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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라, 직딩아~

당신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신가

'월화수목금금금'
황우석이 아니다. 어제, SBS스페셜의 한 '워커홀릭'은 말한다. "월화수목금금금, 그것도 3주째."
또 다른 '워커홀릭'도 말한다. "영화를 1.5~2배속으로 돌려본다.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도 영화를 너무 보고 싶으니까..."
올 초 한 취업사이트의 직장인 설문결과, 응답자의 51.2%가 "나는 일중독자다."
워커홀릭은 그럼, 또 다른 요일 제도를 가지는거야?
달력회사는 니치마켓 찾았네~  직원혹사기업 내부달력엔 혹시 파랗고 빨간 날 없는 거 아냐?
☞ SBS스페셜 - [나의 마음, 중독에 빠지다]

"'야근'도 암을 유발하는 요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야간근무 형태를 '발암 가능 요소' 목록에 추가.
야간근무자들 사이에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의 발병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조처.
담배가 '암' 유발한다고, '금연운동'하니까,
그럼 '야근'도, 곧 '금야근운동'으로 승화하는 게야?
☞ "야근도 암 키워"

'요람에서 직장(무덤)까지?'
한국타이어 공장서 1년 반 새 15명 사망. 이십대도 돌연사하고.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서 최근 7년간 6명 백혈병 환자 발생, 이중 5명 사망, 일부 여성은 유산.
GS칼텍스 여수공장 최근 한 달새 같은 장소에서 4명 잇따라 사고 당해 이중 3명 사망.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타이어 생산량이 '세계 최고'라더니, 혹시 직장 사망률도 '세계 최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 바꿔야하지 않겠어? 이젠 무덤 대신 직장으로.^^;
아, 먹고 살겠다고 다니는 직장인데, 생존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이 현실을 어이하리오.
☞ “한국타이어 직원 고강도 노동 시달려 돌연사”

현실은, 나에게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신가."


그럼에도,
현실은 일하라고 다그친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나.
<본 얼티메이텀>에서 직장의 계율을 이탈한 직딩, '제이슨 본'은 말한다. "너는 나를 죽여야 할 이유를 아니? 저들이 만든 우리의 모습을 봐."
이를 어설프게 인용하자면, "죽도록 일해야 할 이유를 아니? 저들이 만든 우리의 모습을 봐."^^;
 
오늘 내가 본, 한 블로그는 끔찍했다.
해당 블로거의 자작시로 추정되는데, 제목부터 '죽을만큼 일하라'였다. 소름 우두두두둑.
'목사'라고 돼 있던데, 프로테스탄티즘에 입각한 '근로'의 소명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그는 '죽을만큼 일해야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하다 죽으면 순교자'라는 대목에선, 토할 뻔 했다.
"...죽을 만큼 일하라
성공이 일에 달려있고,
인생도 일에 달려있고,
세상도 일에 달려있다.
일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없고
일하지 않고는 보람된 인생을 살 수도 없다...

일하다 죽으면 그는 순교자요
일하는 삶은 거룩한 인생이라
일하는 자의 거친 숨소리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찬송이로다..."  - '죽을만큼 일하라' 중에서 -

세계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야근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기사를 놓고도, 이렇게 말한다. 야근을 즐기라고. 얼척 없다. 기쁜 마음으로 야근을 즐기기사 본데, 그가 후배나 부하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나름 짐작이 간다.
"...그러나 끝없이 이윤을 추구하고 날로 복잡다단해가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야근 없는 세상’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야근이라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기쁜 마음으로 야근을 하면 그 고통이나 폐해는 덜어지지 않을까." - 세계일보 12월3일자 [설왕설래] 야근 중에서 -

'일하라'고 다그치는 직장이야 말로, 진짜 암적인 존재 아닐까.

'취업이, 직장이 곧 선이자 미덕'으로 치부되는 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배부른 소리나 까대고 있는 나는 하루에도,
'이놈의 직장생활, 때려쳐야지'를 입에 달고 사는 불순분자.^^;;;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만큼의 농담이니, 담아놓지 마시라.

나는 혼자 외친다.
일 하라고 그만 다그쳐라. 직장아.


삶 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 김훈의 '자전거여행'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