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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위민넷

신사들끼리만 맺는 협정이라서 신사협정?

신사들끼리만 맺는 협정이라서 신사협정?
왜 숙녀협정은 없을까요?

개인끼리, 단체끼리, 국가끼리, 협정을 맺는 경우, 허다하죠?
특히 상호 간 신의를 바탕으로 맺어진 협정을 ‘신사협정(紳士協定)’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대개 강제성은 없지만 각자의 명예를 걸고 협정을 맺는 경우를 뜻하죠.

여기서 신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사(紳士), 맞아요.
즉, 예절과 신의를 갖춘 교양 있는 남성에 대한 존칭 혹은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뜻하는 이 말.
그러니 신사협정은 의당 예의와 교양을 갖춘 협정인 셈이죠.
그래서 영어로도 신사협정은 ‘Gentleman's Agreement’로 표현합니다.
1947년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일리어 카잔 감독,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 <신사협정>이 생각나는 분도 계실 거예요.

말하자면, 신사협정은 특정 성(性)에 기반한 관용화된 표현입니다.
그래서 ‘숙녀협정’이라는 말은 없죠.
국립국어원은 신사협정을 성별 언어구조가 관용화된 것으로 지목하고, ‘명예협정’과 같은 중성적 표현을 권장했습니다.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그러나 반론도 있어요.
영화 <신사협정>에서의 ‘신사협정’은 당시의 반유대인 정서를 당연하게 여기는 완고하고 부끄러운 밀약을 가리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신사협정은 남성에게 불명예가 되는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는 거죠.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고자료 : 「성차별적 언어 표현 사례조사 및 대안마련을 위한 연구」, 국립국어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