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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26 “‘교육불가능의 시대’, 교사는 그래서 더 필요하다!” by 스윙보이

“‘교육불가능의 시대’, 교사는 그래서 더 필요하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안준철

프랑스영화 <클래스>. 참교육을 꿈꾸고 꾀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알려진 영화다. 프랑스어 교사 마랭과 다루기 쉽지 않은 학생들의 교감과 갈등을 그렸다. 설명은 쉽다. 영화는 그러나 현실과 다름없이 치열하다. 전쟁이다. 생생하다. 긴장감이 돈다. 알다시피, 학교의 속성. 그 속에서 교육은 끊임없이 갱신을 꿈꾼다. 과연 교육은 무엇일까.


교사는 가르치고 주고 싶다. 학생은 그렇지 않다. 뭘 그따위 것을 주느냐며 빈틈만 있으면 딴 짓을 한다. 엇갈림은 그렇게 발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향해 격려와 존중을 내보이는 교사가 있다. 그에게 차츰 마음을 열어보이다가도 이내 반발하는 학생들도 있다. <클래스>가 그렇다. 마랭은 아이들에게 어떤 강제도 않는다. 방향만 제시한다. 그러나 그도 실수를 한다. 학생들,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혼란이다. 마랭의 진심이 꺾이는 것일까. 교실은 다양한 풍경을 낳는다. 움직이는 화약고가 교실이다. 과연 마랭과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진정성과 실험성이 돋보인 <클래스>. 2008년 제6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다. 안준철 선생님, 이 영화를 꺼낸다. 이 영화, “교육은 감정노동”이라는 말 꺼냈다. 영화를 본 안 선생님, 이 말이 어찌나 와 닿았는지. 그럼에도, 감정을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교사의 숙명이란다. 아이들을 감정이 아닌 우정으로 대할 것.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감정을 잊을 것.

 

 

그런 안 선생님의 지론을 담았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안준철 지음|문학동네 펴냄). 지난 7월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안 선생님이 독자들과 만났다. ‘노래하는 안준철’로 시작한다. 시인 박인환의 詩를 동명의 노래(박인희)로 만든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


교사라는 ‘전문성’

 


안 선생님,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서 우선 말을 꺼낸다. 얼마 전, 교사가 전문가임을 자각했던 계기에 대한 에피소드. 수업 중 동문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직업인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일 교사를 모셨다. 안 선생님, 수업하시라고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교실은 뒤죽박죽. 학생들은 돌아다니고, 수업은 혼란의 도가니. 30분쯤 후 교실에 돌아와 보니 일일 교사, 멘붕(멘탈 붕괴) 상태.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더란다.


“나는 본디 수업할 때 여러 방법을 써요. 칠판에 16개 좌석을 붙이고 빙고 게임을 하거나, 출석 부르면 영어로 답하라고 해요. 할 말이 없으면 ‘I Love You’라도 하라고 하는데, 거의 그 말을 해요. (웃음) 일일수업을 한 그분과 제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건 부드러움의 차이입니다. 부드러움은 교사의 성품이 아니라 전문성이요, 탄성의 차이에요.”


그에 의하면, 중고등학생은 미친 사람과 아이의 중간에 있다. 즉, 철없는 아이와 광인의 중간쯤이 청소년이다. 고로, 청소년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함께 받는 것은 무지한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탄성이 제로인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을 나무라고 탓하고 비난하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 아니잖아요. 물론 결과만 따지면,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학생들을) 관리하는 선생에는 미치지 못해요.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詩 850편을 써줬습니다. EBS가 나를 닷새 동안 찍었는데,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PD입장에선 답답한 거예요. 마침 한 아이가 결석을 했어요. 전화를 했는데, 아프다며 거칠게 나왔어요. 다른 아이는 카메라 앞에서 난동을 부려서 PD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에너지가 발산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고, 난동을 마무리한 뒤 1분 만에 해결했어요.”


안준철 선생님, ‘1분의 탄성’이라고 했다. 1분의 시간, 1분 동안 학생에게 탄성을 줬다는 것. 그리고 1분 만에 아이가 바뀌었다. 짐승의 시간에서 개념의 시간으로 돌아온 것. 그에게 개념 없는 학생은 없다. 개념이 부족할 뿐이다. 1분은 곧, 아이에게 개념의 시간.


미친 사람에겐 대꾸를 안 해야 한다. 아이들도 미치거나 사가지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미친 사람에겐 대응하지 말아야 함을 꺼내야 한다. 전문성이 그렇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사랑으로 진찰 않는다. 전문성으로 진찰한다. 그에 의하면, 교사에게 아이를 무조건 사랑하라는 말, 강요일 수 있다. 교사도 전문성으로 아이를 만날 의무가 있다. 그 전문성은 탄성이다. 


부드러움의 수업


“아이들은 약해요. 대화를 해서 풀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변합니다. 부드러움의 문제에요. 부드러움은 느린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느림의 수업을 합니다. 아이들이 저를 화나게 했을 때,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반응 않고 가만있는 거죠. 애들이 하자고 하면 수업을 하고, 떠들면 수업 안 하고. 화가 날 때가 있어요. 화나면 화내세요. 그리고 후회하고 사과하세요. 중요한 것은 교사도 감정을 가진 인간입니다. 무조건 아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에요. 일단 사과를 함으로써, 관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는 최근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한 학생이 인문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을 왔다. 그 학생, 잠만 잤다. 큰 소릴 쳤더니 싫어해서, 큰소릴 치지 않았다. 학생들이 진도를 잘 나가면 영화를 한 번씩 틀어주는데, 어느 날 영화를 보여주니, 그 학생, 앞이 안 보인다며 책상에 올라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았다. 내려오라고 했으나 안 내려와서 화를 냈다. 그 학생한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결국 화를 냈다. 화가 난다는 것 자체 때문에 화가 났다.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 화를 냈다. 한 나절 동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날 저녁 산책 후 정신이 돌아왔다. 그냥 내버려뒀으면 내려왔을 텐데. 이틀 후, 학생에게 사과했다. 전체 학생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아이들 눈빛이 달라졌다. 정작 그 학생은 자고 있었는데, 수업 중 기말고사 힌트를 줬는데, 자다가 일어나서 힌트를 따라 적었다. 그때 보았다. 무의식중에 자신의 말에 순종한 것을.


“이게 사과의 기적 아니겠어요? 잘못하면 아이들에게라도 즉각 사과를 해야 합니다.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 해요.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언어로 소통합니다.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과를 받음으로써, 아이는 인간으로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보은을 합니다.”


생명으로 학생을 대할 것

 


그가 교사의 전문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이다. 즉, 생명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월의 마지막 수업, 아이들과 면담을 했다. 선생의 잘하고 못한 것을 적어보라고 했다. 한 학생이 딱 한 줄을 냈다. 출석부로 책상을 내려치지 마세요. 억울했다. 딱 1~2번 했고, 그런 이유가 있을 터. 그랬는데, 한 학생이 그걸 썼다는 게 억울했다.


“그러고 지리산 종주를 하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났어요. 그 뒤부터 출석부로 책상을 내리치지 않아요. 그 아이의 말을 경청한 거죠. 제가 매를 들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어릴 때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6학년 때 전주로 왔는데, 시험 틀린 숫자대로 맞는 거예요. 폭력이죠. 그때로 돌아가자는 사람이 있는데, 폭력이 가져온 평화일 뿐이에요.”


“학생을 매로 다스리려는 순간부터 교사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육적 상상력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p.11)


신학기 3월, 교사들끼리 하는 말이 있단다. 한 달 동안 웃지 않아야 한다. 권위와 위엄을 잡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위해서? 아니다. 안 선생님은 불행하게도 아이를 잡기 위해, 자기가 편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그런다고 본다. 아이들에겐 길을 열어줘야 한다. 대놓고 나쁜 녀석이라고 하면 길이 없다. 어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2~3일 여유를 둘 것을 권한다. 


“3월에 아이를 잡으려고 하면 안 돼요. 아이들은 교육의 꽃이기 때문이에요.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사입니다. 평화, 민주주의 가르치면서 독재를 하면 교육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아이와 교사가 순수하게 만나야 합니다. 詩를 가르치면 詩를 배우고 느끼도록. 학교가 변하면 교육이 변하고 선생이 용기를 가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는 교사의 덕목과 관련, 미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도 초임 교사 시절, 사랑했던 학생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배신’이라는 표현이 웃기는 것이라고 했다. 사제 사이, 배신이 있을 턱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줘서 당연히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아서 실의에 빠졌던 적도 있다.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한 아이를 불러냈어요. 네가 그럴 애가 아닌데, 떠드는 것을 보니 내가 잘못했다 싶어서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제가 편애했다고 하더라고요. 고민했어요. 교사 전문성 중에 경청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는 아이들 이름을 부릅니다. 한 달 정도면 이름을 외우고, 석 달이면 아이들 생명이 그대로 나에게 옵니다. 출석 안 부르면 아이들이 왜 안 부르냐고 할 정도에요. 아이들을 1년 동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무척 좋습니다. 생명과의 만남이 무척 소중합니다. 출석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고, 눈을 꼭 마주치세요.”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이리라. 성장하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성장이 끝났거나. 나에겐 아직도 교사로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p.10)


Q&A

 

학부모와 문제가 생길 때가 혹시 있나요?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3개월에 한 번씩 부모를 만나는데, 일단 전화를 하면 5분 동안 아이를 칭찬해요. 칭찬 받을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합니다. (웃음) 사실 생명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칭찬 받을 일이 아닌가요? 부모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내가 중심을 잡고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방식이 기존의 교사 집단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 같긴 해요.


제가 가장 남발하는 단어가 자유입니다. 교사들이 일관성을 가지고 하자는데, 문제는 평상시에 교사들과 인간관계를 잘 맺는 게 중요해요.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면, 다른 선생님들도 인정을 해줍니다. 그래서 재단과 싸울 때 말고는 힘들 때가 없었어요. 아이들은 무한히 용서해주고, 무한히 눈높이를 맞춰주는데, 교사들과는 많이 싸웠었어요. 교육적 관점이 다르고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내가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잘 해요. (웃음) 


어느 글에선가 지금은 사교육과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묶어놓아서 사탄이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교육 불가능 시대’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고민이기도 합니다. 다행인 건, 책을 내고 독서모임을 갑니다. 낭만적이고 나이브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선생들이 가진 진실, 가치관이 갇혀 있다가 열려요. 우정의 연대가 됩니다. 지금은 교육 불가능의 시대가 확실한데,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더 필요합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도 틈새가 있잖아요. 학생들과 생명으로 만나고, 사과하고, 학생들을 느긋하게 만나길 원합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OO 하지마라’ 말고 ‘OO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대면하는 순간순간이 힘에 겹도록 버거우면서도 내가 교사로서 늘 행복한 이유이다.”(p.13)

 

[예스24 기고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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