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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소믈리에

[책하나객담] 지금 우리에겐 없는 우아하고 재치 있는 명망가의 에세이 이 책, ‘인기 없는’이라는 수식이 무색하다. 통렬하고, 신랄하다. 덧붙여 낄낄거리며 웃게 만든다. 우아하게 웃길 줄도 안다. 버트런드 러셀에 대한 새삼스런 감탄이다. 그가 쓴 책 가운데 십여 년 전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인데, 다소 까다로웠다. 얇은 책임에도, 그의 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런 얄팍한 나의 편견을 깬 것이 《인기 없는 에세이》다. 물론 지금 다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보면, 예전만큼의 까다로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버트런드 러셀의 입문서로도 이 책은 좋아 보인다. ‘우아하고 재치 있는 문장가, 능란하고 섬세한 논객’이라는 책 뒷면 카피에 백배 공감한다. 그의 에세이를 읽으며, 한국의 많은 사회지도층, 특히 일부 국회의.. 더보기
세상은 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나는 노력해야만 한다! 함세웅 신부의 증언을 듣자니, 분노를 넘어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 여전히 껍데기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아니, 한층 더 두터워진 껍데기가 세상을 에워싼 느낌으로 인해. 도저한 절망의 시절을 ‘여전히’ 우리는 관통하고 있구나. 껍데기는 왜 이다지도 견고한가. 변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의 풍경이구나. 그러니까, 이것은 분노의 기록이라기보다 슬픔의 기록이다. “껍데기는 가라”고 읊조린 신동엽 시인의 시절을 생각했다. 내가 겪지 못한 그때. 시인이 “가라”고 외친 덕이었으리라. 독재와 군사적 긴장이 야기한 거짓과 위선, 불의 등은 꼬리를 내렸다. 詩의 힘은 그렇게 세다. 詩에 공명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던 덕분이리라. 인민들이 기어코 바라던 것이 이뤄졌다(고 착각했다). 평화와 민주주.. 더보기
리딩으로 초딩되는 책, 허~접 같은 경우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노동. 엄청나다. 모든 지성과 땀이 총력을 다해 이룬 결과이리라. 그것은 저자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 특히나 눈에 보이지도 않고, 기록으로 남을 수도 없는 사람들의 노고(노동) 역시 담겨 있다. 책은 단순하게, 지성만을 담은 결과물이 아니다. 그러니, 한 권의 책을 '까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안의 노동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노동 자체의 신성함과 별개로 노동의 결과물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과 그 결과물은 별개의 것이다. 영화가 그렇듯 책도 마찬가지다. 사실, 좋은 것만 말해도 부족할 판국이다. 세상에 얼마나 좋은 책이 많은가 말이다. 나쁜 책 혹은 쓰레기라고 불려도 시원찮을 책까지 시간과 공을.. 더보기
마리 앙투아네트를 악녀라 부르지 마세요, 그녀가 슬퍼해요! 10월16일이 '세계 식량의 날'인 것은 재밌고도 아이러니하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창설(1945)된 것을 기념해 1979년부터 지정된 이날은, 짐작하다시피, '세계 식량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일깨우고 기아와 영양실조, 가난에 함께 맞서 퇴치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올해의 주제는 '식량가격 - 위기에서 안정으로'다. 기후변화와 잇단 자연재해로 식량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그 때문에 계속 상승하는 식량가격과 각국의 민주주의 위기와 경제위기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음에 대한 상기이자, 결의다. 월급 빼고 다 올라가는 현실이 그것을 방증한다. (물론 청와대에 서식하는 가카는 이 와중에도 내곡동 사저를 헐값에 사들이고, 사저에 정부예산까지 충당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능력자.. 더보기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 '너무' 타이밍은 다소 지난 감이 있지만, 현재진행형이기도 한, 부사 '너무'에 대한 이야기. 너무를 너무 남발하는 세태에 대한 불만. 연말 시상식에 대한 제 생각은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가 아닌, 너무해! 였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무말라빠지고 엇비슷한 수상 소감도 밍숭맹숭 짜증났던 일인 한편, 입 벙긋할 때마다 '너무'를 달고 사는 행태가 방송인들 맞나 하는 의심이. 심지어 진행자나 아나운서들까지 픽픽 '너무'를 내뱉는데, 문맥이나 뉘앙스에 맞는다면야 누가 그래. 그게 아니니 문제지. 국어사전에 있는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내용과 사용하고, 좋은 의미라면 '매우, 아주, 정말' 등을 써야 한다. 방송에선 '너무'를 너무 헤프게, 생각.. 더보기
고래이모 고래삼촌의 밤 커밍아웃 하나 하자면, (사실 커밍아웃이랄 것도 없지만~ㅋ) 그래! 나, '고래삼촌'이다. 한 3~4년 된 것 같은데, 그닥 잘 한 일 없는 내가, 고래삼촌은 잘 했고 잘 하고 있는 일이라고 자부한다. 아, 고래삼촌이 뭐냐고? 아이들이 어른에 의해 사육되지 않고, 제 꿈을 펼치고 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어린이 잡지 를 아이들에게 보내주는 후원자다. 고래이모도 같은 말이다. 그러니까, 이 취지에 적극 동감하여, 나는 고래삼촌이 덜컥 됐다. "좋은 어린이책을 만드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모든 어린이들이, 부자 부모를 둔 아이든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든 고루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래동무는 농어촌과 도시서민지역 초등학교 도서.. 더보기
글쓰기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정직하라” 말하자면, 이 '필살기' 참여취재기! 사진 중에 나으 뒷통수가 나온다. 찾아 보시려우?ㅎㅎ 글쓰기를 잘 하고픈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정직하라” [독자만남]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저자 이만교 지금 ‘글쓰기’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매혹이다. 서점만 둘러봐도, 글쓰기와 관련된 책은 차고 넘친다. 글 쓰고 싶어 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열망도 커졌다. 과거 글쓰기는 전업 작가 등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디지털카메라가 사진을 좀더 대중화시켰듯, 블로그 등 디지털미디어의 확산은 글쓰기를 장삼이사의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글쓰기 바람은 다양한 분야로 파생되고 있다.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인 ‘블룩(bl.. 더보기
[한뼘] 미디어의 포로에서 벗어나는 법 '지금-여기'의 매스미디어와 구성원들의 관계의 일면.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전쟁'과 '테러'를 강자와 약자의 위계로, 혹은 미국의 시선에서 구획하는 지금-여기의 미디어가 전파하는 전쟁의 실상이란 뻔하지 않겠는가. 일부 미디어들이 수용자-소비자들의 반응과 소통에 적극적인 것처럼 나대지만 나는 아직 의심한다. 아직 많은 미디어들은 수용자-소비자들과 수평의 위치가 아니라 그들 위에 군림하면서 조정한다. 그 미디어들은 간교하고 얍삽하게, 수용자-소비자들이 포로 혹은 인질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배후조정까지 한다. ...사회 구성원의 의식은 미디어의 포로가 된 지 오래다. 가령 미국에서 60년대의 베트남 반전운동에 견줘 오늘 이라크 반전운동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군·산·언’복합체로 군.. 더보기
비판매체 극복법 그리고 미테랑의 상상력 뜬금없이 '미테랑'.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1년. 프랑수아 미테랑(1916.10.26 ~ 1996. 1. 8) 이후 프랑스에는 시라크가, 그리고 최근 사르코지가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됐다. (이번 사르코지는 -이념은 차지하고- 앞선 두 프랑스 대통령의 이미지가 강렬해서인지, 좀 경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희귀본을 수집하는 문학광이었던 미테랑, 아시아 문화와 예술에 조예를 갖고 있던 시라크는 다른 노선의 인물들이었지만, 산책하고 사색하는 모습이 어울리던 대통령 이미지를 가졌다. 사르코지는 다르다. 왠지 팔랑거린달까.)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1958년 9월28일)이후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좌파 대통령이었던 미테랑.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미테랑은, 재임 내내 문화고양에 힘 썼으며 그만한 문화.. 더보기
시대의 요구, ‘디지털 저널리즘’을 구현하자 지난해 연말 한국기자협회에서 발간한 에 기고한 글. 시대의 요구, ‘디지털 저널리즘’을 구현하자 뉴미디어는 경쟁 아닌 결합의 대상 #1. 최근 한국광고주협회가 발표한 인쇄매체 수용자조사 결과, 신문의 가구구독률은 지난 2001년 51.3%에서 올해 34.8%로 뚝 떨어졌다. 열독률도 같은 기간 69.0%에서 60.8%로 하락했다. 신문구독을 하지 않는 이유로 △TV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43%) △인터넷으로 신문을 볼 수 있어서(19.5%) 등이 주로 꼽혔다. #2.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은 뉴스를 접하는 주요 매체로 인터넷(46.7%)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나스미디어의 조사결과로 신문은 6.9%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도 가구당 신문구독률은 지난.. 더보기