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뉴스가 있었죠. "한국이 미망인이나 이혼녀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회로 꼽혀 충격을 주고 있다..."
새삼스러울 건 없습니다. 우린 이미 그런 현실을 알고 있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명제 또한 뚜렷하니까요. 기사는 곳곳에 미망인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지난달 마산보훈지청이 '제22회 경남보훈대상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5개 분야 상이 있었는데, '장한 미망인상'이라는 부분도 있었어요.
이 두 기사를 보면서 민망하더군요. 왜냐고요? 사전만 들춰보시면, 아실 겁니다. 미망인의 정확한 뜻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입니다. 옛날 순장의 풍습에서 나온 말로, 남편을 따라 죽지 않은 과부를 가리킵니다. 그런 유래를 가진 단어를 기자나 행정기관에서 버젓이 쓰고 있다니, 우습지 않나요?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할 목숨인데, 아직 살아있으니 죄인이라는 뉘앙스를 지닌 말을 말이죠. 다행히도 다른 한 신문에서는 미망인 대신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가부장제나 남성우월주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쓰던 말을 여남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쓰는 건, 시대에 한참 뒤쳐진 미개인의 처사 아닐까요?
물론 현재 '대한 전몰군경 미망인회'라는 단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자 애잔함을 품게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 단체에서도 미망인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며 바꾸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네요. 좋은 대안이 있으면 이를 바꿀 의지가 있다고 하고요.
국립국어원에서는 미망인을 '고 아무개의 부인'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습니다. 순장의 풍습에서 비롯된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자는 의미죠. 또한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에 첫 번째 작품에 붙이곤 하는 '처녀작'은 '첫작품'으로, '집사람 바깥양반'은 '배우자'로 대안을 삼자고 제안했습니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국립국어원의 권고를 보도했던 언론들은 이후 다른 기사에서 왜 '미망인'을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미개인이거나 무뇌아인 걸까요? 아니면 과거의 오랜 습관을 쉬 버리지 못하는 미망(未忘)때문일까요? 모를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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