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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24 나는 소망한다, 허위의 전쟁에서 발을 뺄 것을... by 스윙보이
"...그날 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에서 발사된 정밀 유도탄은 바그다드의 심장부를 강타했습니다. 동시에 미·영 육군과 해병대의 이라크 점령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TV를 통해 시시각각 전해진 바그다드 시내의 섬광과 뿌연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갑차 행렬이 오버랩되는군요. 바그다드는 3주만에 함락됐습니다. 미군의 공(空)·지(地) 전격전은 일사천리였습니다.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shock & awe)'의 작전이었지요... 전쟁의 명분도 산산조각 났습니다.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후세인 정권과 9·11 테러단체인 알케에다의 연계도 없었지요..."
- 중앙선데이 54호 Special Report -

기억하는가. WPE(역대 최악의 대통령, Worst President Ever) '조지 W 부시'가 5년 전 퍼뜨렸던 21세기 최악의 사건. 그 사건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때로부터 어느 덧 5년이 흘렀지만, 세계는 아직 피를 흘리고 있다. 2003년 3월20일. CNN을 통해 방영됐던 화염과 폭발의 장면을 나는 기억한다. 불꽃놀이 같았던 그 장면들. 미디어는 스포츠 중계하듯, 전쟁의 현장을 안방으로 전하고 있었다. 전쟁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작됐다. 그것은, 실상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라크를 향한 부시의 화풀이였다.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9·11 테러 단체와 연관됐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명분들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있다. '승리'를 선언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승리'라고 여기지 않는 아이러니.

"5년? 이제 겨우 10분의 1 정도 지났을 뿐이다. 물리적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비교할 수 없는 심리적·정치적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범아랍 일간지 '알 쿠드스 알아라비'의 압둘바리 아트완 편집국장)

'10분의 1', 50년 이상이 소요된단다. 이라크 전을 눈으로 겪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안, 이 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전쟁으로 인해 생긴 생채기, 트라우마 때문에 또 어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지도 모를 일이다. 4291명의 미군과 다국적군 전사자, 3조달러의 비용(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추정한 미국의 이라크·아프간 전쟁비용), 30달러->106달러(이라크전 개시시점의 배럴당 국제 석유가격과 현재가)...
☞  이라크전 5년, ‘10만 사망, 3조달러 날린 최악의 전쟁’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끝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이 전쟁. 21세기에도 인류의 야만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한 이 전쟁. 아니, 이것은 테러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테러집단의 수장, 부시가 일으킨 야만적이고 극악무도한 테러다. 그럼에도, 이 테러수장께서는 땡고집을 부리고 계신다. "이 전쟁은 미국이 싸워야만 하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전쟁(this is a fight America can and must win)"이라고.
☞ 부시 '전쟁은 계속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
 
과연,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전쟁 혹은 테러와 무관한가.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도, 그렇지 않다. 우리는 참전국이 됨으로써, 나는 졸지에 전범국의 국민이 됐다. 아버지 칠순잔치에 꼭 돌아오겠다던 김선일 씨는 "구해달라..."는 울부짖음이 무색하게, 주검으로 고국의 땅을 밟았고, 윤장호 하사 역시, 앞선 비극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의 잘못에 꽃다운 젊음을 접어야 했다.

제발, 올해말이면 철군을 한다지만, 나는 이 허위의 전쟁(테러)에 계속 참여해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 부디, 소망한다, 덫에서, 늪에서 빠져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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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와 파병 
나는 소망한다, 덫에서 빠져 나올 것을…       (200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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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포르투갈에서 열리고 있는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14일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경기. 전광판 시계가 멈추고 1-0으로 패색이 짙던 프랑스는 추가시간 3분 동안 지네딘 지단의 드라마같은 2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90분간 웃다가 3분 만에 슬픔의 도가니로 바뀐 잉글랜드는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페널티킥 실축을 되새김질 할 수밖에 없었다. 지단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이런 경기가 끝나면 나는 늘 진 팀에 먼저 마음이 가게 된다. 나는 지금 데이비드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는 베컴을 위로한 것이다. 그는 진정한 승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비단 내가 지단을 좋아한 것은 축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늘 어떤 이슈 앞에 선명한 자신의 생각과 지지를 호소했고, 나는 그 입장에 동의하고 자시고를 떠나 그런 모습이 좋았다. 그가 또한 승자로서의 자만보다 패자에 대한 배려심을 잃지 않는 모습도 내겐 인상 깊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연출된 것이라 힐난할지 몰라도 나는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는 스포츠의 세계.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광포한 전쟁은 과연 누구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일까. 승자라고 자부하는 미국 정부는 과연 자신들이 패자로 지목한 이라크에 대해 마음을 주고 있을까. 그렇다면 승자와의 약속이라고 파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어떤가. 정부는 이르면 8월초 선발대 800명을 이라크로 보내고 8월 중순이나 말쯤 1000여명의 본대를 출발시킨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1년 이상을 끌어온 이라크 파병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과연 한국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승자라고 자부하는 미국? 그렇지 않으면 패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라크? 문득 정체성을 상실한 채 부유하던 그들이 떠올랐다.

덫에 걸린 정체성 (스포일러 있음)

'홍콩 영화의 부활'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획득했던 <무간도>가 파병 문제와 맞물린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얼핏 아무런 연관성도 없을 듯한데 말이다. 불교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이 무간 지옥이란다. 그 곳에 가면 평생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 받으며 살아가야 한단다. 파병이후 우리는 그런 무간 지옥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컨 그렇지 않건 ‘파병국’의 국민, ‘전범국의 국민’이란 낙인을 평생토록 지고 산다는 것이다. <무간도>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직과 제도의 서사에 정체성을 잃은 자는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 채 고통만 받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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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내가 있다. 정반대의 처지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함께 겪고 있다. 두 사람은 그런 면에서 한 몸이며 운명적이다. 조폭이 심은 경찰 스파이와 경찰이 심은 조폭 스파이. 각자 원래의 조직을 위해 ‘전략적’으로 잠복, 원하지 않는 신분으로 10년의 세월을 버텼다. 타인에 의해 결정된 운명을 놓고 무엇이 진실인지 구분조차 어려워진 조작된 정체성. 본래 모습을 언젠가는 찾을 것이란 신념은 차츰 위기감을 느낀다. 같은 ‘덫’에 걸린 것이다.

조폭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 진영인(양조위)은 사회적인 관계마저 끊어진 채 세월을 갉아먹는다. 갈수록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경찰로의 복귀를 계속 요구하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던 찰나, 경찰 신분을 확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상관마저 조폭들의 손에 제거 당한다. 진영인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삶은 통째로 흔들린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반면 경찰로 잠입한 조폭 스파이, 유건명(유덕화)은 경찰 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승승장구다. 그의 위태로운 외줄타기는 조직에서나 경찰에서나 절묘하게 절충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선택의 기로가 놓인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데 조직과 경찰이 맞붙는 중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알아챈다. 건명은 차츰 깨닫는다. 처음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는 것을. 그는 선택한다. “너의 인생은 너희가 선택하라”던 가르침을 줬던 보스를, 그 가르침에 따라 죽인다. 그는 무간지옥에 빠진다. 영인도 알았던 듯싶다.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을. 결국 그는 죽음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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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바람

따지고 보면, 신념을 지키는 것이 항상 원하는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심수를 품고 있는 이 땅에서 (국가에서 인정하지 않는)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배 째라’고 칼을 쥐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사상의 자유’는 허울 좋은 넋두리이자 헌법상의 명문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최소한 한국에서, 노벨평화상과 양심수는 별개의 문제임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사람의 내면에는, 반대되는 감정이 공존한다. 저울질 끝에 한쪽으로 기울겠지만 말이다. 자아(自我)는 갈등을 요구한다. 신념과 현실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패인다. 자아는 또한 정체성을 요구한다. 자아가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 자체의 서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이 요구된다.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자격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체성의 중무장이 필요하다.

누구 말마따나, '허위의 대선 결과로 탄생한 허위의 대통령이 허위의 침략전쟁을 터뜨렸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그런데 소신과 원칙,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이 땅의 최고 권력자는 그 허위에 동참을 선언했다. 그리고 전략을 들먹였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바보같은’ 소신과 원칙을 잠시 접어두겠단 뜻을 밝혔다. 국가적으로도, 헌법상으로도 평화를 지지한다던 국가적 정체성은 바람결에 부대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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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건 ‘덫’이다. 시험대에 올라있단 뜻이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자아가 있고 양심의 소리가 있다. 자존 또한 우리가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치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펼쳐진다.

신념을 지킨 결과가 어떠할 지는 후행적이다. 침략전쟁의 지지여부나 파병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공허하다. 경제·외교적 이익을 얻는다손, 존중과 애정의 대상이었던 평화국이라는 자격을 박탈당하는 건 어떡할 것인가. 그것은 결국, 자아를 잃고 정체성의 방황을 겪는 일이다.

선택을 강요받는 건 고통이다. 더군다나 힘도 월등히 센 놈이 우격다짐을 하는 터라 난감할만하다. 패도 드러나 있다. 선택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전향서를 쓰고 거짓부렁을 하느냐, 신념을 지켜 정체성을 지키느냐. 일제시대 황국신민화를 부르짖던 몰지각한 지식인들의 추잡한 행위와 파병 주장이 겹쳐지는 건 (국제정세상) 국익과 현실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파병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익’이라는 형체 없는 유령은 여전히 우리의 사고를 옥죄고 있음을 실감한다. 국익이 지고지순의 가치인양 모든 것에 우선시 돼야한다는 강박관념은 별다른 논리의 도움 없이도 힘을 발휘한다. 국익은 한편으로 국가 이기주의의 다른 표현이다.

무엇이 국익인지, 그 심도 깊은 고도의 전략을 펴는 분들의 심중을 다 헤아리진 못하겠다. 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는 안다. 이기주의자가 되지 말라던 어르신들의 가르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게 개인에서 국가로 확대되더라도 똑같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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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 밥 먹여 주냐고 묻는다. 그래 그렇게라도 연명해야 세상은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준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은 문명 따위는 젖혀놓고 도저한 야만의 굴레를 굴릴 수밖에 없단 얘기다.

모두 죽자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강요에 의해 선택받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자는 말이다. 세계의 경찰임을 자임하던 미국은 타락의 길로 가고 있다. 세계 경찰의 엇나감에 손뼉을 쳐선 안 된다. 정체성을 버려야 하는 대한민국은 덫에 빠지고 만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바람은 소박하다. 국가가 나를 전범국의 국민으로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먼 훗날 다른 나라 국민에게 사죄하고 죄스런 마음을 금치 못하도록 하는 모양새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 역사에 의해 짓눌리는 개인은 되고 싶지 않다.
Posted by 스윙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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