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먼저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한 부모님을 뵀다. 괜히 먼저 간 사람으로 우울하거나 그리움이 복받치지 않을까, 공연한 우려도 했지만, 당신들은 부담 없이 대해주셨고 나 역시 그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 한편으로 생각했다. 나는 당신들의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한다. 난 아직 누군가의 자식일 뿐, 부모가 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보낸 자식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다만 자식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 본 사람의 감정 같은 건 읽을 수 있었지만.
그리고 떠올렸다. 뇌사 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뗀 어느 아버지. 아프간에서 피랍됐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맞이해야 했던 분들. 그들의 마음을 어떤 말로써 담을 수 있겠는가. 그 슬픔을 어디에 견줄 수가 있을까. 물론 전자는 자신의 의지가 약간은 작용했다지만, 진짜 자신의 손으로 아들의 생명줄을 끊는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오늘은 그들을 생각했고 <아들의 방>이 생각났다. 생의 한 가운데서 갑작스레 노크한 비보가 야기한 생의 균열. 그런 균열은 어떤 예고도, 알림도 없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너무도 공감하고 눈물 흘릴 이야기. 먼저 하늘로 보낸 아들의 옛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는 감정. 하늘로 간 소중한 사람의 과거를 공유한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람의 지난 시절을 들춰보는 느낌. 나는 한편으로 아직 궁금하다. 아들의 옛 여자친구가 현재의 남자친구와 배낭여행을 떠나는 길을 바래다주고 배웅하는 가족의 심정. 그 길에서 그들은 어떤 감정을 만났을까. 아들은 방은 이제 어떻게 보존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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