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위민넷

왜 '사모님'만 갖고 뭐라 그래?

왜 '사모님'만 갖고 뭐라 그래?
‘사모님식 투자’는 여성비하적 표현, ‘주먹구구식 투자’로

오래 전, ‘복부인’이라는 말이 있었죠. 부동산에 투기하거나 투기로 큰 이익을 꾀하는 여자, 부인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다소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었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중에도 <복부인>이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말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임권택 감독의 1980년 작 <복부인> 중에서


그 복부인도 사람들 앞에서는 ‘사모님’으로 불렸죠. 사람 앞에 대놓고 복부인이라고 부르진 않잖아요. 하지만 그 사모님들의 캐릭터가 결코 긍정적이진 않았죠. 미디어 등에서는 교양 있고 우아한 척하는 이면에 무식하고 품위 없음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로 많이 풍자됐습니다. 한때 모 개그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였던 ‘사모님’이 그런 캐릭터를 잘 나타냈죠. 한편으로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물욕의 대명사처럼 나오기도 하죠. 조정래의 대하장편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유엔 사모님’이라는 표현이 나와요. 이는 해방 이후 미군이 군정통치할 때 미군과 결혼해서 팔자를 고쳐보려고 하던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모님식 투자’라는 말이 생긴 게. 사모님식 투자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무식하게 투자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일컫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불렸는지, 그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사모님의 본디 뜻과는 아주 딴판으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사모님의 사전적 정의는, 스승(윗사람)의 부인이나 남의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거든요. 따지자면 고귀함, 존경, 우아함 등의 뉘앙스가 포함된 단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사모님식 투자’는 적절치 못한 표현입니다. 사실 여자들만 묻지마 투자하는 것 아니잖아요. 사모님식 투자라고 비아냥대는 것은 여성비하적인 언사예요. 국립국어원은 그리하여 사모님식 투자라는 표현을 ‘주먹구구식 투자’로 바꿔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성별언어구조의 관행화 된 표현으로 형제애, 효자상품, 바지사장, 얼굴마담 등을 들었네요.

(※ 참고자료 : 「성차별적 언어 표현 사례조사 및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 국립국어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