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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으나(뭐, 그런 걸 알려줘야 말이지.),

'팩트'가 틀린 게 있는 것도 아닌 듯한데, (틀린 게 있음 제발 알려줬음 좋겠어. ㅠ.ㅠ)

앞부분이 뭉텅 잘린 채 기사가 나갔으니, 갸우뚱갸우뚱. 모지? 모지?

따지고 보면 필자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모욕? 예전 담당잔 그러지 않더니. ㅠ.ㅠ

 

시장이 정의로운가를 다루는 글에 이런!

시장이 결코 정의롭지 않음을 알려주는 반증인 셈인가?ㅋㅋㅋ 무섭다. 시장!

사실 기사에 언급된 모욕적인 돈맛 가문에선 이런 기사 전혀 신경도 안 쓸 것 같은데 말이지.

그냥 궁금하긴 해. 자발적인 것일까, 겁박한 것일까, 협조한 것일까? 아님 내가 알 수 없는 음모?

아, 세상은 역시 호기심 천국. 도대체, 왜 잘려야 하는 것일까? 궁금해. 허허.

 

따라서, 기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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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시장에 감시의 눈을 번뜩여야 행복해질 수 있다”

『시장은 정의로운가』 4인4색 대담회

 

올해 칸영화제(5.16~27)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이런 말, 나온다. “세금 한 푼 안 들이고 돈 60억 원을 돌려 200조원을 통째로 갖는 거지. 한국에서는 다 이해해줘.”

 

재벌 3세(온주완)의 대사인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돈 있으면 다 된다는 말, 한국은 돈만 있으면 환상이라는 말, 우린 모욕적이게도 긍정해야 한다. 이 재벌3세의 ‘시장 감수성’ 혹은 한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촉’은 재벌가의 자손이어서가 아닌, 한국에 사는 장삼이사라면 누구나 습득할 수밖에 없는 ‘진리’인 셈이다.


몇 년 전 있었던 한 그룹의 상속을 둘러싼 법리 논쟁. ‘편법승계’ 혹은 ‘변칙증여’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프레임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 형식적으론 재벌 가문이지만, 실질적으론 ‘돈’일 것이다. 아버지, 아들에게 61억 원을 줬다. 아들, 그 중 23억으로 상장 직전의 에스원에 유상증자로 참여, 78억의 주식을 보유했다. 곧 상장됐고, 이를 팔아 355억을 벌었다. 대박~


이뿐 아니다. 아들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장가에 턱도 미치지 못하게 샀다. 또 헐값 발행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집중 매입했다. 이건 의미가 크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에버랜드 대주주가 되면 지분 구조상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아들, 16억의 증여세만을 내고 삼성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참고로 2010년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은 220조원이었고, 2012년 5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임상수의 재치(?)가 어디를 향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책, 국가보다 더 커버린 한국의 재벌기업이 기업국가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음을 질타한다. 국가가 기업에 동화되는, 즉 국가의 기업동조화에 따른 부패와 민주주의의 실각을 지적한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이것이다.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 세습과 다르지 않은 재벌기업의 3대에 걸친 세습 자본권력. 저자는 이리 말한다. “북한에서는 국가 위에 당이 있다면 남한에서는 국가 위에 재벌 기업이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p.225)


그리고 이 말도 뒤따른다. “예를 들자면, 정몽구 회장은 2006년 1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협의로 구속 기소당해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두 달 가량 감옥 체험을 해야 했다. 미국이라면 정 회장은 어쩌면 아직도 감옥에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100만 원을 훔쳤다는 죄로 감옥에서 썩는 사람들은 많아도 1000억 원을 훔쳤다고 징역을 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정몽구 회장도 여전히 회장으로 건재하고 있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p.256)

  

 

이런 마당, 시장이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장은 그 자체로 정의 여부를 따질 수 없는 가치중립적 단어이겠으나, 문제는 한국의 시장엔 시민이 없다. 돈맛만 아는 모욕적인 존재들이 지배한다. 주류 경제학자들 또한 그들에게 복무한다. 그래서 소장파 경제학자들이 지난 3월2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 『시장은 정의로운가』 출간기념으로 만났다. 주제는 ‘승자독식, 부당거래, 불공정으로 흔들리는 ’시장‘을 돌파할 방법은 무엇인가?’


패널로 저자 이정전 교수를 비롯해, 소장파 경제학자들인 우석훈 박사, 홍기빈 박사가 함께 했으며, 김민웅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우석훈 박사와 홍기빈 박사가 우선 등장했다.


우석훈(이하 훈) “『88만원 세대』를 절판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2006년부터 다뤘다. 경제대장정 12권 중 9권까지 나왔고, 이를 통해 FTA를 추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했다. 삭발까지 하니 더 이상 할 게 없다. 단식은 못하겠고. 그래서 내 저서 중 가장 잘 팔리는 책 1권을 절판하기로 했다. FTA(반대)를 6~7년 하다 보니 다른 분들이 다 지쳤다. 혼자 남은 것 같아서 어떡해야 하나 싶다.”


홍기빈(이하 빈) “『거대한 전환』은 3년 전부터 속도가 붙었다. 세계경제 위기가 2008년에 왔는데, 누가 알았겠나. 이 책은 500권이나 팔릴 수 있을까 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시장에 대한 맹신이 앞선 30년 동안을 지배했는데, 지금 그런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그에 일조해보려고 번역도 많이 하고 집필도 하고 있는데,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얘길 하면, ‘반시장주의자냐?’, 이런 질문을 한다. 반시장주의자인가?


(훈) 난 반시장주의자가 아니다. 시장만 있는 사회도, 조직만 있는 사회도 문제라고 본다. 시장도 조직도 실패가 생긴다. 모든 제도는 문제가 있는데, 시장이나 조직만 지배하는 사회는 지옥이다. 시장만 있어도 된다는 게 지금 대통령이고, 우린 지옥을 살았다. (웃음) 반시장주의는 이른바 빨갱이다. 나는 빨갱이는 맞는데, 시장을 개선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을 잘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빈) 난 빨갱이는 아니다. (웃음) 공립대학을 다녔는데, 식당이 형편없었다. 강 건너 사립학교에 가니 밥이 무척 좋은 거다. 사립은 식당을 외주를 줬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서, 우리는 시장주의자로 전향해서 식당을 입찰하자고 얘기한 적이 있다. 시장 없이 어떻게 인간사회가 성립하겠나. 문제는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시장으로 풀어야 한다고 할 때, 시장주의자가 탄생한다. 시장근본주의자인 거지. 의료, 교육, 결혼도 시장으로 풀자고 하면 시장주의자가 된다. 지난 30년간 전 지구적으로 횡행한 이데올로기는 모든 인간 활동을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라는 유령 앞에 누구도 저항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의로운 시장이면 괜찮은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시장은 정의롭지 않은가?


(훈) 경제학에서는 정의라는 말의 정의가 없다. 시장이라는 말에도 정의가 없다. 시장은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일 뿐이다. 가령 이런 거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을 찍었는데, 생각해보니 무르고 싶다. 그건 경제적으로 정의롭지 않다. 물건을 샀는데, 잘못 샀다고 무르면 경제학적으론 정의롭지 않은 거다.


(빈) 시장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는 모두 다 자기가 받아야 할 몫을 다 받는 것이다. 시장에서 일이 벌어지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요소 생산성이라는 게 있다. 노동이든 자본이든 생산성에 기여한 만큼 분배받는 것을 완전경쟁이라고 해서 정의롭다고 가르친다. 이 논리가 왜 파산 났냐면 요소생산성을 측량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게 요소생산성을 측량할 길이 없으니, 소득이 많은 사람이 생산성에 많이 기여했다는 평가를 한다. 기가 막힌 일이지. 그래서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에선 증명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 뒤집혀서, 현존하는 소득분배야말로 시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건 납득할 수가 없다.


집값이 오르는 게 좋나, 떨어지는 게 좋나?


(훈) 떨어지는 게 좋다. 올리는 게 좋다는 사람, 나쁜 사람이다. (웃음) 물론 집값이 떨어지면 희생자가 생기는데, 집을 사라고 계속 부추긴 조선일보, 모피아(주. 재정경제부(MOF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과거 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한다.)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는 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거지.


(빈) 시장에서 싸고 비싸고는 두 사람이 판단한다. 두 사람의 합의는 계약이 성사됐을 때 가격과 수량으로 나타난다. 제3의 관점에서, 산업사회에선 적정한 판단의 기준을 사회의 합의라고 본다. 일률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더라도, 시장기구 이외에도 적정한 가치를 사회적으로 토론하는 방법이 있고, 그것이 시장과 병존해야 한다고 본다.

 


『시장은 정의로운가』의 저자 이정전 교수가 등장했다. 두 소장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땠는지 사회자가 물었다. “귀엽고 가소롭고 괜찮았다. (웃음) 느낌은 비슷하다. 생각은 약간 다를지 몰라도.” 이 교수도 대담에 함께 참석했다.


시장은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다면, 정의로울 가능성은 있나? 태어날 때부터 불가능한가?


(이정전, 이하 전) 시장은 정의로울 수 없다! 시장에 대해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의 정의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안 한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은 세계경제가 위태로워지고 비판이 나오니까 시장이 정의롭고 옳다며 옹호한다. 보수언론 등을 통해 그런 것이 보도되고 얘기된다. 시장이 정의롭지 않다는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이 나는 불만이다.


세간에는 아담 스미스에 대한 오해가 있다. 어디서부터 오해하게 된 건가?


(전)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 『도덕감정론』 두 권을 썼다. 거칠게 비유하면, 『도덕감정론』은 구약성서, 『국부론』은 신약성서다. 두 개를 모두 알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도덕감정론』에 의하면, 이기심만 갖고 행동하는 곳이 시장이다.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는데, 책에 보이지 않는 손만 있는 건 아니다. 공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다.


『국부론』의 출발은 중상주의 비판이었다. 윤리와 경제를 결합하면 어떤가?


(전) 우리나라에선 윤리는 빼고 보이지 않는 손만 얘기했다. 원래 경제학은 윤리와 시장이 합쳐진 것이다. 신고전학자들이 수학을 쓰기 시작하면서 윤리가 빠졌다. 정의도 빠지고. 옛날 경제학에선 정의, 윤리, 도덕성을 얘기했다. 그러나 200~300년 사이에 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만 얘기하고 시장을 옹호하고 시장원리만 얘기했다. 수학을 하지 않고도 경제학을 할 수 있도록 경제학은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야 한다.


시장 현실이나 경제를 이해하거나 경제학을 공부할 때, 윤리적인 판단과 경제학적인 접근이 만나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인데, 두 소장학자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윤리를 사고했나?


(훈) 나는 윤리적이지 않은 사람이라. (웃음) 파리에서 공부했는데, 그때 배운 윤리 중 가장 큰 것이 가난하게 사는 법이었다. 선생들이 내게 가난하게 살 거니까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면서 공부는 안 가르치는 통에 그것만 배웠다. (웃음) 경제학에서 하는 수학은 수학도 아니다. 그건 경제학 하지 않는 사람을 겁주기 위한 것이다. 윤리는 경제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데, 지도 교수나 선생이 괜찮으면 가르친다. 재수 없어서 4대강을 옹호하는 선생에게서 배우면 윤리가 작동하지 않는 거지. (웃음)


(빈) 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87년 경제학과에 들어갔는데, 학교 근방에 공단이 있었다. 그 당시 월급이 10만원이었다. 당시에도 빈부격차가 심할 때였다. 경제원론을 가르친 양반이 경제학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하는 거다. 1학년 때였는데, 그건 미국 얘기 아니냐면서 질문했더니, 선생이 짜증을 내면서 더 공부하라고 화를 내더라. 이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선생은 물론 학우들도 짜증을 내는 눈빛이었다. 되지도 않은 애가 자기네들을 방해한다는 식으로. 그래서 경제학과를 떠나 다른 과로 갔다. 80년대 중반이후 경제학이 테크니컬처럼 돼서 지난 30년간 경제학에서 윤리는 전혀 없었다고 본다.

 

자본주의 시장을 철폐하고 다른 식으로 만드는 것이 괜찮은지, 노력하면 정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또 시장이 잘 돌아가서 돈도 벌어주게 해주고 시장도 살을 찌게 해주는데 세금을 내라는 건 곤란하다고 할 땐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전) 시장은 없앨 수 없다. 이미 삶이고 일부다. 인정을 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만 시장의 고삐가 풀려서 삶을 지배해선 곤란하다. 시장은 삶에 보탬이 돼야지, 삶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여러 문제를 시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 곤란하다. 자본주의 시장은 경쟁 체제다. 문제는 능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의 빈부가 더 벌어진다는 거다. 대공황이 생기고 시장도 폭삭 주저앉게 된다. 빈부격차와 시장구조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거다. 중산층이 망하면 생산된 제품을 누가 사주나.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경제 안 돌아간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빈부격차를 벌리면 돈 많은 사람도 망하니, 세금을 내라고 말해야 한다.


정치는 누구의 돈을 어디에 먼저 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선 사회적으로 필요한 재원을 돈 많은 사람에게만 요구한다고 불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전) 정부에게 돈을 줬더니, 돈을 써야 할 데 안 쓴다. 돈을 낭비하고 4대강 사업이나 하고 있다. 엉뚱한 데 돈을 자꾸 쓰면 낙수효과도 없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돈을 쓰니, 세금을 내야 되겠냐는 말이 나오는 거다. 우선 한국에선 정부가 돈을 잘 쓰고, 국민들이 제대로 감시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세금을 더 내라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고.


딜레마가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헌데, 비정규직이 없으면 정규직만으로 굴려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너무 세질 수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나? 


(전) 정의차원에서 보면, 똑같은 일을 하는데 한 사람에겐 많이 주고 다른 사람에게 덜 주면 틀려먹은 거다. 경제논리에서 말해도 기업이나 부유층이 자기 발등을 찍는 거다. 비정규직에게 박봉을 주면 그만큼 수요가 준다. 자본주의에선 공급과 수요가 맞물려야 한다.


“진정한 협동은 흔쾌한 마음에서 나온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사람들의 협동심이 위축되면서 결과적으로 생산 증가 속도가 둔화되거나 심하면 생산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p.29)


내수도 그렇다면, 수출해서 먹고 살겠다고 한다면?


(전) 문제는, 앞으로 수출로 돈 벌어 먹고 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내수를 살리지 않고 수출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 수출 때문에 모든 걸 희생하기보다 내수도 함께 키워야 한다. 내수를 살리려면 중산층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마트가 들어서면 결국 마트로 발걸음을 향한다. 구멍가게는 결국 안 된다. 


(전) 경제적인 측면과 비경제적인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동네 구멍가게가 다 망하면 나중엔 결국 마트가 가격을 올린다. 독점기업의 역사를 보면 그렇다. 경쟁에서 이긴 뒤 서서히 값을 올린다. 이기적으로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사소하지만, 우리 동네의 구멍가게를 가면 서로 안부를 묻고 대화가 이뤄진다. 대형마트에 가면 그런 게 있나? 물건만 오갈 뿐이다. 시장은 그렇게 말이 필요 없는 곳이다. 삭막하다.


(우석훈 박사의 질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도망갔고, 이런 일이 또 생길 것 같다, 그게 내 고민이다. 어떡해야 좋나?


(전) 이른바 ‘먹튀’에 대해선 제재와 규제를 가해야 한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약간 누그러들면서 규제하자는 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금융권도 이에 저항하면서 규제가 유야무야 되고 있다. 참 어려운 문제인데, 결국 우리가 계속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홍기빈 박사의 질문) 4대강 사업을 보면, 인간끼리의 문제에선 갑론을박이 가능하니 해법이 있을 것 같은데, 자연은 말을 못한다. 그래서 해법이라는 게 보상비용, 보존비용이나, 그건 자연의 목소리가 아니다. 자연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 약자들을 위해 시장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전) 환경이 오염되면 부자들에겐 큰 영향이 없다. 오염된 것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누가 당하냐. 가난한 사람만 당한다. 정의롭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해선 배려를 해야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배려한답시고 시혜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시혜가 아니라 권리 차원에서 말해야 한다. 시혜 차원에서 복지혜택을 주는 건 미련한 짓이다. 받는 사람이 기분 좋게 받아먹어야 복지다. 사회복지는 국민들이 함께 어울리기 위한 것인데, 시혜는 사회통합에 저해가 될 뿐이다.


복지의 확충이 경제에 부담이 되나, 도움이 되나?


(전) 일시적으로 부담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100을 벌면 다 쓴다. 부자들, 반도 안 쓴다. 복지 확충은 궁극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

 

Q&A


순환출자가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하준 교수가 삼성의 순환출자도 외국의 금융자본 때문에라도 용납을 해야 한다고 말해서 패닉에 빠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참 어렵다. 나는 삼성이 경제력을 남용해서 삼성이란 체제 유지에 악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권력을 남용해서 국내 중소기업을 괴롭히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다.


경제의 문제도 정치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정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홍)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모든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했는데,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지난 30년 간 규제를 한다든가, 시장 이외의 방법으로 경제를 조직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지레 겁먹고 뒤로 빠졌다. 이데올로기 공세에 쉽게 넘어갔다. 지금이라도 섣부른 패배주의를 벗어던지고 구체적인 것부터 하나씩 용기를 갖고 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문제를 보자. 서울에 사는 분들은 구립 어린이집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텐데, 그건 사립 어린이집의 이익 보장과 얽혀있어서 그렇다. 문제는 사람들 머릿속에 깃든 시장이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공공부문 확장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어린이집도 공공부문이나 협동조합 등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 국가는 무섭다. 이명박 같은 사람이 나와서 그러면 참 무섭다. 기업도 무섭다. 시민이 나서서 직접 해야 한다. 자급자족도 해보고. 협동조합도 시도해보고.


정치가 시장의 정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대안은 시민밖에 없다. 정부, 관료, 정치가는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국민을 생각 하느냐? 100%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 정부, 정말 무섭고, 시장도 정말 무섭다. 얼마나 무서운지 책을 읽어봐라. 제대로 시장과 정부를 이해하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시민이 감시의 눈을 번뜩일 때 우리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

 

Posted by 스윙보이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은 '하우스 푸어'.

하우스 푸어를 낳은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나는 (주류) 언론에 가장 큰 공(?)을 돌리고 싶다.

'내집 마련'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낳고, 
부동산 불패는물론, 재테크로서의 집에 집착하게 만든 공.

집은 왜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해야 했을까.

한때,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나도 집에 대한 과도한 탐욕을 부추긴 것은 아녔을까, 반성한다.

하우스 푸어 현상을 파헤친 《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지난달 있었던 강연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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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의 해답?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하는 것에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일 하는데 가난한 사람)’라더니, 이젠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은 있는데 가난한 사람)’란다. 푸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푸어 시리즈냐, 고 물을만하다. 또 어떤 푸어가 나올지 사실, 겁난다. 또 다른 푸어 아닌, ‘푸우’(곰돌이)가 나왔으면 좋겠다만, 아니다. 눈을 씻고 봐도, 푸어다. ‘푸어(Poor) 낳는 사회’.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어쨌든, 하우스 푸어. 그토록 열망하는, 혹은 이 사회가 요구한 ‘내집’을 가졌으나, 그 집에 짓눌려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니. 내집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랬다. 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집 한 채. 더도 바라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지상의 방들은 왜 죄다 남의 것일까, 한탄하던 사람들을 꼬드겼다. 건설업자들이 그랬고, 국가(권력)이 그랬으며, 은행(금융권)도 가세했다. 하다못해 언론들까지 이 삼각편대에 ‘꼽사리’를 껴서 (노름판의) 판돈을 키웠다. 소곤소곤도 아니요, 대놓고 나불댔다.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 더 크고 넓은 집, 분양만 받으면 당신의 인생은 역전될 것이오. 그러니 지르시오. 지름신이 당신을 ‘리치(Rich)’로 만들 것이니라.

대박이니 로또니, 아주 가관이었다. 하다못해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 미친(!) 광고까지 날 뛰었다. 힘 있는 지들끼리 패 돌려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정작 폭탄은, 그들에게 판돈을 건 힘없는 사람들이 맞았다. 패보고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아 ‘I 믿 You(나, 당신을 믿어요)’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 독촉에 월급 자동 차압이라니. 당했다! 신발!!       

국무총리로 후보지명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부강한 나라를 부르짖을 것이 아녔다. 모두가 부자인 나라를 말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굶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거였다. 설혹 레토릭에 불과할지라도, 그 정도 인식은 보여줬어야 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순 없지만, 한 사람이라도 푸어가 아닌 나라. 나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던 ‘집’은 변심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혹했다. 학교에서, 어른을 통해 배웠던 ‘거주를 위한 집’은, 어느새 ‘투기를 위한 집’으로 재구성됐다. 하긴 따지고 보면 집이 변심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미친 거다. 집을 미친 짓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말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이렇게 내 인생을 허비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혹은 집이라는 존재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왜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거나 미래를 꿈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까?”(p.9)

지난 9월10일, 이 말을 되씹을 기회가 생겼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리던 그날의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김광수 경제연구소, 예스24, 더팩트가 주최한 『하우스 푸어』(김재영 지음|더팩트 펴냄)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의 타이틀은, “아빠는 하우스 푸어! 아들은 88만원 세대!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린 부동산 시장의 진실을 말한다!”.

저자(김재영 MBC PD)가 다큐 촬영차 남극에 가 있는 관계로 이 자리엔 참석하지 못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의 사회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보자.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혹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자.

그러니까, 이 책을 둘러보고. “무엇보다 이 책은 아파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라고 권고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 책은 하우스 푸어의 세계가 혹 나의 세계는 아닌지 바라보라고 한다.”(p.7)

그리고 집을 생각한다. 집은, 사는(Buy) 것보다 사는(Live) 것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꼭 사야만(Buy) 내집이겠는가. 내 사는(Live) 곳이 내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전세를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전한 중산층인 박준명 씨(가명)의 바람직한 예. “지금은 자신의 결정과 판단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박 씨는 고점 대비 20% 이상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집을 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집 하나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p.195) 집 소유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행복. 그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하우스 푸어는 무엇이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가.

(선대인, 이하 선) 나는 언론에서 말하듯, 폭락론자가 아니다. (웃음) 부동산 시장이 지금 양상으로 가면 폭락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더 큰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입장에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김광수 경제연구소)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하우스 푸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문제일까. 2005~2006년 수도권에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났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중산층은 소득 여력이 안 되는데도, 고점 시점에 주택 시장에 들어갔다. 폭등기 이후 2006년 말 추격 매수세가 끊어지면서 거래도 끊어진다.
 
부동산 버블기에 많은 분들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고 실거래가가 하락하는데 버티고 있었던 거다. 시간이 지나 2008년 말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지난해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6~7개월 반등했는데, 다시 하락하고 있다. 큰 흐름으로는 2007년 이후 가라앉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 동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불패는 이제 종말을 구하는 것 아닌가. 빚을 내 집을 산 분들이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단면을 김재영 PD가 4부작으로 심층 취재했다. 미국에서 있었던 개념인 ‘하우스 푸어’ 문제에 천착했고, 김 PD가 책을 쓸 때, 추정하는 작업을 도왔다.

넓은 범위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산 분들이 수도권에만 98만명으로 추정된다. 아직 초기이고 물가상승분이라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다. 실제 100만 가구에 육박한다고 보면, 하우스 푸어는 아직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버블 시대에 한국경제에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화두가 될지 모르겠다.

(우석훈, 이하 우) 사람들이 저를 ‘공포 경제학자’라고 말한다. (웃음) 한국과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의 차이라면, 한국은 아직 증시는 문제없는데, 부동산이 먼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일본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본이 거품을 빼는데 10년 정도 걸렸다.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10년 정도 지나면 GDP가 1만3000~1만5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거다.

하우스 푸어만 문제 되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될 거다. 워킹 푸어가 2~3년 전에 등장했고, 지금 하우스 푸어가 진행 중이다. 아직 전면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운 ‘크레디트 푸어’가 나오고, 나중에는 병원에 가기 어려울 정도의 ‘헬스 푸어’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지금 정부가 돈을 부어서 저소득층이 집을 사게 하자고 하는데, 뒷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제가 만나본 많은 하우스 푸어들은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올라서 집을 팔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어렵다. 

DTI규제 완화 등 정부의 8.29 대책을 어떻게 보나.

(선) 꺼져 가는 주택시장을 확 꺼지게 하는 확인사살일 수 있다고 본다. 생각했던 정도의 반등도 안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약간 랠리라도 보일까 싶었는데, 그런 모습도 안 보인다. 어제 기사를 보니, 금융기관 고위관계자가 이렇게 했는데도 살아나지 않으면 주택시장 폭락세를 앞당길 수 있다는 코멘트를 했더라.

이렇게까지 정부가 해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든다. 가계부채가 다이어트에 들어가도록 시그널이 들어가야 하는데, 되레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받쳐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회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가득이나 빚이 넘쳐나는데,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쓰고 있다. 바람직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한겨레에 의미 있는 기사가 났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 현재 전체 주택대출의 80% 이상이 이자만 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택대출한 분들은 이자만 내면서 (원금상환을) 미루고 있다. 이게 언제까지고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012년 하반기가 되면 주택상환 만기액이 두 배 가량 커진다.

생각해보라. 집값이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기준금리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지금 거품을 빼는 것과 억지로 버티다가 그때 와장창 깨지는 것 중에 어느 게 충격이 더 크겠나. 미루면 미룰수록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꾸 미루면 거품이 커지고 하우스 푸어가 되는 가계가 많아진다. 지금부터 분할해서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 거품 빼기를 미루는 정부나 언론들이 외려 폭락론자다. 그들이 더 큰 충격을 유도하는 집단이다.


(우) 나는 붕괴론자에 가깝다. (웃음) 3년 전, 한국경제가 언제 뻗을까 따져봤다. 내년 여름으로 예상했는데, 요번에 부동산 대책 나오면서 내년 4월로 당겨졌다. 2011년 4월 위기설을 정부가 스스로 만들었다. 그때 투매가 이뤄질 거라고 보는 자금상의 이유가 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지면서, (금융 안정을 위해) 2009년 상반기 예산을 앞당겨 썼다. 2009년 상반기 예산은 하반기에서 끌어오고. 계속 그렇게 하면서 정부가 막고 있던 건데, 더 이상 끌어올 돈이 없게 됐다. 올해 정부나 지자체 모두 내년도 돈을 당겨쓰면서 내년 예산을 줄이고 있다.

4대강 포함한 건설사 (부실을) 막아준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 초에는 어려울 거다. 지금 미국에선 ‘더블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하우스 푸어에 해당되는 정상적인 모기지도 아직 터지지 않았다. 미국은 올 연말-내년 초에 어려울 것이다. 내우외환 상태라 한국이 주택시장을 끌고 갈 여력이 없다. 정부 차원의 금융위기는 없다, 가 유일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없다.

올해 사교육 지출비가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해다. 진짜 돈이 없다는 거다. 요번 DTI규제는, 투기꾼들은 정부가 보호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거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나쁜 거다. 철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도 나쁜 거다. 

8.31 대책이 효과도 없으면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건데, 부동산업체들도 하락을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문제 심각해질 때까지 경고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관료, 학자, 언론 모두 쉬쉬하면서.

(선) 뜻있는 사람들은 계속 경고를 했다. 주류언론을 타고 보도가 안 돼서 그렇지. 문제가 생겼을 때, 상책은 문제 발생 조짐이 보인 초기에 막는 거고, 하책은 문제가 커졌을 때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것이다. 최하책은 파탄을 맞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지금 한국경제에선 하책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책이라도 잘 써서 급격한 대폭락은 막아야하지 않나. 『위기경제학』에 따르면, 모든 경제위기에는 위기경보시스템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자산 가격이 경제력보다 크게 부풀어 오르고 레버리지가 있은 뒤 급격하게 붕괴됐다. 예외 없이 버블 형성과 꺼지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런 패턴을 인식하고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미국발 경제위기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4년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기조를 잘 잡아서 실행만 제대로 됐다면, 지금처럼 위태한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다. 그 외 다른 정책도 그랬지만, 지금 정권의 국공채 발행액이 200조 원(주. 국내총생산의 20% 규모)이다. 엄청나게 돈을 때려 부었다. 부동산 부양에만 들어간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투입됐다. 이번 DTI규제는, 그전까지 공공부채로 틀어막다가 이젠 가계부채로 틀어막기를 하는 거다.

“필요한 제도적 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pp.78~79)

생각해보라.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지탱되기는 힘들다. 가계부채도 한계에 도달했고, 공공부채로 하던 기존사업도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몰리던 민간의 돈도 위축되는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겠나.

위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건설 오적이 있다. 정부, 정치권, 건설업체, 기득권언론, 부동산정보업체나 상당수 부동산학자 등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덫에 걸린 거다. 경고를 거듭했음에도 이 조직적인 구조, 강력한 이해관계가 한국경제의 거품을 이렇게 키우고 위기로 몰아간 거다. 이런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투자 정보를 빙자한 광고성기사와 이와 연계된 광고를 통해 꾸며지는 부동산 특집 면은 신문사의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2010년 들어 건설 관련 광고는 34.1% 감소했다. 5대 분야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지금 상당수 언론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은 부동산 광고주인 건설업체들의 민원 해결용이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p.95)

(우) 경고가 왜 없었냐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면 돈이 안 되고, 올라갈 거라 말하면 돈이 생기니까. (웃음) 3~4년 전 노무현 정권 때 부동산이 후퇴했을 때 <100분 토론>에 나가는 학자들이 많았다. 요즘 보면 학자들이 거의 없다. 부동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도 학자들이 안 나온다. 지금 판은 업자들이 나온다. 경제학자들도 논쟁이 많았는데, 지금은 떨어질 거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올라간다면 왕따 시킨다. (웃음)

우리(2.1연구소,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정부나 기업에 돈을 받지 않으니 자유로운 거다. 삼성(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로 부동산(땅)을 산 것이 없다. 현대도 없고. 롯데는 지금 판다. 적어도 부동산에 관해서라면 증권사 얘기를 듣지 마라. 지금은 어떻게든 빚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친절하지 않다. 6개월 정도 시간 있는데, 어떻게든 채무조정을 안 하면 내년에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0년대를 ‘만성불안사회’로 만든 것은 이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자들이었다. 각 가계가 끊임없이 부동산 재테크에 매달리게 했던 것은 바로 이들 권력자들이었다.”(p.69)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면, 거품을 빼는 방식,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우 소장에겐 성장잠재력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여쭙고 싶다.

(선) 풍선이 부풀어 있는데, 바늘로 찔러 터트리면 아수라장 된다. 그래서 구멍을 열어서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말은 뺀다고 하는데, 빠질만하면 바람을 다시 집어넣는다. 정부는 거품이 꺼졌을 때 동원할 수 있는 재정력이나 정책수단을 소진한 상태다.


많은 분들이 충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하길 바란다. 여기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 가계부채를 740조원 쌓아놓고 공공부채를 200조원 이상 써 버렸고, 집값은 이렇게 올려놓은 상태에서 거품을 빼는데 충격이 없을 수 없다.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거품을 빼자는 거다. 가계부채를 늘리게 하고 만기상환을 연장해주는 것이 아니고, 계속 상환하는 구조로 만들어서 집값 거품을 빼야 한다. 투기를 부추긴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선분양제가 대표적이다. 3년 거치 대출 원리금 상환 구조도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건설업체의 시장 퇴출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빨리 서둘러야 한다. 살려둘수록 물밑에서 부실이 커진다. 

“선분양제가 하우스 푸어들을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p.78)

마지막으로 빚내서 집을 산 가계에 드리고 싶은 말은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라는 거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부동산 덫에 걸려서 인질처럼 잡혀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전 재산이 걸려 있어서 옭아 매인다. 몽롱한 환각제 놓아서 매트릭스 구조에 빠뜨리는 세력이 인질범인데, 그것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가 한 방이 있다는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p.103)

(우) 80년대에 ‘스텔라 인생관’이라고 있었다. 20대엔 20평-엑셀, 30대엔 30평-프레스토, 40대엔 40평-스텔라를 사면 중산층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지금은 50대가 우리나라 전체의 땅 50%, 부도 50% 이상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세대고 40대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 

지금 20대는 하우스 푸어도 아니고, 그냥 ‘푸어’다. (웃음) 인간적으로 착함을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는가’ 고민할 때 하우스 푸어의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굉장히 어려울 텐데, 연대를 통해 혹은 지역경제에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하튼 내년에는 빚 2억 이상 있는 분 힘들 것이다. 정말 잘 살아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웃음)

그냥 푸어인 사람들,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나.

(우) 프랑스는 집값이 뛰니까, 20대들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우리나라의 20대는 지금 집값이 올라가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은 어떤 방이 좋니, 라고 물어봐야 반응을 한다. ‘소셜 하우징’이 필요하다. 

섹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부동산 거품 때문일까?

(우) 그걸 좀 연구해보려고 했는데, 섹스 횟수는 도저히 못 찾았고,(웃음) 이런 건 있다. 요즘 사회학 하는 분들이 ‘취집’(주. 취직의 일환으로 시집가는 것을 빗댄 말로 취직+시집의 줄임말) 등을 연구한다. 직장 대신에 시집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 4~5년 동안 결혼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이 많다. 남자 쪽에서는 작년부터였나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여자를 만나서 돈 내느니 아예 안 만난다. 그래서 성욕 자체가 사라지는 남성이 등장했다. 출산율이 세계 기록을 깰 거다. 2% 돼야 인구가 줄지 않는데…


지금 하우스 푸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책을 말해 달라.

(선) 어려운 문제다. 이미 하우스 푸어 현상이 생겨났는데, 정책적으로 구제해줘야 할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면 필요한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게 볼 때 시장경제 하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책임 하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고 측은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말이야 쉽지만, 바람직하고 쉽냐는 별개의 문제다. 집을 가지고 있어도 푸어인 사람도 있고, 아예 푸어인 사람도 있는데, 푸어 지원은 외면하면서 하우스 푸어를 구제해주는 건 넌센스다.

(우) 지금 문제를 끌고 온 것은 아파트 주상복합인데, 지금 안 팔면 큰일 난다. 절반 값이라도 팔아야 한다. 내년 주상복합은 사람이 빌 거다. 강남 일부도 슬럼이 될 거다. 애들이 과외를 하면 끊고, 아빠가 룸살롱 가는 것도 끊어야 한다. 고정금리로 바꾸는 것이 좋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 타지 말고,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지구를 위해 사는 것도 해볼 만하다. 그러니 내년에는 생태적 삶을. (웃음)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우) 시장에 대해 불신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하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무섭다고 느껴보긴 처음이다. 시장은 가만 두면 굉장히 무섭다. 지금 그 무서운 시장이 조정을 보고 있다. 경제는 과학이다. 과학에 의해 작동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못 막는다. 건전한 상식과 과학이 앞으로 시장을 움직여 나가야 하고, 몇 년 후 한국이 좋아지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선) 88만원 세대를 ‘삼무(三無)세대’라고도 하는데, 나는 2개를 더 보태 ‘오무(五無)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에 갓 발을 디딘 젊은 세대는 일자리 없고, 돈 없고, 집을 살 수도 없는데다 결혼도 못하고, 애도 없다. 그래서 오무 세대다. 이게 일부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대한민국의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적어도 안정적으로 성관계를 갖기 힘든 여건이다. 일단 보금자리가 없다. 초혼연령이 19년 만에 4살이 올랐다. 전쟁도 안 터진 나라에서 초혼연령이 이렇게 올라간 나라가 없다. 부동산 거품 빨리 빼서 충격 흡수하는 것, 그게 첫 걸음이다.

Posted by 스윙보이

인생 더러운, 세상 좆 같은 나 같은 놈에게,
혁명
은 눈 반짝, 귀 활짝, 심장 쿵쿵 뛰는 말.

아니, 혁명 말고 이 견고한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방법이 뭐란 말인가.

하지만, '혁명이라고 과거처럼 피 흘리고 폭력을 꼭 동반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우석훈 박사는 말하더라. '다른' 혁명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물론 그것도 명확하게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확' 바뀌어야 함이 전제가 돼야 한다.

'스펙러(기득권이 요구하는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는 인간형)'들에겐 혁명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떻게든 기득권이 쌓아둔 정치경제구조에 '낑기는' 것이 목표니까. 다른 구조, 다른 세상, 혁명은 '다른' 것에서 때론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체 게바라의 혁명은 지금 어떻게 변용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혁명'에 대해 우석훈 박사와 이야길 나누고 들었던 기록. 혁명을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혁명이 필요해. 연대가 만드는 혁명. 어쩌면 시작된 혁명. 이 기록에도 긁적였지만, 혁명을 함께 상상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나의 커피 메뉴는 '루프리텔캄'. 혁명적 연대를 위한 당신을 위해 내리는 혁명 커퓌. 10월9일, 체(게바라)의 기일, 존(레논)의 생일에 찾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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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쫄지 마, 혼자 있지 마, 우린 샤넬이 될 수 있어!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저자 우석훈


최근에 본, 고등학교를 자퇴한 16살 소녀에 대한 기사.
중학 시절까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모범생이었던 이 소녀는, 외고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꼭 외고를 가겠다고 고집하던 소녀를 설득, 집 근처의 학교에 다니게 만들었지만, 소녀는 ‘나 같은 낙오자가 학교는 다녀서 뭐하느냐’며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결국 ‘문제아’로 낙인이 찍힌 소녀는 학교를 그만두고, 심리상담 치료를 받으며 유학을 준비하고 있단다.

소녀의 어머니 얘기. “외고는 일류, 일반고는 이류․삼류라고 생각해 외고에 떨어진 자신도 이류․삼류 인간이라고 여기나 봐요.… 1년 전만 해도 외고 폐지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최소한 어린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그게 마치 ‘행복의 순서’라도 되는 양 사회적으로 착각하는 짓은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삼류인간이라고, 낙오자라고 스스로에게 주홍글씨를 새긴 16살의 소녀. 그런 딸을 보며 가슴에 멍이 든 어머니. 단순히 이 소녀만의, 어머니의 문제일까. 누가 소녀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주홍글씨를 새기라고 사주한 걸까. 그 배후는 대체 누구냐.

시대의 잔혹과 우울이 잔뜩 묻은 이 기사를 읽고, 물었다. 못나고 못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세상에서 필요한 건 뭐? 하나밖에 없더라. 혁명.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 대세라는 말로, 무릎 꿇지 말고,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 다만, 숨 쉴 수 있는 통로나 공간이라도 형성하자는 것. 

지금 이 시대, 당신에겐 어떤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겐 잔혹한 시대다. 지금-여기의 20대가 처음으로 만난 이 사회의 상징적인 한 단면은,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문구로 집약되는 괴기한 사회다.

“‘부자 되라’는 말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다.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시민권이 없다는 그리스 시대의 경구를 되살리는 말이기도 하고, 이 말을 인사말로 주고받으면서 너도 부자가 아니고 나도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 공허하지 않은가. 당신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당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 역시 내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사회에서 최고 경구가 된 시대, 그것이 지금 20대가 10대를 보냈던 공간이다.”(p.48)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감히 생각했다. 저 이유만으로도 혁명이 일어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당신도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인가. 들고 일어나도 벌써 그랬어야 하건만, 좀 이상하긴 하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란츠 파농도, “혁명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건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의 탄생

갸우뚱했다. 아직은 견딜 만 한 건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와중, 만났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 지음/레디앙 펴냄). 혁명이라고라? 아, 이 얼마나 알싸하고 짜릿한, 우월한 단어던가. 내 심장은 두근두근 쿵쿵.

얼마 전, 9일 20세기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42주기를 혼자만의 방식으로 추모하면서 나는 혁명을 생각했었다. 이틀 뒤에는 사랑혁명가, 에디트 피아프를 떠올리면서 그러했고, 17일 세계빈곤퇴치의 날에는 지금 필요한 것은 혁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용히 어쨌다고? 책 제목 뒤에는 ‘시작되었다’는 말이 생략됐단다.

책의 탄생은 이랬다. 지난 2008년과 가을과 겨울 사이, 연세대에서 조한혜정 교수와 함께 진행 한 <문화기술지> 수업. 학기 말에 학원강사팀 학생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강사들과 인터뷰한 보고서를 보고, 우석훈 박사(이하, 우박)는 출간을 결심했다.

“어느 정도 짐작한 내용이라도 ‘날것’의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은, 언제나 잔인하다. 가끔, 괜히 알아봐야 밥 먹을 때 불편하기만 하다면서 식품 안전이나 보건에 관련된 글이나 방송들을 일부러 안 보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인들의 이런 기피증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학자이지 않은가. 눈 감고 싶은 현실도 바로 보아야 할 때가 있다. 그 학생들의 보고서도 나에겐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다른 이들도 읽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p.22) (주. 책에 「20대 학원강사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보고서 일부가 실려 있다.)

우박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혁명’은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 낸 말 중 가장 격정적이고, 가장 많은 상상력을 집약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p.34)

“혁명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젊음은 좀 불행하지 않은가. 이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싶었다. 또한 여러분을 꽉 막힌 틀에 가두어 길들이려는 세상 속에서 ‘혁명’이라는 말에서나마 숨통을 틔우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p.36)

혹, 혁명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드라마 <선덕여왕>은 그랬다. “먹고살 게 없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절규지 폭동이 아니다.” 그래, 세상을 향한 절규다. ‘나도 세상의 일원’임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특히 세상을 전복하는 건, 다른 세상을 꿈꾸는 건, 무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당신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

지난 23일 서울 연세대 공학원 강당에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출간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20대여, 쫄지 마, 떨지 마, 부활할 거야!’라는 제목으로. 예스24, 레디앙, 프레시안, 칼라TV, 연세대 학생복지위원회에서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의 사회로, 우 박사가 ‘88만원 세대에게 왜 혁명이 필요한가?’라는 발제를 했고, 2부 순서로 김지윤(고대 사회학과 학생), 노정태(칼럼니스트), 한윤형(칼럼니스트)씨가 참여한 토론이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우박을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이건 그러니까, 두 남자가 나눈 수다의 기록.
(※ 문맥에 지장 없이 인터뷰 질의응답을 아주 약간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린다.)


쫄지 않으려면? 혼자 있지 말고, 서로 인사부터!

책에 나온, 『88만원 세대』 출간 전, 공기업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20대의 임금을 삭감하는 일에 꼼짝없이 사인을 했던 고백이, 아프냐, 나도 아프다. “청년들을 좌절감을 빠트리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잖나. 왜 이 사회는 청년들을 좌절감에 빠트리고 방기할까? 혹시 아나, 알면 말해 달라.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미 세팅돼 있으니까. (사회가) 방기만 해도 괜찮은데, 청년들을 희생자처럼 몰아가는 부분도 있다. 사회가 어려우면 심리적으로 희생자 찾으려고 한다. 여성이나 이십대 등. 한국은 특히 이주노동자가 많지 않고, 청년들을 희생자로 몰려는 조짐이 있다.”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그건 ‘쫄아 있음’을 깨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쫄지 않기 위해, 당사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뭐?

“약간 상징적으로 표현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들겨야 한다.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차라도 같이 마시고, 밥도 같이 먹고, 생각이나 뜻을 나누기 전에, 인사부터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녕, 친구’.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모르는 20대랑은 서로 보려고도 안 하고, 친구도 서로 잘 될 때만 보고 어려울 때는 보지 않으려 하고. ‘관계 결핍’이라고 사회학적 용어가 있다. 조그만 네트워크라도 만드는 것이 쫄지 않게 만드는 거다. 혼자해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있나. 친구 안녕. 쫄지 마! 죽지 마!”

“내 몸은 신자유주의예요”라고 몸으로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자식들에 대한 표현이 딱이었다. 아마 자신의 삶과 영혼이 꼰대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걸? 잘 놀지도 못하고 개성도 부족한 게, 그냥 질질질이다. 

“그게 종속인데 즐거운 게지. 스펙 쌓고 있어야 편한 거거든. 바깥에서는 불안해 못 견디는 거거든. 자기 삶을 살면 되는데 천만에. 누군가에게 고용될 수 있어야 행복한 거다. 고용이 안 돼 있으면 불안하고. 고용이라는 것이 절대 권한을 갖게 된 거다. 고용도 여러 방식이 있는데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말고는 없는 것처럼 여긴다. 다른 가능성들을 스스로 열어야 되고, 열 수도 있는데 아놔~ 전부 한 길로만 들어서니까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거 아니냐!”

책에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나 스포츠스타에게서 사회적 발언을 별로 들을 수가 없다. 그나마 윤도현, 김제동과 같은 연예인들은 그야말로 공영방송에서 퇴출(!)됐다. ‘밥줄공안’, 장난 아니다.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없는 이 비애하곤...

“왜냐! 그건 대중들이 사회적 영웅한테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에게는 물어본다. 모피코트 입을 거냐.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자체가 정치는 아니지만 성향 물어보는 건데, 우리는 어찌 보면 너무 질문을 안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얘기 안 하는 게 당연하다. 질문을 던지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고.

가령 힙합하는 프랑스 가수에게, 알제리출신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본다. 그러면 자기 입장 밝히고. 그러면서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간다. 프랑스에서는 다 물어본다. 마약, 낙태... 한국은 그런 거 안 물어보잖나. 기껏해야, 뭐 좋아하냐, 뭐 먹고 싶냐. 사회적 담론을 만드는 게 한국은 약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언론의 잘못도 크지 않나?) 언론이 너무 상업성으로 가서... 한 사람의 팬이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한테 팬덤을 느끼는 것은, 예술성만이 아니다. 그 사람의 총제적인 삶과 정신․문화적 소양을 묶은 것이 팬덤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제3세계 민중이나 아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그러면서 진짜 입양을 하고 보여준다. 그런 것을 보면, 말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팬들이 끄덕끄덕. 펠레 같은 경우도 중남미 빈민을 대변하고 전세계 가난한 축구선수를 대변한다. 그래서 축구대통령 아니냐. 공만 잘 차서 그런 것 아니다.”

앞선 『괴짜경제학』 관련한 건대 강연에서 ‘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이길 수 없다’는 말, 오오~ 인상 깊었다.

“사유를 이론적으로 해도 되지만, 문화현상 자체가 사유는 아니다. 독서, 음악 등 총체적으로 해야 하는 거다. 꼭 앉아서 하는 것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어, 토익 점수를 10점 높이기 위해 1년을 썼다. 그거야말로, 삽질 아니냐.”

개인의 노력만으로, “너만 잘하면 돼!”라며 이 엄혹한 시대를 뚫으라고 말하는 책이나 꼰대들은 무책임하다.

“20대가 그렇게 하면, 자기들은 룰루랄라 편하겠지. 부리기 쉽고 자르기도 편하고. (개인의) 상품화를 더 강요하는 거다. 일제강점기나 근대화를 할 때 문학하는 사람들은 ‘레디메이드 인생’ 등이라고 하면서, 시대가 잘못됐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많은 책들은 잘못된 것에 상당부분 공조하는 거 아닌가? 같이 사는 사회는 딴 게 아니다. 인간이라는 게 종족에 대해 진화해야 하는 건데, 혼자 해서 되는 거, 없다. 너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 것, 없다. 어떤 종교 책을 펴 봐라. 모든 종교 책은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 갈 사람들이라고.”
 
앞선 강연에서 방화는 안 되지만, 유리창 정도는 깨도 된다고 그랬잖나. 무장한 10대가 없어서 지는 거고, 앞으로 집회하는 분들은 전략적으로 무장 10대를 달고 있어야 한다는 말, 깔깔깔이었다. 무장십대양성론?

“한국의 지금 사교육 체계가 10대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 10대 때 그러면 개인적 희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움직일 길이 없을 거라고 본다. 10대 해방이 내가 꿈꾸는 희망 중 하나다. (웃음) 공부 좀 덜 시키고 영화든 피아노든 하고 싶은 것을 애들이 하는 거, 그게 해방 아니냐. 10대 해방 만세! 우파들은 10대, 20대를 잠재적인 비행 청소년으로 몬다. 공부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 있는 건데. 재미있는 것을 잘 하면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우파들이 문화에 자신 없으니까 통제하려는 거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상위 5%가 전국 토지의 25~30%를 소유하고 있었고, 프랑스혁명사는 이에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곳은 이상해. 1988년 기준으로 상위 5%가 전국 사유지의 65%를 소유하고, 지금은, 모르긴 몰라도 상위 5%가 더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겠지만, 아직 혁명의 파토스는 없다. 왜 우리는 아직?

“두 가지가 있다. 유럽은 스스로 근대를 열었으나, 한국 민중은 근대를 스스로 연 게 아니다. 좋든 싫든, 주입된 거지. 스스로 주인 된 경험이 익숙하지 않다. 기분 나쁘면 에너지가 생기는데도 그걸 민족주의로 빼 버린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그런 민족주의. 한국 통치자들이 그런 민족주의를 잘 활용한 사람들이 아니냐.

박정희는 밖으로 북한과 경쟁하고, 안으로는 지역 간 경쟁을 부추겼다. 진짜 문제를 은폐하려는 시도지. 부자를 싫어하는 것보다는 전라도를 싫어하게 만든. 박정희의 유산인데 아직 청산이 안 된다.

혁명이라는 것 자체는 정의하기 어렵고 우연적인 요소가 많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사건 때문에 혁명은 일어나곤 한다. 아주 작은 것. 어떤 혁명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혁명은 일어날 거다.”

혁명의 다른 말은, ‘다른 세상’이 아닐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아닐까?

“전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고, 지금 괴로운 사람이 덜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 통치자들이 알아서 해 주면 개혁이고, 안 해 주면 혁명이고. 어쨌든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느낄 수 있는 힘이 되느냐가 문제다.

인턴제를 보자. 이건 진짜 문제다. 이건 인턴이 되는 사람도 피곤하고 세금 쓰는 사람도 피곤한데도, 이렇게 하면 잠잠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거지. 기왕 이렇게 할 거면, 숫자를 줄여도 길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돈이 엄청 드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렇게만 해주면 된다고 알고 있다. 그게 잔인한 거다.

우파 내에서도 (인턴제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반발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야 개혁을 하는 법인데,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 뒤에 바로 대졸 초임의 임금을 깎잖아. (대선 공약이었던) 등록금 반값도 할 필요 없다고 볼 거다. 연초에 다 생긴 일이다. 엄청 당한 거다. 노인들이나 지방 몫을 못 빼앗아 가니까 20대들 것을 빼앗아서 채우잖나. 이게 끝이 아니다. 취업 수 줄여야 한다고 나올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 그거 충분히 하게 생겼잖아. (웃음)”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아직 은퇴할 준비가 안 돼서 아직은 유보하고 있다고 했는데, 언제쯤 직접 만든 우리밀 소주를 마실 수 있나? 

“소주라, 오래 걸릴 것 같다. 일단 쓰고 있는 책을 제때 제때 끝내지 못하고 있다. 그게 한 가지고. 막상 가려고 하면, 농업이 다 어렵다고 오지 말란다. 하여튼 지금 서울에서 이런 식으로 사는 건 정리하려고. 수업 하던 것도 조금씩 줄이고, 한 번에 가긴 가야 하는데, 동의도 없고, 돈도 좀 있어야 하고. 생태 관련 공부를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방 경제 얘기하면서 서울에 계속 사는 게 건강한 사고는 아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와 함께,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책 세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다작하는 비법이 뭐냐.

“밀려 있던 게 많았다. 사실은 더 빨리 써야 했다. 알고 있던 거를 쓰기만 하는 건데, 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1년 동안 슬럼프였다. 정리만 하면 되는 건데도, 안 되더라. 다 이명박 때문이다. (웃음)

난 명랑하고 싶은 사람인데, 이런 시대에 ‘계속 명랑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몸도 아프고, 쓰기도 싫고, 낙향도 못하고. 『유마경』을 보면, 유마힐이라는 사람 이 나오는데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이런 시대에 안 아프면 이상하지. 아픈 사람 되게 많을 것이다. 홧병도 아니고 울화병도 아니고, 짜증 지대로 나는 거지. 신이라도 나면 몸이 안 아플 텐데...”

다음 책도 밀렸을 거 같은데 언제 나오나. 집필 계획은?

“연말 쯤 다음 책이 예정돼 있다. ‘경제대장정’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건데, 『88만원 세대』가 첫 번째, 생태경제학이 두 번째, 응용경제학이 세 번째 시리즈다. 네 번째면 끝나는데. 최근 생태경제학 1,2권에 이어 연말에 3,4권이 나온다. 번외편이 몇 개 더 있는데, 지금 같은 시절이라면, 나도 모르겠다. (웃음)” 


20대를 진단하는 세 가지 방법, ‘쯤, 진, 오스트럼’

이윽고 강연과 토론의 시간. 우박은 세 가지를 얘기하겠단다. ‘~쯤’, ‘진(陳)’, 그리고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럼. 우선, ‘~쯤’은 미완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박이 연세대 공학관 지하의 커피숍에서 우연히 듣고 겪은 일이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옆에 한 커플이 있었다. 남자가 자신에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를 여자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연대쯤’ 되고, 공부도 ‘나쯤’하고, 키도 ‘이쯤’이라는데, 내 키만 하고, 패션도 ‘이쯤’, 매너도 ‘이쯤’되니까, 소개팅이 많이 들어온다는 거다. 또 ‘자기쯤’ 되니까, ‘너쯤’되는 애를 만나는 거다, 이러더라. 내가 보니 또라이였다. 그 친구의 지갑을 슬쩍 봤는데, 80만원짜리 지갑이더라. 그지갑이 바로 이 ‘쯤~’을 노리는 마케팅이다.”

그는 바로, 마케팅 사회를 얘기하려는 것. 이 남자를 엔트리(entry)라고 부른다. 30~300만 원짜리를 사는 엔트리를 5년 후엔 1억 원 어치를 사게 하는 것이 패션경영학이나 럭셔리 마케팅의 목표다. 유명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가 그렇다. 특A급은 아니지만, 명품 등으로 덧붙이기만 하면 이 대열에 낄 수 있게 된다고 유혹하는 것.

“대한민국에서 20대를 다룰 때 이 마케팅을 쓴다. 대체적으로 대학생들에게 해당된다. 고려대에서 강연을 해도 ‘고대쯤’, 성균관대를 가도 ‘성대쯤’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20대들에겐 이런 마케팅이 통한다. 미완성들. 하지만 명품을 넣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슬픈 얘기지.” 

이어 진, 즉 포메이션(formation)에 대한 이야기. 혼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하는냐에 대한 것이다.

“우리 20대는 어렸을 때, 혼자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배웠다. 다른 세대는 모두 진을 갖추고 있다. 50대들은 고향 친구들끼리 하는 진이 있고, 30~40대는 술을 함께 마시는 진이 있다. 남자들끼리는 계집질 하면서 부인한테 숨기는 진이 있고, 여성들도 공유하는 게 있다.”

80년대만 해도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구국의 대오니 하면서 진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는 것이 우박의 설명.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생, 즉 20대들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박은 스나이퍼(저격수)라고 말한다. 

“지금 대학생들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삼성입시를 쏘려는, 나머지는 고시를 준비하는. 그러나 실제 스나이퍼는 혼자 움직이지 않고, 옵서버를 대동하고 작전에 따라 팀 체제로 운영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20대는 고립된 스나이퍼 같다. 옵저버 대신에 엄마가 있지. 책을 준비하면서 보니 고시도 돈이 많이 들더라.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업료 등을 엄마가 잘 충당해 줄수록 좋은 저격수가 되더라.”

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리더와 수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20대들에게 영웅이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강의석과 장기하 두 사람을 물어봤다. 강의석은 20대를 좋아할지 모르나, 대부분 20대는 강의석을 싫어하고, 장기하는 20대들이 좋아하긴 하나, 장기하가 20대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고. 김연아는 국가대변자가 될 수는 있어도, 20대를 대변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그러니까 리더가 없는 상태다. 20대에서도 진이 나올 수 있는데, 물론 40~50대의 진과 같은 수직적인 게 아니다. 20대는 조직이 없는데, 수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어려운 말로 자기발생적·자기구성적 복잡계라고 하는데, 수평적인 형태에서 진이 출현할 수 있는 방법을 20대가 풀면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행되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20대는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전환점에 태어난 거니까, 너무 빠른 거지. 어떻게 보면 남의 별에 잘못 태어난 거다. (웃음) 물론 이민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 나를 따르라는 방식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해 보자라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오스트럼. 공유재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 성향을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로 나누면 게임이론상 이기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선한 사람은 계속 손해를 보고, 악한 자들만 남아 재화를 낭비하게 된다. 이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것을 외부의 힘, 즉 법이나 규율로 막자는 것이 홉스의 발상이며, 근대의 출발이라는 것이 우박의 설명.

오스트럼은 홉스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의 이기주의에 대해 한 번은 보복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 공유재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냥 착하면 안 되고 단 한번! 다만, 작은 집단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만, 국가 단위에서 가능한지는 아직 풀어내지 못했다.

“한국에 이를 적용하면, 마을이다. 20대가 들으면 갑갑해 할 단어지. 40~50대와 달리, 생태적․문화적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20대에겐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없고, 20대끼리 고립돼 있다. 되레 어떤 공간에서는 우정과 환대 대신 악플이 많다. (웃음)

좌파들 세계도 마찬가지다. 반면 오십대 아저씨들의 골프장 회원제 게시판을 가보라. 진짜 끈적끈적하고 따뜻하다. (웃음) 한국의 우파들은 그런 것을 잘 한다. 부패한 사람들에게도 우정과 환대가 있는데, 가난하고 고립된 사람들은 그걸 만들기가 어렵다. 한 20대 소설가에게서 들었는데, 일본에선 20대가 책을 내면 20대들이 책을 사 준다더라.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고립돼 있어서 같이 있을 공간을 못 만든다.”

“샤넬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샤넬이 되어라”

그렇다면, 혁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단어에도 에너지가 있다. 어머니나 사랑, 이런 말은 에너지가 크다. ‘혁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람은, 진짜 인생 더러운 사람들이다. (웃음) 돈 많은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면, 갑갑해지지. 이건 좌우 개념은 아니고, 우리가 아는 단어 중 사회적 성격이 강하고 에너지가 강한 말을,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건 레닌이나 스탈린 시절의 혁명, 즉 로자 룩셈부르크가 군사놀이를 하는 철없는 녀석들이라고 표현한 그런 것이 아니고, 문화생산자라는 개념을 생각했다. 20대가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영웅도 힘 있는 영웅말고, ‘문화영웅’이라고 하면 멋있지 않나.”



우박은, 코코 샤넬을 예로 들었다.

“20세기 여성해방에 가장 기여한 사람이 샤넬이다. 코르셋을 벗을 수 있게 만든 사람이 아니냐. 물론 코르셋 없는 속옷을 만든 이는 따로 있지만, 상품으로 팔릴 수 있도록 예쁘게 만든 사람이 샤넬이다. 핸드백에 끈을 달아, 한 손을 풀어준 사람도 샤넬이고.

샤넬은 화도 잘 내고 말도 막 한 사람인데, 살면서 가장 분노했던 사람 중의 하나가 크리스티앙 디오르다. 디오르는 H라인, A라인 등을 만들었는데, 남성의 눈으로 남성이 보기에 괜찮은 옷을 만든 사람이다. 샤넬은 디오르를 향해 반동이라는 말을 썼다. 20대들은 샤넬을 소비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샤넬이 되면 된다. 샤넬은 돈도 잘 벌고 재밌게 살았다. (웃음) 굳이 여성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남자들도 문화생산자 역할을 만들 수 있다.”

20대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혁명


우박의 발제에 이어 20대 논객들과 함께 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해 촛불집회 무렵 <100분 토론>(MBC)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던 김지윤 씨는 현재의 20대가 청한 상황을 이야기를 풀었다.

“『88만원 세대』이후, 한국의 20대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담론이 풍부해졌다. 20대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른 세대에게 알려주기도 한 한편, ‘우리 삶이 결국은 이렇구나’하는 체념론도 심어줬다. 2007년 대선이후 20대 원죄론이 퍼졌고, 20대의 삶은 이명박 시대에 더욱 힘겨워지지 않았나 싶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사치처럼 되지 않았나 싶다. 대학 1~2학년에 진로를 정하고 스펙을 쌓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시선이 만연해 있다. 이 사회가 꿈꾸기를 유예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이어 왁자지껄하게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대는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고, 젊은 사람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일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아직 유효하다. 함께 짱돌을 들고서 팍팍한 삶을 강요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혁명은 왁자지껄하게 해야 한다. 20대와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희망과 혁명을 얘기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노정태 전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편집장은 20대 당사자보다 기성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지금 우리는 겁에 질려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위기라고 강조하고 말로 재생함으로써 위기담론이 20대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20대 문제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사회운동과 조직화 자체가 망가져 있어서이다. 책에서 당사자 운동을 하자며 지역운동과 정당운동을 제안하셨는데, 문제는 그 각각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진보진영이나 시민단체 진영에서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20대가 아닌 40대의 문제가 아닌가”라며 “20대가 기성세대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보다 기성세대가 20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근거로, 샤넬이 의상혁명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전체적으로 전후질서가 재편되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들었다. “함께 진화하고 함께 변화해야 한다. 20대에게 문제가 있는데, 필요한 것은 지금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유다.”

한윤형 『뉴라이트 사용후기』 저자는 지금 20대들에게 필요한 것을 들었다. “『88만원 세대』가 나온 이후, 개인적으로 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별 진척된 것이 없다. 행동해 보려고 했는데, 다 망가졌다. 왜 안 됐느냐. 일단은 책 자체가 취업컨설턴트가 하는 말이 된 거다. 기성세대도 그렇지만, 우리도 우리를 대변 못하는 거다. 앞선 세대들은 공통된 코드화된 헛소리가 있는데, 우리 이십대는 각자의 헛소릴 한다. 다른 것 아니다. 짱돌과 바리케이트 이야기는 비유고, 20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20대가 가서 사 주자. 그 얘기다. 그런데, 그 얘길 보지 않고 짱돌과 바리케이트만 보는 거다.”

아울러, 자신의 삶에 대한 객관화된 서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20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서사나 레토릭이 필요한데,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 책은 강의실에서 20대 냉소주의자들과 싸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 자체가 시행착오의 기록이고,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났다. 20대가 해야 할 것은 거창한 운동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객관화된 서사가 필요하다. 20대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문화적 콘텐츠로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거기서 해결의 단초가 있다고 본다.”

우박도 이에 덧붙여, 20대 문제를 제기하면서 황당한 오독의 사례를 들었다. “『88만원 세대』를 내고 나서, 제일 황당한 것 두 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잘사는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용돈으로 88만원을 달라고 했다는 거다. 실화다. 둘째는 고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한 말인데, 자기 딸이 굉장히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됐다는 거다. 오독에 대한 사례다.”

덧붙여, 이번 책에서 거주권 이야기를 더 많이 쓰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지금 많은 20대가 지하나 옥탑방에 산다. 이건 아니다. 잔인하다. 어른들은 큰 집에 살면서 말이다. 출발점은 좌우가 아니라 인도주의와 희망이 돼야 한다. 2년 뒤 선거할 때는 정치운동의 공간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닌데, 내년 지방선거부터는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혁명한다, 고로 존재한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혁명이 꿈틀댔다. 꼼지락거렸다. 그렇게 조용히. 각자의 마음속,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고, 샤넬을 불렀다. 모르긴 몰라도, 코르셋 따위 훌쩍 벗어던졌을 것이다. 어떤 혁명의 레시피가 오갔는지는 대충 봤을 테고.

원래 ‘꼰대’들은 그렇다. 젊은 세대들을 사육하고 훈육하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틀과 울타리에서 20대들을 길들이고자 한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윗세대를 만나는 일, 중요하다.

꼰대가 되는 것을 조금씩이라도 늦추기 위해 늘 떠올리는 이 경구. “나이를 먹는 기술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앙드레 모루아) 혁명의 수다 현장에서 나는 우박이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움츠리고 웅크려 있는 20대들에게, 특히, 대학생들에게,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돌려주고 싶다. 아, 걱정 마시라. 혁명하라는 거 아니다. 군사놀이 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혁명가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혁명이 일어난다면, 내가 정말로 혁명의 일원이 된다면 따위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 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는 것이다.”(p.35)

다시 말하지만, 나는 혁명이 거창하고 거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아는 어떤 혁명은, 꼰대들에 의해 획일화돼서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조장하는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다른 사회를 꿈꾸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것 아닐까.

더 이상 코르셋을 입지 않아도 되고, 가방으로부터 손을 해방시킬 수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나의 영웅.” 나는 그런 혁명적 영웅에게 손수 따른 커피 한 잔을 주고픈 사람이다. 내 커피 한 잔이 누군가에겐 혁명을 상상하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커피 한 잔, 상상 한 잔, 드실래요?” 혁명을 꿈꾸는 당신에게 나는 커피 한 잔 건넬 용의가 있다.

“이들은 외롭다. 그 이유도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은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말해 줄 수가 없다. 그건 존재론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경쟁과 평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p.54)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혁명으로 확인하는 것. 나는 혁명한다, 고로 존재한다.

한 블로거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혁명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상상력의 클라이맥스다.” 백만 번 동의하면서, 나는 한 쿠바농민의 이야기도 떠올린다. 왜 체 게바라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는 말했다. “혁명 때문이죠.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 혁명이 자극한 삶의 희열을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다시 한 번, 당신에게 건네는 커피 메뉴는 루프리텔캄.

조한혜정 교수가 ‘이 시대의 수다쟁이, 언어의 연금술사’인 우박과 함께 꾸는 꿈, 우정과 환대의 마음으로 모두 함께 꾸는 것도 괜찮겠지?

“나와 우박이 맺은 ‘우정’의 품앗이가 ‘환대’의 두레 마을로 둔갑하는 꿈, 청년들이 맺은 무수한 품앗이와 두레 공동체들이 돈의 순환 체계가 지배하는 사회를 무력화하는 ‘개벽의 새벽’을 상상해 본다. ‘우박과 그 아이들’을 통해 혁명이라는 불씨를 선물 받은 친구들, 그들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들은 이들이 함께 춤추는 꿈을 꾼다. 부모가 돈이 없다고 해서 세 탕의 알바를 뛰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졸아야 하는 일이 없는 세상, 남자도 여자도 모두 돌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세상,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벌고 사회에 좋은 일도 하는 20대 사회적 기업가들로 세상의 빛깔이 달라져 버린 날을 상상한다. 누림, 멈춤, 마을, 환대 등의 주문을 외우면서, 경쟁과 가시적 성과라는 주술에서 벗어나 정의와 아름다움의 세상을 발견한 이들이 사보타지의 신체를 바꾸어 내면서 새벽을 맞이하는 모습을 꿈꾼다.” (p.17 ‘추천글’ 중에서)

[예스24 채널예스 기고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말하자면, 나는 극소심한 '김규항 빠돌이(항빠)'인데, 
몇 년 전, 지인의 결혼식에 규항 선생님이 주례를 서신 것을 보고,
정말이지 부러웠다. (그때의 주례사가 궁금하다면,  ☞ 주례사)

늙어가는 이 총각은 우습게도, 멋진 선녀선남 결혼 부러웠던 것이 아니라,
규항 선생님을 주례로 모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런 기억이 난다.

오죽하면, 선생님 주례를 하사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하고라도(그것이 남자라도?), 덜컥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짧게...ㅋㅋ
(뭐, 지금은 행여나 결혼을 하게 된다면, 주례 없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기상 여름의 끝물이었지만,
여름이가 그리 순순히 물러날 손. 후끈후끈.
뜨거웠던 그 여름, 그럼에도 내 심장을 더 뜨겁게 달궜던 어떤 강연.

규항 선생님도 강연자로 자리하셨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했던 그날의 이야기.

마침 그날 8월28일은,
1963년의 그날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세기의 명연설(물론, 표절 의혹이 있긴 하나)을 한 날.

그날의 강연은 그리하여, 한편으로 묻고 있었다.
당신에겐, 타인이 주입한 것이 아닌, 어떤 꿈이 있습니까!
당신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까!

참, 언급한 바 있지만, 내 생의 F4는, 여기 강연을 하신 분 모두는 아니고,
규항 선생님은 F4에 포함되지만, 나머지 세 분은 다른 분들이다.
다시 더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게다. 

2009/08/30 - [나는 당신을, 감탄한다...] - 'F4'를 만나 오르가슴을 느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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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가 묻는다,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독자만남] 『괴짜사회학』출간기념 괴짜 학자들 4인방 대담회


울먹인다. 대학 신입생이란다. 이제 스물 언저리의 청년. 지난 5월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에 나갔다가, 전과자가 됐고, 억대 소송도 당했단다. 평범한 사람인데, 전과자가 되고, 보복이 들어오고. 스무 살 언저리의 청년이 감당하기엔 벅찬 무게. 두렵다고 했다. 옳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지만, 이 사회는 그것조차 용납하지 못한다. 이 옹졸함을 어찌 하오리까.

울먹이던 그가, 진중권 교수에게 마음가짐을 묻는다. 장내는 숙연하고, 내 속에서도 울분이 끓어오른다. 내 안구도 젖는다. 대체 누가 무엇이, 평범한, 별다른 죄도 짓지 않았을 법한 이 청년을 울린 건가.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가. 이에 대한 진 교수의 이야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자.


그래, 잘 들어라.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왜냐 하면, 이것은 ‘F4’를 만난 기록이기 때문이다. 구준표, 윤지후, 소이정, 송우빈, 그 이름만으로도 꺄아~ 소리 지르고 싶겠지만, 그깟 애들, 잊어라. 돌멩이 맞을 각오로 하는 말이지만, 그따위 F4, ‘저리 가라’다. 그렇다면, “도대체 뉴규?”라고 묻겠지. 좋다. 김규항, 우석훈, 진중권, 홍기빈이다. 꺄아아아~ 소리 지르는 당신, 그래! 이 혼미한 세상에서, 그나마 제 정신이로군. 하하.
 

사진제공 : 프레시안


지난달 28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이른바 ‘괴짜(학자)’ 네 명이 모였다.(그러니까, F4의 ‘F’는 ‘Freaks’의 줄임말?) 김영사, 예스24, 프레시안이 주최한 행사, <『괴짜사회학』출간기념 대담회 “괴짜 학자들, 한국 사회를 뒤집어 보다”>를 위해 모였다. 수디르 벤카데시(Sudhir Venkatesh) 콜럼비아대 교수(사회학)의 <괴짜사회학(Gang Leader For A Day)>의 출간을 기념한다는 명분. 이 괴짜들의 대담은 무려 4시간을 넘어, 따로 쉬는 시간도 없이 달렸다.

따라서 이것은 웃고 울리며, 그들과 함께 호흡했던 시간을 담은 기록이다. 괴짜들이 펼치는 괴짜 대담. 당신도 괴짜(가 되고 싶다)면, 작금의 한국 사회를 고민한다면, F4를 만나라. 이것은 한편으로, 한국 사회에 청진기를 들이댄 불온한 아이콘 4인방이 전하는 지금-여기의 환멸을 참고 견디는 법. 쥐의 공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 사회를 맡았던 김민웅 교수의 인사말로 그 진단은 막을 올린다. 

“반갑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괴짜사회학』이 고민한 것이 우리 사회에도 통할 수 있을까를 진단해 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카고 빈민가의 흑인 갱단에 들어가 갱들과 어울리면서 지역 문제를 파헤치다가 보스와 친해진다. 4년 정도 갱과 어울리면서 저자는 마약, 매춘, 재개발 등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늘 4명의 소장 중견학자를 모셨다. 이 분들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거침없이 일격하면서, 우리 사회를 눈뜨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분씩 모셔서 얘기를 들어보자.” (박수) 

각자의 심볼로 알아보는 F4의 근황

‘88만원 세대’, 우석훈 교수 : 『88만원 세대』는 당초 전체 12권 정도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자 시작했다. 한국이 갖고 있는 독특한 20대 문제를 다루면서 2천권이 팔리든지, 10만권이 팔리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봤다. 20대가 책을 안 본다고 가정하면 2천부, 20대가 보면 10만부라고 예상한 건데, 출판사는 1천부를 봤다. 그런데 예측이 틀렸다. 10만부가 넘었다. 『88만원 세대』로 20대 문제가 (사회적으로) 약간 환기가 된 것 같은데, 문제가 풀린 것은 없다.

다만 1~2년 내 폭발적인 전기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람이라는 게 너무 맞고 무시당하면 못 참거든. 1~2년 내 못 참을 때가 올 것 같다. 대통령이 이명박이니까. 다음 계획이라면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 한 7년 정도 됐는데, 마흔이 되면 은퇴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지금 마흔이 됐는데, 은퇴할 준비가 안 돼서 아직은. 장소는 서울에서 먼 곳으로 가고 싶다. 우리밀 소주를 만들고 싶다.

‘뇌주름 섹시’, 진중권 교수 : 잘리는 경험이 처음인데,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지 몰랐다. 과대평가한 게 아닐까. 스스로 평가하는 것보다 저들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잘 생긴 것도 아닌데, 다만 뇌주름이 섹시하다고는 하더라. 통섭교육은 생산력 형태가 달라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통섭은 좌우 상관없이 다른 나라에서 다 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분들은 생각이 없는 분들이다. 아예 무대를 뽀개고 있으니. 교수자리 3개를 끊고, 저들은 내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이다.

‘싸가지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내가 싸가지까지 있으면 큰 일 나지 않겠나. 우리 사회는 그런 면에서 참 답답하다. 풍속의 감시자인양, 왜 어법 갖고 문제를 삼는지. 진중권의 문체가 하나만은 아닌데. 어법의 강점?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 흥분하면 지는 거다. 가장 훌륭한 복수는 적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그 사람을 미워하면 지는 거다. 한 달 반 동안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대해 새 책을 한 권 썼다. 미술작품 12개 정도를 뽑았다. 유명 명화는 아니더라도 느낌이 와서 꽂히는 것들을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칼 폴라니’, 홍기빈 : 우리는 지난 100여년 동안 시장경제체제를 놓고 없애느냐, 살리느냐, 고칠 거냐, 이 세 개 옵션만 놓고 논의해 왔다. 그러나 폴라니는 (이 체제가)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기 전에, 이것이 인간사회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차원이 다른 종류의 얘기다. 지난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에서는 케인즈가 복권됐다고 하는데, 케인즈 복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장이 인간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경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환경문제다. 케인즈는 금융시장을 아주 혐오했고, 범죄적으고 문제 많은 제도라고 생각해서 정부를 통해 고쳐야 한다고 봤다. 칼 폴라니가 시장 문제에서 주목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사회였다. 케인즈와 하이에크를 지나 이번에는 폴라니 차례가 돌아온 것 같다. 80년대 초부터 형성된 신자유주의 지구적 질서는 근본적으로 끝났다. 지금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잘못됐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표는 경제학자에게 속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까 제가 말할 때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하겠다는데, 고속철 사업에서 보듯, 예산은 짓다보면 늘어나고 잠재 예상은 100조원이 될 거다. 그 100조를 확 나눠줬으면 좋겠다.

‘불온한 B급 좌파’, 김규항 : 『나는 왜 불온한가』는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붙인 제목이다. 바꾸면 안 될까 하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민망한 제목이다. 불온은 중립적인 말이다. 민주화 30년은 정치적 민주화를 말하는데, 이것은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자본에게도 자유를 줬다.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아이들 보면, 민주화된 것은 분명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땐, 학생과 교사가 서로 ‘건설합시다’라는 구호를 하면서 경례를 했다. 참 더러운 세상이었다. 또 그 때는 오후 3시에 소재가 파악되는 아이들은 아프거나 징계 중인 아이였다. 나머지 아이들은 노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은 1시간 정도 소재가 파악이 안 되면 사고다. 세계에서도 아이들이 이렇게 생활하는 아이들은 대한민국 밖에 없을 거다. 민주화가 됐는데, 지금 아이들은 군사파시즘 시절의 아이들보다 더 못하게 살고 있다. 어른들도 비슷하게 살고 있고. 지금 이명박 씨가 우리에게 하는 모습과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모습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외계에서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온 게 아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치관이나 철학이 잘못된 사람이라서 그렇지. 아이들 미래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는 건 똑같다. 우리 안에도 이명박이 있다. 어떤 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 자체도, 체제가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이건희를 욕하는 사람과 이건희와의 차이가, 돈 있고 없고의 차이 밖에 없다면, 그건 차이가 없는 거다. 『예수전』은 예수가, 우리의 문제와 고민들을 직관적으로 통찰력 있게 보여주고 해명해 주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서 썼다.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이 적어서 섭섭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집이 보수 신도들에게 포위되고 린치 당하고 이럴 줄 알았는데. 2권을 쓴다. 교회 개혁운동 얘기 많이 하는데, 이건 좀더 근본적일 필요가 있다.


이어진, 대담의 시간. 사회자 김민웅 교수가 토론에 앞서, 『괴짜 사회학』의 배경인 ‘시카고’가 미국에서 가지는 역사적․사회적 의미와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얘기를 꺼내며 화두를 던진다.

“부자인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에게 질문만 던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대답만 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없을까?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던진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괴짜 사회학』은 재개발 프로젝트라고 하는 것이 빈민을 쫓아내기 위한 것임을 폭로한다. 용산참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 한국에서의 경찰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진중권, 이하 진) 촛불집회 처음에는 달랐다. 커피를 주기도 하고, 닭장차를 타면 제도화된 민주주의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권에서는 적대적이 됐다. 요즘 경찰의 구호가 ‘국민에게 달려가겠습니다’인데, “제발 오지마”라고 말하고 싶다. (웃음) 섬뜩한 느낌이 든다. 과거의 경찰 이미지가 다 무너져 내렸다. 80년대의 익숙한 경찰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우석훈, 이하 우)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노무현 정부 중간에 경찰국가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자본주의가 경찰 없이는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정부 와서 그 속도가 빨라진 거다. 정서적으로 경찰국가에 사는 게 괴롭다. 5년 간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는 주의인데, 한국 우파들은 참 무능하고 치사하다.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정도 가면 대개 지하경제를 통제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지금 통계상 10~15%를 지하경제로 보는데, 실제는 그보다 더 클 거다. 한마디로 깡패국가다. 두목이 이명박이고. 지금 시스템은 깡패들이 살기가 제일 편하다. 비공식 경제는 깡패들이 갖고 있는 비중 높은 편인데, 사실 그건 경찰들이 막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경찰 보여준 모습은 비열하다. 

(홍기빈, 이하 홍)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경찰 조직이 공적 기구인지, 민간 행위자인지 헷갈리는 거 같다. 가령, 소방서가 불을 꺼준 뒤 수도값 내라고 얘기하고 대원들 다친 돈 내놔라고 하면 골 때릴 수 있는 건데. 지금 경찰이 손배소송을 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 마디로, 그들은 공적기구라기보다 사적영역에서 싸움꾼 행세를 한다는 거다. 근본적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걱정된다.

(김규항, 이하 김) 남미에 가보면 부잣집 앞에 라이플을 든 경비들이 있다. 경찰들도 부자 편인데 그것도 모자라 사설경호원까지 둔다. 군사독재에서 자본독재로 전환하면서, 경찰 임무가 국가기강과 같은 것보다 부자들 이해를 돕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주체적으로 경찰이 바뀐다기보다 사회가 어떤 상태인지를, 경찰이 하는 짓을 보면 파악할 수 있다. 

- 폭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진제공 : 프레시안

(김) 비폭력주의가 2000년대 이후 양식 있는 사람들에게선 중요한 얘기로 회자되고 있다. 거기에 대해 비판적인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세상에 폭력주의자는 한 명도 없다. 폭력이 좋다고 말 하는 놈은 한명도 없다. 변태나 사적인 영역에서 미친 짓하는 사람 아니면. 부시도 악의 축에 맞선 저항이라고 했지, 폭력이라고 한 적은 없다.

말로서 비폭력주의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서재나 일 년에 빰 한 대 맞을 일 없는 안온한 사람이 폭력은 나쁘다고 말장난 일삼는 건 정말 끔찍한 폭력이다. 작금의 촛불에서의 폭력이 대단한 폭력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어폐 있지만, 사람이 사회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적 지평을 봐서 더 못한 사람, 그 전에 생각을 못했는데, 더 많이 맞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비폭력주의자는 폭력주의자에 의해 희생당한다. 예수, 간디를 봐라. 간디는 비폭력주의자였지만 항상 폭력의 현장에서 있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진) 80년대 관통하다 보니, 어딘가로 끌려가고 물도 먹고 매혈도 해야 맞았다고 말할 수 있지. (웃음) 경찰버스창을 깨고 이러는 걸,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 사실 법질서의 토대가 폭력이다.

두 번째로는 우리 사회는 과개발의 정치와 저개발의 정치가 어정쩡하게 겹쳐 있다. 과개발은 선진국, 저개발은 후진국형인데, 촛불집회가 전형적인 과개발의 정치였다면, 용산사태는 전형적인 저개발의 정치였다. 폭력을 얘기하기 전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용산 같은 경우가 성남에도 있었는데, 아무 문제없이 해결됐다. 해법이 있다. 정부나 언론이 그것을 해야 한다.

(우) 내가 제일 폭력주의자일 것이다. (웃음) 짱돌 정도는 던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기준으로는 방화는 안 되지만, 유리창 정도는 깨도 된다. 프랑스에 살았는데 3년 전 프랑스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던 고용법이 통과가 안 됐다. 프랑스 시위가 평화롭다는 말은 다 뻥이다. 걔네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앞에 대형 스피커를 달아놓은 무대차가 지나간다. 그 위에서 애들이 그냥 춤추고 논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손뼉 치고 노래 부르면서 꽃을 들고 다닌다. 그 뒤로 십대 청소년들, 무장한 10대가 있다.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다 깨고 눈에 보이는 것은 불지른다.

생각해 보라. 십대가 불 지르면 뭐라 하기도 참 난감하잖나. 걔들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나라엔 무장 10대가 없어서 지는 구나’ 싶다. 앞으로 집회하는 분들은 전략적으로 무장 10대를 달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화는 하지 말자가 내 소신이다.

(홍) 폭력하면 대개 물리적 폭력 말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 사회 심한 폭력은 언론이다. 특히 조중동. 이들 신문을 가끔 보면 섬뜩하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증오와 적대를 선포하는 신문을 보지 못했다. 깡패 용어로 다구리라고 하는데, 이건 몰매를 맞는 게 낫지, 이렇게 당하는 건 문제가 크다. 우리 사회는 이런 폭력을 폭력으로 보고 제어를 하는 게 약하다. 조중동은 정치적 논조와 무관하게 폭력의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시장의 폭력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면, 줄빳다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한국과 일본에 있다. 일본의 통치 구조를 보면, 천황을 정점으로 조금씩 기울어져 있는 저울형태다. 천황이나 상급자가 줄빳다를 치면 그 사람은 아래 하급자를 패고, 인간 피라미드에 의해 빳다의 물결이 흐르는, ‘다단계 빳다’가 형성된다. 돈은 위로 흐르고 빳다는 아래로 내려간다. (박수)

유럽 근대국가는 사회 전체를 법과 국가 폭력 앞에 줄빳다 세우는 원리로 형성됐다. ‘법 앞에 모든 사람이 줄서야 된다’는 거다. 19세기 들어오면서, 이 줄빳다 논리는 시장으로 간다. 폴라니가 쓴 『거대한 전환』에서는 국가 줄빳다에서 시장 줄빳다로 전환하는 순간이 2/3를 차지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가는 과정이 전 사회를 줄빳다 놓는 시기였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시점이 줄빳다의 논리가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이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이것저것 다 필요없다. 돈 버는 게 장땡’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잖나. 이 합의 위에 세워진 이명박 정권은 1970년대에 비유하자면 유신과 같다.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는 72년에 유신이라는 폭거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사회를 줄빳다를 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우) 선진국은 사람들 행위가 돈으로 50% 이상 설명되지 않는 국가를 말한다. 반면 후진국은 90% 이상 행위가 돈으로 설명이 된다. 프랑스가 (GDP) 2만달러 넘어설 때, 독일계 가수의 노래가 1등 먹었다. 부자들 조롱하는 노래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땠나. 2만달러 넘어설 때, 너나 할 것 없이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을 썼다. 그렇게 해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하나도 없다.

원래 시장은 폭력적이나 합리성이라도 있는데, 한국은 촌스럽다. 주먹, 돈 많은 작자들의 치사함이 있었다. 게임값 물더라도 죽이겠다는 것이 한국의 시장이다. 시카고, 파리, 런던은 시장의 폭력을 얘기할 수 있는데, 한국은 돈에 대한 욕망만 있지, 시장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의 속도가 퍼진 만큼의 속도로 망할 거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노는 것을 회복해야 한다. 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이길 수 없다.

- 왜 가난은 발생하는가. 빈곤은 뭘까.

(홍)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근대사상의 허구가 있다. 부와 자유가 개인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개인이 잘해서 개인이 부유해질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농경사회에서는 가능하나 산업사회는 불가능하다. 농경사회에서는 나라님이 뭘 하든, 전쟁이 나든, 내가 내 땅에서 노동을 해서 거뒀다고 할 수 있으나, 산업경제에서 누가 어느 만큼을 기여했느냐는 회계분석을 해도 안 나온다. 사회 전체가 다 같이 뭔가 하지 않으면 풍요해질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존 로크나 아담 스미스가 농경제가 압도적일 때 이론을 만들다보니, 산업경제에서는 절대 적용할 수 없는 거다. 자유주의는 자기가 잘 나서 자기가 부유해질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다. 섣불리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식으로 경쟁시켜서 게임을 하면 사회 전체는 거지가 된다. 서로가 사회 전체의 파이를 늘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게 되고.

지금의 경제학은 파이가 느는 것, 그 사람이 돈을 벌었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를 했다는 증거라고 가르치는데, 이건 기만이다. 농경제 시대의 빈곤발생 메커니즘과 산업화 시대의 빈곤발생 메커니즘은 다르다. 산업화 시대에서는 산업조직을 어떻게, 부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르기 때문에 빈곤은 철저히 사회적이다. 분명히 산업경제에서는 개인의 부가 아니라 집단의 부가 먼저 있었다.

(김) 예수는 철저히 가난한 사람들의 편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 내일 입고 먹을 일에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깊은 통찰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게, 이 체제에서는 가난하다는 의식이 또 가난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빈곤하다고 할 수 없는, 오늘 삶에 감사하고, 문화적 풍부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이라는 공포가 있다. 절대 빈곤 상태는 아니다.

진짜 먹고사는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얘기할 틈도 없다. 신자유주의가 뭔지 떠들만한 것도 없다. 잔고가 0인 사람은 걱정이 없는데, 잔고가 100만원인 사람은, 잔고가 80만원으로 내려가면 불안하다. 아직 가난하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실제적인 가난을 만들기도 하고, 내 아이니 미래를 위한답시고 죽어가는 거다.

구전 가요 중 진리가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무계획 무책임하게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쉬고 놀고 서로 사랑하고 문화적 활동하면서 사는 것이다. 일은 그런 걸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아직은 모자란다는 의식이 우리 삶을 굉장히 조악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한국이 재난영화의 현실이다. 재난영화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가 할 일은 정신을 차리는 일이지, 아이 손을 잡고 미국으로 가는 일이 아니다. 가난을 실천해야 한다는 이런 걸 떠나 ‘내가 아직은 가난하다’는 의식 자체가 오늘의 삶을 없앤 것이다. 내년이고, 5년, 10년이고 공포에 젖어 가는 거다.

이명박 씨가 민주적 절차로 뽑힌 것도 한국의 정치적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포의 심리다. 이명박 씨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하나로 대통령이 된 것도 시민들 스스로에게 가난하다는 공포가 작용됐기 때문이다. 정말, (이명박 씨는) 미감을 해친다. 사실 신경 쓰지 말자고 해 놓고선, 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웃음) 아이들에게 (이명박 씨가) 왜 싫으냐고 물었다. 초등 고학년들인데, 스타킹으로 씌워 놓은 것 같단다. (폭소) 성찰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던 길 멈추고 한번 되돌아보자 얘기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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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1970~80년대에는 체계적인 기아가 없었다. 90년대 들어 기아인구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난다. 지금 전 세계의 딱 반이 기아인구다. 세 끼를 다 못 먹는. 한국은 1%가 세 끼를 못 먹는다. 그렇다면, 누가 가져갔느냐.

기아가 생긴 이유를 다국적 기업이 가져갔다 얘기하는데, 그건 정답이다. 세상의 빈곤이라는 게 없어질 수 있을까. 정치인을 정의해보니, 빈곤과 싸운 사람이 진짜 정치인이었더라. 인류는 국가를 만든 이후로는 빈곤에게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밥은 먹여라’, ‘아프면 치료해줘라’, ‘공부하고 싶으면 책을 좀 줘라’, 이것만 하면 ‘좋은 경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거 세 개 다 해결이 안 된다. 태어나면 이 정도 해줘야 하는데, 부모들이 이걸 해 줄 수 없으니까, 애를 안 낳는 거잖나.

- 학교는 뭐하고 있을까. 대학은 죽어가는 반면, 비제도권에서는 인문학 강연이 풍성해지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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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학이 다 망해가고 있다. 기업 연수원 비슷해졌다. 대학이라는 것은 국가와 협력할 때는 하고, 시장과 협력할 때는 하고, 국가나 시장이 잘못되면 경고시스템을 줘야하는데 그걸 안 한다. 근시안에 의해 대학이 몰락하고 있다. 인문학, 사회학 등 다 죽여 놓고. 한 대학은 교양필수과목이 ‘회계학’이다.
미래는 상상력이 콘텐츠가 생산력의 시대 아닌가. 일본 만화를 보면, 이건 그냥 만화책이 아니다. 웬만한 인문서적보다 낫다. 우리나라는 아니다. 성과 없으면 감사하고, 이런 발상들만 있다. 우리나라에도 콘텐츠 학과라고 있다. 뭐 배우냐고? 그냥 콘텐츠만 중요하다고만 배운단다. 역사, 철학, 문학 없이, 상상력, 창의력 다 죽여 놓고 가능하겠나. 대학은 사회적 경고음을 날리는 존재다.

(김) 통계를 보니 80년대 초에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20% 정도였는데, 지금은 90%에 가깝다. 대학 가려고 하면 다 간다. 정원이 많아졌고, 상향지원만 않으면. 문제는 대학생이나 부모는 관심이 없다는 거다. 훌륭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대학에 다니거나 보내는 게 아니다.

학벌 없는 사회 운동이 안타까운 것은, 학벌문제를 비판하는 게 학벌주의자라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정서적인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진보와 활동하는 인텔리는 탐욕이 있다. 공포가 아닌. 내 아이가 좋은 일류대학을 가서 진보 엘리트가 되길 바라는 거다. 욕심도 많지 않나? 노동운동 하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가 노동자나 민중이 되는데 공포를 느낀다. 윤리적인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이 더 충만하고 행복한가를 따져 묻는 거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가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문제는 잘 산다는 것이 뭐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배체제나 소수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지금 광범위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 교회 문제를 얘기해보자. 이명박 체제의 문제 가운데 교회 요소가 빠질 수가 없다.

(김)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대형교회를 나가야 한다. 그 안에서 모든 비즈니스와 아이들 결혼 등이 이뤄진다.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폐해의 연원을 들여다보는 게 유익할 수 있다. 따져 보자. 예수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분명히 예수는 새로운 종교 만들려고 한 흔적이 없다. 예수의 신성조차도 325년 니케아 주교회의에서 결정됐다. 교회와 기독교 문제를 생각할 때 어느 정도까지를 진정한 교회를 두는가, 연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라는 사회문화정치의 현상으로서 간단히 비평할 수 있을 뿐인데, 그런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 (이명박 씨가) 소망교회의 장로가 되기 위해 주차장 정리했다고 하잖나. 그것은 정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교회를, 예수를 믿는 것 같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웃음) 그래서 종교를 버리는 게 낫겠다.

(김) 첨언을 하면, 종교를 버리겠다는 것이 종교적이다. 천당지옥을 얘기하는 건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지, 종교 자체의 것은 아니다. 조화롭게 큰 욕심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종교적이라고 보는데, 현실에서 종교라고 하는 것은 종교 체제다. 종교를 버리겠다는 것에서 종교적인 느낌이 든다. 주변에서 종교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종교를 버리겠다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다. (웃음)

(홍) 한국자본주의의 정신적 기반과 한국교회의 정신적 기반이 일치하는 게 있다. 무데뽀 정신으로 물질적 풍요를 이루겠다는 것이 똑같다. 이건 60년대 이후 한국 기독교를 얘기하는 것이다. 맨손으로 교회를 만들었더니 캐쉬 플로우(현금 흐름)가 발생하는 거다. 기독교 패러다임과 박정희 이후의 자본주의 패러다임도 똑같다.

인류학적으로 얘기할 필요도 있는데, 교회를 한번 생각해보라. 대단한 비즈니스다. 원자재비용이 없다. 설교자만 있으면 된다. 설교자도 인덕이 있어서 아주머니들을 잘 구슬리면 돈이 생긴다. 이 정도의 현금 회전율을 가진 것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환상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적 기초는 내가 보기에 한국 개신교의 부흥교회와 일치한다.

요즘 내 생각은 (교회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호모 이코노미쿠스다. 돈이 되지 않는 욕구, 상상은 처박아 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이에 싸워야 되는 사람은, 첫째 인문학자고 둘째 종교인이다. 이런 얘기 팽배할 적에 영혼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는 그 질문에만 대답했으면 좋겠다.

교회 얘기에서 떠오른 한편의 영화. 최근 개봉한 영화 <독>에는, 종교에 관심도 없는 아버지, 형국이 갑자기 교회에 나간다. 어릴 때 갔었다는 이유를 들며. 진짜 이유는 물론 다르다. 비즈니스 때문이다. 그의 공장과 비즈니스를 하는 윗집의 박 장로와 장 권사가 기독교인이다. 가족을 데리고 교회에 나가고 300만원이나 되는 돈을 헌금으로 내놓기까지 한다. 교회의 힘을 본다. 기독교 아닌 한국 기독교의 어떤 힘을 본다. 거기에는 순수한 종교적 열망이나 신념은 없다. 그저 중산층 커뮤니티로 입성하는 단계이자 사업적 관계를 위한 포석, 자신의 죄에 대해 어떻게든 용서를 구해 어떤 벌도 받지 않고 잘살고 싶은 욕망이 뒤범벅된 우리의 굴욕이 있을 뿐이다. 

- 최근 두 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대통령 당시 비판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있다. 느낀 바가 있다면. 

(우) 노무현 정부 생전에 많이 싸웠다. DJ 때는 정부기관에서 일했다. 그래서 DJ는 공직자 시절의 기억 같은 것이다. 사실 DJ가 돌아가실 줄 몰랐다. 평생의 숙적이라 YS가 죽기 전까지 돌아가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눈물은 안 났는데, 앞으로 한국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길이 안 보이더라. 김대중만한 사람이 한국에 나올까. 안 나올 거다. 다만 안티히어로는 있는 것 같다. 안티히어로에 의해 우리가 영웅을 만드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홍) 두 양반의 노선을 반대했고, 지금도 반대하지만, 뜨끔하고 괴로웠다. 반대함에도 눈물 나고 죄송했다. 이 두 분이 개인적 신념은 어찌됐든, 이 분들은 중도였다. 두 양반의 노선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면도날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기어가면서 속은 썩어문드러졌을 것이다.

(진) 서거 추모는 추모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10년을 계속 써야 한다. 1년 반 만에 우리는 10년을 잃어버렸다. 두 분 대통령 돌아가신 뒤, 통합 얘기 나오는데, 시대를 향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시대정신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두 분이 먹고살만한 사람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서민에게는 나쁜 대통령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맘이 안쓰러운 것은,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제금융을 수습하거나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을 할 만큼 신자유주의가 진행된 시절에 권력을 넘겨받아서 안쓰러웠다. 

이어서, 각자 한명 씩 청중석을 돌아다니며, 직접 문답을 나누는 시간이 돌아왔다.

- 중앙대 학생이다. 최근 중대에서 진중권 교수 임용 거부를 계기로 ‘줄빳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나.

(홍) 최근 진 교수가 겪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렇다. 옛날에 데모했을 때는, 제재가 감옥에 가거나 징계를 당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스펙에 흠집을 내는 방식이다. ‘어디 잘 되나 보자’는 방식이 더 무섭다. 온 나라의 20~30대에게 영어공부 물결친 지가 10년 넘었는데, 이는 기업들이 토익점수를 보겠다고 해서 이렇게 물결이 친 거 아니냐.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의 그런 기준에 대해 욕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서점의 경제경영서를 보면 코웃음 쳐지는 책이 있는데, 『마시멜로 이야기』. 대체 누가 100만부나 사라고 한 거냐. 시장 줄빳다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효과는 더 높다. 자발적으로 하니까.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면, 시장 폭력이구나 싶더라. 진중권 선생이 중요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연대할 필요가 있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행동도 않고 비판도 않는 20대에 대해 ‘시대 개새끼론’이 있다. 88만원 세대라고 해서 동정도 받지만, 행동을 않는다고 비판도 받는 게 20대다. 왜 이리 비판받고 힘들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다. 20대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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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어느 쪽에도 찬성하는 건 아니다. 내가 신촌을 사는데 연대 쪽으로는 안 간다. 돈, 호르몬, 술이 흐르기 때문이다. 영혼이라는 문제를 생각해보라. 육체적으로는 2차 성징이 나타나면 크나, 영혼은 23~24세에 큰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보면, 영혼이 큰 인간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30~40대, 50~60대 부닥치는 문제들 가운데 돈 가지고 해결되는 문제들은 없다는 것이다. 그때 내 영혼이 얼마나 강건하고 풍부한가, 그것밖에 없다. 지금 20대들 스펙관리한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스물다섯이 넘어서는 영혼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영혼의 크기가 형성되는 시기임을 잊지 말고 70~80세 까지 행복하게 살려면 영혼을 키워야 한다. 스펙 때문에 영혼을 찌그러트리지 말라.

- 10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나,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가는 것에 대해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 대세를 따라간다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 대학 못가면 어떤가. 20대들이 보수화 됐다는 그런 말이 있는데, 그게 아니고, 쫄아 있는 것 같다. 쫄아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덜 맞은 것 같다. 아직 3년 반이 남아서 충분히 시간도 있고, 우린 이명박 씨의 얼굴만 조금 본 거잖나. 속마음도 못 봤고, 뇌도 못 봤고. 이명박 씨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음) 20대 때 농촌으로 가는 것은 지금 가면 뻔하니까, 가라고는 말은 못하겠다. 그런데 책 잘 파는 저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다. 사회한테 받은 건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 중학교 2학년이다. 3시 반에 수업이 끝나는데 강연이 2시 시작이라 조퇴를 하고 왔다. (박수)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친구가 이것을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 선생님들이 불러 뭐라고 하더라. 10대로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사회 나갔을 때 어떤 것을 갖춰야 하는지. 

(김)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이라고 계신다. 아동문학가 중에서 인세수입이 가장 많은 분일 거다. 이 분이 생전에 한달 생활비가 한 30만원이었다. 그것도 당신이 다 쓰는 것이 아니었다. 권 선생 안동 집에 가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집이 아니다. 뱀이 방 안에 들어오고 정말 생태적인 집이다. 이오덕 선생의 아들 분이 생전에 권 선생을 충주의 소박하고 작은 집에 모셨다. 모시자마자 불편하니 (안동)집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다. 권 선생은 가난해야 된다, 그런 생각으로 한 게 아니라, 그게 더 편한 거다. 30만원 쓰고 집 같지 않은 집에서 사는 게 더 편한 거다. 이른바 ‘자발적 가난’인 거지.

몇 억 원을 벌면서도 이런 식의 삶의 태도가 훌륭하고 가치가 있어서 본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많이 벌고 쓸수록,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기준을 갖고 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 가령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억지로 잡혀 있는 것처럼, 그만두지 않는 가장 고상한 방식을 쓰고 있다. 싫으면 그만둬라. 안 죽는다. 원래부터 대기업 안 다닌 사람도 많다. 실제로 그렇게 한 사람에게 나중에 몇 달 후나 1년 후에 물어보면 그런다. 처음에는 조금 힘든데, 훨씬 편하고 가족들도 밝아지고 좋아진 거 같다고.

우리는 위로 꼭 가야된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데, 꼭 위로 가지 않아도 된다. 더 나은 삶이 있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엄마아빠가 공포에 젖어서 그런 거다. 다른 삶도 가능하다. 얼마든지 비껴나서 살 수 있고, 죽지 않는다. 놀기 위해 살아야 한다. 놀기 위해 일해야 한다. 두려워 할 것도 없고.

청중들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대담을 마무리 하면서 사회자가 소회를 겸해 “딱 하루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F4 각자는 이렇게 얘기했다.

(우) 책 보는 사람들은 절대 지지 않을 거다. 특히 골프 치는 놈들한테는 지지 않을 거다. 내 신념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고. 대기업 그만두는 짓을 해 봤는데, 꽤 높은 직급이었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더라. 물론 순수하게 그랬다고 말하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지만, 12시 전에 일어나는 것은 무조건 싫다. 대기업 그만두고 얻은 2가지 특권이 있다. 넥타이 안 매는 것에 3천만 원, 아침 12시 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에 2천만 원을 걸 용의가 있었다. 어쨌든 대통령은 생각 안 해봤지만, 최근 한국은행장을 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 씨가 등장한 것은, 한국은행장이 나쁜 놈이라서 그런 거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를 한국은행장으로 만들 거다.

(홍) 대통령이 되면 딱 하나. 사퇴하는 거다. (웃음) 오늘 느낀 바는, 고민의 무게라는 게 알량하게 주둥이로 몇 마디 나불거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자극도 됐다. 사퇴하겠다는 얘기는 정권 잡는다고 우리가 말한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문제가 풀리는 건 극히 드물고 오늘 고민은 국가권력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진) 대기업 박차고 나오는 건 못할 것 같고, 잘릴 것 같다. 스스로는 못하고 (웃음) 대통령이 되면, 실험할 수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보다 잘 굴러간다는 것을 입증하고.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씀은, 자기 자신을 배려해라는 것. 자본은 여러분들의 교양, 삶에 관심이 없다. 자본은 자기 자신의 확대재생산에만 관심 있고 필요 없는 건 버린다. 남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지 말고. 한국사회는 쏠림이 강한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고독함, 무시를 견뎌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3년 하면 전화가 걸려온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김) 사퇴는 하는데, 한 가지 알리는 말씀을 해야겠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단순한 말을 들려주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문제는 ‘고래가 그랬어’를 부모가 사줘야만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고래동무라고 해서 후원자가 있다. 대신 고래에 돈을 내주면, 고래가 300개 공부방, 도서관으로 간다. 잡지 하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지만, 한 달에 8500원만 내면, 30명의 아이들이 고래를 볼 수 있다.


그렇게 F4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4시간을 훌쩍 넘어 웃고 울고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 이들은 해답이 아닌, 화두를 던졌다.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그리하여, “새로운 삶에 대한 선택이 우리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금-여기는 ‘남들처럼 살고 싶은 욕망’만 들끓는다. 내가 아닌, 남들이 짜놓은 기준에 의한. 행복함이 오로지 자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양새만 가지려는 욕망만. 남의 불향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이상한 세상. 결국 타자를 통해서만 나의 행복이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변태다.

김혜리 기자(씨네21)는 프랑스의 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돈키호테는 사회가 꿈꾸기를 허용하지 않을 때 그 거대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개인이 윤리적일 수 있음을 주장하는 문학적 마스코트다.” 지금 시대는 그렇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 미친놈, 즉 돈키호테가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행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참, 서두에서 얘기했듯, 진중권 교수는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정답이 아닌. “가장 가슴 아픈 게 이런 것들이다. 평범한 사람인데, 전과자 되고 보복이 들어오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 역시 강의가 잘리고,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소송이 들어오고, 보복을 당하고 있다. 그래도 지나고 나면 괜찮은 것 같다. 시간 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은 욕을 먹고 불의에 대항하다 핍박 받은 사람들은 복권된다. 큰 흐름들은 그렇다. 후퇴도 있고, 업&다운이 있지만, 큰 맥락에서는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버티고 견디는 것. 그것이 내가 일상을 돌파하고, 환멸을 견디는 법이다. 진 교수는 중대에서 마지막 강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자화상에 대한 강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수업. 그렇게 우리는 버티고 견디고 있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함께 버티고 견디자. 그리고 손을 맞잡자. 우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예스24 채널예스 기고 원문]

Posted by 스윙보이
지난 1963년 8월28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세기의 명연설(물론, 표절 의혹이 있긴 하나)을 한 날이야.

그리고 46년이 지난 2009년 8월28일,
나는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F4'를 만났어.
워워, 구준표, 윤지후, 소이정, 송우빈 '따위', 아니지.
내 가슴을 팔딱팔딱 뛰게 만들고 뇌 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린,
지금-여기의 판타지도 아닌, 망상도 아닌, 손발 오그라들게 만드는 F4.

20대 내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새긴 분 중의 한 분인,
김규항 샘을 비롯한, 
우석훈, 진중권, 홍기빈 샘!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짜사회학》출간기념 대담회 “괴짜 학자들, 한국사회를 뒤집어 보다”

이날 F4를 만난 가슴 뛴 기록은, 

조만간 이곳에 다시 긁적이겠으나,
아, 정말이지 오르가슴을 잔뜩 느낀 날이었다오.
질질 쌌지, 쌌어.


4시간을 넘어서 진행된 이 오르가슴은,
뻥 튀겨서 세기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일이 아닐까나, 혼자 생각했쥐.

다른 무엇보다,
킹 목사의 명연설이 있던 날,
46주년이 되는 이날, 나는 F4를 통해 또 하나의 용기와 위안을 얻었어.

이날을 관통하는 어떤 포인트.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새로운 삶에 대한 선택이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니가 알다시피, 난 찌질한 장삼이사다보니, 
작은 산들바람에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휘휘 나풀거리잖아.
그것이 당연하다고, 인간적이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윤활유가 필요하고,
남루한 꿈이라도 토닥거려줬음 좋겠거든.

이날의 감동폭발은 이것.
끝나고 사인을 받으러 갔더니,
김규항 샘이 어흑, 우리 본 적 있지 않냐며,
어렴풋 기억을 해 주시는 거 있지. 완전 초감동!ㅜ.ㅜ
한 5년 전 일산에서 김규항 샘과 커피 한 잔을 나눴고, 
《예수전》 출간기념 강연회에서도 뵌 적이 있었지.
이 불초소생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려주시다니,
아, 듁어도 조아조아효~

돌아가는 길,
버스 안에서 나는 벅찬 가슴을 안고 혼자 중얼거렸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히히. 8월28일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책이 바로, 《괴짜사회학》!


이 녀석도 좋은 가벼ㅎㅎ


이렇게 F4의 흔적을 담았기 때문이라지...^.^


우석훈 샘은 이렇게 말해줬어.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 난 어느새 '우리'가 돼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지 말자규! 버티고 견디자규!!



홍기빈 샘은 이렇게. "좋은 생각, 좋은 인연!" 아무렴, 우리는 그렇게 연결된 인연인 걸~ 좋은 생각을 갖고!


참, 내 인생의 현재 진짜 F4는,
고종석, 김갑수, 김규항, 조병준 샘이야.^.^

나는 운 좋게도,
네 분을 직접 눈 앞에서 알현했더랬지. 흐흐.
 ☞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
고종석 선생님을 만난 날,
커피 한 잔, 이야기 한 자락을 버무렸던 풍경, 보실래요?

언젠가, 이 F4를 모시고,
나의 커퓌하우스에서 이 분들을 알현할 기회가 온다면,
나는 또 질질질 흥건하게 싸고 말테오!

덧붙여,
진쑤기(왕지혜)도 함께 있으면 나는 죽어도 좋으련만!
줄 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아깝지 않을,
바로 그 사람 오직 한 사람!
아, 오늘이 마지막회인데,
가슴이 아포 아포..ㅠ.ㅠ

참, 넌 니 인생의, 지금 F4는 누구니?
갑자기 궁금해져쏘!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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