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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내가 발 딛고 있는

내 맘이 안 그래... 안녕, 018...

2007년12월19일.

결과를 접하곤, 잠시, 약간, 우울했다. 그리 할 말이 있을 처지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면서도 이미 예견됐던 결과. 개가 나와도 당선될 거라던 외신의 비아냥도, 사실 맞는 말 아니었더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녀석의 목소리도 풀이 죽어있다. 우린 결과에 대해선 별말 않았다. 말 안해도, 녀석도 나도 아니까. ㅠ.ㅠ

그보다 더 우울한 건,
오늘부로 내 생에서 '018'을 지웠다는 것. 처음 휴대폰이라는 것을 쥘 때부터 품었던 번호였다.
가끔 아직 '018'을 쓰냐고,
왜 번호를 안 바꾸냐고,
물어도 사실, 큰 이유는 없어.
장난처럼, '처음 사랑 그대로~'라고 얘기한 정도.
그냥 그 녀석은 내 분신, 내 친구 같았거든.
안녕, 018...

전화한 친구녀석이 묻더군. 혹시, 대선 결과랑 상관있냐고. 내 기분을 알고 물은 것이겠지만,
물론 없다. 자의로 바꾼 것이 아니다.

사연을 잠시 언급하자면,
어제, 단말기를 절도(!)당했다!
대낮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술과도 아무 상관없이,
나는 분신 하나를 잃었다. 얼척 없는 일이지.
아무리 전화를 울려대도,
그 사람은 받질 않았고,
한번 받았을 땐,
전화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구라로 추정되는 소릴 해댔다.

별 돈도 안 되고,
별 활용가치도 없고,
별 이득도 없을,
단말기를 왜 가져갔을까, 궁금증도 일고.

당시 화도 나고 어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다. 무슨 내가 알지 못할 어떤 사연이 있겠지, 하는 심정.
그 사람만의 진실이 있겠지, 하는 마음.

누군가에겐,
2007년12월19일이 좋아서 날뛰고 팡파레를 울리는 날이겠지만,
나에겐,
2007년12월19일이 나와 함께한 친구를 아주 멀리 보낸 것 같은 날이야.

그냥, 그래서,
우울해. 이래저래.
내 맘이 안 그래. 후후.

다시 안녕, 018... 영원히 안녕...
A, 1818181818181818181818181818
 

뱀다리...내일이면,
또 누군가는 이민 블라블라 하겠군.
그럼 말할래.
나도 데려가줘.ㅎㅎㅎ
사실, 세상이 바뀔 건 없잖아. 그 작자가 전제군주가 아닌 이상.
우린 이미 질척질척한 세상에 똥물을 묻히고 있는 걸.
좀더 냄새 고약하고, 설사틱한 똥물이 앞으론 더 튀겠지만.
더 슬픈 땅이 될거야. 아마도.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더 들테고.
나도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50달러 쥐어주고선, "이 돈만큼 어디든 돕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마이클 클레이튼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