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니, 그런 게 뭔지도 모르던 시절.
함께 하숙하던 친구놈이 읽어보라고 툭 던져줬던,
《전태일 평전: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
읽으면서 분노와 놀라움이 범벅된 줄줄줄, 읽고나서도 줄줄줄. ㅠ.ㅠ
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왜 교과서는, 어른들은 이런 걸 알려주지 않았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감추고 싶은 자신들의 치부는 알려주지 않는 사람이고,
교과서는,
지배세력에 반했던, 그러나 세상을 바꾼 일은 기록하지 않는 책이구나,
생각했었다.
고 조영래 변호사님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어른이셨고, 세상을 알려준 책이자 교과서였다.
마흔셋, 충분히 젊은 나이였다. 1990년 12월12일.
인권변호사로서 인권감수성과 인권실천력이야 두말해 잔소리고,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됐는데,
문장력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셨단다.
아, 《전태일 평전》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었구나!
오늘, 세계인권선언일.
이땅에서 인권일랑, 4대강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에 짓밟히고 있는 시절.
아니면, 철권통치(현병철)로 인권(국가인권위원회)이 가출한 시절.
인권선언은 땅 파고 질러대야할 판이다. "임금님 귀는, 조까라 마이싱!"
모레(12월12일), 변호사님 20주기다.
고맙습니다. 어쩌면, 나의 첫 '어른'이었을지도 모를 조영래 변호사님...
2010년.
뜨거웠던 청년 노동자, 전태일 40주기,
뜨거움을 세상에 전한 불씨 인권변호사, 조영래 20주기,
'우상과 독단에 맞서 이성의 붓으로 진실을 밝힌 겨레의 스승' 리영희가 영면에 든 2010년.
우리는, 자꾸, 또 자주 '거울'을 잃는다.
괴물로 변하거나 변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겨울을.
진짜 어른, 눈 밝은 어른은 그렇게 떠나가신다.
추모와 슬픔은 물론, 거울을 살펴보는 것도 남은 자들의 몫이로구나.
☞ ‘인권 변호사 조영래’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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