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풍미한 강렬한 목소리, 로테 레냐(Lotte Lenya)
(1898.10.18~1981.11.27)
그 목소리는 그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였어요.
남편이었던 쿠르트 바일의 음악과 상생하면서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뮤지컬 드라마를 빛낸 것도 그의 목소리였어요.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는 당차면서도 흡입력이 대단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딱딱 끊어지는 독일어로 한번 들으면 쉬이 잊히기 힘든 목소리일 정도로 강렬했고요.
가톨릭 신자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레냐는,
어릴 적부터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난 재원이었어요.
오스트리아에서 16세에 스위스 취리히로 이주한 그는,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1920년까지 취리히 국립극장 단원으로 활약했습니다.
또 발레와 드라마를 익혀 1920년대에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출연하는 영광을 누렸죠.
레냐를 본격적인 출세의 길로 이끈 것은 바일이었습니다.
1922년 두 사람은 만나 뜨거운 사랑을 했고 1926년 결혼했습니다.
그는 이듬해 바덴바덴 음악제에서 브레히트와 바일이 합작한 〈마하고니〉에 출연했습니다. 때마침 이 작품이 논란이 되면서 레냐도 유명세를 탔고요.
이후 바일이 올린 극에는 레냐가 주연을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중간에 두 사람은 헤어지기도 했으나 다시 재결합해서 살았고요, 두 사람의 사랑은 2007년 'Love Music'이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공연된 바도 있습니다.
레냐는 바일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영감을 주는 뮤즈로, 바일은 레냐의 목소리와 연기에 자극을 주는 든든한 지원자로 서로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레냐는 1920년대 자의식 강한 신여성을 대변하는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렬하고 짧고 흑색의 단발, 검정스웨터, 담배 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각인됐고, 당당하고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개척하는 예술가의 모습이었죠.
말하자면 '모던 걸'이었다고나 할까요.
레냐의 절정은 〈서푼짜리 오페라〉(1928)였습니다.
브레히트가 곡을 쓰고 바일이 작곡한 이 작품은, 5년간 공연되면서 19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기도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이후 〈마하고니〉를 오페라로 바꾼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1930)를 비롯한 바일의 다른 작품에도 계속 출연하면서 독일에서 큰 명성을 떨칩니다.
한동안 독일에서 활동하던 그들은,
<서푼짜리 오페라>가 나치에 의해 퇴폐로 판정돼 공연이 금지되는 등 예술 활동이 제약을 받고, 그 혼돈된 상황을 견딜 수도 없어 파리로 활동근거지를 옮깁니다.
이곳에서 레냐는 역시 브레히트와 바일이 합작한 발레극 〈7가지의 죽을 죄〉 등의 활동을 펼치다가 미국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는 미국에서 연극 〈영원한 길〉(1937)로 본격적인 데뷔를 한 이후,
<바람 속의 촛불〉〈피렌체의 선동자〉 등에서 미국에서 계속 활동했어요.
몇 년 간 바일의 작곡을 돕기 위해 무대에서 물러나 있던 그는,
1950년 바일이 죽자 다시 무대로 돌아가는 한편,
바일 기념음악회와 재공연 작품에 계속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중 〈서푼짜리 오페라〉는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오랫동안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어요.
레냐는 1960년대에는 활동무대를 더욱 넓혀 영화로도 진출했습니다.
<스톤 여사의 로마에서의 봄>(1960) <러시아에서 사랑을>(1964) <약속>(1969) 등의 영화에도 출연한 그는, <스톤 여사의 로마에서의 봄>으로 1961년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81년 뉴욕에서 83세를 일기로 뉴욕에서 숨을 거둡니다.
시대를 풍미하던 목소리는 더 이상 울려퍼지지 않게 됐습니다.
(※참고자료 : 브리태니커 학습백과, 위키백과)
[위민넷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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