 떠나갔는데...

며칠 전, 아버지가 힘이 빠진 모습으로 쉬이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던 순간이 생각이 났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엔 짜증도 났다. 하지만, 당신은 그 말을 얼마나 힘들게 꺼냈을 것인가. 나는 어떻게 훌쩍 이렇게 자라났을까. 그 고사리손들을 이끌고 목욕탕에 갔던 아버지. 내 어린 모습보다, 아버지의 젊은 모습이 수증기와 함께 먼저 찾아왔다. 눈시울이 무거워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저 목욕탕이 아직 있는 것이 신기했을 뿐인데...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그 목욕탕을 찾은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그 목욕탕엔 아버지가 있었다. 계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거기 있.었.다. 나는 더이상 등을 밀어주지 않고 있는 아버지의 등이 그리워졌다. 그 자리에서 예전처럼 밀어주고 싶었다. 이젠 나는 고사리손이 아니고, 아버지의 등은 쪼그라들었다. 아버지의 등이 문득 그리워졌다. 오래된 목욕탕에서 만난 아버지는 정글의 왕처럼 용맹해보였다. 그런 아버지는 이제 이빨 빠진 맹수로 기력이 하나둘 빠지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나이에 다가가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의 나이에 슬슬 다가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 싱글이고 아이 역시 없다. 아들의 생은 아직 길지만, 아버지의 생은 이제 길지 않다. 살아간 날보다 살 날이 적다는 얘기다. 나는 아직 아버지를 온전하게 이해하진 못하지만, 고향에 다시 같이 갈 기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이라도 아버지와 함께 그 오래된 목욕탕을 들러봐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 목욕탕이 있어줘야겠지만. 아버지는 그럴 때 미소를 짓지 않을까. 예전보다 힘이 세졌다면서...

나도 늙었나보다. 아버지를 부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나보다.
그런데 싱글도 아버지가 될 순 있겠지?
Posted by 스윙보이
살다보니까, 그런 틀이 있더라. 어느 연령대에선 이래야 하고,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땅엔 '적령기'라는 이름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더군.

사실 몰랐어. 때가 돼서 학교는 당연히 가야하는 걸로 알았고, 대학에 안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줄 알았고, 졸업하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직장을 구하면 결혼을 해야 하는 줄로 알았고, 결혼을 하면 애를 낳아야 하는 식으로. 그때 나는 별로 의심치 않았다. 아니 관성이었던 게지. 뭘 알았겠어. 이건 무슨 수학공식 같잖아. 정해진 틀에 맞춰서 답을 구해야하는.

명절을 앞두고 사실 이런 기사 나온 것도 우습고, 의심스러워. ☞ 배우자 없으면 자살 비중 높아
대체 이런 기사를 쓰는 건 대체 무슨 의도야. 명절이 미혼·비혼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만 하면서. 정부의 의도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배우자'는 꼭 결혼제도에 속한 사람이어야 가능한 타이틀이야? 결혼 안하고 배우자 있으면 안돼? 설혹 그렇다손 치자. 그렇담 혹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의도하건 그렇지않건, 이상하게 취급하고 따돌리면서 자살로 유도하는 풍토가 있는건 아닐까, 나는 의심스러워.

나는 궁금해. 사람들은, 사회는 왜왜 "사랑하라"고 하지 않고, "결혼하라"고 말을 할까. "결혼 언제 하냐"고 묻지 말고, "사랑 언제 하냐"고 물으면 안되겠니? 사회가 제시하는 어떤 공식 같은 획일적인 삶의 방식은 그래서 숨이 막혀. 엇비슷한 모습으로 지탱하는 삶은 비루하고 시시해 보이기도 해. 물론 그렇지 않은 생도 분명 있겠지만. 예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하면 돼. 물론 그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틀이나 강요가 아닌, 자신의 템포로, 내가 나일 수 있다면. 공식에 끼워 맞춰진 삶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으로.

얼마전 만난, 사회에서 말하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한 친구는 그러더군. "대한민국 남자들은 지구상에서 최악의 신랑감인데, 왜 결혼해야 해?" 뭐 딱히 반박할 말이 없더군. 다른 나라 남자들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땅의 수컷들이 펴낸 악행의 자서전을 펼쳐보자면 대충 맞는 말이지 않을까? 그 대한민국 남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일정부분 인정할 건 인정하지.ㅋ 그래, 결혼하지 않아도 좋단다. 네가 너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지. 그러다 혹시 최악의 수컷들 중에 예외적인 옥석을 찾아내서 행복해지고 그 필요성을 느낀다면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 남들이, 사회가 결혼하라고 강요해서 하는 건 내가 봐도 아냐.

오늘 학부형인 한 사람이 묻더라. 결혼여부를 묻길래, 아직 안(못) 했다고 했더니, 대뜸 하는 질문의 요지가 이래. "친구들은 이제 학부형 되고 이럴텐데, 넌 언제 학부형 될래?" 이거야. 쿨럭. 오지랖도 넓으셔라. "별 걱정을 다하시네. 당신 아이나 잘 키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찰랑찰랑~. 악의가 없단 건 알지만, 나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겠지만, 오버하는 거잖아. 남이사. 결혼을 하건 말건, 학부형이 되건 말건. 사실 그것도 그 사람도 그 수학공식처럼 짜여진 틀이 있다고 훈육된 결과지. 무슨 죄가 있겠어.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건, 가끔은 피곤해. 그 테두리가 절대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엇비슷한 공식을 갖고, 틀안에 갇힌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그닥 재밌지 않아. 생각이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철 없다고 단정 지으니. 나, 철 없어도 좋고, 무거워서 철 같은 건 들 수도 없으니 철 찾고 싶으면 포스코에나 가세요~

아, 싱글은 사실 약간은, 괴로워. 그러니 결혼하라고 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해줘. 나 수학을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 정해진 수학공식 같은 거 별로 풀고 싶지 않거든. 그냥 나는 나만의 공식 만들래. 스윙보이의 공식. 여긴 물론 답 없어.ㅋㅋ

Posted by 스윙보이
최근 탄산고양이님이 지은 <싱글은 스타일이다>이란 책이 나왔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아마도 싱글라이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대에 따른 기획도서겠지.
나는 싱글 앞에 붙이곤 하던 '화려한'이란 수식어가 별로 달갑지 않다. 불온한 목적에 의한 것이니까.
스타일도 어쩌면 비슷한 목적이 아닐까도 싶지만, '화려한'보다는 거부감이 덜하고.
제목 하나만큼은 낚시질하기 딱 좋으네. ^.^ 나도 낚였다. 파닥파닥.

한 이벤트에서 그래서 싱글스타일을 묻더라.

답변해줬다. 

고독한 자기푸념에 그칠지 모를 일이지만,
거친 바람 속에 홀로 내팽겨쳐진 것이 싱글의 숙명일지는 몰라도,
'싱글스타일'은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것.
시간의 나이테가 품은 애정의 수액을 모아 자신을 향해 출렁이는 사랑의 물결로 전환하는 것.
때론 다다를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면서 내 이마에 덕지덕지 붙은 고독을 물리치는 부채의 쓰임새에 감사할 줄 아는 것.
싱글은 그렇게 또 하나의 현실. '다행이다... 싱글이라서'라는 생각을 때론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아는 싱글스타일의 하나.

이만하면 모범답안? 하긴 그런게 어딨어.
당신은 혹시 싱글스타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Posted by 스윙보이
엊그제 만난 친구 녀석. 녀석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이른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 범주에서 포함돼 있는 셈이다. 간혹 만나는 녀석이다보니, 녀석은 날 만나자마자 늘 같은 걸 묻는다(하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상투적으로 이 말을 던진다). "좋은 소식 있어?"

'좋은 소식'이라함은 물론 예상하는 대로다. 혹시 결혼이라도 하냐 이거지.
물론 늘 아니라고, 그만 물어보라구, 그런 거 있음 내가 먼저 말한다,라는 식으로 답변하지만,
좀 지겹기도 하고, 어쩌다 짜증나는 순간도 있고, 원하는 소식을 못 전해줘서 미안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 뭐 그렇다고 지금 좋은 소식 안고갈 여지도 없지만.ㅋ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수순이 있고, 틀이 있다. 녀석도 그 수순이 당연한 것이라고 살았을테니, 그리고 살고 있으니, 또 나도 녀석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으니, 무리는 없다. 그냥 '퉁' 쳐버리는 거지. 나는 그 틀이 그닥 탐탁찮으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하니까.

얼마 전 읽은 <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에 뉴요커로서 살아가는 정명주씨의 말.
"한국에서는 대학 졸업하면 직장 구하고 다음에는 결혼하는 식으로, 어떤 나이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있잖아요. 하지만 뉴욕에서는 그런 강요 없이 내가 원하는 틀은 내가 만들어요. 뉴욕은 사람을 자율적이게 만드는 도시죠. 뉴욕에서는 내가 나일 수 있어요."

하여튼 녀석과 블라블라 하다가, 결혼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 이야기까지 전개됐다.

평소에 가진 생각 중의 하나지만,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더니,
녀석은 대뜸 "그럼 왜 결혼하려고 하는데?"라고 이상한 듯 묻는다.

그냥 구구절절 부연하기 싫어서,
둘이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 없는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하고 무력한 것인지' 설명한다. ^^; 아이가 결혼의 목적인양.
아직 상투도 못 튼, 어린 내가 그냥 받아들여야지. ^^; 
녀석의 궤적과 세계를 모르는 바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상책.

DNA는 역시 종족번식의 욕망 유전자를 갖고 있나보다.
하긴 어릴 때 받은 교육도 그랬다. 결혼은 2세를 보고, 인류의 존속을 위한 행위라고.
우~ 종족번식을 위한 결혼이라니. 별로다. 개인의 욕망을 거세한 조직논리.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 흥미없다.

지난 주말, 모처럼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 역시 그랬다.
모처럼의 회동이어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여행을 뺏긴 것 같은 기분.
아이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아이 중심으로 모든 것은 돌아간다.
시선과 화제는 아이에게 향하며, 아이는 한마디로 권력이다. 아이의 몸짓, 말짓 하나에 우리는 휩쓸린다. 우리네 이야기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들이 그닥 달갑지만은 않다.
우리들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워야 할 권리가 있는데. 킁.

뭐, 그래서,

앞으로 철딱서니 없는 싱글의 넋두리가 시작되겠다.
싱글라이프. 대수로울 것도,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넋두리.

나에게 결혼하지 않냐고 묻는 이들에게,
결혼하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이들에게,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며 어차피 후회할 거 한번 해보라고 바람넣는 이들에게,
혹은,
결혼하지 말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경제적)능력만 되면 혼자 살면서 연애만 하라고 권하는 이들에게,
네 멋대로 살아보라고 등을 토닥거리는 이들에게,

그 모두에게.

'싱글이라서(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전개될지,
'결혼하지 않아서 후회된다'라고 한숨쉴지,
나도 모른다.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니까.
단지 '지금-현재' 결혼에 별다른 뜻이 없을 뿐.
내가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는 발걸음을 딛고 싶을 뿐.

행복하자구. 어이~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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