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슬픔을 다스린 이야기꾼, 이자크 디네센
(1885.4.17~1962.9.7)
(1885.4.17~1962.9.7)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했던,
광활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인상적이었던 아프리카의 커피농장.
지난 5월엔 이를 연출했던 시드니 폴락 감독이 향년 73세로 타계,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그런 이 영화, 원작이 있지요.
같은 제목의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작품입니다.
여기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죠, 확실히.
실제로 그는 이혼 뒤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경영했고,(결국 망했지만)
영국인 사냥꾼 데니스 핀치 해튼과 로맨스에 빠졌으며,(데니스도 죽고 말았죠)
연인과 농장을 잃은 뒤 덴마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거죠.
뭐랄까. 사랑을 앓고 놓친 슬픔이 글쓰기 동력이 됐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생은 참, 희한해요. 그런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되곤 하니까요.
어쩌면 그것은 운명이었어요.
19세기 후반 코펜하겐 구트 룽스테드룬에서 태어난 이자크의 본명은 카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고 미술학교를 졸업했지요.
이후 1914년 남작과 결혼해 남작부인이 됐던 그가,
그 같은 환경에 안주한 채로만 살았다면, 과연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나왔을까요.
남편과 함께 케냐로 가서 커피농장을 경영하며 이혼과 농장의 실패,
로맨스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까지 거친 것이,
어쩌면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재능과 감성을 건드린 것이 아닐까도 싶어요.
물론 그 인과관계야, 며느리도 모를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 이 회고록은,
큰 호평을 받음과 동시에 이자크에게 작가란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의 글은 낭만적 전통을 이어받은 고도로 세련된 이야기체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으며,
과거를 배경으로 한 초자연적인 소설들을 통해 성애(性愛)와 꿈이라는 주제를 구현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노벨문학상 후보에 2번이나 오르기도 했어요.
후보에 오른 1954년, 1957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각각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알베르 까뮈였어요. 헤밍웨이는 수상 후, 이런 말도 남겼죠. “이 상은 나보다는 다음의 세 사람, 칼 샌드버그, 버나드 베렌슨, 그리고 아름다운 작가 이자크 디네센에게 돌아갔어야 한다.”
이자크는 1962년 수술후유증에 따른 영양실조로 타계하기 전까지,
소설집(『7편의 고딕 이야기』『겨울 이야기』『마지막 이야기』『바베트의 만찬』『카니발』)외에 피에르 앙드레젤이라는 필명으로 쓴 장편소설 『천사 같은 복수자』도 남겼습니다. 이 장편은 나치 점령 하의 덴마크에 대한 풍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책은 겉으로는 인자하지만 알고 보면 사악한 포획자를 무찌르는 천진난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멜로드라마 형식으로 다뤘다는군요.
이 밖에 회고록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 산문집 『다게레오타입 외 에세이』『결혼에 대하여』등과 함께, 사후에 작품집에 실리지 않았거나 발표되지 않은 이야기를 실은 『축제:여흥과 유작』 『은판 사진, 기타 수필』『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등이 있습니다. 주디스 서먼이 쓴 전기인 『이자크 디네센:한 소설가의 삶』도 알려져 있지요.
추측컨대 그는, 이야기를 만들면서 자신의 슬픔을 다스리고 위안을 받은 것 같아요.
그가 남긴 이 말.
“All sorrows can be borne if you can put them into a story or tell a story about them(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뉴욕타임즈 1957년 11월 3일자 북리뷰에 실린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가 한 이 말은,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1958)에 인용함으로써 유명해진 구절이죠.
당신도, 혹시 슬픔이 있다면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해 보는 건 어때요.
참, 필명인 이자크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물 이삭(웃음)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 참고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아이콘 : 차이를 만들어낸 200인의 얼굴』(바버라 캐디 지음/박인희 옮김/거름 펴냄)
위민넷 - 키위, 여성을 만나다 (기고)
'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 위민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의 목소리와 천하의 속물 사이,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0) | 2008.09.16 |
---|---|
나폴리를 내 손에, 마리아 카롤리나(Maria Carolina) (4) | 2008.09.16 |
성적소수자, LGBT (0) | 2008.09.05 |
시대의 억압적인 공기를 사절한 불온아,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2) | 2008.09.01 |
위험한 남자, 옴므 파탈(homme fatale) (2) | 2008.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