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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8 [책하나객담]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과 세상을 읽어내는 성찰 by 스윙보이 (6)
충북 제천 어딘가의 '촌'에서,
부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 판화작업을 하고 계시다는 분.
이철수 선생님.
정감 있고 단아한 짧은 그림, 거기에 곁들여진 촌철살인의 문구.
때론 한 없는 서정이 묻어나고 감상이 흩뿌려진 판화.


나는 이철수 선생님의 판화를 그렇게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모처럼 만난 판화집.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반갑게 책을 넘겼다.
선생님은 여전하다. 그 속엔 굳이 '철수'라는 낙인을 찍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볼법한 '철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은 정겨우면서도 웅숭 깊다.
삶 혹은 일상에서 막 건져올린, 펄떡펄떡 생생한 성찰과 사유였다.
가령, 선생님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발에서, 이렇게 세상을 사유한다.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거나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건 하늘과 나를 두루 잘못 이해하는 태도인 것도 알겠습니다.… 그 하늘아래 수많은 꽃들과 짐승들, 그리고 우리사람들,
서로 무연하고 무관한 것 어디 있는가?"

역시나 눈송이에서 또 끄집어낸다.
"세상에 가득한 것이 가난인가 합니다. 마음에 허기가 져서,
있어도 더찾고 더 바라고 하는 세상이니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이철수'가 아니면, 누가 이럴 수가 있을까.
뭐랄까. 나는 글과 내가 밀착돼 있는 느낌이었다.
그건 공허한 말의 유희나 뜬구름 잡는 사유와는 딴판의 세계였다.
그 속엔 어떤 쫀득하고 끈끈한 소소한 일상과 생이 흡착돼 있었다.
그저 나 같음 대수롭지 않게 스쳐지나고야 말 풍경에서도 선생님은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몸을 열어놓고 사시는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뿐 아니다. 그건 몸이 아니라면 그렇게 길어올리지 못할 것들이다.

선생님은 또 그렇게 말씀하신다.
"살면서 버려야 할 것이 있겠지요?
무엇보다, 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념?
쓸데 없는 생각의 무늬 같은 거지요.
얼핏 아름답고 솔깃하지만 핏기는 없는 언어들.
거기서는 땀냄새 흙냄새 맡기 어렵습니다.…"

혹자의 눈에,
선생님은 어쩌면 촌에서 농사'나' 짓는 촌부일 따름이겠지만,
이 책은 알려준다.
선생님의 사유는 전 사회적 혹은 전 지구적, 아니 전 우주적임을.
그래서 선생님의 판화시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하나의 편지 같다.
(부제가 그래서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가 아닌가!)
가령, 이웃에 시집온 중국처녀가 고국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뒤늦게 확인하곤,
이런저런 고민을 품고 선생님은 말을 건넨다.
"…무엇보다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 어려워서,
절망하게 된 멀쩡한 젊음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세상이 온통 자학에 빠지고 평균인들이 열등인을 자처하게 만드는
이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게 될 젊은이들이나,
그런 자식을 둔 장년들이 모두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인 듯 합니다.
걱정이지요?"

책은 때론 그렇게 우리의 멍한 뇌 속을 헤짚는다.
물론 그런 것만 있는 것, 아니다.
그 은근한 서정은 느닷없는 미소를 짓게도 만든다.
민들레 온 것을 보곤, 선생님은 인생의 맛을 전한다.
그것이 또한 나이임을 알려준다. 쓴 것에 입맛을 다시는 나이.
나는 그런 인생의 맛을 생각하며 빙긋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선 화사한 얼굴로 피는 꽃을 통해, 한 생애를 보듬게도 만들어준다.
"우리 삶도, 비오시고 눈내리고 궂은날 갠날이 있지만
엄연한 한 생애일 겁니다.
쉽게 마음 접지 마시고, 힘내시기를…
궂은 날도 죽기살기로 화사한 꽃러럼, 당신이 그렇게 아름다우시길." 

나는 책을 헤짚는 동안,
어느덧 '이철수의 세계'에 흠뻑 젖고야 말았다.
선생님은 '동시대'라는 말에 우리 모두를 담아내긴 어렵다고 했지만,
나는 선생님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선생님이 일갈했던 이 시대의 한 단면.
"한가위 보름달 그 환한 달빛아래 가난한 사람들 위에 내릴 축복은
얼마나 될까?
세상의 가난은 사라질리 없지만,
그 가난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조차 거두어버리는 시대는
참혹하여라.…"

며칠 전, 나는 겉으로는, 말로는,
세상을 고민하고 동정심이 있는 척 하는 양반이,
'가난'에 대해 거침없이 내뱉는 언사를 통해 그의 속을 엿봤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가난할 이유가 있다며 노숙자들을 한없이 폄하했다.
그들이 노숙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개인에게만 돌리며,
그들의 무지와 게으름만 탓했다. 그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화폐' 좀 있는 양반이다.
그리고선 좀더 정체를 명확히 알았다.
자신이 '화폐'가 있는 이유도, 자신이 잘 나서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난이, 빈곤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간과하고,
알량한 착한 '척'은 그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얕은 수였음을.

나는 이철수 선생님의 이 말에 적극 한표를 찍고야 말았다.
나도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좌빨'인 것일까.
아마도 세금폭탄 운운하시는 이땅의 '기득 우빨'들께서는 천인공노할 말씀.물론 나는 많이 내놓으라 다그쳐도 내놓을 세금이 없어서 문제긴 해도.^^;
"나는 세금 많이 내는 사회가 부럽다.
싫도록 나누고, 싫어도 나누는 사회가 부럽다.
일했으니 실컷 가지라는 사회보다,
일했으니 많이 내어놓으라는 사회가 부럽다.
일이 일다워지지 않겠는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 남을 위해서 하는 일이 되는 사회.
좋지 않은가? 부럽지 않은가?…"

책을 읽으면서 나는 대답하고 말았다. "넹~ 정말 왕부러워요~"

그리고 선생님께 받은 한줄기 위로.
"마음 깊은데서는 언제나 신명에 찬 춤을 추고 살 것.
가난도, 불운도, 아직 내 것이 되지 않은 기회도, 생각하지 말 것.
오로지, 내 안에 있으면서 주눅 들어있는 위대한 신명을 일깨울 것.
그 신명에 생애를 온통 걸어보자고 약속할 것.
온몸 온 마음이 그 신명으로 차오르도록 기다릴 것.
그리고 가득한 신명이 이끄는 길로 춤추며 나아갈 것.…"
 

그래, 그렇게!

(문득, 이 리뷰는 '이철수 체'로 적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철수 체는 여기에 없다..ㅠ.ㅠ)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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